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4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44화(144/581)
[HP가 6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룬 새김 효과 ‘오브 힐링’이 발동합니다.] [10초간 초당 1%의 HP가 회복됩니다.]“후우우.”
카르페는 차오르는 HP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라세를 플레이하면서 단연코 최고의 위기였다. 광신도 프리스트나 서빙제의 파편과 싸울 때도 이 정도까지 몰린 적은 없었다.
홀리 세크리파이스의 여파가 끝났을 시점에 남은 HP는 단 450.
케이트의 마력 수치가 조금만 더 높았거나 무기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무조건 사망했을 터였다.
“어우. 회색 화면 볼 뻔했네.”
“어, 어떻게 거기서 살아난 거죠?”
“운이 좋았지.”
“말도 안 돼!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운이 좋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스킬이 아니…… 설마?”
구명(求命) 아이템?
케이트의 머릿속에 그런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구명 아이템은 즉사성 데미지를 받을 경우 HP를 1만 남긴 채로 버티게 해 주는 아이템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목숨을 한 번 구해 주는 셈이다.
특히 고레벨일수록 데스 페널티가 만만치 않다 보니 랭커라면 어떻게든 하나쯤 보유하고 싶어 하는 초희귀 아이템이었다.
비공식 랭커가 분명한 권마라면 구명 아이템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아니야. 구명 아이템으로는 홀리 세크리파이스를 막을 수 없어.’
이런 구명 효과 아이템이나 스킬들은 중복해서 적용되지 않았고 쿨타임도 몹시 길었다.
그런 제약이라도 없으면 너무 사기성이 짙기에 밸런스 상 필요한 조치였다.
즉, 구명 아이템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한 번’뿐이었다.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단타 공격이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첫타와 후속타, 총 두 번의 공격으로 이루어진 스킬이다.
첫 번째 폭발과 두 번째 폭발 사이의 시간이 2초 정도로 짧기에 단타 스킬로 보이지만 실제로 신성수류탄은 두 번 터졌다.
‘구명 아이템이나 스킬은 첫 번째 폭발밖에 막을 수 없어.’
첫 번째 폭발이 구명 아이템을 지워 버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폭발이 확실하게 적의 숨통을 끊는다.
신성수류탄이 구명 아이템의 천적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두 방 모두 견뎠다고? 그건 불가능 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니크 템으로 도배한 극탱 유저가 구명 아이템까지 장착하고 있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권마는 그렇지 않았다.
최상위 무투가와 마법사인데 거기다 탱커이기도 하다?
차라리 자신도 모르는 완전 부활 스킬을 익히고 있다는 게 훨씬 설득력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호기심이 많은 것도 좋은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아.”
카르페가 다가오자 그녀는 짧게 탄식을 뱉었다.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강력한 위력만큼이나 페널티가 심각한 스킬이었다.
스킬을 사용한 후 HP와 MP가 1로 고정되고 회복 스킬이나 아이템이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전 스텟이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는지라 평타 공격은 물론이고 도망을 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케이트는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적이 아니었으면 좋겠군요.”
“동감이야. 이번에는 나도 운이 좋았어.”
이곳이 그녀에게 불리한 장소가 아니었으면 방금 일격으로 확실히 죽었을 것이다.
아니, 그 전에 영구동토끼리 부딪혔을 때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절 살려 주신다면 더 썬과 천마신교의 관계가 돈독해질 것 같지 않아요?”
“그건 좀 어렵겠는데. 깔끔하게 끝내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서.”
“그래요. 그럴 것 같았어요. 후우. 복구하려면 힘들겠네.”
사실 카르페로서는 케이트의 이미지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길드 마스터를 지키기 위해서 그 귀중한 스킬 포인트를 망설임 없이 사용하는 게 꽤 멋지게 느껴졌으니까.
‘게다가 안경도 썼으니까.’
-뭐야? 너 안경 쓴 사람 좋아해?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라세는 가상현실 게임이니까 신체적 불편함도 보정이 되잖아요.’
현실에서는 하반신 마비인 사람이라 해도 라세 속에선 얼마든지 뛰어다닐 수 있었다.
시력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눈이 얼마나 안 좋건 라세에서는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런데도 안경을 끼고 있는 거 보면 뭐겠습니까. 딱 봐도 컨셉러 혹은 즐겜러 성향이 있는 거지.’
-……등신 같은 발상인데 어느 정도 맞는 거 같아서 어이없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호감과는 별개로 살려 줄 생각은 없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승부에 진 자에게 남은 것은 오직 죽음뿐. 여기서 살려 주는 건 그녀를 모욕하는 행위입니다.’
-흐음. 본심은?
‘아이템 떨굴 수도 있는데 왜 살려 줌?’
-그래. 그래야 템귀신 카르페답지.
물론, 살려 주는 대신 무언가를 받는다는 선택지도 있긴 했지만…… 그건 너무 강도 같아서 썩 내키지 않았다.
카르페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케이트는 모든 것을 각오했다는 듯 두 눈을 감았고 그런 그녀의 머리를 향해 카르페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후웅.
카르페의 주먹이 그녀의 이마에 닿기 직전.
카르페는 주먹을 멈췄고 대신 검지를 강하게 튕겼다.
딱콩!
“아얏!”
통각은 없었지만 깜짝 놀란 케이트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서서히 회색 몸으로 물들어가는 자신의 신체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 손가락 튕기기로 죽어 보는 건 처음…….”
1 데미지를 입은 그녀는 말을 전부 마치지 못한 채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으어. 힘들었다.”
-이번엔 진짜 아슬아슬했다. 사전에 연습 안 했으면 꼼짝없이 죽었겠어.
“그러게 말이에요.”
카르페는 평소 천마와 게임 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이야기가 한창 불타오를 때는 접속 시간이 끝나고도 배후령 어플로 계속 토의할 정도.
그리고 그런 토의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다.
만약 홀리 세크리파이스 같은 폭딜기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카르페가 직접 그 위력을 눈앞에서 목격한바, 아무리 자신이라도 신성수류탄에 직격당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레벨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적인 건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르페는 천마와의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몇 가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로 룸(Room)을 이용하는 방법.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발동하기 전에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었고, 그 딜레이 동안 ‘룸 이동’을 사용해서 피신한다는 전략이었다.
그 후, 홀리 세크리파이스가 끝났을 무렵에 다시 돌아와서 무력화된 상대를 잡으면 그대로 끝.
하지만 이 방법은 ‘화염 정령의 쉼터’처럼 워프 계열 스킬이 불가능한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때문에 카르페와 천마는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두 번째 방법을 찾아냈다.
-티나가 생각보다 더 잘해 줬어.
“그러게요. 평소보다 훨씬 더 발동이 빨랐네.”
카르페가 묵향을 역소환한 데는 묵향이 신성수류탄에 휩쓸리는 것을 피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주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인원 제한이 있어서 묵향을 역소환해야만 티나를 소환할 수 있었기 때문.
카르페는 홀리 세크리파이스의 첫 폭발 전에 묵향을 역소환했고 동시에 티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소환된 티나는 카르페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스킬을 발동했다.
[8성 – 광휘의 호령]– LV. 10(Master) 30초간 모든 아군의 물리, 마법 공격력이 200% 증가. 물리, 마법 방어력이 100% 증가.
공격력과 더불어 물방, 마방을 100% 뻥튀기시켜 주는 버프 스킬을 말이다!
스킬이 발동된 것을 확인한 카르페는 곧장 티나를 역소환했고 직후에 바로 신성수류탄의 1타가 터졌다.
“그래도 더럽게 아팠지만 말이에요. 솔직히 아직도 살아남은 게 기적이지.”
랭킹 6위의 마법사 캐릭이 터뜨리는 홀리 세크리파이스는 정말로 막강했다.
‘광휘의 호령’을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첫 타에 전체 피통의 97%가 증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대로는 2초 뒤 후속타에 죽을 수밖에 없었기에, 카르페는 그 2초 사이에 하나의 카드를 더 꺼내 들었다.
[세계수의 주인]– 하루에 한 번 ‘세계수의 축복’ 효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오전 6시 초기화).
* 세계수의 축복 : 회복 불가 효과를 무시하고 HP/MP 전부 회복(해당 옵션은 스킬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바로 타이틀 ‘세계수의 주인’의 축복 효과였다.
축복을 발동한 카르페는 다시 한번 만피가 될 수 있었고 이어지는 후속타를 아슬아슬하게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카르페가 홀리 세크리파이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전말이었다.
“평소에 합을 안 맞춰 뒀으면 그대로 죽었겠죠.”
-그것도 그건데 마도왕의 인형들 AI가 너무 좋아. 그 상황에서 0.1초의 망설임도 없을 줄이야.
“티나가 괜히 에픽이겠어요?”
-에픽치고도 심하게 좋은 거 같긴 하지만…… 뭐, 다 네 복인 거지.
“후우. 아무튼 이제 끝났으니 물약 좀 마신 뒤에 다시 진행…… 어?”
카르페는 케이트가 사라진 자리에 무언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와, 진짜 드랍됐네?”
-공격은 네가 먼저 했지만 적대 행위는 얼음 여왕이 먼저 했으니까. 선제공격 페널티가 적용된 모양이군.
“크으. 바로 이거지. 랭킹 6위께서 무슨 장비를 떨궜는지 한번 볼…… 응?”
하지만 그 자리에 떨어져 있는 것은 장비 아이템이 아니었다.
직사각형의 작은 물질. 카르페, 아니 대부분의 유저에게도 몹시 익숙한 물건이었다.
“스킬 카드?”
익히지 않고 들고 다니던 스킬 카드 중 하나를 드랍한 모양이었다.
“아…….”
-이런. 아쉽게 됐군. 유저가 떨군 스킬 카드는 대부분 안 좋을 수밖에 없는데.
“끄응. 그렇겠죠.”
좋은 스킬이었다면 이미 익혔을 테니까.
스킬 카드가 인벤토리에 남아 있다는 건, 5레벨 혹은 10레벨마다 주어지던 스킬팩에서 뽑은 꽝 스킬일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길일(吉日)에 익혀 두려고 고이 모셔 놨던 8성 스킬일지도…….”
-길일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라세 하는 사람이 다 너 같은 줄 아냐?
“제발…… 제발.”
카르페는 마치 스킬 뽑기를 하듯 염원을 담으며 카드를 주웠다.
그리고 카드를 확인했고.
“어?”
-엥?
당연하게도 카드는 8성 스킬이 아니었다.
하지만 꽝 스킬도 아니었다.
[7성 스킬 – 홀리 세크리파이스]“와…….”
-미친. 얘는 도대체 이걸 몇 장이나 들고 다니는 거야! 경매장에 매물 다 쓸어 담았나? 지가 무슨 봄버맨이야?!
“그래도 대박이다.”
카르페는 흐뭇한 마음으로 신성수류탄을 챙겼다.
사용할 때 스킬 포인트가 아깝긴 했지만 강력한 조커 카드임에는 틀림없었다.
“자, 그럼.”
카르페는 황금색 문을 쳐다봤다. 거기서 들려오던 격렬한 굉음은 어느새 멈춰 있었다.
더 썬의 길드장 군터 라우헬.
공식 랭킹 1위의 플레이어.
지금부터 그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