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6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61화(161/581)
기어코 해냈구나!
카르페는 건틀릿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건틀릿을 바라보는 그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흐흐흐.”
의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하는데, 지금 카르페는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터져서 죽을 것 같았다.
“후우. 은인 덕분에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설마 제 손으로 14강을 띄우는 날이 올 줄은…….”
“퍼거스의 솜씨가 좋은 덕분이죠.”
“아닙니다. 이 경우에는 제가 오히려 은인을 덕을 본 셈이지요. 저 혼자만으로는 결코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퍼거스는 14강을 띄운 이 경험이 앞으로의 성장에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용맥이 다 차오를 때까지 앞으로 몇 개월은 더 지나야 할 것입니다. 부디 그때가 되면 또 들러주십시오. 저는 그때까지 기술을 더욱 갈고닦겠습니다.”
“오. 그럼 그때는 15강까지 가는 건가요?”
“……그건 아무래도 좀 힘들지 않을는지요.”
“농담입니다.”
카르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반복이 아무리 사기 스킬이기로서니, 무한정 강화 반복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당연한 소리. 반복이 맥강(Max강화)까지 다 통하면 너무 말도 안 되는 개사기 짓거리잖아. 게임 밸런스 상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들은 10강도 제대로 못 띄워서 빌빌거리는데 혼자서 20강 들고 미개척 지역 뚫고 다니면, 그게 게임이냐? 프리 섭 유사 게임이지.
‘하지만 정말 라세가 유사 게임이라면? 밸런스 밥 말아 먹은 똥겜 오브 똥겜이라 맥강까지 뚫리는 게 진실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니까?
‘만에 만에 하나 진짜 그러면?’
-그럼 강제로 회귀한 다음 라세 본사에 불 지르러 간다. 그딴 게임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돼.
사실 카르페 역시 그건 너무 말도 안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숱한 RPG를 찍어 먹어 본바, 대부분의 RPG에서 강화는 엔드 컨텐츠로 분류된다.
정말 고이고 고이고 고인 게임에서도 맥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스킬 하나 익혔다고 맥강까지 뚫어 버린다?
그건 모든 상태 이상을 풀어 버리는 해금보다도 훨씬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갓금, 갓복! 크으. 이쯤 되면 스킬 등급에 의미가 없네요. 10성이나 0성이나 하나같이 개사기 스킬들이라니.’
-원래라면 존재하지 않는 등급의 스킬이니까 그런 거겠지.
‘등급 외 스킬이라…… 이쯤 되면 또 궁금해지는데.’
-궁금해? 뭐가?
‘아직 등급 외가 하나 더 남아 있잖아요.’
카르페가 보유한 타이틀 ‘세 개의 최초’는 서버 최초의 10성 스킬, 0성 배후령, 그리고 0성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타이틀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10성 배후령. 이것도 당연히 있겠죠?’
-흐음. 그게 자연스러운 흐름이긴 하지. 그런데 그건 진짜 어떻게 얻을지 짐작도 안 가는데? 아예 단서조차 없어.
‘아! 0성 배후령이 0성 스킬을 줬듯이, 10성 스킬이 10성 배후령을 얻는 열쇠가 아닐까요?’
-……해금이 10성 배후령을 얻을 수 있는 열쇠라고?
카르페의 의견에 천마도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해금이 워낙 베일에 싸인 놈이라 확언은 못 하겠다만…… 아마, 아니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따지면 9성 스킬이 9성 배후령을 얻는 열쇠이게?
‘끄응…… 그것도 그런가.’
-차라리 9성 배후령들 10마리쯤 잡아서 제물로 바치는 게 더 그럴싸하겠다.
‘오?!’
-오?! 같은 소리 하네……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어. 10성 배후령에 제일 근접해 있는 플레이어는 너일 테니까. 아마도.
뜬금없이 다른 유저가 10성 배후령을 뽑는 것보단 세 개의 최초를 보유한 유저가 네 개의 최초까지 달성하는 게 훨씬 말이 된다.
-너 말고 다른 놈들이 10성 배후령 먹는 건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아니, 잠깐만.
천마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는 듯 카르페를 쳐다봤다.
-만약 네가 10성 배후령 얻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건데?
‘어?’
라세 대부분의 유저는 최초 뽑기에서 뽑은 배후령이 평생의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라는 게 100%를 의미하는 건 아니었고, 일부 극히 예외적인 경우도 분명 존재하긴 했다.
모종의 히든 퀘스트와 이벤트 등을 통해서 기존의 배후령을 다른 배후령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천마 역시 지금까지 플레이 중 몇 번이나 배후령을 교체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 ‘교체’다.
라세는 플레이어 한 명당 배후령 하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배후령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기존의 배후령을 버려야 했다!
-…….
‘…….’
-다시 생각해 보니까 10성 배후령은 없을 가능성이 크겠다. 아니, 가능성이 아니라 그냥 없어. 세 개의 최초가 끝이야.
‘……말이 갑자기 바뀌네요?’
-이런 비생산적인 대화를 굳이 지금 해야 할까? 눈앞의 스토리에나 집중하는 게 낫지.
‘눈을 못 마주치시네.’
-이럴 시간이 없어. 갈 길이 구만리다. 네 번째 유물 제작 안 할 거냐고!
‘알았으니까 제발 진정 좀 하세요. 10성 배후령이 아니라 100성 배후령이라도 바꿀 생각 없으니까. 아무렴. 천마 형이 최고지.’
-……너!
천마는 예상치 못한 카르페의 발언에 순간적으로 감동에 젖었으나.
‘배후령 교체하면 배후령 스킬인 반복까지 같이 날아가는 거잖아요? 아, 어림도 없지! 반복 맛을 이렇게 봤는데 그걸 교체할 리가?’
-……망할 놈의 새끼. 잠시라도 감동한 내가 등신이다.
카르페는 툴툴거리는 천마를 보며 피식 웃었다.
반복을 별개로 둬도 교체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카르페는 굳이 그 생각까지 언급하진 않았다.
“그럼 이제 떠나시는 겁니까?”
“네. 볼일을 마쳤으니 가 봐야죠. 강화해 주신 물품은 요긴하게 사용할게요.”
“하하. 다음에 또 방문해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은인이시여. 나가려면 그쪽 문이 아니라 뒤쪽 문을 이용하시지요. 그쪽 앞에는 사람이 많은지라…… 이목이 집중될 것입니다.”
“응? 아아, 맞아. 그랬었죠.”
카르페는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
퍼거스는 얼마 전 자신을 도와준 한 유저에게 보상으로 강화를 진행해 줬었다.
무려 히어로템을 +9 강화까지 말이다.
다른 강화소의 NPC들은 7강도 버거워하는데 퍼거스는 9강을 너무나 쉽게 달성해 버렸고, 곧 퍼거스의 소문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 퍼거스의 강화소 앞에는 유저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퍼거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곤란한 일입니다. 단순히 산책조차 맘 편히 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무튼 앞문은 괜한 분란이 생기실 수도 있으니 뒤쪽 문을…….”
“제가 도움을 좀 드릴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 앞에 몰린 사람들 때문에 곤란하시잖아요. 제가 치워 드리겠습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게 가능합니까? 도시 내에서 폭력을 사용하면 금방 경비대가 출동할 겁니다.”
“에이. 절 어떻게 보시고. 평화적으로 할 겁니다. 평화적으로.”
“……그렇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아직 영업보다는 솜씨 연마에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맡겨 주세요.”
카르페의 호언장담에 천마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뭔 소리야? 네가 무슨 수로 유저들을 해산시켜? 강화에 미친 인간들이 네 말을 순순히 듣겠냐?
‘그거야 당연히 안 듣겠죠. 하지만 다 방법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없었는데 강화를 진행하는 도중에 방법이 생겨 버렸다.
-이번엔 대체 뭔 짓을 벌이려고…….
‘딱 지켜보십쇼. 성능 확실할 테니까.’
* * *
카르페가 강화를 끝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퍼거스의 강화소 앞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어떻게든 퍼거스에게 잘 보이고자 몇 날 며칠이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강화의 마력이란 이토록 무서운 것이었다.
벌컥!
“나왔다!”
“퍼거스 님! 질 좋은 광석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여기 구해 왔습니다!”
“와. 지금 청동석가지고 좋은 광석이라고 하는 거야? 퍼거스 님. 여기 순도 높은 철광석입니다!”
“너, 뭐야? 왜 남의 호감도 작에 행패를 부려!”
강화소 앞은 마치 시장바닥을 연상케 했다.
유저들이 저마다 소리를 치며 관심을 갈구하는 통에 문밖으로 나서려 했던 퍼거스의 안색이 순간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아, 나도 이제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NPC 비위 맞추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가 뭔데 이렇게 뻣뻣하냐고!”
“저 강화소 안에 비밀이 있을 거야! 저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돼!”
유저들 일부가 폭주해서 강화소 안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시스템상 진입 불가 판정을 받은 장소였지만, 이미 짜증과 분노로 이성이 마비된 그들에게는 그 사실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 때려 부숴!”
“그래. 내가 가지지 못하면 다른 사람들도 못 가져야 해!”
“공평하게 다 같이 강화하지 말자!”
심지어 무기를 들고 강화소를 부수려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마비된 이성조차 한순간에 되돌릴 만큼 충격적인 메시지가 유저들 앞에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루인데리아 연방국의 수도 ‘루이실란’의 한 강화소에서 ???님이 +13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루인데리아 연방국의 수도 ‘루이실란’의 한 강화소에서 ???님이 +14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어? 시스템 메시지?”
“뭐야? 라세에 이런 것도 있었…….”
“……허억?!”
일동 단체 스턴.
메시지를 확인한 유저들은 자신의 두 눈과 뇌를 의심했다. 거기에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메시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들은.
“뭐야! 14강?! 이게 버그 아니고 찐이라고?!”
“시스템 메시지니 당연히 진짜겠지! 루이실란이면 여기잖아?”
“미친. 13강, 14강이 연속으로 붙었다는 얘긴데…… 그게 말이 되냐? 공식적으로 알려진 12강도 없는 판인데!”
사람들은 단체로 혼란에 빠졌고 이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냐! 어디야!”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귓말 주세요. 두둑하게 사례하겠습니다!”
“고작 9강에 집착할 때가 아니군. 길드에 연락해야겠어.”
“퍼거스는 아니야! 딴곳이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퍼거스의 강화소 앞에서 흩어졌다.
퍼거스가 문밖으로 나온 직후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했으니, 퍼거스가 14 강화의 주인공일 리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것이 바로 카르페의 노림수였다.
라세 유저 중 유일하게 13강을 달성한 카르페만이 ‘강화 메시지 딜레이’ 기능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허. 이방인들이란…….”
퍼거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강화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시각 카르페는.
퍼억!
[그린 자이언트를 쓰러뜨리셨습니다!]“캬! 몹이 녹네 녹아! 이것이 14강인가? 이것이 행성파괴 무기인가!”
새로운 무기를 시운전하며 행복라세를 구가하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