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6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65화(165/581)
한조는 반가움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간 격조했소이다. 투신!”
“그래. 오랜만이네.”
지난번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후 핸드폰으로 몇 번 메시지를 주고받기는 했으나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넓은 라세의 세상에서 또다시 우연히 마주칠 줄이야! 어떻게 생각하시오. 투신? 우연도 세 번이면 필연이라는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것도 벌써 세 번째라오.”
“확실히 신기하긴 하네.”
같이 게임 시간을 맞추자고 한 것도 아니고, 따로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주치는 건 확실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운명이니 어쩌니 하는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보니 그래도 반갑기는 했다.
“그래. 여기는 무슨 일로? 역시 퀘스트인가?”
“후후. 그렇소이다. 아주 훌륭한 퀘스트를 받았지. 보상을 들으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오. 어떻소? 궁금하외까?”
“아니, 크게 궁금하지는 않은…….”
“궁금하다면 어쩔 수 없군! 원래라면 극비로 해야 할 일이지만 투신께는 받은 은혜가 있으니 특별히 말해 드리겠소!”
“……여전히 사람 말은 잘 안 듣네.”
카르페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한조는 카르페에게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실은 소인이 배후령에게 특별한 퀘스트를 받았소이다. 바로 배후령이 남긴 특별한 장비를 찾는 퀘스트라오.”
“어? 특별한 장비?”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재밌는 내용이었다.
카르페가 반응을 보이자 한조는 ‘그럼 그렇지’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갔다.
“이미 투신도 알고 있으리라 보지만, 배후령들은 매우 까탈스럽다오. 특히 고등급의 배후령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지. 7성 이상쯤 되는 배후령이면 그 콧대가 도도하기 짝이 없다오.”
한조는 ‘너쯤 되는 존재면 최소 8성, 어쩌면 9성 배후령이니까 잘 알지 않느냐?’라는 뉘앙스로 한 말이겠지만…… 실상은 완전히 반대였다.
하지만 배후령 등급이 높을수록 콧대가 높다는 부분에는 적극 동의할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배후령 등급이 낮을수록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는 소리였으니까!
-……너 혹시, 지금 되게 무례한 생각하지 않았냐?
‘전혀요? 가만히 있던 생사람은 왜 잡으십니까? 혹시 찔리시는 거라도 있으신지?’
-……아니면 말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라세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배후령 천마는 끝까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배후령과 얼마나 빨리 친해지는지가 빠른 성장의 핵심적인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오. 배후령 스킬은 말할 것도 없고 강신 스킬, 그리고 배후령이 편파적으로 특별한 퀘스트를 몰아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그 특별한 퀘스트 중 하나가 바로 ‘배후령 장비 퀘스트’였다.
배후령은 지구의 신화나 전설 그리고 실존 인물을 따와서 만들어진 존재였기에 그 인물의 일화와 관련된 장비도 있기 마련이었다.
7성 배후령 조조 맹덕의 ‘의천검(倚天劍)’.
마찬가지로 7성 배후령 롤랑의 ‘듀란달(Durandal)’ 같은 것들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아, 게임 처음 할 때 공략집에서 스쳐 지나가며 봤던 기억이 있네. 그런데 그걸 실제로 얻은 사람은 없어서 도시 전설이라는 말이 있던데.”
“그렇지 않소. 실제로 소인이 배후령 장비 퀘스트를 받았으니까. 후후.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소인은 배후령의 힘이 담긴 레전더리 장비를 획득하게 될 것이오!”
-흠. 대단한데? 배후령이 자신의 사도에게 장비 퀘스트를 부여하려면 배후령 등급이 최소 6성은 돼야 가능한데 말이지.
당연한 말이지만 배후령이 유명해야 그 장비도 유명한 법이다.
여포가 방천화극을 휘둘렀고, 아서왕이 엑스칼리버를 뽑았다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알지만, 이름만 겨우 들어봤을 듯 말 듯한 위인의 무기 이름 따위를 어찌 알겠는가.
무기의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은 그 주인이 그만큼 유명한 위인이라는 소리였고, 유명하다는 것은 곧 배후령 등급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6성 이상 배후령들은 성격이 개차반이 경우가 대부분이야. 그런데 그런 배후령에게 벌써 장비 퀘스트를 받았다라…… 상성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군.
배후령 장비는 그 배후령을 뽑은 수많은 유저 중 ‘오직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장비였다.
즉, 그 배후령을 뽑은 유저 중 호감도 1등을 달성한 유저에게만 주어지는 퀘스트라는 소리였다.
그런 희귀한 특성 때문에 배후령 장비는 최소 ‘레전더리’ 등급부터 시작한다.
-참고로 6, 7성 배후령일 경우는 배후령 장비가 레전더리 등급이고 8성인 경우는 레전더리+, 9성 배후령일 경우에는 에픽이야.
‘오. 형은 다 얻어 본 모양이네요?’
-당연하지. 내 라세 짬밥이 몇 년인데. 내가 9성 배후령 장비 퀘스트 깨려고 진짜 얼마나 굴렀는지 차마 말도 못 할 정도다. 소설로 치면 세 권 분량은 나올걸. 물론, 고생한 만큼 성능은 확실했지만.
천마는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하겠…….
‘크으. 배후령 장비라니 부럽다. 우리 배후령은 그런 거 없나? 배후령 장비.’
-…….
‘없냐고.’
-……내 방에 있는 프라모델이라도 몇 점 쥐어다 주랴?
‘……됐습니다.’
-크흠. 내 지식만 있어도 그런 배후령 장비 10개보다도 더 가치 있는데 굳이 장비까지 있어야 하나.
‘뭐, 그건 그렇긴 하죠.’
9성 배후령이 확정적으로 배후령 장비를 준다고 해도 천마랑 바꿀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조가 조금 부럽기는 했다. 아주 조금.
“대단한데? 배후령 호감도를 최대치까지 찍었구나.”
“후후. 아직 최대치까지는 아니라오. 운이 좋았소이다. 이번 배후령과는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 같소. 아마 전 회차에서 크게 액땜한 것이 효과를 본 모양이오.”
“아, 액땜이면 그럴 수 있지.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야. 배후령 잘못 뽑으면 필히 2회차를 해야겠네.”
“후후. 바로 그렇소이다.”
“레전더리 아이템이라. 무슨 아이템인데?”
“흐음. 아무리 투신이라도 아이템의 이름까지는 알려 줄 수 없다오. 그러면 내 배후령이 어떤 배후령인지까지 들키게 되니 말이오.”
“아, 그렇군. 미안. 실언이었어.”
“괜찮소이다.”
라세 유저들 사이에서 다른 유저의 배후령을 묻는 건 금기시되는 행위였다.
플레이어의 직업은 배후령의 직업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고, 배후령의 정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플레이어가 어떤 직업, 어떤 스타일로 싸울지 대충 예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배후령이 ‘불멸의 기사 -롤랑’이라는 걸 알게 될 경우, 상대가 탱킹 스킬을 활용한 돌격형 전법으로 나올 게 대충 예상된다는 소리였다.
때문에 배후령 공개는 이 사람이 절대로 내 적이 될 것 같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아주 친한 친구나 연인 같은 경우에만 서로 공개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음! 아니지.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제 둘도 없는 절친 사이가 아니오? 배후령은 서로 공개해도 문제없을 거 같소이다!”
“아니,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그렇소이까.”
한조는 조금 실망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천마를 공개할 수도 없었고, 공개한다고 해서 믿을지나 의문이었다.
“민감한 사안이니 어쩔 수 없구려. 그 대신 아이템 종류까지는 말씀드리겠소. 소인이 얻을 아이템은 바로 ‘허리띠’라오.”
“어? 허리띠?”
“후후. 놀랐소이까? 하긴, 이해하오. 라세에 그런 부위가 있는지도 모르는 유저가 대부분…….”
“그거 히든 부위잖아. 견갑, 속장갑 같은 거. 와, 그쪽 부위는 얻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대박이네.”
“……어째서 히든 부위를 알고 있소이까? 소인도 정말 극비로 얻은 정보이거늘?”
“나도 있거든. 히든 부위.”
“그, 그게 정말이오?”
한조는 예상도 못 했는지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내 감탄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정말 대단하구려. 이번에야말로 내가 투신보다 앞서가는 게 있다고 생각했거늘 소인의 오만이었소. 그러고 보니 레벨 차도 더 벌어졌군.”
친구창을 활성화해서 확인해 보니 한조의 레벨은 57이었다.
카르페의 레벨이 65였으니 정확히 8렙 차.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5렙 차였는데 오히려 더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건 볼 때마다 이해가 안 될 지경이오. 소인도 최단 레벨 업 루트로 달려왔거늘. 어떻게 더 차이가 벌어진단 말이오? 그 레벨에서는 경험치도 엄청 더디게 오를 텐데!”
“으음. 어쩌다 보니? 그냥 열심히 하니까 쭉쭉 오르던데.”
“과연 투신! 소인도 질 수 없소. 그럼 이만 퀘스트를 수행하러 가 보겠소이다.”
“그래. 다음에 기회 되면 파티 사냥이라도 같이하자.”
“그게 정말이오?!”
“으, 응?”
카르페는 그냥 ‘어, 시간 되면 밥이나 한 끼 하자’ 같은 느낌으로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반응은 격렬했다.
“투신과의 공투(共鬪)를 마다할 수 없지. 좋소. 언제든 찾아주시오!”
한조는 그렇게 말한 뒤, 어딘가를 향해서 달려갔다.
“후우. 지친다. 저 컨셉은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응? 형. 뭘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고 있어요?”
-아니, 뭐 좀 떠올리려고 하는데 생각이 잘 안 나서. 아오. 이게 기억이 날듯 말 듯 한데.
“도대체 뭘요?”
-아까 쟤가 말한 거. 허리띠를 신물로 하는 배후령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아, 확실히 독특하긴 하네요.”
검이나, 창, 활. 뭐, 이런 대중적인 무기였다면 후보군이 너무나 많아서 추측이 어려웠겠지만, 허리띠를 신물로 하는 배후령은 범위가 확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 미치겠네. 날 듯 말 듯 안 나! 신화 쪽이었던 거 같은데.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해요? 쟤랑 딱히 싸울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런 거지. 아오. 이거 못 떠올리면 오늘 잠은 다 잤다.
“아무튼 그건 그거고. 페가수스 잡으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그건 별로 안 멀어. 페가수스는 여기서 가까운 던전의 보스로 등장하니까.
“어? 던전? 필드가 아니라?”
유니콘이나 페가수스나 둘 다 말이다 보니 당연히 필드 보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페가수스는 딱히 유니콘처럼 찾기 힘든 히든 보스가 아니야. ‘신성의 요람’이라는 일반 던전의 보스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속성 몬스터들이 주로 등장하는 던전이다.
“던전 안에 있는 페가수스라니. 별로 안 어울리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어쩌겠냐. 개발사가 그렇게 만든걸. 아, 저쪽으로 가면 돼.
* * *
카르페는 천마가 가리킨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천마의 말대로 던전은 아주 가까웠다. 도시를 벗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입구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파티를 구인하고 있었다.
“와. 여기도 사람 엄청 많네요.”
-경험치도 좋고. 드랍템도 좋으니까. 나름 인기 사냥터 중 한 곳이야.
“어,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인데…….”
카르페는 파티를 구인하는 사람들을 보며 뭔가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이상한 느낌이 무엇인지도 이내 눈치챌 수 있었다.
“70렙 탱커입니다. 같이 페어로 들어가실 여성 딜러분 모셔요!”
“68렙 힐러예요! 같이 들어가실 딜탱 남성분 없으신가요!”
다른 파티 구인소와 달리 남성은 오직 여성만을, 여성은 오직 남성 파티원만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아, 미친. 이걸 깜빡하고 있었네. 맞아. 여기 남녀 페어 던전이었지.
“……헐?”
남녀 페어 던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성의 요람’ 던전은 남녀 각각 1명씩 총 2명의 파티원으로만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이었다.
“아니, 무슨 그딴 해괴한 컨셉이 다 있어!”
-그러게 말이다. 뭐하러 이딴 던전을 만들어 놨는지. 솔로들 기만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형은 왜 이걸 까먹고 있었어요? 까먹고 싶어도 까먹기 힘든 컨셉 인 거 같은데.”
-……잊고 싶은 아픈 추억이 있던 곳이라 뇌에서 삭제하고 있었나 봐.
“아픈 추억?”
천마의 아픈 과거라니?
도대체 얼마나 아픈 기억이기에 뇌리에서 지워 버릴 정도로 상처를 받은 것일까.
카르페는 이걸 물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좀 망설였지만, 천마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거든. 10년 넘도록 라세 하면서 단 한 번도. 여성 유저와 파티플이라…… 훗. 그래. 그런 걸 꿈꾸던 시절도 있긴 했지.
“……아.”
갑자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어차피 다른 대체 사냥터도 많고. 난 굳이 페가수스를 잡아야 했던 것도 아니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울지 말고 그만 변명해요. 나도 울음 터질 것 같으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자신도 파티를 구해야 할 판이었다.
어디 적당한 유저 없나 구인소를 두리번거리던 그 순간.
카르페는 발견하고 말았다. 개미 목소리로 파티를 구하던 여성을 말이다.
“파, 파티를 구하오. 궁수 겸 도적 직업을 가진…….”
“아, 죄송해요. 도적은 좀…….”
“크윽. 소인의 불찰이오. 설마 퀘스트 진행 던전이 페어 던전일 줄은…… 응?”
한조와 카르페는 정확히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
“…….”
“크흠. 우연이네. 우연. 이것도 인연인데 파티나 할래?”
“조, 좋소이다. 놀라운 우연이오.”
두 사람은 지금 상황에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했고.
[던전 ‘신성의 요람’에 입장합니다!]두 사람은 무사히 던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