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5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52화(152/581)
에픽급 퀘스트가 등장했다는 알림에 천마가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에픽퀘라니. 뜬금없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곳에서 에픽 퀘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은 10년 이상 라세를 해 온 천마조차 알지 못하는 정보였다.
-원래대로라면 그냥 무언가를 찾아 달라는 퀘스트 하나만 던져 주는 게 다란 말이다.
‘그리고 찾아다 주면 보상으로 히어로나 유니크 템을 주고?’
-그래. 그걸로 끝이지. 내가 아는 한 이런 이벤트가 발생한 건 네가 최초야.
그리고 왜 그런 퀘스트가 최초로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퀘스트 조건에 명시되어 있는 ‘드워프와의 호감도가 최대치일 것’.
라세 역사상 이 조건을 달성한 플레이어는 카르페가 유일했던 것이다!
‘그건 좀 의외네요. 5억 플레이어 중에 드워프 호감도 최대치 찍은 사람이 없다고요?’
-……네가 워낙 비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해서 그렇지 호감도 작업, 특히 이종족들 호감도 올리는 건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야.
카르페가 게임을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넘었으니 라세가 출시된 지는 약 9개월에 접어든 셈이었다.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NPC와의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찍기에는 턱 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라세 출시되고 한 2년쯤 지났을 때인가? 유저 최초로 수인족 호감도 최대치로 찍은 놈이 팁 글을 풀었었거든?
‘오. 그 정도면 유명 랭커겠네요?’
-유감스럽게도 전혀 아니야. NPC 호감도 올리는 데 접속 시간을 허비해서 레벨은 엄청 낮았거든. 닉네임이 깐프 어쩌고 하는 놈이었는데…… 아무튼 괴짜로 유명하긴 했지.
그 팁 글에 따르면 인간에게 적대적인 이종족들의 호감도 작업에는 하루 최소 3시간씩, 그렇게 해서 약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와 있었다.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에도 하하 호호 웃어 주며 최대한 비위를 맞춰야 한다.
자청해서 노예가 되는 셈인데 호감도 작업을 하고 있노라면 이게 지금 RPG를 하고 있는 건지 극한직업 – 이세계 편을 찍고 있는 건지 구분이 모호한 지경에 이른다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이것도 인간에게 조금은 ‘덜’ 적대적인 수인족이라서 1년이 걸린 거지, 훨씬 더 적대적인 엘프나 드워프는 상상만 해도 아득하다고 팁 글 말미에 적혀 있었다.
‘아. 겜알못이네. 엘프가 얼마나 친절한 종족인데.’
-그러니까 너만 그런 거라고!
‘흐음. 아무튼 1년이라. 몇 년 동안 발견 못 할 만도 하네요.’
-그래. 엘프 숲을 구한다거나 고대신의 메달을 보유했다거나 하는 비정상적인 이벤트를 겪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사실상 고대신 아스텔의 임시 사도인 카르페만이 수행 가능한 퀘스트인 셈이었다.
-개발자도 이런 식으로 히든 퀘스트가 열릴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 어떤 미친 플레이어가 65레벨에 고대신의 임시 사도가 될 거라 예상하겠냐고. 그것도 하필이면 드워프들의 고대신을 딱 찝어서!
천마는 자신도 모르는 퀘스트가 튀어나오는 게 못마땅한 것인지 계속 푸념을 이어 갔다.
-이거 딱 그 상황이네. 게임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그 상황. 모니터링 운영자들이 ‘티, 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에픽 퀘스트 발동입니다아아!’하고 난리 피우는 그 타이밍이야.
그러면 팀장은 ‘뭐? 1년 뒤에나 시작될 퀘스트가 지금 발동될 리가? 너 이 새끼. 술 먹고 근무하지 말랬지!’ 같은 뻔한 멘트로 신입 직원을 갈구는 게 클리셰 중의 클리셰였다.
-이윽고 신입의 말이 정말이란 것을 깨달은 팀장은 ‘젠장! 망했다! 다들 오늘부터 집 들어갈 생각 하지 마! 이 유저 예의 주시하고!’ 같은 유치한 대사를…… 아니,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아? 누군가가 깨라고 만들어 놓은 게 퀘스트인데 그게 발동되는 게 그렇게나 큰일이냐?
‘……형. 어제는 겜판 읽다 잠들었어요? 갑자기 뜬금없이 폭주하시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 카르페도 궁금하긴 했다.
‘라세에도 모니터링하는 운영자들이 있을까요?’
-글쎄. 운영진 측에 관해선 밝혀진 게 없다 보니 본인들 외엔 아무도 모르겠지.
‘만약에 있다면 전 비정상 플레이어로 찍힌 상태겠네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도 너 못지않게 비정상적으로 플레이한 적 있었는데 아무런 일도 없었으니까. 라세 이놈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지 모르겠다니까.
‘흐음. 진짜 뭐하는 집단이지…….’
천마의 말을 듣고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때, 드워프들은 카르페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사도시여. 부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아, 네. 물론이죠. 제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오오. 정말이십니까? 감사드립니다!”
띠링.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그럼 제가 이 던전에서 족장님을 찾아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족장님이 이미 사망하셨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럴 경우 그분의 유품만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저거야. 내가 원래 알던 퀘스트는 저렇게 물건만 찾아오면 되는 거였어.
일반 유저가 퀘스트를 수행할 경우, 루인데리아니 족장이니 하는 배경 설명은 전혀 없이 그냥 던전에서 누군가의 유품을 찾아 건네주기만 하면 되는 퀘스트였다.
‘……그 말은 족장은 이미 죽었다는 소리네요?’
-그렇겠지. 유품을 찾는 게 쉽진 않을 거야. 여기가 이래 봬도 꽤 넓은 던전이라서.
흐메르 광산 던전은 총 5개 층으로 이뤄져 깊진 않았지만, 한 층 한 층이 매우 넓은 던전이었다.
-그 유품이라는 게 진짜 순수하게 랜덤으로 위치가 정해지는 거라서 공략도 안 먹힌다. 샅샅이 훑어서 찾는 거 외에는 방법이…….
“사도시여. 이것을 받으십시오.”
천마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지스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자그마한 메달.
카르페가 대장장이의 고대신에게서 받은 메달과 똑같은 크기, 똑같은 형태의 메달이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고대신의 메달에는 망치와 모루 두 가지의 문양이 음각되어 있던 반면, 지스가 건네준 메달에는 오로지 모루만이 음각되어 있었다.
“이건?”
“저희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두 보물 중 하나입니다. 각각 망치의 신표(信標)와 모루의 신표라고 부르지요.”
일족의 보물이라고 불리긴 했지만 큰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신에게 하사받은 물건이기에 보물이라 불리는 것이었으니까.
다만, 이 두 신표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었다.
“아하.”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카르페는 지스가 무슨 의도로 이것을 건넸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족장님이 반대쪽 신표를 가지고 있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아직은 거리가 멀어서 반응이 없지만, 가까워질수록 신표가 반응할 것입니다.”
-……내가 퀘스트할 때는 저런 것도 안 줬었는데.
천마가 투덜거렸으나 사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을 고작 퀘스트 몇 개 해 줬다고 인간에게 맡길 리가 없지 않은가.
신표는 고대신의 사도쯤 되어야 믿고 건네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저게 있으면 한결 편하긴 하겠군. 과연 날먹신을 섬기는 사도다운 날먹력이야.
‘이쯤 되면 너무 날로 먹어서 탈 날까 봐 겁나네요.’
물론 그렇다고 안 먹겠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카르페가 신표를 받아들자 지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희는 사도님을 믿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미하일의 상태가 이래서야…….”
임시조치를 하긴 했지만 미하일의 상처는 꽤 깊었다.
혼자서는 제대로 걷기도 힘든 수준이었으니 미하일 홀로 밖으로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 생각에도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도시여. 마지막으로 이것을…….”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미하일이 카르페를 향해 다가와 팔찌 하나를 건넸다.
띠링.
[굳건한 암석의 팔찌] [등급 : 유니크] [착용 제한 : 레벨 60 이상] [붉은 모루 부족의 장인 ‘미하일’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팔찌입니다. 착용자에게 대지의 힘을 부여해 주는 마법의 팔찌입니다.]– 체력 +5
– 근력 +5
– HP +300
[추가 옵션 1 : 물리 데미지 5% 경감.] [추가 옵션 2 : 물리 공격 시 매우 낮은 확률로 상대에게 ‘어스 스톤’ 스킬을 발동합니다(해당 기능으로 발동한 마법은 MP를 소모하지 않습니다).]“혹시 다른 이가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면 보상으로 줄 생각이었습니다만…… 사도께서 요긴하게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덥석.
카르페는 미하일의 양손을 꽉 붙잡으며 호언장담했다.
“저만 믿으십쇼. 제가 꼭 족장님의 흔적을 찾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카르페는 지스와 미하일을 던전 입구까지 데려다준 후, 다시 던전을 진행해 나갔다.
-……누구는 퀘스트를 깨야 얻는 걸 넌 선수금으로 미리 받네. 이게 게임이냐?
“후. 퀘스트를 승낙하는 것만으로도 유니크 템을 주는데 다 클리어하면 뭐 줄지 감도 안 잡히네요. 에픽 퀘스트니까 에픽 템 주겠지? 아, 원래는 히어로에서 유니크 중 랜덤으로 준다고 했으니까 혹시 이것도 에픽에서 신화 중 랜덤으로 주는 게 아닐까?”
-망상도 그쯤 되면 병이다.
“아무튼 최대한 빨리 진행해 보죠. 퀘스트 할 게 엄청 많네.”
광석 수집, 블루 미스릴의 행방, 거기다 에픽 퀘스트까지.
단순히 아이템 강화 좀 하려고 방문했던 곳에서 난데없이 퀘스트 폭탄을 떠안아 버렸다.
-누구는 한 개 받기도 힘든 건데…….
“제가 일복이 있는 타입인가 봐요.”
그리고 보상복은 더더욱 있는 타입이었다. 카르페는 왼손에 장착한 굳건한 암석의 팔찌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카르페는 다시 광산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아가는 와중 청동 골렘의 사체가 여기저기에서 발견됐다.
말할 것도 없이 길리안와 그 수하들의 작품이었다.
띠링.
[중급 철괴를 획득하셨습니다.] [낡은 루비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전부 챙겨서 던전을 진행해 나갔고.
챙챙!
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길리안이 근처에 있나 보네요. 청동 골렘 사냥 중…… 어?”
거기까지 말한 카르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금속음이 어딘가 이질적인 탓이었다.
-이건……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인데? 골렘의 몸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야.
“그러게요?”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청동 골렘은 검 따위를 쓰지 않았다.
“형. 혹시 여기에 청동 골렘 말고 다른 몬스터도 나와요?”
-그야 나오긴 하지. 하지만 그건 다른 층일 때 이야기고. 1층에서는 청동 골렘밖에 안 나와.
그렇다면 저 소리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론은 금방 도출되었다.
드워프 지스는 분명 이렇게 말했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다.’
아마 저기서 길리안과 전투를 벌이는 존재는 그 누군가임이 틀림없었다.
즉, 에픽 퀘스트의 단서라는 소리.
“지금 간다!”
카르페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개시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