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8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80화(180/581)
거대하고 튼튼한 철문.
그 어떤 존재의 출입도 불허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지만, 그런 건 해금 앞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그그긍!
철문은 카르페가 직접 열 필요도 없이 자동문처럼 스스로 열렸다. 이 정도면 사실 해금이 발동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역시 해금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야, 해금 쓸 때는 깜빡이 좀 확실히 켜라니까. 저것 봐. 알림창님이 당황하셔서 아무 말도 못 하잖냐.
[…….]천마의 말대로 시스템 창은 퀘스트를 설명하다 말고 그대로 멈춰 버렸다.
“헐. 설마 이거 렉 걸린 거예요? 갑자기 멈추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혹시 버그성 플레이라고 운영자의 제재가 들어온다거나 퀘스트 자체가 취소된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카르페는 불안해졌지만 천마는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퀘스트 수행 도중 의외의 변수가 발생하면 가끔 저러기도 해. 걱정 마라. 조만간 교정될 거니까.
“그래요? 형도 몇 번 경험해 보셨나 보네요.”
-내가 아는 정보들에 운이 좀 따라 준다면 치트키 한두 개 쯤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지. 해금처럼 미친 날먹은 불가능하지만.
그리고 천마의 말처럼 시스템창이 곧 정상적으로 출력되기 시작했다.
[시스템 변수로 인해 퀘스트 재설정에 들어갑니다. 변수 등급 : ???] [재설정 완료. 갱신된 퀘스트를 출력합니다.]띠링.
[루인데리아의 깊은 어둠 (10)] [퀘스트 분류 : 에픽 퀘스트] [당신은 마철강(魔鐵鋼)으로 제작된 철문을 여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지하로 이어지는 비밀 공간에서 마족, 그리고 루인데리아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내야 합니다.] [퀘스트 성공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퀘스트 실패 시 : 루인데리아 연방국과의 영구 적대]“헐.”
-와, 미친. 이거 몇 단계를 건너뛴 거야?
분명 방금까지는 퀘스트 창에 ‘루인데리아의 깊은 어둠(6)’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해금 한 방으로 10단계가 되어 버렸다.
-해금 한 방에 네 단계를 날먹한다고?! 라세, 이 미친 것들아! 이게 게임이냐!
“아니, 무슨 문 하나 여는 데 퀘스트 단계가 네 개나 필요하지?”
단순히 문을 여는 행위 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건이 얽혀 있었던 걸까?
해금 한 방으로 전부 스킵된 스토리들이 조금 궁금해졌지만…… 6, 7, 8, 9단계를 전부 거치는 것보다는 스킵 날먹이 압도적으로 나았다.
-어이가 없네. 나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다음 퀘스트 하나 스킵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는데. 해금이 새삼 미친 스킬이긴 하네.
“그런데 변수 등급? 저건 무슨 말일까요?”
-아, 저건 그거지. 라세가 설계한 진행대로 퀘스트가 수행되는 게 아니라 돌발 변수로 퀘스트가 진행될 때, 그 변수 수준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나타내는 지수야.
변수 등급도 라세의 일반적인 등급과 동일한 등급 체계를 따른다.
노말 등급 변수부터 매직 등급 변수…… 신화 등급 변수까지.
-뭐,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나도 저런 변수 알림을 볼 건 몇 번 안 되니까. 참고로 내가 봤던 변수 등급 중 가장 높았던 건 히어로 등급이었다.
“그래요? 전 ??? 등급 변수라는데?”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냥 해금이 해금했다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했다.
천마는 해금에 관련해서는 이해를 하거나 분석하는 걸 진즉에 포기한 상태였다.
-뭐, 해금이 그만큼 이레귤러라는 소리 아니겠어?
“쓰읍. 저렇게 꼭 의미심장하게 ??? 있는 게 나중에 대형 떡밥 되더라. 아, 그런데 또 하나 이상한 게 있네요. 지금까지 변칙적으로 퀘스트 클리어한 적이 많은 거 같은데 왜 하필 지금 저 변수 알림이 등장했을까요?”
-글쎄. 지금까지 퀘스트는 퀘스트 단계가 스킵될 정도는 아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확실한 건 아니고 그냥 추측이다.
“요즘 따라 영 확신이 없으시네요. 이래서야 최고의 공략집을 자부하던 천마비급이라 할 수 있겠어?”
-네가 너무 버그성 플레이만 하니까 그렇잖아. 이 망할 놈아!
“버그라뇨? 엄연한 스킬인데요. 다음번에 회귀하시면 꼭 해금 얻으시길 기원합니다.”
-더 이상 회귀하기 싫다고!
카르페는 천마가 소리치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철문 뒤에는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존재했다.
[흐메르 광산 던전의 숨겨진 플로어에 입장하셨습니다.]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시에 다시 한번 알림창이 떠올랐다.
[패트롤 골렘이 허가되지 않은 침입자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현 플로어의 모든 골렘이 당신을 적대합니다.]“하, 손님 환영 한번 거창하네.”
쿵쿵쿵!
어디선가 땅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카르페의 앞으로 세 마리의 청동 골렘이 나타났다.
다른 층에서 봤던 청동 골렘과 동일한 형태의 골렘이었다.
다만, 그 골렘의 머리 위로 떠오른 몬스터 네임이 조금 달랐다.
[마기를 머금은 폭주 골렘]“마기라고 하는 걸 보니 제대로 찾아왔네요.”
카르페가 웃었다. 퀘스트가 착착 진행되어 간다는 이 느낌은 언제나 짜릿했다.
“역시 난 몸으로 때우는 게 체질인가 봐요.”
전투 상황에 들어서자 엔돌핀이 도는 느낌이다. 카르페는 자신의 모든 권속을 꺼냈다.
“뀨뀨웃!”
“마기로군요. 주군께 살의를 품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검은색 기운…… 멋있어.”
<음홧홧! 본인도 질 수 없지. 명계로부터의 부름!>
길리안이 전용 스킬을 사용하자 땅바닥으로부터 데스나이트 군단이 소환되었다.
로이어드 또한 어느새 엔진 윙과 합체를 끝낸 상태였다.
<골렘인가? 못생겼구나. 그래. 못생긴 채로 살 바엔 내가 손수 부숴 주도록 하마. 같은 골렘으로서 마지막 자비를 베풀겠다.>
어쩐지 점점 나르시스트가 되어 가는 로이어드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콰앙!
[마기를 머금은 폭주 골렘을 쓰러뜨리셨습니다!]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후우.”
카르페가 다시 한 마리의 폭주 골렘을 쓰러뜨렸다. 이미 주위에는 몇몇 박살 난 골렘들이 천천히 회색으로 변하며 사라지는 중이었다.
“이제 여기는 다 정리했나? 히든 던전이라 그런지 경험치 쏠쏠하네요.”
-그것도 있겠지만 그 허리띠 효과도 크겠지.
“그렇겠죠? 크으. 진짜 거기서 그런 득템을 할 줄은 몰랐지.”
친구창을 확인한 카르페는 한조가 접속해 있다는 표시를 보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RPG는 레벨이 깡패고 경험치템이 진리인 법이지.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봐요.”
-……그냥 페어 던전이라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들어간 것뿐이잖아. 착하기는 개뿔이.
“결과적으로 도와준 거니까 착한 게 맞…… 어? 웬 건물이?”
히든 플로어에서 폭주 골렘을 쓰러뜨려 나가기를 약 한 시간.
카르페는 정화 구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진행해 나갔고 마침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지형지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띠링.
[‘???의 연구실’을 발견하셨습니다.]“오늘따라 시스템창이 많이 친절하네. 모르는 게 나올 때마다 재깍재깍 알려 주네요.”
카르페는 피식 웃고는 연구실 안으로 조심스럽게 입장했다.
“……난장판이네.”
-그러게. 도둑이라도 든 거 같은 느낌인데.
건물 안은 몹시 어지럽게 물건이 흩뿌려져 있었다.
책상이나 서랍 같은 건 죄다 열려 있었고 그 대부분이 텅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건 고작해야 서류 몇몇 개와 잡동사니들뿐. 천마의 표현대로 ‘도둑이 들었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도둑일 리가 없죠.”
숨겨진 벽 비밀 장치와 굳건한 철문, 그리고 경비 골렘.
이렇게 철통 보안으로 감춰진 곳에 도둑이 방문했을 리가 없었다.
이 경우는 반대의 상황이라 보는 게 타당했다.
“여기 있던 연구원들이 기밀이 될 만한 것들을 죄다 파기하고 도망갔다는 쪽이 더 그럴 듯하지.”
-그래. 내 생각에도 그쪽이 확실해 보이는군.
정화 구슬은 더 이상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않았다.
악마를 소환한 누군가가 이 자리에 오랜 기간 머물렀다는 뜻이었다.
-네가 몽마를 잡았다는 걸 그 소환자도 당연히 눈치챘겠지.
라세의 설정상, 악마와 그 소환자는 계약으로 묶여 있다. 상대가 소멸했을 때 그 사실 여부 또한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네가 몽마를 잡자마자 깜짝 놀라서 도망친 모양인데.
“그렇게 보이네요. 후우. 그럼 지금부터는 단서 찾기 게임인가?”
중요 자료들은 최대한 파기했을 테지만 그래도 혹시 모를 단서가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퀘스트가 진행될 테니까!
연구실은 지하까지 더 이어져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아마 전부 꼼꼼하게 수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끄응. 그래. 사람이 어찌 날로만 먹겠어요. 이럴 때도 있어야지.”
카르페는 짧게 한숨을 내쉰 후, 권속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여기를 싹 뒤질 거야. 혹시 단서가 될 만한 게 있으면 보고해 줘.”
“알겠습니다. 주군. 탐색 스킬은 없지만 반드시 찾아내 보이겠습니다.”
“뀨뀻!”
“검은 탐정 미라쥬에게는 쉬운 일이야. 마스터. 아, 혹시 찾으면 상품 없어?”
“상품?”
“응! 상품 있으면 더 열심히 찾을 수 있어!”
“흐음. 상품이라.”
미라쥬의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제대로 된 리더라면 권속들의 의욕 고취를 위해 힘쓸 필요가 있었다.
물론, 권속들의 호감도는 전부 맥시멈을 찍은 상태라 그런 게 없어도 최선을 다할 테지만 기분이란 게 있으니까.
“미라쥬. 주군께 실례되는 발언입니다. 우리는 주군의 기사. 주군의 명에 대가를 바라는 것은 기사 된 자로서 어긋난 마음가짐…….”
“그럼. 이렇게 하자. 만약 제대로 된 단서를 찾아낸다면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최대한 뭐든지 들어줄게. 아, 당연히 선착순이야.”
“……다녀오겠습니다. 주군.”
티나는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수색에 착수했다.
“뀻뀨웃!”
“마스터. 향이가 도토리 10박스도 가능하냐는데?”
“그 정도쯤이야.”
“뀻!”
그리고 티나 다음으로 묵향이 호다닥 사라졌다.
<음홧홧! 이보시게 로드. 그럼 본인의 부하들이 찾은 건 본인이 찾은 거로 인정해 주는가?>
<길리안 대장! 그건 너무하지 않소! 우리가 찾으면 우리의 공이지!>
<맞소! 부하의 공을 탐하다니 대장군이라는 이름이 아깝소!>
<이것들이! 원래 부하의 공이 상관의 공인 법이야!>
<계급장 내려놓고 한판 뜰 테요? 이미 죽은 판에 뭐가 무섭겠소!>
<오냐! 한판 뜨자!>
잠시의 소란 뒤.
길리안의 부하가 찾은 것들은 길리안이 찾은 거로 취급한다는 극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커흐흑.>
“……힘내세요.”
그렇게 카르페와 모든 권속이 본격적으로 수색을 나섰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빨리 누군가가 외쳤다.
“마스터! 나 뭔가 찾은 거 같아!”
미라쥬의 다급한 목소리가 카르페를 찾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