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3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37화(137/581)
퍼버버벅-!
지금까지의 데스트로가 그러했듯, 카르페 역시 자신보다 약한 그를 일방적으로 두들겼다.
“커, 커헉!”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직장인 듀오보다는 더 버틸 수 있었지만 그래 봤자 변하는 건 없었다.
얻어터지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을 뿐.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는 죽을 거라 통보받은 사람이 다섯 감정으로 반응하게 된다고 했는데, 데스트로가 지금 딱 그런 상황이었다.
첫 번째는 현실의 부정.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저레벨에게…… 컥.”
퍼버버버벅-!
두 번째는 순수한 분노.
“너! 다음에 만나면 내 모든 걸 투자해서라도 죽여 버릴 테다. 랭커의 힘을 똑똑히 보여…… 켁.”
퍼버버버벅-!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로는 각각 우울과 타협의 단계였다.
데스트로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처박히는 HP를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안 돼…….”
지금 자신은 누적된 PK로 인해 악명 페널티가 어마어마하게 쌓인 상태다.
만약 이대로 죽게 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데스 페널티에 빠지게 될 터.
며칠 동안 접속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고, 주력 장비 대부분을 드랍하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안 돼!’
장비는 그렇다 쳐도 지금 자신의 인벤토리 속에는 중요한 퀘스트 아이템이 존재했다.
만약에라도 이걸 떨구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아 온 공든 탑이 그대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최상위 랭커를 꿈꾸는 데스트로로서는 절대로 피해야 할 일. 상상만 해도 심장이 옥죄어 오는 기분이었다.
“사, 살려 줘. 신고하지 않을게. 버그 플레이어란 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
“……넌 좀 많이 맞아야겠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 보니.”
카르페의 주먹이 다시금 불을 뿜자, 데스트로는 이제 애원조로 매달렸다.
“제, 제발.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이거 웃기는 놈이네. 너는 지금까지 PK 할 때 다른 사람이 살려 달라고 하면 살려 준 적 있냐?”
“…….”
“와, 진짜 한 명도 없나 보네? 그래도 지난번에 만난 놈은 번호 받고 살려 줬다고 그랬는데. 넌 죽어도 싸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마지막으로 보이는 반응이 바로 수용, ‘체념’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데스트로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PK가 그렇게 잘못된 거냐? 그것도 게임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시스템이 허락하는 내에서 내 방식대로 게임을 즐겼을 뿐이잖아!”
“……게임을 즐겨? 막피범 주제에?”
카르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어 버렸다.
“그래. RPG 하다 보면 꼭 너 같은 놈이 있더라. PK도 시스템의 일부이니까 내키는 대로 해도 된다는 놈들.”
“그, 그렇다. 나는 틀리지 않았…….”
“뭐, 반박할 논리야 많긴 한데. 막피범이 이해할 리도 없으니…… 네 수준에 맞춰 주마.”
카르페가 주먹을 말아 쥐었다.
“나도 재밌어서 이러는 거야.”
“……뭐?”
“PK범 잡는 게 내 방식대로 게임을 즐기는 거라고. 자, 이제 문제없지?”
“자, 잠깐……!”
“잘 가라. 아, 너 얼굴 기억해 놨으니 다음에 만나면 또 죽을 각오 하고.”
콰직!
카르페는 그 말을 끝으로 전력으로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이미 HP가 바닥이던 데스트로는 그대로 회색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괜한 소리 하기는. 얼굴을 기억해 봤자 라세 특성상 변장하면 찾기 힘든 거 잘 알잖아?
“심술 나서 괜히 해 본 소리죠. 그래도 조금은 쫄지 않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고.
“하여간 게임이라고 자기 맘대로 하는 놈들 꼭 있다니까요. 막피범 주제에 게임을 즐겨? 이건 즐겜에 대한 모욕입니다.”
카르페가 생각하는 즐겜의 범위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까지다.
남들이 피해를 받건 말건 지 맘대로 하는 건 즐겜러가 아니라 트롤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저런 놈들 특. 정글러가 갱 안 오면 상대 미드 타워로 달린 후, 시스템상 문제없는데 뭔 상관이냐고 함.”
-……나는 그 게임을 해 본 적도 없는데, 말만 들어도 빡치네. 정상이냐?
“후. 이 빡침을 달래 줄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죠.”
바로 득템뿐!
데스트로가 사라진 자리에는 세 개의 아이템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래. 아이템 보니까 정신이 좀 들어?
“역시 막피범이야. 성능 하나는 확실하구만.”
빡침이 사르르 녹아서 없어진다.
카르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템을 전부 수거했다.
띠링.
[+7 무음의 그라디우스] [등급 : 유니크] [착용 제한 : 레벨 95 이상, 민첩 80 이상, 단검 마스터리 보유] [물리 공격력 : 350 ~ 580 + 120]– 민첩 + 7
– 손재주 + 5
[특수한 구조로 제작되어 휘두를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암살자 직업에 특화되어 있는 날카로운 단검입니다.]– 추가 옵션 1 : 스킬 ‘카모플라쥬’ 사용 가능
– 추가 옵션 2 : 은신 상태로 공격 시 데미지 30% 추가
“오? 이거 언뜻 봐도 괜찮네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지. 무음의 그라디우스. 암살자 계열 유니크 무기 중에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놈이다. 거기다 예쁘게 7강화까지 해놨네. 경매장에 올리면 몇만 골드 나오겠는데?
“허허. 마도탑 꾸밀 때 돈 많이 들어가는 건 또 어떻게 알고서 이런 좋은 선물을……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카르페가 조심스럽게 단검을 갈무리했다.
나머지 두 아이템 중 하나는 괴상한 고블린 얼굴이 장식으로 달린 목걸이였고, 나머지 하나는 검은색 날개 모양의 브로치였다.
“아하. 어쩐지 계속 저레벨 운운하더라니. 이 아이템 능력이었구나.”
목걸이의 옵션을 확인한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 재밌는 능력이었지만 레전더리 목걸이를 포기하고 사용할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으음. 스위칭으로 써먹을 순 있으려나? 일단 킵.”
카르페는 마지막으로 브로치를 확인했다.
[흑익의 증표] [등급 : 유니크]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비밀 암살 조직 흑익(黑翼)의 말단에 도전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입니다. 흑익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 마십시오. 검은 날개는 그 어디서든 당신의 목숨을 노릴 수 있습니다.]“흑익? 어디서 들어 본 것…… 아!”
‘흑익’이란 단어를 몇 번 중얼거리던 카르페는 곧 어디서 들어 봤는지 깨달았다.
라마르크의 국경 요새.
거기서 길리안과 싸웠던 암살자 집단의 이름이 바로 흑익이었다.
“여기서 그 이름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아까 그 막피범 생각보다 솜씨가 더 좋은 모양인데? 설마 흑익과 관련이 있을 줄이야.
흑익은 아크룩스 대륙 최강의 암살 단체. 그곳의 수장은 생전의 길리안과 마찬가지로 대륙 11강 가운데 하나인 암왕이었다.
-플레이어 중에 거기까지 도달한 놈은 극소수일 텐데. 랭커긴 랭커였나 보군. 크크. 그놈 속 좀 쓰리겠어. 이거 얻으려고 미친 듯이 굴렀을 텐데.
“그래요? 좋은 건가 보네.”
-시험만 통과하면 흑익에 가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니까. 암살자들의 로망이랄까? 뭐, 통과하려면 최소한 3차 전직은 해야겠지만.
거기다 정말로 운이 좋다면 암왕의 직전제자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오. 대륙 11강의 제자라…….”
<에잉! 로드는 그런 쥐새끼 같은 놈에게 배울 생각일랑 말게나. 부족한 건 내가 다 가르쳐 줌세!>
‘흑익’이란 단어에 길리안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형 모드였던 그는 카르페의 로브 속에서 꼬물거리다 얼굴만 쏙 내밀었다.
<진정한 영웅이란 모름지기 빛의 길을 걸어야 하는 법일세. 암살자가 뭔가! 암살자가!>
“그렇죠. 아무래도 도적은 좀…….”
<그렇다네. 그런 놈에게 뭔가를 배워서야 마도왕이라는 이름이 울지.>
도패와 암왕은 라이벌이라는 설정답게 길리안은 노골적으로 투덜거렸다.
카르페는 그 모습이 어린애 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대륙 11강이라고 다 같은 11강인가? 우리 영감님이 최고지.”
<음홧홧! 바로 그것일세. 내 조만간 원래 레벨을 되찾아 다시 지도해 주도록 함세!>
“기대하고 있을게요.”
권속의 경험치 페널티를 생각한다면 길리안의 장담대로 되진 않겠지만, 굳이 초칠 필요도 없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슥.
아이템을 전부 수거한 그때였다.
카르페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바닥이 푹 꺼지며 모래 소용돌이가 생겼다.
아래층으로 가는 통로가 생성된 것이다.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통로가 랜덤으로 생성되는 구조인가? 신기한 던전이네요.”
카르페가 모래 소용돌이 쪽으로 걸어가자 천마가 제지했다.
-거기 말고 다른 곳으로 들어가야 해. 겉보기에는 전부 같아 보이지만 여기서 생성되는 소용돌이는 제각각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거든.
어떤 소용돌이를 타고 내려가면 지하 2층으로 도착했고, 또 다른 소용돌이는 10층 이상 건너뛸 수도 있다.
개미지옥은 그런 미로 형태의 던전이었다.
-그래서 통제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지. 입구와 통로가 워낙 제각각이니.
“하긴. 랜덤성이 이렇게 짙어서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응? 랜덤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 이것들 중구난방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저쪽으로 움직여 봐.
“……그래요?”
카르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천마가 가리키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자.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면 통로가…… 왔군.
스스슥.
천마가 말하기가 무섭게 바닥에 모래 소용돌이가 생성되었다.
-이왕 갈 거 한 번에 이동하는 게 편하지. 여기로 들어가면 단숨에 15층이다.
“와. 이런 걸 도대체 어떻게 외우고 있어요?”
-공식만 알고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아. 가르쳐 줄까? 대충 대학 미적분학 수준의 수학 지식만 있으면…….
“……문송합니다. 저는 열심히 몸으로 때워 볼게요.”
-뭐. 그래. 각자 잘하는 거에 집중하는 게 낫지. 길이야 내가 알려 주면 되는 거고.
실로 합리적인 말씀.
카르페는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촤아악!
단숨에 15층을 도약한다는 천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처음 사막에서 몸을 던질 때와 달리 훨씬 더 긴 시간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마스터! 이거 재밌어!”
“뀨뀨뀻!”
“그러게. 이거 재밌네.”
아마, 워터파크에서 대형 슬라이드를 타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그런 연인들만의 장소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카르페는 미루어 짐작해 볼 뿐이었다.
-뭐지? 갑자기 슬픈 기분이 들었는데.
“…….”
한참 동안 모래를 타고 내려가자 곧 바닥에 도착했다.
쿵!
지하 1층보다 훨씬 더 넓고 높은 공간이었고 공기 중에 비릿한 냄새가 섞여 있는 장소였다.
-도착이군. 지금부터는 아무리 너라도 조심해야 해. 여기는 몹 레벨이 최소 90…….
“끼끼기긱?!”
-……망할. 운도 없지.
카르페가 도착한 곳에는 선객이 있었다.
몸체가 5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개미.
그리고 그 개미 주위로 팔뚝만 한 작은(?) 개미들이 무수히 포진해 있었다.
-와. 어떻게 네가 떨어진 곳에 보스 몬스터가 딱 리젠되냐?!
[15층의 보스 몬스터 ‘대형 병정개미’와 조우하셨습니다!]놈은 갑작스러운 카르페의 등장에 놀랐는지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내었고.
“끼기기긱!!!”
이내 맹렬한 적대감을 표출해 왔다.
“……그 공식이란 거 리젠 시간까지는 계산 못 하나 보네요.”
-거기까지 바랄 순 없잖냐? 다 네 복이라 생각해야지. 전투 준비나 해. 상당히 빡셀 거다.
“뭐, 들어올 때부터 쉽게 풀릴 거란 생각은 안 했습니다.”
카르페가 자세를 잡자 그의 로브 속에서 세 인형이 동시에 튀어나와 전투 모드로 변했다.
<음홧홧! 개미지옥이 아니라 개미천국이었구만! 미물들아! 이 길리안이 상대이니라!>
길리안이 특유의 아재 개그와 함께 놈에게 돌격했고.
어느새 거대화를 마친 묵향의 등 위로 티나가 올라탔다.
“향! 저희의 힘을 보여 줄 때입니다. 브레스 돌격!”
“뀨꺄아앗!”
묵향이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병정개미에게 달려들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