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0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00화(200/581)
“더 이상 다가오면 공격하겠뀩!”
몰려온 다람쥐들의 숫자는 약 50여 마리.
그 모든 마법 다람쥐들이 나름대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일행을 둘러쌌다. 물론, 다람쥐들이 무서운 표정을 지어 봤자였지만 말이다.
다람쥐들은 나름대로 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갑옷을 두른 다람쥐도 있었고 작은 철제 투구를 머리 위에 얹어 둔 다람쥐도 있었다.
일행 주위를 쪼르르 둘러싸서 자그마한 앞발로 미니 사이즈 창을 겨누는 모습은…… 위협적이기보다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
“큿. 이건…… 이건 위험합니다.”
특히 티나의 반응이 격렬했다.
평소 근엄하고 냉정한 태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양 볼을 빨갛게 상기시키며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티나의 태도에 다람쥐들은 ‘역시! 우리의 위협은 무섭다뀩!’, ‘우리는 대단해뀩!’ 등으로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고 그 반응에 티나는 한층 더 흥분에 휩싸였다.
“와, 얘네들은 말도 할 수 있구나. 그런데 향이는 왜 못하지?”
-아직 어려서 그런 거 아냐? 아무튼 잘됐군. 죄다 뀨뀨거리고 있으면 머리 아플 뻔했는데.
카르페 일행과 다람쥐 무리가 귀여운 대치를 이루고 있는 그때, 다람쥐들 사이에서 대표 격으로 보이는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다른 다람쥐들보다 덩치가 조금 더 컸고 머리에 쓴 투구도 다른 다람쥐들의 것보다 좀 더 멋들어져 보였다.
“이곳은 마법 다람쥐의 왕국 타미아뀩! 인간은 들어올 수 없으니 돌아가뀩!”
“아, 잠깐만. 이곳에 볼일이 있는데…….”
“인간의 볼일 우리와 관계없뀩! 돌아가뀩!”
“뀨! 돌아가뀨!”
“돌아가뀩! 돌아가뀩!”
마법 다람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카르페가 어떻게든 대화를 해 보려 했지만 다람쥐들은 돌아가라고 외칠 뿐이었다.
“생긴 거랑 다르게 완고하네…….”
퀘스트 창에서 ‘타 종족에 배타적’이라는 설명을 보긴 했지만 아예 대화조차 성립되지 않을 줄이야.
카르페가 다람쥐들의 태도에 난감해하던 그때.
“뀨웃!”
묵향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모든 다람쥐의 시선이 묵향에게 향했다.
“……동포?”
“동포다뀨! 동포가 인간과 같이 있뀩!”
“동포 중 일부는 좋은 인간과 주종계약을 맺기도 하는뀨! 저 인간은 좋은 인간이뀨!”
“하지만 좋은 인간이라도 왕국에 발을 들일 순 없뀩. 그것이 규치뀩!”
“그런데 동포의 색깔이 이상하뀩…… 검정? 검정은 처음 보는뀩.”
“뀨! 뀨뀨!”
마법 다람쥐들은 묵향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고, 묵향 또한 동족을 만난 기쁨에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다람쥐들 중 누군가의 말마따나 오직 묵향만 검은색 다람쥐였다.
다른 다람쥐들은 현실의 일반 다람쥐들처럼 밝은 갈색 계통의 털을 가지고 있었다.
“특이하뀩. 혹시 동포가 아닌 것인지뀩?”
“아니뀩! 이 기운은 틀림없는 우리 타미아스의 기운이뀩!”
“맞아뀩! 동포다뀩! 우리는 결코 털의 색으로 차별하지 않는 지성적인 다람쥐뀩!”
“동포는 환영이뀩!”
다람쥐들은 묵향을 환영했다. 보통 털의 색이 다르면 배척받는 게 클리셰이건만, 마법 다람쥐들은 판타지 종족답지 않게 도량이 넓었다.
‘어째 또 잘 풀릴 각이죠? 역시 향이라니까.’
-뭐, 그건 좋긴 한데. 계속 뀨뀨거리는 거 정신 사나워. 어떻게 좀 안 되나?
‘확실히…… 좀 혼란스럽긴 하네요.’
처음 한두 번은 귀엽다 싶었는데 어미마다 뀩거리는 걸 보니 뭔가 적응이 잘 안 됐다.
오크는 취익취익 고블린은 고블고블 마저 비껴간 라세였지만 다람쥐의 뀨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때. 카르페의 혼란을 감지한 것인지, 눈앞에 새로운 알림창이 등장했다.
[마법 다람쥐의 언어를 일반 언어로 치환하시겠습니까?] [치환 시 특정 종족의 고유 말투가 일반 말투로 변환되어 들립니다.]“오?”
불친절의 대명사 라세에 이런 좋은 기능이?
카르페는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다람쥐의 말투가 정상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동포. 환영한다! 너라면 우리 왕국으로 들어올 수 있다.”
“혹시 저 인간이 괴롭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말만 해라. 우리가 혼내 줄 것이다.”
막상 뀨가 없어지니 좀 심심해진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편이 훨씬 마음이 진정되었다.
카르페는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는 다람쥐의 대표를 향해 말을 걸었다.
“큼. 낯선 이를 경계하는 건 당연해. 하지만 우린 너희에 대한 적의가 없어. 대화를 나눠 볼 수는 없을까?”
“동포와 계약을 맺은 인간이라면 대화 정도는 나눠도 좋다! 무엇이 궁금한가?”
카르페가 묵향의 주인이란 것이 밝혀지자 다람쥐들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린 태초의 마법 다람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왔거든. 혹시 거기에 대해 아는 게 있을까?”
“태초의 마법 다람쥐? 그건 그냥 전설일 뿐인데?”
대표 다람쥐는 카르페의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옛날 옛적 타미아를 건국한 타미아스가 태초의 마법 다람쥐라는 전설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 실존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맞아. 태초의 다람쥐는 여덟 속성을 다룬다고 하는데……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위대한 대마법사인 우리들의 임금님조차 6개의 속성이 한계니까 말이지.”
“그러고 보니 동포여. 가장 중요한 것을 묻지 않았다. 그대는 몇 가지의 속성을 다루지? 미안하지만 그 대답에 따라 그대의 대접이 달라질 것이다. 만약 한 가지 속성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그렇게 말한 다람쥐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구겼다. 카르페는 다람쥐의 표정으로도 ‘혐오’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살짝 감탄했다.
“뀨우…….”
다람쥐의 질문에 묵향은 자신의 앞발을 들어 발가락을 하나하나 꼼지락거기 시작했다.
한쪽 발당 4개씩, 양발을 합쳐 도합 8개 전부 다!
‘……다람쥐 앞발은 발가락이 네 개구나. 몰랐네.’
-그러게. 전혀 몰라도 되는 상식을 하나 알게 됐군.
카르페와 천마가 ‘다람쥐 앞발가락 개수’라는 의미 없는 것에 놀라고 있을 때.
“동포! 거짓말하지 마라! 여덟 속성을 다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순진한 얼굴로 거짓말한다고 속지 않는다! 우린 현명한 다람쥐들이다!”
다람쥐들은 묵향의 말이 거짓말이라 단언했고, 그들의 반응에 묵향은 볼을 살짝 부풀린 후, 앞다리를 흔들었다.
[권속 묵향의 스킬 ‘스펠 오브 에잇’이 발동합니다.]파앗.
묵향의 발끝에서 뻗어 나온 유형의 마력 덩어리가 허공으로 살짝 떠올랐다.
마력은 곧바로 화염이 되었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물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얼음으로 변했고 번개가 되었으며 나무가 되었다.
“…….”
“…….”
묵향을 매도하던 다람쥐들을 모두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에게 있어 눈앞의 광경은 ‘황홀경(恍惚境)’ 그 자체였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묵향의 마력이 빛과 어둠 그리고 정신의 성질을 띠는 그 순간.
“……뀩.”
마법 다람쥐 중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50마리의 다람쥐는 너 나 할 것 없이 무릎을 꿇으며 묵향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태초의 타미아스!”
“경배하라! 경배하라!”
“임금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다람쥐 무리의 대표는 덜덜 떨면서 묵향에게 말했다.
“전설을 몰라뵀습니다. 부디 이 무례는 제 목숨 하나로 끝내주셨으면…….”
“뀨?!”
자신을 죽여 달라는 말에 묵향이 깜짝 놀라자 지켜보고 있던 카르페가 대신 앞으로 나섰다.
“우리 향이는 착한 다람쥐라서 그런 일로 화내지 않아. 대신 이곳의 임금님을 만나게 해 줘.”
“향 님이라고 하시는군요. 태초의 전설이신 향 님은 물론 임금님을 만나 뵐 수 있으십니다. 하지만 인간님은…….”
어느새 카르페의 대한 호칭도 인간님으로 변해 있었지만, 다람쥐들은 끝까지 카르페의 왕국 출입을 탐탁지 않아 했다.
하지만 카르페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인벤토리를 열어서 그 속에 있는 모든 도토리를 땅바닥에 우수수 쏟아냈다.
투두두둑!
“……허억! 이토록 양질의 도토리라니!”
“이, 이건 엘프들이 가꾼 도토리?! 전설, 전설이다!”
“뀨……뀩!”
모든 다람쥐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리자 카르페가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
“어떻게 안 될까? 임금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야.”
“……뀩.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제 권한으로 한번 힘써 보겠습니다.”
대장 다람쥐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발밑에 굴러온 도토리 하나를 슬쩍 챙겼다.
“하지만 절대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타 종족의 경우 마법을 쓸 수 없다면…….”
“아, 그건 괜찮아. 나도 향이만큼 많은 속성으로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역시 전설과 어울리는 분이시군요.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이걸 받으십시오.”
대장 다람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동그란 열매 같은 걸 꺼내 카르페에게 건넸다.
“인간님은 너무 거대해서 그 모습으로는 왕국에 들어갈 수 없으니까요.”
띠링.
[소형화의 열매] [등급 : 유니크] [분류 : 소모품] [복용 시 48시간 동안 몸이 작아집니다. 스테이터스와 스킬에는 변화가 없습니다.]“오? 이런 게 있구나.”
카르페는 열매를 받아들고 꼼꼼히 살펴보았다. 슬쩍 해금도 사용해 봤지만 아이템 설명에 나와 있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기능도 존재하지 않았다.
확인을 끝낸 카르페는 열매를 삼켰고, 그러자 카르페의 몸이 순식간에 다람쥐들과 비슷한 사이즈로 변했다.
“와, 신기하네.”
주변의 풍경이 거대해졌다.
묵향 또한 자신과 비슷한 크기가 된 주인이 신기했는지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왔다.
-흠. 소형화 마법이랑 동일한 효과군. 이러면 나도 크기를 줄여야겠어.
“헐. 형도 그런 게 가능했어요?!”
-벽도 통과하는 유령인데 그쯤이야.
“와. 마스터. 쪼끄매!”
“큿. 크읏! 이, 이건!”
“티나. 아까부터 왜 안절부절못해? 화장실 가고 싶어? 이상하네. 인형이라서 갈 필요 없을 텐데.”
“미라쥬! 그 무슨 망발입니까! 어서 취소하십시오!”
잠시 소란이 있었으나 카르페 일행의 왕국 입성이 허락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허락될 뻔했다.
“애석한 일이지만 마법을 사용하실 수 없는 분들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절대적인 규칙입니다.”
티나, 길리안, 로이어드.
카르페 일행 중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세 명은 입국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기껏 인형 사이즈로 변신한 그들은 몹시 당황했다. 특히 티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당합니다! 규칙의 변경을 요구합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것은 대대로 내려오던 규칙이기에…… 마법사의 노예가 아닌 이상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전 마법사인 주군의 신하…….”
“신하와 노예는 엄연히 다릅니다. 포기하시지요.”
“크윽!”
완고한 다람쥐의 태도에 티나는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