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3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32화(132/581)
강철의 로이어드.
마도왕이 만든 일곱 걸작 중 가장 거대한 인형이자 강철 골렘.
티나 역시 일곱 인형 중 탱커로 분류되긴 했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밸런스형 탱커에 가까웠다.
반면 로이어드는 탱킹에 모든 능력치를 올인한 ‘극탱’ 포지션의 인형.
전선의 가장 앞쪽에서 모든 어그로를 관리하고 공격을 받아 냈어야 했기에 자연히 인형들 중 가장 커다란 덩치와 둔중한 외양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이어드는 내심 그 부분이 불만이었다.
아니, 큰 덩치까지는 괜찮았다.
파티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패라는 포지션에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는바, 거대한 덩치는 탱커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덩치가 커도 외양은 멋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로이어드의 외관은 ‘강철 골렘’이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평균 이미지 그 자체였다.
둔중하고 투박한 육체.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엔 두 개의 눈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서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신체는 또 어떠한가. 마법 금속 ‘콜카니언’으로 제작되었기에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했지만 반대로 색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검은빛도 은빛도 아닌 칙칙한 회색. 시궁창을 돌아다니는 들쥐의 색과 똑같았다.
심지어 몸체의 마감도 울퉁불퉁했는데 그 이유가 실로 기가 막혔다.
‘아오. 더럽게 단단하네. 가공하게 힘들게스리! 몰라, 때려쳐. 성능만 좋으면 됐지 뭘…….’
너무 단단해서 대충 만지다 말았다는 드렛슈의 말에 로이어드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물론, 발성 기관도 제대로 만들어져있지 않아서 울지도 못하고 ‘그우우웅. 그우우우웅.’ 소리만 냈을 뿐이었지만.
억울했다.
다른 인형은 하나같이 아름다우면서 멋지고 강력하기까지 한데 자신은 대체 왜?
위신과의 대전쟁이라는 급박한 상황을 앞두고는 그런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었기에 참아 넘겼지만 그래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였다.
그런 이유로 드렛슈가 강화한답시고 자신의 신체를 부숴 먹었을 때, 로이어드는 내심 기뻐했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이 못생긴 신체로부터 탈출할 기회가!
로이어드는 그동안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을 새로운 주인에게 피력하기 시작했다.
* * *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목소리는 낮은 중저음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관절 부분이 좀 더 부드러우면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뿔과 붉은 바디!’라는 것을 재차 언급합니다.]“아니, 영혼석이라는 게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는 거였어?”
“정말 강렬하게 원한다면 영혼석 상태라도 주인이나 다른 권속들에게는 의사 전달이 가능해. 마스터.”
“……이게 그렇게 절실한 문제야?”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그렇다!’라고 외칩니다.]“으음. 한번 해 보긴 하겠지만 못 그린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
우우웅.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새로운 주인에게 감사함을 표현합니다.]솔직히 자신은 없었지만 저렇게 간절히 원하니 하는 시늉이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카르페는 외양 수정을 위해 다시 설계 도안을 불러왔다.
“아, 자세히 보니까 확실히…….”
밋밋하다고 해야 하나. 수수하다고 해야 하나.
빈말로도 멋지다고 할 만한 생김새는 아니었다. 불만을 표현하는 게 일견 이해가 갔다.
“후예님. 설계 도면은 이걸로 수정하시면 될 거예요.”
엘리스는 카르페에게 룬 새김을 할 때 사용하는 마도 펜슬을 내밀었다.
“마도 용액도 여기 있습니다. 따로 원하시는 색상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이런 건 평생 처음이라.”
“제가 최대한 서포트할 테니 열심히 해 봐요. 기왕 새로 만드는 거 기존보다 강하고 멋지게 만들면 좋잖아요?”
“그건 그렇죠. 아, 여기서 잘 만들면 에픽 등급보다 높아질 수도 있으려나?”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아요. 물론 드렛슈 님이 직접 고안하신 도안보다 뛰어난 걸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해 보겠습니다.”
카르페가 마도 펜슬을 집어들고 곧장 도안에 가져다대는 순간이었다.
스스슥.
“어? 우와!”
손이 춤을 췄다.
카르페가 대충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윤곽이 설계 도면에 그대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페에게 자신도 모르는 미친 미술 재능이 있었던 게 아니라, 게임의 시스템 보정으로 인한 효과였다.
“좋아. 이러면 할 만하지!”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바로 그 기세다! 주인!’이라고 응원합니다.]자신의 손에서도 번듯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자, 카르페는 의욕에 불타며 설계도를 수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 * *
스스스슥.
“여기선 이렇게…… 응? 어깨를 좀 더 키우자고? 그럼 너무 과하지 않아? 뭐? 그게 멋진 거라고?”
스스슥.
“그럼 여기를 좀 더 키워 보고…… 에이. 이왕 키우는 거 전체적으로 더 키워! 크면 더 세겠지. 뭐! 왼손에 방패도 하나 달고!”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당신의 판단에 흡족해합니다.]-……너 뭐 하고 있냐?
“아, 왔어요?”
카르페가 설계도와 씨름하고 있는 동안, 동영상을 업로드한 천마가 공방으로 돌아왔다.
-공방 확인하고 있겠다더니 무슨 미술 교실이 펼쳐져 있어?
“그렇게 됐습니다. 고객님의 리퀘스트가 있었어요.”
-고객님? 대체 뭔 소리…….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뭔가? 이 잡귀는?’이라고 묻습니다.]-……그리고 이놈은 갑자기 왜 시비고?
카르페는 천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번 유물은 웃기는 놈이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있다? 너, 그림 잘 그려?
“처음 그려 봤는데 제법 잘 빠졌어요. 저도 모르는 재능이 재게 있었나 봄.”
-시스템 보정 받았겠지 재능은 무슨. 그래, 어디 구경이나 한번…… 어?!
카르페의 도안을 확인한 천마가 깜짝 놀랐다.
-이거 그거잖아! X담 붉은 혜성!
“엥? 건X 붉은 혜성? 그게 뭐예요? 전 처음 들어보는데.”
-뭐야? 그걸 모르는데 이렇게 똑같이 그렸다고? 좀 투박하긴 하지만 분명 그건데…….
“저는 그냥 요청받은 대로 그렸을 뿐입니다. 아니, 그런데 형 이런 거 좋아했어요?”
-……직접 보여 주는 게 좋겠군. 따라 와라.
천마는 그렇게 말한 후, 일행들을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이번 업그레이드로 인해 천마의 방은 크게 확장된 상태였고, 지난 업그레이드 때 서재와 책들이 추가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무언가가 추가되어 있었다.
커다란 진열장.
그리고 커다란 진열장을 가득 채운 프라모델들!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격렬한 반응을 보입니다. 정신을 잃기 직전인 상태입니다.]“우와. 이게 다 뭐야? 형. 프라모델이 취미였어요?”
-그래.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건 처음이다만, 네 나이만 할 때부터 꾸준히 해 오던 취미지. 전부 내가 직접 조립했다.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마이스터의 출현에 고개를 조아립니다.]“의외네. 이런 걸 좋아하셨구나.”
-당연하지. 거대 메카물은 사나이의 로망이다. 이걸 그 네 번째 유물이 요청했단 말이지? 이번 유물은 뭘 좀 아는 녀석이군!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정말 대단한 잡귀구나!’ 감탄합니다.]-…….
천마의 방을 확인한 후, 일행은 다시 공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의 막바지에 이른 작업에 천마가 가세하자 순식간에 설계도가 완성되어 갔다.
-야, 야. 이왕 하는 거 등 뒤에 제트 부스트도 달자. 이게 또 멋짐의 끝판왕이지.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대단한 발상이라고 경악합니다!] [로이어드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다리도 좀 늘리고 발목 부근에 장갑은 두텁게…… 크으. 그래. 바로 이거지!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천재적인 발상에 덜덜 떨고 있습니다.]“이거 하다 보니까 재밌네. 또 고칠 거 없어요?”
두 남자와 1골렘은 의기투합해서 순식간에 설계도를 완성해 버렸다.
그리고 그 설계도를 받아든 엘리스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기각. 불가능합니다.”
“어째서!”
-도대체 왜?! 기껏 열심히 그렸더니!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불만을 토로합니다.]“아니, 여러분들 진정하시고 생각 좀 하세요.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체고가 25.6m라는 게 말이 된다고들 생각하세요?”
-그치만 원작 설정이 그러한…….
“세상에 그런 인형이 어딨어요?! 이족 보행 인형이 그런 크기가 되면 아무리 단단한 금속을 써도 하중을 버틸 수가 없어요. 무릎 부분이 박살 날 거라구요. 애초에 저런 대형 인형을 만들 재료를 구할 수도 없구요.”
-……그런 건 마법적인 부분으로 어떻게 안 될까?
“마법이 무슨 만능 기적인 줄 아세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끄응.
“아, 열심히 그렸는데.”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의기소침해 합니다.]전문가의 정론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평소에는 상냥한 엘리스였지만, 마도공학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단호한 그녀였기에 카르페는 다시 설계도 수정에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 로이어드의 새 신체는 4m 크기까지 줄어 버리고 말았다.
엘리스는 다시 설계도를 꼼꼼히 살핀 후,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가능하긴 한데…… 이 등 뒤에 날개 같은 거 꼭 필요한가요? 어차피 비행 능력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출력을 뽑을 수도 없는데요?”
-갈! 그것은 로망이다! 비행 능력은 중요한 게 아니야!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뿔도 불필요한 구조인데…….”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차라리 자신을 소멸시켜 달라고 말합니다. 뿔이 아니면 죽음을!]“에휴. 이걸 토대로 견적을 짜볼게요. 쓸데없는 부분 때문에 재료가 많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형. 생각해 보니 결국 재료 구하는 건 제가 구르면서 할 거 같은데. 그냥 멋은 좀 포기하는 게…….”
-갈!!!
[갈!!!]“뭐야? 너 지금 직접 말했어?!”
“후예님. 이 설계대로 가능은 할 것 같아요. 다만, 필요한 재료가 이렇게나 되는데…….”
설계도 분석을 완전히 끝낸 엘리스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로이어드의 새 신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의 목록이었다.
“……더럽게 많네.”
-흐음. 대충 보니까 그래도 절대로 못 구한다 싶은 건 없어 뵈는군. 다만, 몇 가지 걸리는 게 조금 있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응? 어떤 마음의 준비요?”
-10대 길드랑 붙을 준비.
“엥? 갑자기?”
-저기 있는 것들 중 몇 개는 놈들이 관리하는 구역에서만 드랍되거든.
그리고 그 물건들은 10대 길드에서도 귀물 취급을 받는지라 순순히 내줄 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재료 목록을 전부 확인한 천마가 피식 웃어 버렸다.
-딱 괜찮은 타이밍이군. 2차 전직도 했겠다, 마도탑이라는 훌륭한 거점도 손에 넣었으니까. 이제 눈치 볼 필요없이 당당하게 행동해.
랭커? 10대 길드?
다 의미 없는 말이었다.
더 이상 카르페를 막을 수 있는 유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천마는 확신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날 밤.
라세 입벤에서는 여느 때처럼 각종 이슈를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이번 적색탑 상점 너무 비싸지 않아? 10골드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네. 다음 포터. 어그로 저급하네요.
-근데 여전히 비싸긴 하지. 웬만하면 안 쓸듯. 죽고 말지.
-왜 물약을 사서 쓰지? 생체 물약을 쓰면 될 것을.
-제발 힐러를 사람 취급해 주세요. 흑흑.
잡담이 오가는 평소와 같은 풍경.
그리고 그 풍경을 깨는 하나의 글이 올라왔다.
-야, 천마 TV 업데이트됐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