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7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73화(173/581)
로이어드와 코뿔소가 충돌하기 조금 전.
-그러고 보니 저 코뿔소 놈과 관련된 일화 중에 제법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지.
천마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서 라세가 오픈한 지 약 3개월쯤 되는 시점의 일이다.
어떤 유저가 최초로 레전더리 아이템을 획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사실 최초인지 아닌지에 관해선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당사자가 ‘내가 서버 최초다!’라고 주장했기에 다들 그러려니 했을 뿐.
그 사람 외에 그 누구도 레전더리 아이템을 인증한 적이 없었으니 다들 그 사람을 최초 획득자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진짜 그 사람이 최초였어요?”
-그럴 리가 있냐? 난 이미 그 시점에서 레전더리를 3개나 들고 있었는데?
“캬. 역시.”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유저가 얻은 레전더리 아이템은 바로 방패였는데 옵션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동 레벨의 히어로 방패보다 두 배는 높은 방어력에 체력 증가 옵션까지 달려 있었고, 결정적으로 데미지 감소 스킬까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게 무슨 밸런스 파괴 아이템이냐고 너프를 울부짖었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유저가 레전더리를 획득하게 된 경로도 아주 단순했다.
그냥 랜덤 박스를 까서 얻었다고 한다. 무슨 그럴듯한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운으로 레전더리를 얻은 것이다.
-덕분에 그 당시 랜덤 박스 시세가 폭등했지. 아무튼 그 유저가 나름대로 유명한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는데 꽤 관종이었다.
“그렇겠죠. 그러니까 레전더리 얻었다고 사방팔방 자랑하고 다녔겠지.”
다른 유저들에게 찍히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래도 운 하나는 끝내주는 놈이었어. 얻은 레전더리가 방패였는데 그놈 직업도 탱커였거든. 배후령이 6성이라서 히어로 등급 직업이었어.
히어로 등급 탱커 직업에 레전더리 방패.
이 환상적인 조합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관심에 힘입어 스트리머는 이벤트 연출을 준비했다.
‘대형 코뿔소의 뿔을 정면에서 받아 보겠다!’
당시 대형 코뿔소는 극탱 유저조차 한 방에 보내 버리는 극악무도한 보스로 유명했는데, 마침 60레벨이 조금 넘었던 스트리머는 거기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건 못 참지. 이 집 어그로 좀 끌 줄 아네.’
‘저 스트리머 너무 관종이라서 평소에 믿고 걸렀는데…… 이건 진짜 안 볼 수가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이벤트를 구경하려고 신성왕국을 방문했다.
보통 필드 보스가 뜨면 레이드를 진행하려는 자와 그것을 방해하려는 자, 그리고 어부지리를 노리는 자들까지 한데 섞여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연출되곤 했는데 그 당시엔 그런 유저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다들 레전더리 성능을 보고 싶었던 거지. 아무튼 그래서 그놈과 코뿔소의 일대일 매치가 성사됐어.
애초에 탱커 유저였기에 일대일로 보스 레이드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딱 한 방.
돌격을 딱 한 방만 받아내면 그 이후에는 다른 파티원이 참여해서 같이 레이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정했던 것처럼, 코뿔소와 스트리머가 대충돌을 일으켰고.
결과는 아주 놀라웠다.
‘커헉! 미친. 이게 게임이냐…….’
스트리머가 그 한마디만을 남긴 채, 그대로 회색으로 물들고 만 것이다. 레전더리 방패고 나발이고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딱 한 방에 회색 화면 떴지. 레전더리 성능 광고하려다가 코뿔소 평가만 더 올라갔어.
그 사건으로 인해 탱커 직업 인식이 나락으로 처박혔고, 그 스트리머는 꽤 오랜 시간 탱커 유저들 사이에서 ‘찢어 죽일 유저 1순위’로 찍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대형 코뿔소는 ‘코뿔소느님’이나 ‘킹뿔소’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강력한 한 방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콰아아아앙-!
그때 그 장면이 카르페의 눈앞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로이어드와 라이나서러스 두 거체가 충돌하자 굉음과 함께 거대한 충격이 터져 나왔다.
근처 땅이 쩌저적! 갈라지며 거대한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그 이야기 들으니까 괜히 불안하잖아요.”
척 보기에도 무식하게 강해 보이긴 했지만, 설마 레전더리 방패도 한 방에 뚫어 버릴 줄이야.
그것도 레벨 60이 넘는 탱커 유저가 상대였는데도 말이다. 그에 반해 로이어드의 레벨은 절반인 30밖에 되지 않았다.
혹시 한 방에 반파되는 건 아니겠지?
카르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먼지 구름을 바라봤다. 첫 충돌 때의 굉음 이후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먼지 구름이 서서히 옅어지면서 점차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하지만 그런 카르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먼지구름이 걷히고 드러난 광경은 파괴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무겁군. 멋진 공격이었다.>
로이어드의 오른손은 코뿔소의 뿔을 움켜쥐었고, 반대쪽 왼손으로는 코뿔소의 이마를 밀면서 힘겨루기 상태에 들어갔다.
“크워어?!”
자이언트 라이나서러스는 눈앞의 쇳덩어리가 자신의 필살기를 받아내자,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레벨이 비슷할 경우, 대형 코뿔소의 돌진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건 데미지 무효 스킬 같은 게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는 게 세간의 상식이었다.
때문에 거대한 바위 근처로 유인해서 거기로 돌격을 유도하는 게 정석적인 공략법이었는데…….
지금 그 상식이 부서지고 만 것이다.
<뿔 돌격이 장기인가 보군. 뿔에 자신이 있나?>
“크워?”
<미안하지만 내 뿔이 더 멋있다.>
“크오오오오오!”
자신의 뿔이 모욕당하자 코뿔소가 분노를 토해냈다.
[자이언트 라이나서러스가 ‘광폭화’ 스킬을 사용합니다.] [공격력과 민첩이 상승합니다. 방어력이 하락합니다.]야수형 몬스터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스킬 ‘광폭화’가 발동되자 힘겨루기의 추가 급격히 어긋나기 시작했다.
로이어드의 거대한 몸체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큭. 굉장한 힘이군! 이대로는 안 되겠어! 마스터! ‘그것’을 승인해다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나!
로이어드가 ‘그것’을 언급하자 천마가 눈에 띄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르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의 고생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승인한다!”
카르페가 승인을 외친 그 순간.
지지지직!
허공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균열로부터 거대한 쇳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너라! 페가수스!>
거대한 강철의 날개가 불을 뿜으며 로이어드에게 날아갔다.
쇳덩이의 정체는 다름 아닌, 페가수스의 날개를 가공한 제트 엔진 윙이었다!
그렇다. 현재 로이어드의 등 쪽에는 제트 엔진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당연히 여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실로 합당한 이유가.
카르페는 엘리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 * *
‘후예님. 이 페가수스의 날개 말인데요. 지금 당장은 사용하실 수 없을 것 같아요.’
‘네? 어째서요?’
‘아시다시피 드렛슈 님의 인형들은 소형화 기능이 필수적으로 장착되어 있어요. 그건 로이어드 님도 마찬가지예요.’
티나와 미라쥬, 그리고 길리안처럼 로이어드 역시 SD 사이즈로 변신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능한 것은 본신에 해당하는 몸체뿐.
날개 부분은 소형화가 불가능했다.
‘페가수스의 날개는 독자적인 마력 패턴을 가지고 있어요. 그 구조가 너무 난해해서…… 애석하게도 제 능력으로는 페가수스의 날개까지 소형화할 수 없답니다. 죄송해요. 설계 단계에서 이것까지 고려해야 했는데.’
‘어? 그럼 어떻게 하죠? 날개는 그대로 방치해야 하나요?’
그것도 아니면 로이어드는 소형화 없이 4m 크기로 룸에서 대기하다가, 필요할 때만 소환해야 하나?
고생해서 얻은 소재이건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엘리스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후예님께서 익힌 스킬 디맨션 게이트를 이용하면 해결할 수 있답니다.’
‘디맨션 게이트요?’
‘네. 후예님의 마력 패턴, 그리고 로이어드 님의 마력 패턴과 디맨션 게이트를 조합하면…… 네! 원하는 곳에서 날개를 소환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
카르페는 자신이 지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어서 재차 확인했다.
‘그러니까 전투 중에 날개를 소환해서 실시간 합체를 한다?’
‘그렇죠. 아, 날개에 추진 기능을 넣어서 자동으로 합체되도록 개조하는 게 편하겠…….’
‘바로 그거다!’
<실로 놀라운 발상이다! 엘리스, 그대가 천재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여기까지 가능할 줄은…….>
-실시간 합체라니! 믿고 있었다고 젠장!
‘네? 네?’
엘리스는 세 남자가 왜 흥분하는지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후예님. 조금만 참으시면 제가 페가수스의 마력을 해석해서 날개도 소형화할 수 있도록…….’
‘그건 안 돼!’
<거절한다.>
-암. 안 되지. 절대 안 돼. 이대로가 좋아.
‘……저는 여러분을 잘 모르겠어요.’
* * *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실시간 합체!
‘페가수스 엔진 윙’은 몸체를 구성하는 파츠가 아니라 바로 로이어드의 ‘전용 장비’였다.
[페가수스 엔진 윙] [분류 : 겉옷] [등급 : 레전더리] [착용 제한 : 강철의 로이어드] [이제는 잊혀진 고대 왕국의 한 천재 공학자가 페가수스의 날개를 가공하여 만든 기묘한 물건입니다. 로이어드의 마력 코어 일부가 내장되어 있어서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출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추가 옵션 : 스킬 ‘폭주 출력’ 사용 가능]*겉옷 장비는 방어력과 스텟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가수스 엔진 윙은 카르페가 걸치고 있는 로브와 마찬가지로 ‘겉옷’으로 분류된 전용 장비였다.
참고로 엔진 윙의 소환에는 딱히 카르페의 승인 같은 건 필요 없이 로이어드가 원하면 언제든 소환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이어드가 카르페의 승인을 구한 것은…… 그것이 로망이기 때문!
비장의 무기는 주인의 명령으로 소환되는 게 더 멋진 법이었으니까.
슈우욱!
엔진 윙이 연기를 가르며 로이어드에게 날아갔다. 참고로 뜬금없이 허공에 등장한 연기는 카르페가 캐쉬샵에서 지른(2천 원) 연출 이펙트였다.
철컥! 철컥!
격철이 맞물리며 엔진 윙이 로이어드의 등에 장착되었고, 동시에 로이어드의 안광에 불이 번쩍였다. 이 역시 캐쉬샵에서 지른 이펙트 효과였다.
<폭주 출력!>
로이어드가 스킬을 엔진 윙에 내장된 스킬을 발동하자 밀려나던 몸체가 딱 정지했다.
방어력도 스텟도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에 내장된 단 하나의 스킬.
이 스킬이야말로 엔진 윙을 레전더리 등급으로 판정 나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띠링.
[폭주 출력이 발동합니다.] [30초간 착용자의 체력 스텟의 90%가 근력 스텟으로 전환됩니다. 착용자의 방어력의 90%가 공격력으로 전환됩니다.]극탱 중의 극탱인 로이어드를 한순간 폭딜러로 만들어 주는 전용 스킬!
<우오오오오오오!>
로이어드가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쥐어짰다.
그러자 놀랍게도, 10m에 달하는 거대 코뿔소의 몸이 번쩍 들렸다.
코뿔소로서도 너무 예상외의 일인지 아무것도 못 한 채 그저 허공에 다리만 허우적거렸다.
<하아아아앗!>
그리고 로이어드는 그 상태로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더니.
<날아가라!>
콰아아앙!
자이언트 스윙으로 코뿔소를 날려 바위를 향해 처박아 버렸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