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4화(14/581)
던전에 진입하려고 하자 카르페를 반겨 준 것은 두 개의 알림창이었다.
[던전 ‘대왕 다람쥐의 둥지’에 진입을 시도합니다.] [던전 등급을 판정 중입니다.]“등급 판정?”
-라세 던전 중에는 드물게 던전 등급이 랜덤으로 정해지는 놈들이 있지.
주로 히든 던전에서 그런 경향이 많은데, 똑같은 던전이라 하더라도 등급이 높을수록 난이도와 보상이 증가하는 시스템이었다.
“음…… 그러니까, 레어 등급 ‘대왕 다람쥐의 둥지’보다 ‘대왕 다람쥐의 둥지’ 유니크가 더 어렵고 보상도 좋다는 이야기죠?”
-역시 게임을 많이 해 봐서 그런지 이해가 빠르네.
던전 등급이 올라간다고 해서 던전의 구성 몬스터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똑같은 몬스터가 더 강화된 형태로 등장하고, 던전의 트랩이 좀 더 증가하는 방식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의 던전에서는 기존에 없던 돌연변이 개체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뭐, 크게 신경 안 써도 될 거다. 내가 10년 넘게 라세하면서 레전더리 던전은 딱 9번밖에 못 봤으니까.
“……뭔가 미묘한 숫자네요. 그런데 레전더리 등급이면 어느 정도로 높은 거예요?”
-엄청 높은 거지.
라세에 존재하는 등급은 총 6개.
노말-매직-레어-히어로-유니크-레전더리라는 아주 흔하고 정석적인 체계를 따르고 있었다.
-……라고 대부분이 알고 있지만, 그거야 밝혀진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런 거고. 실제로는 레전더리 위로 세 등급이 더 있어.
에픽(Epic)과 신화(Myth).
레전더리 위로 에픽 그리고 그 위로 신화 등급이 존재한다.
이 두 등급은 일반적인 사냥이나 탐험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고, 게임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큰 퀘스트를 진행할 때 아주, 아주 드물게 구경할 수 있었다.
“질문.”
-뭔데?
“그 귀하디귀한 에픽과 신화 아이템을 얻는 방법이 10년 차 고인 공략집에는 적혀 있을까요?”
-알고 싶냐?
“넵. 꼭 알고 싶습니다.”
-혹시 모르지. 가르쳐 주는 대로 잘 따라오기만 해도, 몇 달 뒤에는 에픽템 서너 개쯤은 걸치고 있을지도? 일단, 지금은 렙업이나 열심히 하자.
“여부가 있겠습니까. 충성충성충성. 천마재림! 마교천하!”
-……천마 소리는 그만 좀 하고. 쪽팔려.
“그런데 천마 형.”
-너도 사람 말 진짜 졸라 안 듣는 타입이구나.
“아까 레전더리 위로 등급 세 개 더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나머지 하나는 뭐예요?”
-나도 몰라.
“엥?
예상치 못한 답변에 카르페가 천마를 쳐다봤다. 천마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 갔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신화 등급이 끝인 줄 알았지. 그런데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까, 그보다 상위 등급이 존재한다는 단서를 잡았다.
그 단서를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의 우연을 거듭한 기적이라 부를 수 있는 종류였다.
일곱 번을 회귀하는 동안에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런 기적.
이 단서를 발견했을 때, 천마는 감격해서 몸을 떨었다. 어쩌면 이 지긋지긋한 회귀를 끝내줄 뭔가가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래서, 그 단서를 쫓아서 어느 던전에 들어갔는데…….
“들어갔는데?”
-그 타이밍에 귀신같이 현실 육체가 승천하시고, 내 정신이 0성 NPC로 박제되었다는 그런 슬픈 이야기지 뭐.
“……진짜 슬프다.”
-너도 게임 하다가 돌연사 당하기 싫으면 평소에 건강 관리 잘해라.
카르페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조언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 하다가 죽어서 NPC로 박제되는 건 절대로 사양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때였다.
띠링.
[등급 판정이 완료되었습니다.]그리고 이어지는 알림창에 두 사람이 동시에 감탄을 토해냈다.
완전히 상반되는 감탄을 말이다.
[던전 등급 판정 : 레전더리] [축하합니다. 타이틀 ‘레전더리를 발견한 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몬스터가 대폭 강화됩니다. 던전의 구조가 조금 더 난해해집니다. 트랩의 수가 대폭 증가합니다.] [낮은 확률로 돌연변이 개체가 출몰할 수도 있습니다.] [던전의 보상과 경험치가 대폭 강화됩니다.] [입장할 시 던전 첫 입장 보너스가 적용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와우! 실력갓흥겜! 당연히 입장이지!”
-아니, 운빨똥망겜 수준하고는! 진짜 이게 게임이냐? 라세 망할 새끼들아. 일 똑바로 안 해?!
누구는 10년 동안 9번밖에 경험하지 못했던 레전더리 던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첫 던전이 레전더리일 수도 있는 법이었다.
* * *
카르페는 조심스럽게 던전을 나아갔다. 그의 얼굴에는 이제껏 없던 긴장감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레전더리라고 꼭 좋은 것만은 아니네요. 몬스터가 강해진 만큼 던전 공략 실패 확률도 올라가는 거잖아요.”
-뭐,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많지. 레어 던전을 기준으로 잡고 파티를 꾸렸는데, 막상 유니크 던전이 떠 버려서 파티가 전멸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조금 전처럼, 등급이 판정된 후에 던전에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묻는 선택지가 뜬다.
-하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무섭지.
당연한 말이지만 등급은 상위로 갈수록 뜰 확률이 낮아졌다.
더욱이, 유니크 이상의 등급의 던전은 정말로 보기가 힘들다.
아니, 던전뿐만 아니라 ‘유니크’라는 글자 자체를 게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저가 대다수인 게 현시점의 라세였다.
-레어 등급을 예상해서 전력을 꾸려 왔다고 치자. 하지만 막상 눈앞에 유니크 던전이 뜬다면? 이걸 그냥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견물생심(見物生心).
유니크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벌렁거리고 입술이 마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자기 아군 전력을 고평가하기 시작하면서, 행복회로가 과열되어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레어 등급과 유니크 등급은 보상의 급이 너무나 달랐으니까!
‘야, 그래도 우리가 게임 센스로는 다른 플레이어들 압살하잖냐. 유니크도 비벼 볼 만하지 않아?’
‘맞아. 지난번에 레어 던전 공략했을 때는 너무 쉬웠어. 우리 수준이면 레어 수준은 한참 넘어섰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기 없이 어찌 대박을 노릴쏘냐!’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
그렇게 오버 스펙의 던전에 진입한 대부분의 파티는 급격한 난이도 상승을 이겨내지 못하고 몰살당한다. 괜히 욕심을 부려서, 유니크 보상은커녕 데스 패널티만 먹게 되는 것이다.
-진짜 베테랑이거나 냉철한 이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격하게 되어 있지. 방금 너처럼 말이다.
“……쓰읍. 할 말이 없네요. 게임 참 드럽게 영악하게 만들었네.”
이것이 바로 튜토리얼 배후령 가챠와 더불어서 라세의 2대 죄악이라고 불리는 ‘랜덤 등급 시스템’의 정체였다.
-조금 전에 들어올 때 알림창 봤지? 던전 첫 입장 보너스가 적용된다는 말.
“네. 그게 왜요?”
-이상하지 않냐? 내가 이 던전의 존재를 알고 있는데 왜 네가 첫 번째 입장일까?
“……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
카르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곧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아니, 도출하고 자시고, 이유는 딱 하나뿐이었다.
“천마 형은 이번 회차에서는 이 던전을 들어오지 않은 거군요.”
-그래.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첫째로, 레벨 5 이하라는 제한 때문이었다.
-라세의 세계관은 진짜 넓어. 억 단위의 유저가 샅샅이 뒤져도 아직 비밀이 더 많을 만큼 말이다. 숨겨진 히든 피스나 이스터에그 같은 건 정말 수도 없이 많지.
그리고 그건 시작의 도시 레이씬도 예외가 아니었다. 레이씬 근처에는 ‘대왕 다람쥐의 둥지’이 아닌 다른 히든 던전도 당연히 존재했다.
-이번 회차에서 나는 다른 던전을 클리어했고, 클리어하고 나니까 레벨 5가 넘었지. 이 던전은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오게 된 거야.
“아하. 그래도 이 던전을 포기하고 그 던전을 선택하신 걸 보니, 그 던전 보상이 더 좋았나 보네요.”
-그건 아냐. 보상으로 따지면 이 던전이 더 낫지. 내가 간 던전은 랜덤으로 등급이 정해지는 던전이 아니라 등급이 히어로로 고정된 히든 던전이었어.
“음? 그런데 왜 이 던전을 내버려 두고 그 던전을 선택한 거예요?”
지금 이 대왕 다람쥐 던전은 최소 히어로 등급에서 최대 레전더리 등급까지 뜨는 던전이었다. 그런데 천마가 굳이 이 던전이 아닌, 하위 호환의 던전을 클리어할 이유가 있단 말인가?
“설마, 미래의 자신이 NPC로 박제될 것을 예지하고 최고의 공략집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부러 더 좋은 던전을 남겨놨다는 스토리?”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야. 당연히 두 번째 이유가 있지. 그건…….
“그건?”
천마가 대답하려는 그 순간 땅이 쿵쿵 울리면서 카르페 앞에 던전의 첫 몬스터가 등장했다.
“뀨뀨뀨!!!”
‘대왕 다람쥐의 소굴’이라는 던전의 이름 그대로, 이번에 등장한 몬스터 역시 다람쥐였다.
“……아까 놈보다 더 큰데요?”
필드에서 만난 폭군 다람쥐가 진돗개 정도의 크기였다면, 이번에 등장한 녀석은 무슨 작은 송아지만 한 크기였다.
이쯤 되면 다람쥐라는 이름을 떼야 하지 않을까? 척 봐도 아까 잡았던 녀석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뀨우웃!!!”
“읏! 빨라?!”
놈은 카르페를 발견한 뒤 괴성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필드에서 만난 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다. 카르페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구르며 피했다.
쾅!
“흐억!”
폭군 다람쥐의 거대한 앞니가 카르페 뒤쪽에 있던 커다란 바위와 격돌했다. 놀랍게도, 그 커다란 바위가 부스스 바스러지고 있었다. 다람쥐의 앞니에는 생채기 하나 없이!
“이게 무슨 다람쥐야!”
-딱 보니까 정통으로 맞으면 한 방에 죽겠군. 자, 이제 알겠지? 이게 두 번째 이유다.
천마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던전이 유니크 이상으로 뜨면 깰 자신이 없었거든!
“그런 건 좀 진작 말해요!!”
카르페가 소리를 지르며 다시 한번 바닥을 굴렀다.
콰앙!
다람쥐의 앞니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위 하나가 박살 났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아니, 10년 차! 10년 차도 깬다는 보장이 없는 던전을 제가 어떻게 깨요!”
-아니, 넌 깨. 그러니까 내가 안 말렸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으헉! 피했다!”
-말이 안 되는 건 지금 네 스펙이 말이 안 되는 거고. 엄살떨지 말고 냉정하게 잘 봐라. 너, 지금 단 한 대도 안 맞고 있어.
“어, 어라?”
그러고 보니 그렇다. 아니, 한 대 맞기는커녕 스치지도 않고 있었다. 천마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너, 진짜 희한한 놈이구나. 인간형 몬스터나 인간은 그렇게 잘 잡으면서 짐승 몬스터는 왜 이렇게 당황해? 투기장 2위까지 했었다며?
“그야, 투기장에는 짐승이 안 나오니까 그렇지!”
콰앙!
다시 한번 폭군 다람쥐가 돌진했으나, 카르페는 이번에도 피해냈다. 그새 눈에 익은 것인지 직전보다 훨씬 여유로운 움직임이었다.
“빨라. 빠르긴 한데…….”
그렇다고 반응하지 못할 속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놈의 움직임이 일직선으로 단조로워서 더욱 피하기 쉬웠다.
“어째서?”
-어째서긴. 네 스펙과 피지컬이 깡패라서 그런 거지. 넌 아직 네가 얼마나 괴물인지 감이 안 잡히냐? 다른 정상적인 5레벨 유저였으면 저 속도에 반응도 못 하고 바로 사망이었어.
“천마 형도요?”
-뭔가 하나 착각하는 거 같은데, 난 피지컬이 그렇게 뛰어난 타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운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당연히 못 깨지. 내가 무슨 신이냐?
젠장, 하다못해 내가 이번 회차에서 배후령이랑 스킬 둘 중 하나만이라도 정상적인 걸 뽑았어도, 다람쥐 사체로 산을 쌓았을 거다.
천마는 그렇게 투덜댔다.
“끼에에엑!”
폭군 다람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인지,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지르며 카르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뭐야, 이거 순 직진밖에 못 하는 허당이었잖아?”
푹.
“뀨우우웃!”
이번엔 회피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린 스킨 슬레이어는 히어로 등급의 무기답게, 손쉽게 다람쥐의 살을 파고들었다.
“읏?!”
그러나 필드에서만큼 쉽지는 않았다. 다람쥐가 칼을 맞는 그 순간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 왔다. 카르페는 재빨리 고개를 젖혀 발톱을 피해냈다.
“후우. 위험했네.”
-조심해라. 네가 아무리 스텟 깡패라고 해도 여기 다람쥐 놈들 특성이 ‘방어 관통’이다.
‘방어 관통’은 상대의 체력 스텟과 방어력에 비례해서 추가 데미지를 주는 특성이었다.
레전더리 등급으로 인해 뻥튀기된 다람쥐의 공격력과 방어 관통의 조합이 저세상 난이도를 만들어 내고 만 것!
그야말로 원펀람쥐.
체력 스텟과 HP가 아무리 높아도 한 번 걸리면 그대로 끝나 버리는 헬 난이도가 탄생해 버린 것이다.
카르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결국, 한 대도 안 맞고 다 깨야 한다는 거네요.”
-그러면 타이틀로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고 던전 클리어’가 주어지겠지. 어때? 할 수 있겠어?
천마는 그의 장담대로 훌륭한 공략집이었다.
그러나, 10년 차 공략집이 밥상까지 차려 준 뒤 숟가락으로 떠먹여 준 다 한들, 정작 카르페가 밥을 씹을 능력조차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후우우우.”
카르페가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폭군 다람쥐를 노려봤다.
“무조건 해야죠.”
카르페가 망설임 없이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