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4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42화(142/581)
얼굴이 곧 명함.
케이트로서는 그런 자신감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누구야?’
카르페는 정말로 케이트가 누구인지 몰랐으니까.
라세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데다, 딱히 10대 길드의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도 아니었다.
천검의 경우처럼 온갖 광고판을 점령한 수준이라면 모를까, 10대 길드의 부마스터 같은 애매한(?) 포지션의 인물을 카르페가 알 리 없었다.
때문에 ‘님 누구?’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얼음 여왕 케이트. 더 썬의 부길마다. 라세에서는 최고 거물 중 한 명이지.
‘케이트? 아! 그 영구동토 쓴다던!’
기억에 있는 이름이다.
은사자 놈들과 싸울 때 자신을 향해 다들 ‘케이트다!’, ‘얼음 여왕이다!’ 하고 떠들어댔으니까.
그 당시 궁금해서 찾아볼까 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까맣게 잊어버린 카르페였다.
“물러나 주실 수 있으신가요?”
카르페에게서 반응이 없자 케이트가 재차 물어왔다.
-야, 야. 최대한 목소리 깔고 대답해 봐. 천마 TV 영상 중 최초로 네 목소리가 등장할 수도 있는 순간이다!
“……그건 좀 곤란한데. 이쪽도 볼 일이 있는지라.”
“그래요.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하아. 이런 상황은 상정 외인데.”
다행히 카르페의 말투가 어색하지는 않았는지 케이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도 하나 묻고 싶은데. 두 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나머지 한 명은?”
“글쎄요? 제가 순순히 대답해 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모르죠. 어딘가에 숨어서 당신을 노리고 있…….”
쿠우웅! 퍼엉!
케이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휴식 공간의 제일 끝에 있는 황금색 문.
그 너머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케이트는 뭐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블러핑이었나? 나머지 한 명은 저 안으로 들어갔나 보네.”
“짐작대로예요. 하아. 좀 얌전히라도 싸울 것이지.”
“같이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보스룸인 것 같은데 굳이 혼자서 들어갈 이유가?”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케이트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동지라도 만난 듯 반색했다.
“아니, 여기가 그저 그런 사냥터도 아니고 꽤 고레벨 지역이잖아! 그런데 보스 몬스터를 솔로로 잡겠다는 발상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무슨 솔로잉으로 잡으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내가 말도 안 해!”
그녀는 평소 쌓인 게 많은 것인지 열변을 토해냈다.
“‘내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라느니 ‘그편이 더 재미있다.’라느니. 고작 그런 이유로 저런 위험을 감수하는 게 말이나 되냐고! 자기가 어떤 위치인지 너무 망각하고 있다니까요. 저러다 죽으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오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길드 마스터 쪽은 게임 좀 즐길 줄 아는 사람인가 보네.”
“……설마 당신도 그런 부류?”
“비슷한 이유로 비슷하게 행동한 적이 좀 있긴 하지.”
“다 죽어 버려. 그냥.”
케이트는 짜증 나서 미치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이 상식적이고 올바른데!
이상한 사고방식의 두 인간 때문에 자신이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이 상황을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저 기분 잘 알지…….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안쓰럽다는 눈으로 케이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기분을 십분 이해하는 이가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천마를 볼 수 없었다.
“후우. 아무튼 이대로 물러나실 수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이 저랑 좀 어울려 주셔야겠는데요. 저도 입장이라는 게 있다 보니까, 길드 마스터를 방해하게 놔둘 순 없거든요.”
“흐음. 10대 길드쯤 되는 곳에서 선량한 유저를 겁박해도 되나?”
“겁박이라뇨. 말씀 참 무섭게 하시네요. 이 경우는 목표가 비슷하다 보니 그걸 두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거죠.”
물론, 그 선의의 경쟁 중에 충분히 검과 마법이 오갈 수 있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면 누구 하나 죽을 수도 있는 거고.
“뭐. 나도 그냥 해 본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들여보낼 줄 거라고는 애초에 생각도 안 했지.”
“이야기가 통하는 분이라 다행이네요.”
촤르륵.
케이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장비를 모두 스위칭했다.
그녀와 같은 하이 랭커 플레이어는 PvP용 아이템과 사냥용 아이템이 완전히 달랐다.
플레이어의 경우 몬스터에 비해 HP가 훨씬 낮았고, 때문에 화력에 집중하기보다는 유틸성에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했으니까.
케이트는 자신의 장비를 전부 ‘쿨타임 감소’와 관련된 장비로 교체한 후, 카르페를 살펴보았다.
화염의 정령들을 홀로 뚫고 왔으면서 이렇다 할 데미지는 없어 보였다.
아니, 데미지는 고사하고 옷에 그을린 자국조차 없었다.
필시 강력한 랭커임이 틀림없으리라.
‘무투가 직업. 거리를 좁히게 둬선 안 돼.’
번들거리는 묵빛의 건틀릿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사실 상황은 케이트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그녀는 화력에 몰빵한 캐논형 마법사였다. 누군가 전열에서 공격을 막아 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일 수가 없었다.
‘하필 이런 장소라니.’
사실, 그녀는 ‘얼음 거북’이라는 유니크 등급의 펫도 지니고 있었다.
케이트가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를 든든하게 보호해 주는 탱커형 펫.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꺼낼 수가 없었다.
화염 정령의 쉼터는 유니크 등급 이하의 얼음 권속을 부릴 수 없는 장소였으니까.
‘그래도 괜찮아. 거리만 유지하면 충분히 이길…… 큭?!’
건틀릿의 남자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무투가 직업이라면 보법 스킬을 익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상대의 속도는 그녀의 예상보다도 훨씬 빨랐다.
“칠링 쉴드(Chilling Shield)!”
챙!
그녀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눈앞으로 단단한 얼음벽이 생성되었고.
쾅!
그 위로 카르페의 묵직한 주먹이 부딪혔다.
* * *
‘반응 빠르네요. 랭킹 6위가 폼은 아니구나.’
카르페는 케이트가 전형적인 마법사라는 천마의 말을 듣고 순간적인 기습을 감행했다.
나름대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력을 낸 것인데 그녀는 당황하면서도 무리 없이 그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명색이 랭커인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래도 네가 훨씬 유리하다. 군터 놈이라면 모를까, 케이트는 PvP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은 직업이지.
‘그래도 조심해야죠. 일단 확인부터 해 봐야겠네.’
[드래곤의 눈이 발동합니다.] [대상의 현재 HP/MP와 습득 스킬, 착용 장비를 출력합니다.]알림과 함께 케이트의 정보가 간략하게 출력되었다.
[HP : 100% MP : 87%] [보유 스킬]-8성 한빙지체
-8성 듀얼 스펠
-7성 블리자드 레이저
-7성 스톰 더스트
-6성 칠링 쉴드
-6성 블링크
.
.
-4성 아이스 자벨린
[배후령 스킬]-없음
[장착 중인 장비]– +9 묵시록의 지팡이(유니크)
– 서리마법사의 의복 세트(유니크)
8성 스킬 두 개에 7성 스킬도 두 개. 게다가 아이템은 죄다 유니크로 도배를 해 놨다.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과연 10대 길드의 부마스터라고 입을 딱 벌릴 만한 스펙이었지만.
‘생각보다 심심하네?’
-저게 정상이야! 네가 비정상이라고!
카르페가 보기에는 영 애매했다. 8성 스킬 2개와 7성 스킬 2개는 대단하긴 했지만, 아이템 쪽이 영 부실했다.
물론 드래곤의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9성 스킬과 에픽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지. 9성 스킬이랑 에픽템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넌 영구동토만 신경 쓰면 돼.
‘제가 진짜 심하게 퍼 받긴 했네요. 역시 재능이고 노력이고 다 필요 없이 인생은 운빨이야!’
하지만 어쩌겠는가. 라세에서는 그 운도 실력인 것을.
“향아!”
“뀨뀻!”
카르페의 외침에 묵향이 스펠 오브 에잇을 발동했다.
[대상자의 무기에 ‘전격 속성’이 부여됩니다.]“그럼 다시 한번 더!”
카르페는 창룡보의 쿨타임이 되돌아오는 순간 다시 한번 스킬을 발동하며 접근했다.
“흥. 어딜!”
하지만 케이트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칠링 쉴드를 발동했다.
원래 칠링 쉴드의 쿨타임은 이렇게 짧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유한 8성 스킬 ‘한빙지체’는 얼음 속성 스킬에 한해 30% 쿨타임 감소를 부여하는 패시브 스킬이었다.
이대로라면 다시 한번 공격이 막힐 판이었지만, 이번에는 카르페도 달랐다.
“마선침투경!”
콰앙!
두꺼운 얼음 쉴드가 단박에 깨져 나갔다.
전격 속성과 마선침투경의 방어 관통이 시너지를 이룬 결과였다.
그리고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음벽을 뚫은 마선침투경은 그 기세를 잃지 않은 채 케이트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블링크!”
마선침투경이 닿기 직전, 그녀는 가까스로 블링크를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만약 그녀가 ‘마선침투경’이라는 스킬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방금 그걸로 끝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아오. 블링크. 저거는 되게 까다롭네요.’
-마법사가 전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스킬이지. 저거 없으면 마법사는 PvP 포기해야 한다.
블링크는 대부분 RPG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근거리 순간 이동 스킬이었다.
케이트는 조금 먼 곳에서 나타나며 카르페를 향해 스킬을 날렸다.
“아이스 자벨린!”
얼음의 창이 생성되어 카르페를 향해 쏘아졌다.
아이템의 효과인지 아이스 자벨린의 창은 카르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읏?!”
카르페는 급하게 허리를 젖혔고 얼음의 창이 옆구리를 스쳐 지나가며 아주 약간의 HP가 깎여나갔다.
카르페의 자세가 조금 흐트러지는 걸 케이트는 놓치지 않았다.
“블리자드 레이저!”
얼음 광선이 카르페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빙 계열 스킬 중에는 가장 빠른 사출 속도를 자랑하는 7성 스킬이었다.
“캐슬링!”
카르페는 자세를 바로잡는 대신 순식간에 묵향과 자리를 바꿨다.
묵향은 바닥에 붙어 있는지라 얼음 광선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캐슬링?! 별 걸 다 익히고 있네!”
“아직 못 보여 준 게 훨씬 많은데? 파이어 볼!”
“뭐…… 마법?!”
설마 카르페가 마법을 사용하리라곤 짐작도 하지 못한 그녀는 깜짝 놀라며 얼음 쉴드를 발동했다.
콰앙-!
화염과 얼음벽이 충돌하며 자욱한 수증기를 일으켰다.
“……뭐야? 이게?!”
그녀는 속으로 정말 경악하고 있었다.
마법이라니? 설마 마권사라고?
물론, 마법을 사용하는 무투가 계열 직업이 없는 건 아니다. 적기는 하지만 찾아보려고 하면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허나, 그런 평범한 마권사들은 대부분 ‘견제용’으로 마법을 익힌다.
마법 자체의 데미지는 뛰어나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방금 그 파이어 볼은 달랐다. 칠링 쉴드를 뒤흔드는 위력으로 보아 그건 전문적으로 마법 스킬트리를 탄 마법사 이상의 위력이었다.
‘말이 되나?’
순식간에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민첩 스텟과 스킬.
거기다 칠링 쉴드를 주먹으로 깰 수 있는 물리력.
그런데 마법 또한 마법 전문 직업 이상이라고?
‘큿. 케이트. 이 멍청아. 생각은 나중에 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했을 때, 몸이 굳어지는 건 그녀의 나쁜 버릇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언제 저 마권사가 자신의 옆구리를 노릴지 몰랐다.
‘수증기 때문에 시야가 완전히 막혔어.’
상대가 의도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케이트에게 절호의 상황이었다.
자신의 시야가 막혔다는 건 상대의 시야도 막혔다는 뜻이었으니까.
‘광역 스킬!’
상대를 정확하게 노려야 하는 타겟 스킬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광역 스킬이라면 시야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는 라세 최고의 광역 스킬을 익히고 있었다.
“영구동토!”
쩌저적-!
그녀를 중심으로 얼음의 파도가 퍼져 나갔다.
‘이겼어!’
그녀는 영구동토가 정상적으로 발동하는 순간 확신했다. 이 정도 크기의 공간이라면 전부 얼음 대지로 바꿀 수 있었다.
허공으로 날아오르지 않는 이상 절대 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남자의 목소리에 의해 무참히 박살 나고 말았다.
“영구동토!”
“뭐?!”
경악한 케이트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