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3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30화(130/581)
[그럼 건투를 빌지. 여기까지 온 너라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다.]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카르페가 생각지도 못한 퀘스트를 받고 당황하는 사이, 드렛슈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잠깐! 이대로 가 버리면 어떡해!”
-이거 딱 보니깐 그거구만. 지은 죄가 있으니 호다닥 도망간 느낌인데?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주군.”
어째 드렛슈가 남긴 흔적을 찾으면 찾을수록, 티나가 사과하는 빈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드렛슈는 늙어도 똑같구나. 로이어드. 괜찮아?”
미라쥬가 그렇게 묻자 카르페의 손에 쥐어진 붉은 영혼석이 살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응. 그래…… 다행이네. 마스터. 로이어드는 괜찮대. 지금은 허전하지만 새로운 마스터가 좋은 육체를 줄 거라 믿는다고 했어.”
“응? 영혼석이랑 대화가 통하는 거야?”
“응. 도플갱어니까.”
“……도플갱어란 신기하네.”
“일반적인 도플갱어라면 할 수 없겠지만, 미라쥬는 도플갱어 킹을 베이스로 제작된 인형입니다. 완벽한 의사소통까지는 힘들어도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가능할 것입니다.”
“응응. 티나 말이 맞아. 무생물이라도 의사만 있다면 가능해.”
“그래? 대단한데.”
“후후. 더 칭찬해도 괜찮아. 마스터. 허락할게.”
“그래. 그래. 잘했다.”
카르페가 미라쥬의 새하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미라쥬는 만족한 듯 ‘음. 음. 좋아!’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목적은 달성했군. 이제 어쩔래? 마저 올라갈 거야?
“음…… 아뇨. 일단 룸으로 이동해서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30층을 깰 자신도 없었다.
라세의 정점 중 하나인 천검의 파티가 겨우겨우 고생해서 클리어한 층이 30층이다.
자신이 레벨에 비해 조금…… 아니, 많이 강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현재 레벨의 두 배 이상을 뛰어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 잘 생각했다. 탑이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중요한 건 일단 직업 퀘스트지.
“아, 그래도 20층까지는 클리어할 거예요. 19층에도 상점은 지어야 하니까.”
-그편이 효율적이긴 하겠군. 아, 맞아. 저기 왼쪽에서 세 번째 책장 보이냐? 저기 책 들어내면 낡은 금고 있으니까 떠나기 전에 그 안에 있는 아이템은 챙겨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히어로 등급의 건틀렛 하나, 히어로+ 등급의 지팡이 하나.
카르페는 마지막까지 서재의 히든 피스를 챙긴 후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 * *
카르페는 그 이후 다시 15층부터 차근차근 탑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16층. 17층. 18층…… 그리고 20층.
“크워어어어어…….”
쿵!
20층의 보스 몬스터 아울베어가 거대한 몸을 땅에 뉘었다.
띠링.
[20층의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지금까지의 클리어 기록이 탑에 저장됩니다.] [당신은 탑의 관리자입니다. 클리어 보상으로 지금부터 20층 이하의 층에 대한 권리를 획득합니다.]아울베어는 꽤 까다로운 보스였지만, 훨씬 강력한 드렛슈 동상들을 상대해 봤기에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 진짜 끝이군.
“후우. 그러게요. 19층에 상점만 짓고 떠야겠다. 크윽. 상점 짓는 데 만 골드나 들다니…….”
-결국 본전 뽑고도 남을 테니까 아까워하지 말고 투자해.
“그래야죠…….”
카르페는 보스의 낙템을 주운 후, 19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탑 시설 창을 열어 19층에도 상점을 건설하자 9층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 사이에서 커다란 소란이 발생했다.
“와! 이게 그 소문의 상점인가?”
“9층에 생겼다고 들었는데 19층에도 생기는구나!”
하루 사이에 마도 상점에 대한 소문이 돌았는지 유저들도 9층만큼 당황하지는 않았다.
카르페는 정상적으로 건설된 상점을 확인한 후, 마지막으로 보물 창고를 방문했다.
탑을 완전히 떠나기 전 트레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떠나는가? 드렛슈가 남긴 단서는 찾았고?”
“그래. 22층으로 한 번에 옮겨 줘서 편하게 진행했다.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 아, 그리고 카르페. 나도 네게 한 가지 허락을 구할 것이 있다.”
“응? 뭔데?”
“이 탑의 재정은 지금까지 내가 관리해 왔다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골드와 아이템에 관련된 것이라면 거의 대부분 관리할 수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몇몇 권한은 최종 관리자의 동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네가 나타났으니 저 거슬리는 것들을 치워 버릴 수 있겠군. 흐흐흐. 아주 맘에 든다.”
“거슬리는 것?”
“그렇다. 감히 탑 내부에서 돈으로 장난질을 치는 이방인이 있지. 이곳을 나갈 수 없어서 그동안 방치하고 있었다.”
“설마 직접 가서 싸울 거야?”
“그럴 리가. 그런 피래미들과 드잡이질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의 위엄을 실추시키는 일이다.”
“그럼 어떻게 하려고?”
“흐흐.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돈을 다루는 자에게는 돈을 다루는 자만의 방법이 있는 법. 탑의 재정에도 꽤 도움이 될 것이니 기대해도 좋아.”
트레져는 그렇게 말한 후,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와, 진짜 그게 가능하다고? 당장 하자!”
“뜻이 맞아서 좋군. 그렇다면 바로 적용시키겠다.”
* * *
“후우우. 드디어 도착했군.”
“어우.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이번에는 조금 위험했어.”
레벨 61의 플레이어 포셔 그리고 사이젤은 지금 막 적색탑 9층에 도착한 참이었다.
몇 번이나 방문한 장소지만 올 때마다 북적이는 것을 보면 이 적색탑이 얼마나 인기 사냥터인지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여기는 여전하네. 시간이 지날수록 10층을 돌파한 사람들도 많아질 텐데, 숫자가 줄어들지를 않아.”
“그만큼 유입이 꾸준하다는 증거지. 지금도 신규 유저 수가 어마어마하다던데?”
“하여간 갓겜은 갓겜이라니까.”
“덕분에 우리 같은 인간들도 밥 벌어 먹고사는 거지. 흐흐흐. 진짜 적색탑 만든 개발자는 상 줘야 한다니까.”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었다.
지금 그들에겐 이 북적이는 유저들이 전부 움직이는 돈으로 보였다.
“저기요. 포터(Porter)님들. 무사히 9층까지 모셔다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그런 그들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9층까지 자신들을 호위해 준 75레벨의 검사 유저 코젤이었다.
“어우. 물론입니다. 뱅가드 길드원분들의 경호는 늘 확실하죠. 길드장님께 잔금 입금해 드릴게요.”
“넵. 확인 감사합니다. 아, 다음부터는 저 말고 다른 길드원들이 호위해 줄 거예요. 저는 이번에 11층으로 올라갈 거라서.”
“아, 그래요? 아쉽네요.”
“하긴, 올라가실 때가 한참 지나시긴 했죠. 코젤 님 솜씨가 확실해서 좋았는데.”
“하하. 제가 아닌 다른 길드원들도 잘해 드릴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접속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
“네. 즐라하세요. 득템하시고요.”
두 사람은 코젤을 배웅한 뒤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로 다가갔다.
원래대로라면 10층으로 가는 입구 쪽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있었지만, 그 규칙은 어제부로 깨지고 말았다.
9층에 돌연 등장한 커다란 상점.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들락거리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소문으로는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짜증 나네. 왜 저딴 게 갑자기 생긴 거야?”
“내 말이. 듣자 하니 천검이 30층을 클리어해서 생긴 거라고 하던데.”
“젠장. 난 사람들이 천검 찬양하고 다닐 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얼굴만 좀 이쁘니까 그렇게 뜬 거지. 최고의 프로게이머는 무슨…….”
포셔는 저주스럽다는 듯 상점을 노려봤다.
“덕분에 수익이 반 토막 나게 생겼잖아. 아오. 새 차 딱 계약하고 난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지네.”
“뭐? 차를 또 샀어? 세 달 전에도 샀다고 그랬잖아.”
“그건 중고로 팔려고. 돈이 이렇게 잘 벌리는데 굳이 국산 차 탈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고.”
“뭐, 하긴. 포터들은 대부분 외제 차 끌고 다니긴 하지.”
적색탑의 내부는 기본적으로 유저 간의 거래가 불가능한 지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의미였고 예외적인 방법이 존재하긴 했다.
특수 직업 ‘상인’.
전투력이 바닥을 치긴 하지만 다른 일반 직업은 할 수 없는 일도 할 수 있는 히든 클래스였다.
일단, 그 어떤 지역으로 이동하든 레벨에 따른 페널티를 받지 않았다.
레벨이 100이 넘는 고레벨 유저가 루아나 같은 저렙 지역을 방문해도 하등 상관이 없었다. 상행위는 그 어떤 곳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직업 컨셉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컨셉에 따라 일부 거래 불가 지역에서도 오직 ‘상인’만은 거래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적색탑 내부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그럼 오늘도 장사 시작해 보자고.”
“그래. 얼른 다 팔아 버리고 다시 올라와야겠다. 할부 메꾸려면 부지런히 해야지.”
포셔와 사이젤.
그들 둘은 상인 계열로 전직한 유저였고, 그런 상인들에게 있어서 적색탑은 최고의 장사 수단이었다.
장사 방법도 아주 심플했다.
그냥 마을에서 파는 물약을 인벤토리 한계까지 꽉꽉 채워 마도탑 내부에서 팔기만 하면 될 뿐!
물론, 전투력이 바닥이기에 그들을 9층까지 안전히 안내해 줄 ‘경호원’을 필수적으로 고용해야 했지만 고용비를 제외하더라도 수익은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그렇게 전문적으로 바깥의 물건을 팔아 대는 상인들을 ‘포터’라고 불렀다.
상인 직업 특성상 다른 직군보다도 인벤토리 용량이 컸기에 포터짓을 하기엔 아주 최적이었다.
“적색탑을 만들어 주신 이름 모를 분이시여. 기도 올립니다.”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탑 바깥에서 파는 포션 가격의 5배, 6배를 불러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탑을 다시 오르는 것보다 비싼 포션을 구입하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어제까지의 이야기였다.
갑자기 등장한 저 빌어먹을 상점이 포션을 10골드에 팔고 있었으니까.
자신들의 포션들을 팔아먹기 위해선 당연히 그 이하의 가격을 책정해야 했다.
“네 말대로 9골드로 설정하고 좌판 깐다?”
“그래. 9골드 90실버 이런 식으로 책정하면 오히려 비호감을 살 뿐이야.”
겨우 10실버밖에 차이나지 않으면 괘씸해서라도 그냥 상점에서 사고 말 것이다.
진정한 상인이라면 구매자들의 이런 사소한 감정까지 고려해서 판매가를 정해야 하는 법!
“크. 역시 소비자 마케팅을 전공으로 한 놈은 생각하는 게 다르다니까.”
“후후. 이래 봬도 석사 과정까지 마쳤지.”
포셔와 사이젤이 스스로의 판단에 흡족해하면서 상인의 특수 스킬 ‘좌판’을 발동하는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 이제껏 없던 새로운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탑의 주인’이 새로운 거래법을 제정했습니다.] [지금부터 탑 내부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 세금이 부과됩니다.] [거래 대금의 30%가 탑의 주인에게 세금으로 납부됩니다.]“……뭐?”
“갑자기 이게 뭔 개소리야!”
“탑의 주인? 설마 제노니아의 국왕인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도대체 왜?”
방금까지 적색탑을 찬양하던 그들은 욕지기를 뱉고 말았다.
* * *
그리고 그 시각.
룸으로 이동한 카르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명치를 만지작거렸다.
“뭐지? 왜 게임인데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네가 너무 날로 처먹어서 그런 거 아닐까? 다른 누군가가 너를 욕하고 있나 보군.
“에이. 설마요. 룸 업그레이드나 진행해야지. 이번에는 또 어떤 보상을 주려나?”
-어휴. 아주 날먹 생각에 신나선…….
그렇게 카르페의 적색탑 원정이 일단락을 맺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