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6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69화(169/581)
페가수스는 아주 오만한 몬스터였다.
[하찮은 인간들. 더러운 흙발로 성지를 더럽혔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노라.]페가수스는 허공을 누비는 몬스터 주제에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며 땅에 사뿐히 내려왔다.
마치 너희들 따위는 모든 힘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대로 짓밟아 주…… 커헉?!]그리고 그런 방심 캐릭터가 으레 그렇듯 결말이 좋지 않았다.
페가수스가 땅에 내려온 그 순간, 카르페는 반사적으로 창룡보를 밟으며 페가수스의 옆구리에 그대로 마선침투경을 때려 박았다.
[비, 비겁한! 이 몸이 말하는 중이거늘!]<음홧홧! 말이 말을 하는군. 그야말로 말세일세!>
“전장에서의 방심은 곧 죽음입니다. 아둔한 신수여. 다음 생에는 현명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나길.”
“오늘 저녁은 말고기야!”
“뀨뀨!”
“영구동토!”
쩌저적!
카르페는 마선침투경에 이어 영구동토를 사용했고, 페가수스의 다리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사방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압도적인 몰매!
페가수스의 피가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인간 놈들. 터무니없이 강하구나!]이대로는 죽는다!
페가수스의 삶의 의지가 기적을 일으켰다.
온몸을 비틀어 영구동토를 벗어난 것이다. 카르페의 예상보다 10초는 빠른 시간이었다.
빙결 상태가 풀리자 페가수스는 황급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상의 요람 던전 천장은 다른 던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았기에 페가수스는 금방 카르페의 사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쯧. 보스라 그런지 상태 이상 내성이 상당하네.”
영구동토의 빙결 효과가 금방 깨지고 말았다. 빙결 상태 동안 쓰러뜨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보스인지라 그 짧은 시간에는 도저히 무리였던 것이다.
“흐음. 저 정도 높이면 마법이 닿을 것 같기는 한데.”
-닿기야 하겠지. 놈이 가만히 있는다면 말이야.
‘그게 문제죠.’
페가수스가 바보도 아니고 마법이 날아오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놈의 기동력이라면 이렇게 먼 거리에서 쏘아지는 마법은 간단히 피할 수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역시 캐슬링밖에 없나? 미라쥬를 공중 유닛으로 변신시켜서 접근한 다음에 캐슬링을…… 응?”
카르페가 미라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보다 한발 앞서 행동하는 이가 있었다.
“후우우. 화살 한 발로 세상을 평정해 주겠소!”
한조는 그렇게 말하며 ‘두 개’의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한쪽 무릎을 땅에 꿇은 채로 페가수스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후우우우웅.
“심기일전(心機一轉)!”
한조가 그렇게 외치자 강력한 돌풍이 두 개의 화살로 모이기 시작했다.
돌풍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한쪽 무릎을 꿇은 한조의 몸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릴 지경이었다.
-어? 더블 소닉 붐(Double Sonic Boom)? 엄청 희귀한 스킬인데 용케 구해서 익혔네?
‘그래요? 무슨 스킬이길래?’
-활 스킬 중에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딜링 스킬이지. 사용자의 민첩에 비례해서 데미지가 상승하는 7성 스킬이야.
궁수 캐릭은 기본적으로 민첩에 많은 스텟을 투자하기 때문에 폭딜이 보장되는 스킬이다.
단, 강력한 딜링을 자랑하는 만큼 단점도 심각했다.
-명중률이 모든 활 스킬 중 제일 떨어져. 보다시피 바람의 힘을 너무 끌어쓰다 보니 쏘기 전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거든.
스텟 대부분을 손재주에 퍼부어도 세 발 중 두 발은 빗나가는 게 바로 더블 소닉 붐 스킬이었다.
때문에 더블 소닉 붐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명중률을 보조해 줄 만한 스킬을 따로 익히는 게 거의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한조는 그런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벗이여. 부탁하겠소.”
“키잇!”
정확히는 한조가 아닌 한조의 펫인 백설이 보유하고 있었다.
백설이 허공에 공중제비를 도는 그 순간.
츄리릿.
땅속에서 나무 덩굴이 솟아 나와 한조의 하반신을 단단히 옭아맸다.
속박 스킬 ‘인탱글(Entangle)’을 사용해 흔들리는 몸을 고정한 것이다.
[큭! 인간 주제에 감히!]한조의 기술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페가수스가 허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녔지만.
“부질없는 짓이외다.”
전직 세계 랭킹 100위의 가공할 동체 시력은 그 움직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백호궁으로 몰려드는 바람이 절정에 이르렀고.
“가라!”
한조가 시위를 놓으며 외쳤다.
“물어뜯어라! 쌍두사(雙頭蛇)!”
더블 소닉 붐은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뱀처럼 꽈배기를 틀며 페가수스를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는 동안 두 개의 화살은 소닉 붐이라는 이름답게 공기를 찢어발기며 음속에 도달했고.
[커허어어억!]페가수스는 미처 피해내지 못하고 양쪽 옆구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치명상을 입은 페가수스가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르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페가수스가 추락하는 타이밍에 맞춰 카르페가 허공에 뛰어올랐다.
[아, 안 돼!]“돼!”
콰아앙!
카르페의 주먹이 페가수스의 머리통을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 * *
[던전 보스 ‘홀리 페가수스’를 쓰러뜨리셨습니다.]“후우. 끝났네.”
그리 어렵지 않은 전투였다.
던전이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2인 한정’으로 설계된 65레벨의 던전이었으니까.
-필드 레이드 보스라면 또 모를까. 동레벨 던전 보스로는 네 상대가 안 되지. 전력 차이가 이 정도로 나면 오히려 지고 싶어도 지기 힘들다.
‘작정하고 도망쳤으면 오래 걸릴 뻔했는데 한조 덕에 쉽게 잡았네요.’
-확실히 실력은 좋아. 네이밍 센스와는 다르게 말이지. 물어뜯어라 쌍두사! 라니. 와 그걸 어떻게 스스로 입으로 내뱉지?
‘……컨셉러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네요.’
이쯤 되니까 무한한 존경심이 솟아날 지경이었다.
“드디어 끝났구려. 투신. 훌륭한 솜씨였소이다.”
“그래. 너도 대단했어. 그럼 이제 보상만 챙기면 되나? 어디에 있지?”
카르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때였다.
키이잉!
페가수스의 사체가 사라진 바닥에서 마법진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황금색 보물 상자가 솟아났다.
[배후령의 선택을 받은 이가 무사히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지금부터 퀘스트 보상을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드디어!”
한조는 감격에 차서 상자로 달려갔다. 이번 보물 상자에는 자물쇠가 없었기에 손쉽게 상자를 열 수 있었다.
끼이익.
한조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고, 카르페 역시 바로 옆에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오?”
“오오오!”
상자 안에는 화려한 형태의 벨트 하나가 놓여 있었다.
꽤 많은 레전더리를 보유한 카르페조차 무의식적으로 감탄을 내뱉을 만큼 멋진 벨트였다.
“좀 살펴봐도 괜찮을까?”
“물론이오.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투신의 덕이외다. 이제 와서 그대에게 무엇을 숨기리오.”
한조가 흔쾌히 허락하자 카르페는 허리띠의 정보를 확인……하기 전에 천마가 태클을 걸어왔다.
-잠깐만! 나 아직 허리띠 주는 배후령 못 떠올렸어! 답안지 공개하지 마! 조금만 시간을 더…….
‘응. 안 돼. 기다려 줄 생각 없어. 돌아가. 타임아웃이야.’
카르페는 천마의 간절한 외침을 무시하고 아이템을 확인했다.
띠링.
[히폴리테의 군신 허리띠]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배후령 히폴리테의 인정을 받은 자, 또는 배후령 아레스의 인정을 받은 자] [분류 : 허리띠] [물리 방어력 : 100] [마법 방어력 : 100]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가 자신의 부친인 군신(軍神) 아레스에게 선물 받은 마법의 허리띠입니다. 착용자의 경험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마법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의 대영웅 헤라클레스는 아마조네스 여왕의 허리띠를 얻기 위해 그녀를 찾았습니다.히폴리테는 헤라클레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고 아버지에게 받은 허리띠를 건네주려 했지만, 다른 아마조네스들의 극심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매고 다니던 평범한 허리띠를 건네주었다고 합니다.]
– 전 스테이터스 +4
[추가 옵션 : 동물형 몬스터 사냥 시 획득 경험치 300% 증가(4차 전직 시까지 적용)] [추가 옵션 : ‘숲의 가호’ 사용 가능. 숲의 가호 발동 시 5분간 공격·이동 속도 30% 증가, 배후령 스킬의 민첩 증가량 30% 추가 증가] [추가 옵션 : 착용자의 레벨에 비례해서 성장합니다.]*해당 아이템은 거래 불가 아이템입니다.
-아, 젠장! 8성 배후령 히폴리테! 아오. 이 쉬운 걸 왜 못 떠올렸지?
천마는 귀신이 되더니 기억력도 감퇴한 것 같다며 한탄했다.
“와…… 무슨 옵션이.”
-확실히 엄청나군. 이 정도면 레전더리+ 중에서도 상급인데?
RPG 장르에서는 자고로 아이템 설명이 길고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갓템인 법이다.
배후령이 가장 신뢰하는 ‘단 한 명’의 플레이에게만 주는 전용 아이템인 만큼 그 옵션은 사기적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이, 이게 배후령 장비? 터무니없구려.”
한조 또한 허리띠의 정보를 확인한 것인지,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본래의 여성 목소리가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지금 그녀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많이 놀랐나 보네요.’
-그야 그렇겠지. 지금까지 들고 있던 가장 좋은 템이라고 해 봤자, 백호궁이나 파고드는 독니였을 텐데. 유니크템만 보다가 상급 레전더리를 얻었는데 눈이 안 돌아갈 수가 없잖아.
‘크으. 추억이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초보자의 도시에서 마도 군주로 전직했을 때, 보상으로 받았던 레전더리 장갑을 보고 저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게 아마 라세 접속한 첫날에 일어난 일이었죠.’
-그래. 게임 첫날에 신화 직업으로 전직 완료한 미친놈은 내 게임 인생 통틀어서 네가 처음이었지.
‘그때의 전 순수했죠.’
레전더리템이 아니라 유니크템 하나에도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군신 허리띠 같은 고급 레전더리를 봐도 짧게 감탄하고 그치는 경지에 오르고 말았다.
아마 한조도 먼 훗날 그런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달달 떨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소, 소인이 정녕 이것을 받아도 되겠소이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애초에 네 귀속 아이템인데.”
“그, 그랬었지. 크흠. 잊어 주시오. 조금 당황해서 말실수가 있었소.”
한조는 히폴리테의 군신 허리띠를 조심스럽게 집어 든 후, 그대로 장착했다.
“후우. 고맙소이다. 투신. 이걸로 퀘스트는 종료…… 응?”
“왜 그래?”
“허리띠 밑에 아이템이 하나 더 있구려. 허리띠에 가려져 있어서 미처 보지 못한 것 같소.”
“응?”
한조의 말에 카르페가 상자를 다시 살펴보니 그녀의 말대로 아이템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템 역시 허리띠였다. 히폴리테의 군신 허리띠보다는 조금 낡고 작았다.
띠링.
[아마조네스들은 사냥과 수렵의 민족으로 무를 숭상하며 뛰어난 전사를 존중합니다.] [이는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당신의 퀘스트 수행 능력에 대단히 만족합니다.] [히폴리테의 호감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퀘스트 파트너에게도 보상이 주어집니다.]“헐.”
-미친. 이 망할 날먹러가 이제는 남의 배후령한테서도 삥을 뜯네.
“와.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긴…… 생각해 보면 이게 정상 같기도 하고.”
두 명의 유저가 협력 퀘스트를 수행했는데 한쪽만 보상을 얻다니!
평등의 신께서 노하실 일이었다.
‘근데 이래도 되나? 마도왕 스토리 설정상, 배후령은 결국 적이잖아요.’
그런데 그 적이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선물을 주겠단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그래서 안 받겠다고?
‘어림도 없지! 주는 선물을 마다하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카르페는 예의가 아주 바른 청년이었다.
카르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띠링.
[히폴리테의 허리띠] [등급 : 유니크] [착용 제한 : 배후령 히폴리테 장비 퀘스트의 파트너 플레이어] [분류 : 허리띠] [물리 방어력 : 70] [마법 방어력 : 70] [아마조네스의 여왕 히폴리테가 헤라클레스에게 군신의 허리띠 대신 건네준 허리띠입니다.]– 전 스테이터스 +2
[추가 옵션 : 히폴리테의 군신 허리띠를 착용한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을 시, 착용자의 사냥 경험치 100% 증가] [추가 옵션 : 히폴리테의 군신 허리띠를 착용한 플레이어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을 시, 아이템 드랍률 30% 증가]“……진짜 갓겜이라니까. 이게 게임이다! 이게 나라다!”
한조가 접속해 있기만 해도 경험치와 드랍률이 증가하는 히든 부위 방어구라니!
카르페는 동서남북으로 울부짖을 뻔했지만 한조가 있었기에 가까스로 참아냈다.
그리고 천상의 요람 던전을 나와서 한조와 헤어진 후.
카르페는 룸의 공방으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후예님. 재료는 모두 모아 오셨나요?”
“네. 여기 엘리스가 말했던 재료를 모두 구해 왔습니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페가수스의 날개를 꺼내 엘리스의 앞에 내려놓았다.
엘리스는 상의 주머니에서 외눈 안경을 꺼내 들어 착용한 후 페가수스의 날개를 살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훌륭한 날개네요. 마력이 아주 충만해요. 이 정도면 진행할 수 있겠어요.”
“……그 말씀은?”
“지금부터 로이어드 님의 새 육신을 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이어드의 영혼석이 가슴 떨려 합니다.]마도왕 네 번째 유물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