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0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09화(209/581)
“……뀩.”
형무소장은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빛 도토리를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이놈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그 기분!
설마 형무소 지하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역시 신께서 나를 살피고 있음이다.”
사실 형무소장이라는 직위는 정계 권력과는 거리가 있는 자리다.
때문에 자그마한 실수로 형무소장으로 좌천되었을 때는 이제 영영 권력과는 끝이라 생각했는데……
‘설마 이게 전화위복이 될 줄은!’
형무소장은 황금의 도토리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셀레스티얼 에이컨.
바로 이 황금 도토리의 이름이었고 또 다른 별명으로는 ‘기적의 도토리’라고 불린다. 별명 그대로 섭취 시, 마법 다람쥐에 한정해서 마법력을 크게 상승시켜주고 낮은 확률로 추가 속성을 획득하게 해주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아직까지 추가 속성을 얻진 못했지만……괜찮아. 시간은 많으니까.’
정령계에는 다른 곳보다 좀 더 마력이 잘 고이는 지형이 있는데 이를 ‘마력의 웅덩이’이라고 한다.
그리고 셀레스티얼 에이컨은 마력의 샘 근처에서만 생성되는 일종의 마나석이었다.
즉, 실제로는 도토리가 아니다. 다만, 그 형태가 도토리와 흡사해서 도토리라고 불릴 뿐 그 실체는 그냥 마나석이다.
‘형무소 지하에 마력의 웅덩이가 있을 거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겠지. 흐흐.’
기적의 도토리는 마력의 웅덩이에 고인 마나를 빨아들여 생성된다. 소모된 마력의 웅덩이가 재충전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한 달. 때문에 기적의 도토리는 한 달에 한 번 밖에 채굴할 수가 없었다.
“좋아. 나는 이만 가보겠다. 부소장은 이곳을 정리하고 따라오도록. 오늘은 특별히 기적을 나눠주겠다.”
“옛! 영광입니다! 죄수들을 잠시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음. 수고하게.”
소장은 부소장의 어깨를 토닥 거려준 뒤 황급히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 형무소는 그만의 왕국이자 낙원이었다. 이곳에는 이 지하 노역장 외에도 비밀스러운 장소가 몇 개 더 있었다.
덜컹.
형무소장은 형무소 구석에 위치한 자그마한 철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철문이 다소 허름했던 것과 달리 그 내부는 몹시도 호화로운 객실이었다.
객실 내부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세 마리의 다람쥐가 푹신한 방석 위에서 뀩뀩 웃어대고 있었다.
“그래서 내 딸이……어! 형무소장 오셨구려.”
“오오. 어서 오시오. 그래. 그 도토리가 예의 그 기적의 도토리요?”
“그렇습니다. 자, 보시지요. 흐흐. 이번에 채굴된 녀석은 지난 달 녀석보다 질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오. 이것이 바로!”
객실에 있던 세 마리의 다람쥐는 다름 아닌 어전회의에 참석했던 중신들이었다.
각각 재무장관, 마법장관, 그리고 농업장관으로 중신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자들이었다.
좌천당해 권력에서 멀어진 형무소장이 어전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셋의 도움 덕분이었다.
“세 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이 일은 절대로 함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를 말이오. 우리는 이제 한 배를 탔소.”
“걱정 마시오.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이 사실이 국왕의 귀에 들어간다면 몸 성치 못할 테니까. 무덤까지 가져갈 일이오.”
사실 기적의 도토리에게는 또 다른 별명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악마의 도토리.
황금 도토리의 머리 부분에 화염마법을 사용하면 황금빛 연기가 솟아나는데 이 연기가 아주 강력한 마약성 물질이었다.
연기를 들이마시면 강력한 쾌감과 함께 마법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보물.
하지만 그 중독성이 너무나 끔찍한 탓에 과거 다람쥐 왕국에서는 황금 도토리를 놓고 내전까지 일어난 적이 있었다.
이후 국왕은 황금 도토리를 철저하게 규제했고 왕의 허락 없이 황금 도토리를 다룰 경우, 반역죄로 엄격하게 다스렸던 것이다.
‘흐흐. 아깝지만……이런 위험한 것을 나 혼자 먹을 순 없지.’
이런 귀한 것을 혼자서 독식하려고 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혼자서 먹기 보다는 권력자와 나눠서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고 위험부담을 나누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 이번에는 부소장도 부를 생각인데 괜찮으십니까?”
“잘 생각하셨소. 아랫것들에게도 가끔 호의를 베풀어야 소리가 안 나오는 법이니.”
“허허. 어차피 다 같은 배를 탄 식구 아니겠소. 형무소장이 이 자리를 잘 유지하기 위해선 필요한 일이지.”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부소장이 허겁지겁 안으로 들어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파티 준비를 끝내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허허. 그럴 수 있지. 그럼 지금부터 즐겨봅시다.”
마법장관이 그렇게 말하며 앞 발을 흔들자, 객실 한쪽 벽면에 있던 거대한 커튼이 좌우로 젖혔다.
커튼이 젖혀진 벽은 하나의 거대한 유리였다.
그리고 그 유리 너머에는 또 다른 방이 있었는데 장관들이 있는 객실보다 훨씬 더 거대한 방이었다.
“오늘 따라 마법 유리가 더욱 선명해 보이는 군. 형무소장. 저 쪽에서 이쪽을 볼 일은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철저하게 마법 처리를 해놨으니 안심하고 관람하시면 됩니다.”
“하하. 그냥 해 본 소리요. 그래, 이들이 오늘의 주인공들인가?”
유리 너머 커다란 방에는 수많은 죄수 다람쥐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가 살아남을지 기대되는 군. 지난번엔 분명 11번이었던가?”
“하하. 기골이 장대한 놈이었죠. 저는 이번에 저 녀석이 끌리는 군요. 37번.”
“으으음. 내가 선택하려고 했는데 장관이 선수를 쳤군. 그렇다면 나는 7번으로 하겠네. 7번의 최종 승리에 도토리 십만 알을 걸겠소.”
“좋습니다. 저도 십만 알!”
형무소에서 이루어지는 ‘파티’란 바로 이것이었다.
황금 도토리의 마약에 취한 상태로 실시간 배틀 로얄을 감상하며 내기를 하는 것.
도박, 혈투, 마약.
말초적인 자극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쾌락 파티였다.
후욱.
마법 장관이 황금 도토리에 화염 마법을 사용하자, 이내 황금 빛 연기가 객실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섯 다람쥐들의 표정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이거다. 이것이다! 이것 때문에 사는 것이다.
이런 강렬한 쾌락이 있다는 걸 알아버린 이상, 더 이상 그 전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한 달에 딱 한 번 허락된 최고의 파티.
형무소장은 아마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하하. 저 놈 아주 잘 싸우는 군! 좋아. 저놈에게 특별 배팅을 하지! 저놈의 최후의 3인 안에 드는 것에 도토리 5만 알!”
“하하. 오늘 지출이 너무 크신 거 아닙니까? 다 잃으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럼 세금을 더 올리면 될 일이지. 뭐가 문제인가? 우리는 귀족이네. 얼마든지 노예들을 부려먹을 수 있다는 말일세.”
“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자, 제가 술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형무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장관에게 다가가는 그 순간이었다.
스윽.
돌연 형무소장의 목에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마약으로 몽롱한 머리가 단숨에 차가워질 만큼 섬뜩한 감촉이었다.
“……누, 누구냐!”
“……”
대답은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장관들 뒤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붙어서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하나 같이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 무리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파티가 뭔가 했더니……가관이군. 미친 나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음지에서 이런 짓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 이 목소리는?”
왠지 들어본 듯한 목소리에 형무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나……정확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안 된다. 마약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도대체 여길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 철문은 내가 허락한 이가 아니면 절대로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아, 내가 문이나 자물쇠 여는 건 기가 막히게 하는 편이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문이야 아무렴 어때.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망토를 뒤집어 쓴 이들 중 한 명.
카르페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
-진짜, 다람쥐 놈들. 외모만 귀엽지. 하는 짓은 인간이랑 다를 바가 없구만. 아니, 더 지저분한 거 같아.
‘그러게 말이에요.’
어디론가 이동하는 형무소장을 몰래 쫒아왔는데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을 줄이야.
‘뭐, 그래도 일은 잘 풀렸네요.’
솔직히 형무소장을 잡는다는 미션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나라의 귀족들은 다들 뛰어난 마법사였으니까. 특히 어전회의에 참여하는 고위 귀족이라면 그 솜씨가 남다를 게 분명했다.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돌입한 임무였는데……이게 웬걸.
실상은 마약에 쩔어서 헤롱 거리는 다람쥐를 잡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거 참. 이런 분위기에서도 꿋꿋하게 날먹을 하는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 지.
‘어허. 날먹이라뇨. 저 문 절대로 안 열린다는 거 방금 못 들었어요? 해금 없었으면 엄청 어려웠을 거라고!’
-그래. 결국 해금으로 날먹한 게 맞잖아!
카르페와 권속들은 마약에 취한 다람쥐들을 한 데 모아서 포박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특수한 수갑을 채웠다.
“이, 이놈들! 우리가 누군 지 아느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를 풀어주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
“……분위기 파악이 안 되나?”
전형적인 악역의 대사를 뱉는 다람쥐들을 보며 카르페가 어이없어 하는 그 때.
두두두.
카르페의 연락을 받은 레지스 무리가 곧 객실로 들이닥쳤다.
수 십 마리의 다람쥐가 객실로 들어서자 장관들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떨었다.
“네, 네놈들 도대체 누구냐!”
“역겨운 목소리는 여전하군. 형무소장.”
형무소장의 말에 레지스 쪽에서 한 마리가 걸어 나왔다. 오늘 작전에서 총대장을 맡은 다람쥐였다.
그는 망토의 후드 부분을 뒤로 젖혔다. 동시에 형무소장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너, 넌! 검사 제라칼! 감히 마법도 쓰지 못하는 버러지가 이런 일을 벌였느냐! 천한 놈! 당장 이 포박을 풀지 못할까!”
“……이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하다니. 멍청하다고 해야 할 지 대단하다 해야 할지 모르겠군. 형무소장. 내가 당당히 얼굴을 보였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나?”
“……헉.”
“그래. 이곳에 있는 당신들 중 누구 하나도 살아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제라칼이라 불린 다람쥐는 칼을 높게 쳐들었다.
“너희들이 앗아간 생명들에게 죽어서 사죄하라. 혁명은 네놈들의 피로 시작 될 것이다!”
제라칼의 검이 그들을 향해 자비 없이 휘둘러졌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