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6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62화(162/581)
14강이 등장했다는 시스템 메시지.
당연하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미친. 지금 내가 뭘 본 거냐?”
“버그 터진 거 같은데? 어쩐지 지금까지 버그 하나 없더라니, 원기옥 모은 다음 역대급으로 터뜨리려 그랬던 거네.”
“그게 맞지. 13강만 떴으면 그래도 납득 가능한 범위인데 13강, 14강이 연속으로 뜨면…… 그냥 버그 말고는 답이 없잖아? 공식적으로 알려진 12강도 없는 판국인데.”
단순히 버그로 메시지가 등장했다고 여기는 부류가 있는 반면.
“드디어 때가 왔구나! 오랜 기다림이었다.”
“마침 지금은 12간지의 인(寅)이 4번 겹치는 때군.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 사인(四寅)의 기운이 모였다. 호랑이처럼 용맹하게 강화하라는 하늘의 뜻이다.”
“강화가 몰아서 뜬다는 건 과학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사실이지. 지금이 타이밍이다!”
“강화소 추천 좀 해 주세요! 성공하면 사례금 드립니다!”
“님. 저기 스미스 씨 공방이 잘 붙는다고 하더라구요. 어쩌면 14강도 거기서 성공했을지도?”
“감사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루인데리아의 강화소로 달려가는 부류들도 많았다.
훗날 한 정보 사이트의 통계치에 따르면, 이날 루인데리아의 수도인 루이실란으로 접속 유저의 31%가 몰리며 접속 밀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게임 내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봤던 이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라세 밖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아오, 하필 오늘 접속 시간 다 쓰고 나서 일이 터지냐! 강화할 무기 준비해 놨었는데!
-다 부질없다. 라세가 될놈될인 거 하루 이틀이냐? 그리고 우리는 안 될 놈들인 거 알잖아…….
-ㅁㅊ ㅋㅋㅋ 경매장 강화 관련 아이템들 가격 실시간 폭등 중이네. 내일 접속하면 물량 없겠다.
-13, 14강 연속으로 띄울 운이면…… 미국 슈퍼볼 1등 당첨보다 확률 낮을 거 같은데? 와, 전생에 나라를 몇 번쯤 구하면 저게 붙냐?
-조만간 누가 랭킹 급등하면 그 사람이 범인임.
-부럽다…… 그저 부럽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도대체 14강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쏠렸지만, 닉네임 비공개인 유저를 찾아낼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14강의 주인 대신, 어느 한 유저에게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랭킹 299위의 플레이어 ‘모어 아자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야! 아자르 방송 켰다!
-헐. 지금 이 타이밍에 방송을 켰다는 건…….
-설마?
아자르는 두 가지 의미로 유명한 플레이어였다.
하나는 중동 석유 재벌의 3세로 돈 지랄이 어마어마하다는 점.
그리고 또 하나는 그가 게임을 썩 잘하지는 못한다는 점이었다.
최상위 랭커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피지컬과 플레이 센스는 라세 평균보다도 살짝 아래인 수준. 아자르 본인이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하디 평범한 플레이어가 299위라는 최상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그의 돈 지랄만큼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유니크 템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심지어 그중 다섯 부위는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그뿐인가. 모든 장비를 +9강을 완료했고, 그중 2개는 10강이었다!
그리고 장비 중 하나는 무려…….
‘컨트롤이요? 하하. 글쎄요. 이런 말이 있죠.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에서는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 거예요.
튼튼한 갑옷과 강력한 무기가 있으면 컨트롤은 좀 딸려도 되는 거죠.
사람 피지컬이 차이가 나 봐야 얼마나 나겠습니까? 100m 세계 신기록 보유자와 100m 세계 랭킹 1,000위쯤인 사람이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납니까? 아뇨, 아마 1초도 차이가 안 날 겁니다. 하지만 아이템은 달라요. 정말 끝도 없이 차이가 나죠.
아, 100m에서는 1초도 어마어마한 차이라고요? 하하.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쪽 업계는 잘 몰라서요. 뭐, 그래 봤자 1초겠지만.’
아자르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가 남긴 어록은 박제되어서 수많은 팬과 안티팬을 만들었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했다.
그가 라세 최고의 템귀(아이템귀족)라는 것.
아자르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플레이어 중 라세 ‘최고강 무기’를 보유한 플레이어였던 것이다!
그런 아자르가 이 타이밍에 방송을 켰으니, 유저들이 환호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아자르의 라이브 방송에는 이미 수십만의 유저가 몰린 상태였다.
방송에는 익숙한 거리가 보였다.
바로 루이실란의 공방 거리.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작이 맞았음을 깨닫고 환호했다.
-그래. 지존템귀 자존심이 있지. 이걸 그냥 넘길 순 없지!
-오일 머니의 힘을 보여 줘!
아자르는 시청자 수가 정확히 100만을 찍었을 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자르입니다. 방송으로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다들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그렇게 운을 떼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좀 특별한 무기를 들고 있습니다. 바로 이 녀석이죠.”
아자르는 그렇게 말하며 한 자루의 롱 소드를 꺼내 보였다. 칼날 부근에 어린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이, 초보자가 보아도 보통 템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11강 유니크 검. 데모닉 블러드입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라세 최고강 검이었죠.”
아자르는 명백히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누가 14강을 띄워 버렸네요. 이야, 정말 대단한 운입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떴으니 버그는 아닐 테고…… 개인적으로 만나서 비결 좀 듣고 싶네요.”
쾌활하게 방송을 진행하는 그가 꼴 보기 싫었는지 누군가가 시비조로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아자르는 팬만큼이나 안티팬이 많았다.
-10성 배후령 : ㅋㅋ 아자르 쿨한 척하네. 자존심 상해서 이 악무는 거 보이는데?
-morning : 어금니 괜춘?
-Suming : 어딜 가나 관종들이 있네. 낄끼빠빠 몰라? 지금 중요한 순간인데 부정 타면 책임질 거야?
-플라네스 : 관리자 뭐 하냐? 분탕들 안 쳐 내고.
아자르는 실시간으로 채팅을 확인한 후, 피식 웃었다.
“자존심 상할 게 뭐 있습니까? 제가 더 잘났는데. 최고강이라는 트로피를 뺏기긴 했지만, 그저 그뿐이죠. 14강 간 친구. 그거 아마 노말 아이템일걸요?”
라세는 노말부터 레전더리까지 일반적인 RPG와 유사한 아이템 등급 체계를 따른다.
그리고 아이템이 고등급이면 고등급일수록 아이템 강화 확률이 훨씬 떨어졌다.
“14강 노말템보다는 11강 유니크 템이 훨씬 가치 있죠. 제가 자존심 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잉여특공대 : 그건 맞지. 아마 노말템에다가 렙제도 낮을 듯.
-아스트 : 뭔 소리 하나 했더니 정신승리였네;; 14강이 유니크일 수도 있지.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수없이 아이템을 깨 먹으면서 느낀 건데, 유니크는 13, 14가 연속으로 붙을 수가 없어요. 그게 되면 진짜 버그지. 아, 아니다. 혹시 또 모르죠. 히든 퀘스트로 강화 100% 성공 촉매제, 뭐 이런 게 있다면 될지도?”
-뀨뀨사랑 : 그런 거 있으면 100만 달러 주고서라도 산다.
“저는 500만 달러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튼 11강까지 직접 띄워 본 제가 하는 말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14강 저건 노말, 높게 쳐 줘도 매직 등급입니다.”
-정효빈 : 혹시 그 사람 강화 실패해도 무한으로 반복할 수 있는 스킬 있는 거 아님?
“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헛소리네요. 자,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노말템이라고 해도 14강은 아주 대단한 업적이죠. 11강 유니크보다 못하긴 하지만요.”
-hy : 추하다. 자르야…….
-문석규 : 자하다. 추르야…….
아자르는 어느새 한 강화소에 도착해 있었고, 그의 주위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전부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였다.
“아, 한 가지 정정해야겠네요. 자존심이 살짝 상하긴 했습니다. 제 발밑까지 누군가가 따라왔다는 게요. 그래서 좀 더 높이 올라가 보려고요”
아자르의 발언과 함께 채팅창에는 재수 없다는 채팅이 무수히 올라왔지만, 아자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관종끼가 다분한 그로서는 오히려 아주 기꺼웠다.
그는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크게 외쳤다.
“지금부터 유니크 12강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성공 시 추첨으로 경품 이벤트까지 갑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 그야말로 채팅창이 폭발해 버렸다.
-말없는 다람쥐 : (대충 다람쥐가 허공에 돈 뿌리는 이모티콘)
-팽수팬 : 역시 아자르! 난 널 믿었다고!
-지연천 : 아자르님. 혹시 집안에 애완동물 자리 하나 남지 않습니까? 조심스럽게 입후보해 봅니다.
분위기를 탄 아자르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았다.
그는 공방의 강화 대장장이에게 걸어가 자신의 무기를 모루 위에 올려놓았다.
“오오. 자네 왔는가? 이건…… 내가 11강으로 만들어 줬던 그 녀석이군!”
대장장이는 아자르를 살갑게 맞아주었다.
이곳 공방은 아자르의 단골 가게였고 VVVIP 고객인 아자르는 이미 대장장이와의 호감도가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흐음. 꽤 험하게 썼군. 하지만 걱정 말게. 금방 수리…….”
“아니. 이번엔 수리가 아닌 강화를 할 거야.”
“……자네, 제정신인가? 이 검은 이미 11강이네만.”
대장장이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아자르를 쳐다봤지만 아자르는 단호했다.
“정말이야. 진행해.”
“진심인가? 나야, 돈만 받으면 상관없지만 자네와의 정을 생각해서 그러는 게야. 이건 너무 희박해.”
아자르도 알고 있었다.
대장장이의 말처럼 성공 확률이 극도로 희박하다는 것을.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방송에서는 최대한 냉정함을 가장하고 정신승리를 했으나 ‘혹시 저 14강이 히어로 등급, 아니 정말로 유니크 등급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게임 재능으로 지는 건 용납할 수 있었으나 아이템으로 지는 건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 아이템이야, 터져도 또 구하면 그만이잖아?
돈으로 할 수 없는 건 없어. 만약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건 돈이 모자라서 그런 거야.
다행히 자신에게는 썩어날 정도로 많은 돈이 있었다.
“괜찮아. 강화해 줘.”
“제발, 제발 다시 생각하게. 다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으음.”
대장장이가 너무 격렬하게 말리자 아자르의 기세도 조금 누그러졌다.
동시에 머리에 쏠린 피가 식으면서 냉정해졌다.
그래. 14강을 띄운 게 누군지도 모르는데 괜히 열 내서 모험할 필요가…….
그때였다. 라이브 채팅창에 유독 눈에 띄는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 ?? : 지른다는 놈 어디 감? 왤케 버퍼링이 길어?
-?? ?? : 쯔쯔. 이럴 거면 입을 털지나 말던가.
-?? ?? : 하긴 이해한다.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니가 아무리 석유 재벌이라도 이건 못하지 ㅋㅋ
-?? ?? :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만 한다.
-?? ?? : 쫄?
‘이 새끼가!!!’
그 채팅을 보는 순간 아자르는 다시 눈이 뒤집히고 말았다.
“강화 진행해. 또 말하게 하면 다른 가게로 갈 거야.”
“흠. 그렇다면야 알겠네. 날 원망하지 말게나.”
대장장이는 망치를 들었다.
강화소 안의 모든 시선이 그 망치를 따라갔다.
“간다!”
“가즈아아!”
대장장이와 아자르의 기합 소리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그 순간, 망치가 힘차게 휘둘러졌다.
태앵!
그리고 울려 퍼지는 둔탁한 소리!
동시에 11강 데모닉 블러드가 땡그랑! 두 동강 나고 말았다.
“…….”
“…….”
누구나 예상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적인 결과에 다들 침묵했다.
그렇게 약 5초의 시간이 지난 후, 아자르가 겨우 소리를 짜내었다.
“……어? 어?”
“……망치 끝에 걸린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소.”
“실내에서 무슨 달빛이야! 이 미친 영감탱이야아아악!!!”
그 순간 떠오르는 채팅 하나.
-?? ??님께서 1달러를 후원하셨습니다.
-?? ?? : ㄲㅂ. 소소하지만 복구하는 데 보태 써라.
“으아아아아!”
아자르가 광분하자 다른 유저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우와! 11강 유니크가 터졌어! 이걸 내 눈으로 보다니!”
“야! 11강 유니크가 제물로 바쳐졌다! 질러라!”
“우주의 균형은 완벽하지. 11강이 날아갔으면 새로운 11강이 탄생하게 되어 있어!”
유저들은 너도나도 강화소로 돌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라세 오픈 이후 최고의 강화대란이 발발하고 말았다.
* * *
“어, 잠시 룸 다녀온다더니 금방 돌아왔네요? 영상 편집은 다 했어요?”
-아니, 조금 하다가 말았어. 재밌는 일이 발생해서 그거 구경 좀 하느라.
“재밌는 일?”
-아, 고놈 그거 살살 긁는 재미가 있네. 오랜만에 스트레스 제대로 풀었다. 흐흐흐. 어딜 고작 유니크 템으로 뻐겨 뻐기긴? 애초에 거래 가능 유니크를 12강 성공해 봤자 나중에는 도태될 뿐인지. 진짜 좋은 건 귀속으로만 얻을 수 있다고. 재벌 애송아.
“???”
-아, 1달러만 더 쓸 걸 그랬나?
“아, 뭔 소리야! 같이 좀 웃자고요!”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