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9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92화(192/581)
-지금이야 아무도 모르지만 정령계로 가는 방법은 의외로 꽤 여러 가지야.
일단 1년 뒤쯤부터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루트가 바로 제노니아에 위치한 ‘개미지옥 던전’이었다.
-개미지옥 던전 최하층에 정령계로 통하는 문이 있지.
“아아. 기억난다. 예전에 갔을 때 형이 설명해 줬었죠.”
그런 이유로 개미지옥 던전에는 정령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고, 그중 한 곳이 카르페가 들어갔던 지하 20층의 ‘화염 정령의 쉼터’였다.
-그래.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그 루트를 뚫을 순 없어. 몬스터가 더럽게 세니까.
개미지옥 던전은 지하 50층으로 구성된 곳이었고, 50층에 가까워지면 몬스터의 레벨이 230에 육박한다.
특히 49층의 몬스터들은 ‘탐지’에 특화되어 있는 탓에 숨어서 몰래몰래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너라면 150 찍고 3차 전직만 해도 뚫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아니니까. 결국 다른 루트를 이용해서 정령계로 들어가야 해.
“그렇겠네요. 그래서 그 다른 루트라는 건?”
-마침, 이 세인트루할 내에 있지. 사실 거기로 들어가는 게 어떻게 보면 개미지옥보다 더 빡셀 수도 있지만…… 너라면 괜찮을 거다.
“그래요?”
-그래. 네가 좀 사기스러워야지. 만에 하나 안 되더라도 또 다른 루트가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크으. 역시 천마비급! 오랜만에 한 번 할까요? 천마혈세! 만마앙복!”
-그래. 권마는 본 천마신교의 위세를 강호에 떨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야.
“존명. 여부가 있겠습니까.”
-컨셉질은 여기까지 하고. 일단, 사냥은 이쯤에서 대충 정리하고 도시로 돌아가서 물약부터 챙기자. 감정한다고 마나 포션 대부분 털렸으니까.
카르페와 권속들은 그 길로 다시 도시로 돌아와 원정 준비를 시작했다.
* * *
대륙 북쪽에 위치한 강대국 세인트루할.
세인트루할에는 대륙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화산 ‘호일론’이 존재한다.
화염과 관련된 몬스터가 주로 등장하는 곳으로 등장 몬스터의 최저 레벨이 90에 이르는 고난도 사냥터였다.
다만 돌아다니는 몬스터의 숫자 자체가 드물어서 인기 있는 사냥터는 아니었다.
정령계로 통하는 또 다른 입구는 바로 이 호일론 화산 안에 위치해 있었다.
카르페와 권속들은 화산의 몬스터를 차근차근 잡으며 길을 진행해 나갔다. 그렇게 약 2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후우. 이젠 사람이 아예 없네.”
화산 초입 부근에서는 그래도 다른 유저를 종종 발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카르페를 제외하곤 단 한 명의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깊은 곳으로 들어온 거지. 어디 보자. 여기 어디쯤이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 저기다! 저기 새 모양처럼 생긴 바위 보이지?
“새 모양?”
천마가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기형적인 형태의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새 모양 맞나? 듣고 보니 새 같기도 하고…….”
-형태야 아무렴 어떠냐. 아무튼 저기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후우. 드디어 정령계로 입성인가?”
-그래. 흐흐. 운 좋은 줄 알아.
“뭐가요? 형 덕분에 쉽게 정령계로 갈 수 있는 거?”
-그것도 그거지만 내가 이번 회차에서는 아직 정령계를 안 들렀거든. 네가 라세 유저 중 최초로 정령계로 입장하는 거야.
“그게 왜 운이 좋은…… 아!”
카르페는 말하는 와중에 천마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최초 입성 타이틀!”
-그래. 이게 또 옵션이 괜찮단 말이지.
“어서 가죠!”
발걸음이 한층 더 가벼워진 카르페는 천마의 안내를 따라 진행해 나갔다.
그렇게 약 20분.
-도착했다.
“……와. 이게 뭐야?”
카르페는 눈앞의 광경에 감탄을 터뜨렸다.
대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떤 비유 같은 게 아니라 정말 문자 그대로 땅 위에서 화염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항상 이 상태야. 365일 눈으로 덮인 곳을 만년설이라고 부르지? 그래서 여기는 만년염(萬年炎)이라고 부른다.
“직관적인 이름이네요.”
축구장 절반 정도 되는 크기의 공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곳을 아무런 대처 없이 밟았다가는 그대로 불타 사라벼 버릴 게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다.
-저기 불장판 끝에 보이냐? 직사각형 구멍 같은 거.
불의 대지 끝에는 거대한 돌벽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 직사각형 모양의 입구가 뚫려 있었다. 마치 작은 축구 골대 같았다.
-저기가 바로 정령계로 통하는 또 다른 입구다. 즉, 이 불장판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는 소리지.
“흐음. 여길 걸어서 통과할 수는 없으니 날아서 가야 하나? 비행 마법 익힌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인가 보네요.”
-아니. 비행 마법도 안 통해. 주위에 돌 같은 거 하나 주위서 저쪽으로 던져 봐.
“돌?”
카르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순순히 돌멩이 하나를 주워 불장판 위로 던졌다.
화르륵!
그러자 바닥에 깔려 있던 화염이 돌연 솟구치더니 그대로 돌멩이를 집어삼켜 버렸다.
“허.”
-봤지?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뭐가 위로 지나가려고만 하면 저렇게 달려들어.
“그럼 자연현상이 아니라 누군가가 설치한 함정 같은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쉽죠.”
무언가를 해제하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스킬.
바로 해금의 등장 타이밍이었다.
이 만년염이 만약 누군가가 설치한 대규모 트랩이라면 해금이 해제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좋아. 바로 해 볼게요.”
후우.
카르페는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후, 가장 가까운 불꽃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 손을 올린 후 해금을 발동했다.
“해금.”
카르페는 이 불꽃의 대지가 일시에 사그라드는 장관을 기대했지만.
-야. 안 먹히나 본데?
“……그러게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불꽃은 여전히 타오를 뿐이었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카르페 눈앞의 불꽃이 ? 모양으로 변한 거 같기도 했다.
마치, 불꽃이 ‘님 지금 뭐 함???’이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조금 나빴다.
“쓰읍. 함정이 아닌가?”
-뭐, 모르는 일이지. 해금이 상자 열기나 상태 이상에는 잘 먹혀도 함정을 100% 잡아내는 건 아니었으니까. 트랩 아이템도 종종 놓칠 때가 있었잖아.
“이놈의 스킬은 진짜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네.”
카르페는 조금 투덜거린 후, 천마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요?”
-해금이 안 먹히면 정공법으로 갈 수밖에.
천마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 오기 전에 내가 너라면 지나갈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지? 그건 해금 때문에 한 말이 아니고 영구동토 때문에 한 말이다.
“영구동토요?”
-그래. 빙 계열 최강 스킬이면 이 불길도 잠시 억눌러져.
“아하.”
물론 아무리 9성 스킬이라 할지라도 이 화염 대지를 완전히 얼려 버릴 순 없었다.
영구동토는 순식간에 불길로 뒤덮이며 빠른 속도로 녹아버릴 것이다. 그 잠깐의 틈을 타서 지나가야만 했다.
-헤이스트도 있고 창룡보 같은 순간 가속기도 있으니 충분히 할 만할 거야.
“흐음. 영구동토라. 그럼 그 더 썬 길드에 부길마도 여기 지나갈 수 있겠네요?”
-그렇겠지. 애초에 이 방법을 최초로 알아낸 것도 걔일걸? 한 1년 뒤의 일이긴 하지만.
“어, 그래요? 대단하네.”
카르페는 묵향을 제외한 다른 권속들을 전부 룸으로 되돌려 보냈다.
빠르게 이동하려면 혼자인 쪽이 훨씬 나았으니까. 카르페는 스스로와 묵향에게 헤이스트를 건 다음 말했다.
“향아. 준비됐지?
”뀨!“
“좋아. 간다! 영구동토!”
쩌저적!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하자 ‘서빙제의 징표’와 ‘얼어붙은 속박 고리’ 두 아이템이 강하게 진동했다.
그리자 얼음의 파도가 불의 대지를 잠식해 나갔다.
얼음의 길이 돌벽 입구까지 이어졌고 화염은 영구동토를 녹이기 위해 더욱 매섭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녹을 거야. 최대한 빨리 뛰어야 해. 시간 못 맞추면 그대로 게임 오버다.
팍!
천마의 말에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카르페는 창룡보를 발동하며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갔다.
화르륵!
그리고 그런 카르페를 잡아먹기 위해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영구동토가 만들어 낸 얼음길이 순식간에 녹아들어 갔다.
팍!
창룡보의 쿨타임이 돌자, 재차 사용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카르페는 눈 깜짝할 사이에 2/3지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 어? 이게 생각보다 엄청 빨리 녹는데요!”
-흠. 영구동토가 생각보다 못 버티는군. 마력 수치가 좀 부족했나? 그러고 보니 1년 뒤 얼음여왕도 아슬아슬하게 성공했다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건 좀 미리 말해!”
-산 채로 화장당하기 싫으면 소리 지를 시간에 더 달려라!
“젠장!”
어느새 영구동토는 거의 녹아 버리고 없었다. 안타깝게도 창룡보의 쿨타임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도달하기도 전에 불길에 휩싸일 판이었다.
“큭. 어쩔 수 없지. 향아. 네 차례다!”
“뀨우!”
“뛰어!”
카르페의 머리 위에 있던 묵향은 신호가 떨어지자, 카르페의 머리를 지지대 삼아 힘껏 입구로 도약했다.
화르륵!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바닥의 화염이 솟구쳐 묵향을 노렸다.
하지만 그보다 카르페가 좀 더 빨랐다.
“윈드 커터!”
불꽃이 묵향에게 닿기 직전, 카르페가 발동한 윈드 커터가 불꽃을 잘라냈다.
“뀨웃!”
카르페의 원조 덕택에 묵향은 무사히 불꽃 대지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카르페가 딛고 있던 얼음이 사라지려 했으나.
“캐슬링!”
묵향이 무사히 도착한 것을 확인한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했다. 그 즉시 카르페와 묵향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한 번의 스킬.
“향아. 은영보!”
“뀻!”
주인과 그 권속들의 그림자를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묵향의 이동 스킬이 발동했다.
“뀨!”
불꽃이 뒤늦게 묵향이 있던 곳을 삼켰으나 묵향은 이미 카르페의 그림자에서 뿅! 하고 튀어나온 후였다.
두 주종의 협력으로 완벽하게 만년염을 건넌 것이다.
“잘했어. 향아! 역시 향이가 최고라니까.”
“뀨뀨뀻!”
카르페가 주먹을 내밀자 묵향이 자신의 앞발을 거기다 툭 가져다 댔다.
“좋아. 이 여세를 몰아서 정령계에서도 한 건 해 보자. 진화쯤은 순식간에…….”
하지만 카르페의 말은 거기서 이어질 수가 없었다.
화염 대지를 무사히 건넜다는 기쁨도 잠시. 갑자기 몸이 굳으며 눈앞에 알림이 나타난 것이다.
띠링.
[돌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어? 갑자기?”
-엥? 내가 알기로 여기서 다른 이벤트는 없는데?
이제 이런 상황이 익숙했기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할 뿐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이건 또 왜 이러지?”
카르페가 보유한 에픽 반지 ‘서빙제의 징표’가 돌연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슉!
“읏?!”
그 어떠한 전조도 소리도 없이 카르페 눈앞에 한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거의 2m에 가까운 장신에 붉은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미남자였다.
우우웅! 우우우우웅!
그 남자가 등장하는 순간, ‘서빙제의 징표’가 미칠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카르페의 손가락을 쳐다봤다.
“사마귀 놈의 기운이 느껴져서 와 봤더니…….”
남자가 입을 여는 그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감이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으윽.”
……이건 이전에도 한번 겪어 봤던 현상이다.
바로 엘프의 숲을 나와서 파편이 아닌 진짜 ‘서빙제’와 마주쳤을 때.
지금 느껴지는 이 압박감은 그때 느꼈던 압박감과 완벽하게 동일했다!
그리고 그걸 인지한 순간, 카르페는 눈앞의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설마 아니겠죠?’
-……그 설마가 맞는 거 같은데.
‘어이가 없네. 원래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는 거였어요?’
눈앞이 캄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의 남자는 절대로 항거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과거 위신 전쟁 당시 18명의 배후령과 동시에 싸웠고 그 결과 9성 배후령 ‘헤라클레스’를 죽인 존재.
추정 레벨 800.
대륙 11강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라세 세계관 최강의 개체 중 하나.
사해(四害). 북염존(北炎尊) 렉티아.
그것이 바로 남자의 정체였다.
“벌레 놈은 없지만…… 재밌군. 하하. 아주 재밌어.”
북염존은 짙은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