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8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86화(186/581)
“……강신?”
-미친. 이게 이렇게 된다고?
카르페는 물론이고 천마조차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그때.
키이잉.
독특한 효과음과 함께 카르페 발밑으로 새로운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만, 일반적인 마법진이라 하기에는 형태가 조금 독특했다.
지름 2m쯤 되어 보이는 원형의 마법진.
그 가장자리 부근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와 기하학적 도형이 그려져 있었지만 마법진의 중앙 부근에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망치와 모루.
카르페가 대장장이의 고대 신 아스텔에게 건네받은 메달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드드드.
마법진의 빛이 강해짐과 동시에 동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으으어어…… 흐어억!”
쿵!
신성한 빛을 목격한 드워프 왕이 이상행동을 일으켰다. 온몸을 잘게 떨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어 버린 것이다.
바로 옆에서 프나틱이 무어라무어라 계속 소리치고 있었지만 드워프 왕은 그 자리에 꿇어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유희의 고대 신이 현 상황에 기겁합니다.] [유희의 고대 신이 필사적으로 말립니다. 지금까지 악착같이 모아 왔던 힘을 전부 쓸 생각이냐고 외칩니다.] [대장장이의 고대 신이 유희의 고대 신의 말을 무시합니다.] [유희의 고대 신이 깊게 탄식합니다.] [강신. 시작됩니다!]파앗!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밝은 빛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들리는가?>
대장장이의 고대 신 아스텔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천마처럼 유령 상태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서 직접 목소리가 울려 왔다.
<미안하게 되었군.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게 원칙이다만, 급한 마음에 이렇게 되었어. 혹 그대가 거부한다면 강신을 취소하고 물러나도록 하지.>
카르페는 곧장 대답하려다가 입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신 상태에서는 신체의 주도권이 넘어가게 된다네. 그냥 마음속으로 대답하면 되네.>
‘이렇게요?’
<그래. 잘 들리는군. 그래서 어떤가? 잠시 나에게 몸을 빌려주겠는가?>
‘그거야 당연히 괜찮은데…… 아스텔 님은 괜찮으신가요?’
카르페가 물은 것은 바로 직전에 등장했던 알림에 대해서다.
유희의 신 케록이 언급한 ‘모아 왔던 모든 힘’.
아마 케록이 말한 뉘앙스대로라면 이번 강신을 하게 되면 아스텔의 힘이 소실되는 모양인데…….
‘케록 님 반응을 보면 지금 굉장히 무리하시는 거 같은데요.’
<하아. 확실히 그렇다네. 아마 이번 강신으로 내 힘은 크게 줄고 말겠지.>
아스텔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착잡함이 담겨 있었다.
<그 사기꾼 신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해. 몇백 년 동안 기다려 온 우리의 대계(大計)가 다시 미뤄지게 생겼으니…… 허나.>
이내 그의 목소리가 다시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아니라네. 나를 섬기는 종족이 눈앞에서 유린당하는데 어찌 견디란 말인가. 참을 수도 없고 참고 싶지도 않아!>
과연 대장장이와 드워프의 신.
판타지에서의 드워프들은 하나같이 상남자 같은 성격으로 묘사되곤 하는데 그들의 신은 거기서 한층 더 빠꾸가 없었다.
<신위를 버렸으면 버렸지, 이런 행태를 보고 그냥 넘길 순 없음이라!>
분노에 찬 아스텔의 음성을 신호로 드디어 강신이 완전히 이루어졌다.
[강신이 완료됩니다.] [강신체의 지위가 ‘임시 사도’입니다.] [완벽한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여 신의 힘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습니다. 페널티가 발생합니다.] [강신의 위력과 지속 시간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파앗!
강신이 완전히 이루어지자 넘실거리던 하얀 빛이 전부 카르페의 몸속으로 갈무리되었다.
“……본신의 절반인가? 허나 충분하겠지.”
카르페의 입을 통해 아스텔이 말을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여전히 카르페의 목소리인 채였다.
“이이익! 움직여! 움직이라고! 젠장, 네놈. 무슨 짓을 벌인 거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라니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프나틱은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드워프 왕을 보며 광분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드워프 왕은 요지부동이었다.
프나틱은 자신이 건 세뇌와 정신착란 마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자, 손에 든 메달을 땅바닥에 내팽개쳐 버렸다.
“젠장! 젠장! 젠장!”
그는 몇 차례 욕지기를 뱉은 후, 무언가를 결심했는지 품속에서 새까만 구슬을 꺼내 들었다.
“……어쩔 수 없군. 이왕이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프나틱이 꺼내든 구슬은 드워프 왕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는 구슬이었다.
프나틱이 오랜 시간 연구 끝에 개발한 구슬로 이 구슬에 영혼이 사로잡힐 경우, 대상을 강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강제적인 명령에 대한 반동으로 영혼이 크게 훼손되고 만다. 최악의 경우엔 대상이 빈 껍질만 남게 될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빨리 죽여야 해!’
귀하디귀한 실험체를 이렇게 쉽게 낭비하는 건, 평소 프나틱의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위였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였다.
저 침입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너무나 꺼림칙했으니까.
과학자로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감이 저 인간을 서둘러서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움직여라! 저놈을 죽여 버려!”
프나틱은 단검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그어 피를 구슬에 흘렸다.
그러자 검은색 구슬이 잘게 떨렸고.
“크아아아악!!!”
드워프 왕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서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고 뿌드득 뼈 뒤틀리는 소리가 수차례 들려왔다.
드워프 왕이 기어코 몸을 일으켜 다시금 해머를 쥐었다.
카르페, 아니 카르페의 몸을 빌린 아스텔은 그 광경을 보며 착잡하게 말했다.
“……미안하구나. 찬란했던 신들의 세계가 무너지며 너희들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다 내가 무능한 탓이다.”
“크어어어어!”
후우우웅!
드워프 왕은 피눈물을 흘리며 해머를 휘둘러 왔다.
언뜻 보기에도 지금까지의 공격 중 가장 강맹한 힘이 담겨 있었다. 로이어드의 두 팔을 그대로 우그러뜨렸을 때보다도 훨씬 더!
하지만.
탁!
아스텔은 그 강맹한 공격을 손바닥 하나로 받아내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장난감 망치를 받아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카르페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
‘……와. 어이가 없네. 저게 저렇게 막힌다고? 저거 한 방에 제 권속들은 전부 역소환됐는데요? 무슨 버그 같은 광경이네.’
-뭐, 고대 신 본체의 능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지. 걔들이 배후령에게 밀려서 그렇지, 그래도 명색이 신이다. 신. 고작 미치광이 인간이 만들어 낸 피조물에 고전할 리가 없잖냐.
하지만 그 미치광이 인간은 눈앞의 광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 된…….”
“그 역겨운 입을 다물어라.”
“커헉!”
아스텔이 프나틱을 노려보자, 프나틱은 돌연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마치 무거운 중력이 그를 짓누르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를 지켜 주던 검은색 쉴드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찢어 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내 아이를 배웅하는 게 먼저다. 그 벌레 같은 목숨을 조금이라도 더 연명하고 싶다면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게다.”
아스텔은 그렇게 말한 후 드워프 왕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드워프 왕은 괴성을 지르며 해머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해머는 아스텔의 손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미안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것 하나밖에 없구나.”
아스텔은 강신하는 그 순간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드워프 왕은 결코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영과 육이 모두 망가졌기 때문에 죽음 외에는 현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설령 생명과 치유의 고대 신이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저 상태를 고칠 순 없으리라.
아스텔은 손을 뻗어 괴로워하는 드워프 왕의 이마를 만졌다. 그러자 이마를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퍼졌고 드워프 왕의 괴성은 차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눈에 초점이 잡히기 시작했다. 마기에 먹힌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조금은 편해졌을 것이다. 정신이 드느냐?”
“그……하…… 시, 신이시여.”
“그래. 나의 아이야.”
“예, 예를 표할 수 없음을…… 용서…….”
“되었다. 이 상황에서 예는 무슨 얼어 죽을 예란 말이냐. 도리어 내가 너에게 용서를 빌어야 하느니라.”
“화, 황송하옵니다…….”
“시간이 없기에 본론만 말하겠다. 너의 몸은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잠시 뒤면 다시 마기에 먹히겠지. 하여, 내 손으로 너를 보내려 한다. 괜찮겠느냐?”
“……더없는 영광이옵니다.”
회광반조(回光返照)일까?
촛불이 타기 직전 가장 불타오르는 것처럼 드워프 왕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좋다. 너의 망치를 다오.”
“여기 있사옵니다.”
드워프 왕은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아스텔에게 해머를 건넸다.
“좋은 망치로구나. 근 500년 동안 보아 온 장인의 망치 중에서 가장 훌륭하도다. 좋은 벗을 두었구나.”
“쇠가 아닌 생명을 두드린 망치입니다. 다시는 쇠를 두드릴 수 없게 되어서 벗에게 그저 미안할 뿐입니다.”
“장인의 망치에 피가 묻으면 장인 본인의 피로밖에 씻을 수 없다. 허나, 네 의지로 행한 일이 아니니 너의 벗은 이후에도 쓸모를 다할 것이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 준비하거라.”
아스텔의 말에 드워프 왕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내밀었다.
드워프들은 더 이상 망치를 쥘 수 없는 극심한 상처를 입거나 병에 들면, 지인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풍습이 있었다.
장인으로서도 전사로서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을 죽음보다 더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장인으로만 지내 온 드워프는 부족 최고 전사의 망치로, 전사로 지내 온 드워프는 스스로의 망치로 삶을 끝내는 것이 전통이었다.
이후 전사의 망치는 땅에 묻히고 장인의 망치는 녹여서 새로운 망치로 재탄생한다.
때문에 드워프 일족의 신이 직접 행하는 장례는 드워프 왕에게 있어 더없는 영광이라 할 수 있었다.
“부디 너의 영혼이 안식을 찾길.”
쿵!
아스텔의 내려친 해머가 그대로 드워프 왕의 목을 부러뜨렸고, 드워프 왕은 그대로 옆으로 몸을 뉘었다.
“…….”
아스텔은 한참 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그곳엔 경악한 표정의 프나틱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자, 그럼.”
“히, 히익!”
“지금부터 너를 어떻게 해야만 할까?”
아스텔의 분노 서린 음성이 동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