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1화 (프롤로그)(1/5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프롤로그
세상에는 정말 많은 게임이 있다.
고대에 만들어진 바둑 같은 게임에서부터 현대 최신 과학의 정수인 가상 현실 게임에 이르기까지,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게임이 있다.
그러나, 게임의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그 게임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동일하다.
재미!
게임은 재밌으니까 한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이유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재미’를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 재미를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게이머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아 씨, 무슨 랭커라는 새끼가 오더를 그따위로 해?! 방금은 역으로 적 딜러를 물었어야지!
-야. 지금 너 하나 때문에 다른 팀원들 피해 입는 거 안 보이냐? 너 트롤이야? 게임이라 우스워? 그딴 식으로 설렁설렁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이번 레이드에 큰 거 한 장 박았다. 진짜, 실패하면 그때는 뒤지는 거야.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게임의 재미를 ‘승리’에서 찾는 부류들.
게임을 경쟁 수단의 하나로 보고, 게임을 통해 상대보다 우위에 서는 그 순간의 쾌감을 즐기는 유저들.
승리 혹은 더 높은 랭킹을 위해서는 그 어떤 것이라도 희생할 수 있는 사람들.
소위 ‘빡겜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에 반대되는 부류가 ‘즐겜러’들이다.
-아, 겜 터졌네. 역시 힘법사는 예능용인가?
-샷건을 무기로 쓴다고 해서 총알을 쏴야 한다는 건 편견이 아닐까? 샷건을 그냥 휘두르면 더 셀지도?
-아, 또 꼴리는 대로 하다 보니까 졌네. 부캐 하나 더 만들까?
즐겜러들은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게임의 다양한 것을 즐기려 했다.
물론 이기면 좋지만, 져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게임에 질 것 같아도 재밌으면 그냥 한다.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이 같이 게임을 하면, 백이면 백 사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니까.
물론,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빡겜러는 빡겜러끼리, 즐겜러는 즐겜러끼리 같이 게임을 하면 된다. 그것도 아니면 혼자 게임하면 되는 거고. 누가 강제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만에 하나.
정말로 만에 하나, 빡겜러와 즐겜러가 죽을 때까지 같이 게임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긴 뭘 어째요. 아쉬운 인간이 수그리고 들어가는 거지. 안 그렇습니까?”
-……몰라, 새꺄. 젠장. 진짜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이것은 최강을 향해 달려가는 빡즐겜러의 이야기이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계기는 단순했다.
‘그렇게 재밌나?’
정훈은 방금 옆을 스치고 지나간 두 명의 대화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비단 저 두 명뿐만은 아니었다.
이제 어느 시간, 어느 곳에 가더라도 ‘그 게임’과 관련된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와. 진짜 개쩐다.”
“괜히 다른 RPG가 다 망해 버린 게 아니지. 봐도 봐도 감동이다, 진짜.”
거리에 있는 많은 사람의 시선은 거대한 빌딩의 옥상, 스크린 광고에 머물러 있었다.
-크아아아아!!!
스크린 광고에서 소리가 나올 리 만무하건만, 스크린 속의 드래곤이 울부짖는 순간엔 마치 드래곤이 진짜 눈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생동감. 음성이 자동으로 재생된다는 게 아마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리고, 한 명의 잘생긴 기사가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사의 돌진은 거대한 드래곤 앞에서도 일말의 주저도 없었고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땅을 박차며 힘차게 도약했다.
팍!
허공으로 솟구친 기사의 검이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드래곤 역시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입에서 뜨거운 화염을 토해냈다.
기사의 검과 드래곤의 브레스가 맞닿으려는 그 순간!
멋들어진 폰트로 ‘Last Savior’라는 글자가 등장하며 광고가 끝났다.
그리고 그제야, 멍하니 광고를 바라보던 몇몇 사람들은 제 갈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다.
단 한 명, 정훈을 제외하고 말이다. 정훈은 여전히 스크린 광고를 쳐다보고 있었다.
“……끝내주긴 하네.”
길을 가다 적어도 열 번은 봤던 광고인데, 오늘따라 이상하리만치 가슴에 콕 하고 파고들었다.
정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반복 재생되는 광고를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똑같은 광고가 정확히 아홉 번 지나갔을 때, 정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자.’
정처 없이 거리를 산책하던 정훈의 발걸음이 거대한 빌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가상 현실 게임.
라스트 세이비어(Last Savior)가 출시된 지 막 6개월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 * *
“좋아.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한 거 같네.”
정훈은 커다란 캡슐 안 소파에 몸을 눕히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라스트 세이비어의 접속 장치는 다른 가상현실게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푹신한 쿠션이 정훈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가상 현실 게임은 거의 1년 만인가?’
23살.
20대 초반의 남자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정훈 역시 게임을 즐겨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하드 게이머라고 할 수준은 아니었다. 정훈은 하나의 게임을 사골이 우러날 때까지 하기보다는 이 게임 저 게임 뒤적거리며 얕게 즐기는 타입이었다.
한 게임만 줄곧 하기에는 세상에 다른 재밌는 게임이 너무 많았으니까.
분류하자면 빡겜러가 아닌 즐겜러. 정훈은 즐겜러였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었다 하면 일단 달려들고, 적당히 즐기면 다른 게임으로 갈아타는 그런 흔한 게이머였다.
그런 그였기에, 당연히 세계 최초 가상 현실 게임 역시 출시되자마자 해 보았다.
‘리얼 판타지아(Real Fantasia). 한 반년 했나?’
약 1년 6개월 전.
게임회사 녹스(Nox)에서 세계 최초로 가상 현실 게임을 내놓았다.
제작 기간 11년. 제작 비용이 10억 달러를 넘느니 마느니 하는 초대형 VR MMORPG였다.
게임 출시 반년 전부터는 어딜 가나 리얼 판타지아(RF)의 광고였고, 당연히 수많은 게이머의 시선은 RF로 향했다. 정훈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리얼 판타지아 출시 당일.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게임의 결과는.
‘별로였지.’
또 다른 현실. 또 다른 환상.
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였다. 그래픽은 B급 영화의 CG보다도 못했고, 최적화는 엿 바꿔 먹었는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선 게임 플레이가 힘들 지경이었다.
거기다 스토리도 개판. 콘텐츠도 개판.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녹스가 또 녹스했다.
-녹스 주식 산 형들 다 어떡함?
-안 그래도 방금 한강 수온 체크 하고 옴. 아직 좀 차더라. 1개월 뒤가 적당할 듯.
-니들이 허접한지, 우리가 허접한지는 또 결과가 말해 줬네. 녹스한테 또 속은 흑우 읎제?
게임은 깔끔하게 폭망했고, 정훈 역시 약 반년 정도 즐기고 게임을 그만뒀다.
그래도 세계 최초의 가상 현실 게임이라는 점과 RPG라면 죽어도 하고 보는 일부 수요층 때문에 근근이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RF는 ‘역시 가상 현실 게임은 아직 무리다’라는 인식만 사람들에게 심어 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리얼 판타지아 출시 후 정확히 1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에서 ‘Last Savior’라는 두 번째 가상 현실 게임을 출시했고.
거기에는 정말로 또 다른 현실이 있었다.
“진짜 외계인 집단인 거 아냐?”
라스트 세이비어의 개발사로 알려진 L.A.S.E, 라세.
우연인지 노린 것인지는 몰라도, 개발사의 명칭은 한국에서 ‘라스트 세이비어’를 줄여 불렀을 때와 똑같았다.
“어디 보자.”
정훈은 뭐 하나라도 알아낼 심산으로 캡슐을 조작해서 라스트 세이비어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러나.
“소문대로네.”
황량함을 넘어 무성의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홈페이지가 정훈을 반겨 주었다.
홈페이지에는 몇 장의 게임 사진과 자유 게시판, Q&A 게시판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게임의 기본적인 설명은 물론, 심지어 게임 개발사에 관한 소개조차 나와 있지 않은 공식 홈페이지.
망하기 딱 좋은 행태였지만, 라스트 세이비어는 달랐다.
베일에 가려진 개발사.
직접 알아내 보라는 듯 조금도 제공되지 않는 게임 정보.
넘치는 히든 피스와 이스터에그.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압도적인 기술력.
그리고 재미.
이 모든 것이 조합되어 기묘한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홈페이지에 진짜 아무것도 없네. 패기에 지렸다. 다른 겜이 이러면 그냥 바로 망할 텐데.
-ㅇㅇ 그런데 솔직히 라세는 이래도 됨. 구질구질하게 게임 과대포장하는 건 자신 없는 똥겜이나 그러는 거고. ‘진짜’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증명할 뿐.
-오히려 더 땡기지 않냐? 게임에 대해서 궁금하면 직접 알아내 봐라, 이거 아냐.
-그 뭐시냐. 무슨 플레이 원? 옛날 가상 현실 게임 영화처럼 게임 업적 달성하면 회사 지분 넘겨준다는 소리도 있던데.
마치 소설이나 영화의 설정처럼, 베일에 싸인 회사가 만들어 낸 ‘갓겜’은 게이머의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막상 하려고 마음먹으니까 일찍 시작 못 한 게 아깝네. 반년 전에 일만 안 당했어도 바로 했을 텐데.’
6개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온라인 게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6개월이면 선두주자들이 이미 기득권을 형성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정훈은 반년 전 모종의 일로 심신이 크게 지쳐 있었고, 라스트 세이비어를 플레이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3개월쯤 지난 , 멘탈을 회복하고 게임을 시작하려 했지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이번엔 정훈에게 생긴 문제가 아니라 라스트 세이비어에서 발생한 문제였다.
게임을 플레이하다가 사망한 유저가 발생한 것이다.
-속보) 가상 현실 게임이 죽음을 부른다!
-가상 현실 게임에 대한 안전성. 이대로 괜찮나?
-VR 가상 현실 게임이 인체에 미치는 연구…….
한국에서 가상 현실 게임 최초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회가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그 소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라스트 세이비어를 플레이하다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단 한 명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사망한 사람이 극도의 영양실조 상태였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즉, 게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게임 때문에 식음을 전폐한 것이 문제였던 것.
한국 의학계의 공식적인 발표였다.
‘그때 쫄지 말고 시작할걸.’
하지만 사람 심리라는 것이 그렇게 딱딱 팩트로만 굴러가진 않았다.
의학계에서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고 발표를 했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어쩌지?’라는 의구심을 품은 사람이 많았다.
정훈도 그중 한 명이었고, 그렇게 간만 보다가 또 3개월, 총 6개월이 지나고 만 것이었다.
물론, 그 3개월 동안 사망 소식은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뭐, 지금 후회해 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고…….”
정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VR 고글을 썼다. 이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작이다.
“후우.”
정훈은 깊은 심호흡을 한 번 내쉰 후 접속 버튼을 눌렀고.
팟.
새로운 세상으로 접속을 시작했다.
* * *
“와. 미쳤다.”
정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리고 몸 이곳저곳을 더듬어 봤다.
현실과 똑같은 감각에 절로 감탄이 튀어나왔다.
“이거에 비하면 리얼 판타지아는 진짜 허접한 거였네.”
동시대에 나타난 가상현실게임에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라스트 세이비어 개발진이 사실은 외계인 집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였다.
“어디 보자……. 아, 저건가?”
그렇게 감탄하는 것도 잠시, 정훈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어떠한 물건을 발견했다.
사방이 새하얀 공간에서, 그 물건만이 풍경과 동떨어진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말로는 듣긴 했지만…… 진짜 대놓고 뽑기겜이네.”
자판기.
성스러운 느낌마저 느껴지는 순백의 공간에서 이질감을 뿜어내고 있는 커다란 자판기 하나.
정훈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를 툭 던지고 자판기 앞으로 걸었다.
일반적인 음료수 자판기와는 조금 생김새가 달랐다.
일단 조금 더 크기가 컸고, 자판기 상부의 투명한 유리 너머에는 음료수 대신에 ‘?’가 붙은 캡슐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전면에 따로 버튼이 존재하지 않았고, 오로지 코인을 넣을 수 있는 투입구만 있다는 점도 독특했다.
“이걸로 ‘배후령’을 뽑고 시작한단 말이지? 음…….”
‘라스트 세이비어’는 일반적인 MMORPG와 달리,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과 함께할 배후령을 뽑아야 했다.
‘배후령’은 게임 전반적인 요소를 유저와 함께하는 일종의 수호신 개념이다.
어떤 배후령을 뽑는가에 따라서 유저의 육성 방향이나 스킬 트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 처음의 배후령 뽑기는 엄청나게 중요했다. 많은 유저들이 라스트 세이비어를 ‘운빨똥망겜’이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떨떠름한데.’
정훈은 많은 게임을 즐겼고, 개중에는 당연히 뽑기 게임도 여럿 있었다.
몇 년 이상 플레이한 게임도 있었다. 그러나 그래서 뽑기겜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No’였다.
‘얼마를 부었더라? 하…….’
뽑기 게임은 뽑기를 통해서 아이템이나 영웅을 얻고, 캐릭터를 육성해 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일반적인 플레이로 게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보다 과금 뽑기로 얻는 것이 훨씬, 아주 훨씬 더 좋다는 것.
자연스럽게 과금을 퍼부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정훈 역시 적지 않은 돈을 부었다.
몇 년 이상 뽑기 게임을 즐긴 것도 재밌어서가 아니라, 돈이 아까워서였다. 여기에 쓴 돈이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미친듯한 과금 유도.
하지만 그에 반비례하는 똥망 뽑기 확률.
이 두 가지의 대환장 콜라보로 인해 많은 게이머는 뽑기 게임이라면 일단 게거품을 물고 봤다.
하지만 라스트 세이비어는 유저들에게 그런 지탄을 받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라스트 세이비어는 뽑기에 있어서 굉장히 공평했다.
최저 시급의 아르바이트생이든, 중동의 석유 부자든, 뽑을 수 있는 횟수가 딱 정해져 있었다.
10연속 뽑기를 10번.
즉, 총 100번의 뽑기.
돈이 아무리 썩어나도 그 이상으로 뽑기를 할 수는 없었다. 라스트 세이비어는 홍채 인식을 기반으로 하여 1인 1계정 1캐릭터가 원칙이었기에, 좋은 배후령이 나올 때까지 계정 리셋 노가다를 할 수도 없었다.
‘캐릭터 삭제하고 다시 만들 수는 있지만, 페널티가 어마어마하다고 했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캐릭터 능력치가 깎인다고 했던가?
아무튼, 리셋 노가다를 강력하게 견제하는 시스템이라고 얼핏 본 기억이 있었다.
즉.
다른 요소 없이 정정당당하게 운으로 승부해라!
라스트 세이버는 그렇게 말한 것이다. 돈이 썩어나는 부유층들은 불만스럽겠지만, 세상에는 부유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현질 요소가 없는 뽑기 시스템을 좋아했다.
‘와. 뽑기 기회를 100번이나 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0연을 10번.
언뜻 보면 많은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정훈은 시스템창을 불러와서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라세 입벤(RaSe IpVen)
공식 홈페이지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지만, 유저들은 아니었다.
이미 나온 지 반년이 지난 게임이었고, 많은 유저들이 정보를 공유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라스트 세이비어 최대 커뮤니티가 바로 라세 입벤. 유저들은 보통 이곳에서 라세의 정보를 구했다.
“어디 보자…… 아, 이건가.”
-배후령 게시판
라세 입벤의 수많은 게시판 중에서도 가장 핫한 게시판 중 하나였다.
게시판에는 초 단위로 수십 개의 글이 새롭게 갱신되고 있었다.
-ㅠㅠㅠㅠ. 아 마지막 10연에서 5성 질드레 떴는데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인상 더럽던데.
└ 나름 괜찮. 마법사 직업이나 기사 직업 어디로 뻗어가도 메리트 있음. 나름 5성 진리 배후령임.
-씨바!!!!!! 떴다!!!!! 황금 이펙트다!!! 7성 떴다!!!
└ 인증이 없으면 뭐다?
└└ 우리집에도 금송아지 있음^^. 너 인증하면 나도 인증함.
-하. 4성 잡 배후령으로 시작했는데 그래도 스킬 뽑기에서 선방해서 그나마 할 만한 시작인 듯.
└ 초반에는 배후령보다 스킬빨이 나을 때도 있음. 열심히 해 보셈.
“……난리네.”
게임을 이제 시작한 뉴비들은 자신의 배후령을 평가받기 위해.
고인물들은 뉴비들이 어떤 배후령을 뽑았는지 궁금해서.
배후령 게시판은 그러한 이유로 언제나 시끄러웠다.
정훈은 게시판 제일 상단에 가장 많은 추천 수를 받은 ‘배후령 공략 완벽 정리’라는 글을 클릭했다.
「배후령 공략 완벽 정리. 이것만 보면 된다. by. 운빨똥망겜섭종좀」
저도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를 조합했을 뿐이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거르고 거른 정보이기에 나름 신뢰도는 높다 자부합니다.
아시다시피 라세는 크게 두 가지 뽑기가 있는데요. 바로 배후령 뽑기와 스킬 뽑기입니다. 두 개 모두 1성부터 9성까지의 등급으로 나뉘어 있죠. 게임 평생 따라다니는 거니 아주 중요한 뽑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니, 이 미친 게임은 그렇게 중요한 걸 운만으로 결정하냐? 할 수도 있는데, 의외로 밸런스가 괜찮습니다.
배후령 등급이랑 스킬 등급의 합이 10으로 일정하거든요.
무슨 소리냐면, 1성 배후령 뽑으면 스킬은 자동으로 9성이 뽑히고, 2성 배후령을 뽑으면 스킬은 8성 스킬이 뽑힙니다.
후…… 제가 이거 노리고 일부러 1성 배후령 뽑았다가 피똥 싼 건 다들 아실 거고……. 아무튼 제가 경험한 거랑 들어본 거로 단언컨대, 배후령은 무조건 좋은 거로 뽑으세요. 스킬보다 배후령 좋은 거 뽑는 게 효율이 씹넘사입니다. 스킬 좋은 건 초반에나 좋지…… 쓰벌. 앗 지송. 아무튼, 뉴비는 무조건 배후령…….]
“흠.”
그 뒤로는 어떤 배후령이 좋은지, 목록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결론은 배후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 건데…….
“뭐, 그럼 뽑아야지.”
정훈은 시야 한구석에서 반짝반짝 점멸하고 있는 느낌표를 터치했다.
띠링.
[시스템 알림 : 키워드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벤토리’라고 말할 시 인벤토리가 활성화됩니다. 설정에서 키워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인벤토리.”
정훈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눈앞에 인벤토리가 나타났다. 거기에는 총 10개의 코인이 들어 있었다.
이걸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알 수 있으리라.
정훈은 인벤토리에서 코인을 하나 꺼내 들었다.
“후우.”
공략을 보니, 배후령의 등급은 1~9성이 존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높은 등급일수록 등장 확률이 떨어진다. 그것도 7성부터는 거의 구경도 힘든 수준이라고.
그에 더해, 높은 등급의 배후령을 뽑을 땐 다른 뽑기 게임처럼 화려한 이펙트가 뜬다는 모양이었다.
1성부터 5성이 등장할 때는 아무런 이펙트가 없었고.
6성은 은빛, 7성은 금빛, 8성은 영롱한 무지갯빛이 나타난다고 했다.
9성은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뽑은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고, 제대로 인증조차 하지 않은 탓이었다.
“게임 잘 만들었네. 심장 뛰는 것도 느껴지는 거 보니.”
이게 뭐라고 떨리냐.
정훈은 피식 웃으며 코인을 자판기에 집어넣었다.
스윽.
“어?”
코인을 투입하는 순간, 정훈은 가슴, 정확히는 심장 부근에서 뭔가 간질거리는 느낌을 느꼈다.
정훈은 가슴 쪽을 쳐다보려고 했지만, 그것을 행동을 옮기지는 못했다.
촤르르륵!
자판기의 캡슐이 힘차게 섞이기 시작했으니까. 정훈의 시선이 자판기에 고정되었고.
퍼엉!
자판기의 뚜껑이 열리면서 총 10개의 캡슐이 튀어 올라 허공에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정훈은 두 번째로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가슴에 기묘한 감각 때문이 아니었다.
금빛.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든 찬란한 금빛이 10개의 캡슐 중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박.”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 총 10개의 캡슐 중 무려 두 개가 눈부신 황금빛의 캡슐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