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1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10화(210/581)
제라칼의 검이 형무소장의 이마를 가르기 직전.
뚝.
검이 멈춰 섰다. 형무소장의 이마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흐, 흐헉! 흐어억!”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갈라 버리고 싶으나 대의를 위해 참겠다. 너는 민중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죽어야 하니까.”
제라칼은 나머지 귀족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들도 마찬가지다. 아주 잠시만 살려 주마.”
“가, 감히! 열등한 언메이지 놈들이!”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이대로 넘어갈 성싶으냐! 어서 이걸 풀어라!”
목숨줄이 붙잡힌 상태에서도 장관들은 뻣뻣하게 소리쳤다.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보다 언메이지 따위에게 잡혔다는 사실이 더 참을 수 없는 듯했다.
“내 말 한마디면 왕국의 모든 마법 병단이 네놈들을 노릴 것이다! 내 기필코 네놈들을 전부 쓸어버려 이 치욕을 갚아 줄 것이다!”
“……권력을 사적으로 휘두르는 네놈 같은 것들 때문에 이 나라는 글러 먹은 거다.”
“에이잇! 시끄럽다! 너희들은 위대한 우리 마법사의 하찮은 도구일 뿐이야!”
“웃기는군. 그래서 지금 그 하찮은 도구에게 잡힌 건가? 체력도 낮고 전선의 후방에서 공격만 할 줄 아는 게 마법사란 족속이지. 비겁하기 짝이 없어.”
“은혜도 모르는 놈! 내가 이래서 언메이지 따위는 한 놈도 남김없이 몰살해야 한다고 주장했거늘!”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겠군. 귀가 썩을 지경이야. 전부 끌고 가!”
“넵!”
제라칼이 명령하자 뒤에 서 있던 레지스의 다람쥐들이 앞으로 나와 놈들을 포댓자루 속에 처박았다.
“이놈들! 정녕 죽고 싶어서…… 읍읍!”
“후. 진즉에 재갈을 물릴 걸 그랬어. 실례가 많았소.”
귀족 일행이 밖으로 끌려나가자 제라칼은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크게 쉰 후, 카르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만나게 되어 반갑소. 오늘 습격의 지휘를 맡은 제라칼이라고 하오.”
“카르페입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다오. 협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요. 그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놈들을 잡을 수도 없었을 것이오.”
“그냥 운이 좋았죠. 설마 마약에 찌들어 있을 줄은…… 아, 형무소장과 아는 사이이신 거 같던데.”
“……과거의 일이요. 한때 놈의 더러운 일을 처리하던 암살자로 키워진 적이 있었지.”
하지만 아주 사소한 실수를 이유로 제라칼은 형무소장에게 가족을 잃었다. 그 이후, 왕국을 탈출하고 복수의 때를 노리고 있었다고 한다.
-와. 그 정도면 바로 죽였어도 안 이상한 수준인데 용케 참았네.
‘그러게요. 대단하네.’
카르페가 감탄스럽다는 듯 쳐다보자 제라칼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내 사적인 감정 때문에 대업을 망칠 순 없지. 아무튼 우리의 목적은 이뤘소. 이제 그대들의 목적을 이룰 때요. 아, 그 전에 잠깐만.”
제라칼은 그렇게 말한 뒤, 황금 도토리를 향해 걸어갔다.
도토리는 미약하게나마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제라칼은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지독하게도 달콤한 향기로군. 다람쥐들이라면 거부하기 힘들 만큼.”
“그런데 괜찮아 보이시는데요.”
“그건 우리가 언메이지이기 때문이오. 마법적 능력이 없으면 기적의 도토리는 큰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지. 저건 마법사들을 위한 물건이니까.”
제라칼은 황금 도토리를 집어 들더니 카르페에게 내밀었다.
“그대에게 드리겠소.”
“어, 그래도 됩니까? 귀한 물건 같은데요.”
“이곳에 있는 우리 중 그 누구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으니 복용한다 해도 의미가 없소. 마약 성분 또한 거의 사라졌으니 그대가 가지시오. 오늘 작전의 1등 공신에게 줬다고 하면 다른 이들도 다 이해할 것이오.”
“……그렇다면야.”
카르페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아 꽤 탐이 나던 참이었다.
띠링.
[기적과 악마의 도토리 ‘셀레스티얼 에이컨’을 획득하셨습니다.] [셀레스티얼 에이컨] [등급 : 유니크 +] [마력이 집중된 곳에서 낮은 확률로 생성되는 마법 광석입니다. 마법 다람쥐들의 마법적 힘을 끌어내는 공능을 가졌습니다. 마법 다람쥐가 복용 시 마법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또한 낮은 확률로 추가 속성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마법 다람쥐가 아닌 다른 종족이 복용할 시,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복통이 유발될 수 있으니 섭취에 주의하세요.]“크으. 향이 전용 템이구나.”
마법적 능력 상승이라.
향이에게 먹였을 때 얼마나 강해질지 벌써부터 설렜다.
“자, 그럼 이동하겠소.”
제라칼은 그렇게 말하며 일행을 어딘가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죄수들이 갇혀 있는 감옥들이 나타났다. 간수로 보이는 자들은 이미 레지스의 다람쥐들에게 다 제압된 상태였다.
“그대가 찾는 다람쥐는 현자 ‘올렌’이라고 하오. 우리 왕국의 최연장자인 분이자, 살아 있는 지식의 보고라고 불리는 분이오.”
“대단하신 분이네요.”
“그렇지. 최고위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제는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신 분이지. 그 덕에 많이 고생하셨고. 아, 다 왔소.”
제라칼은 그렇게 말하며 어떤 철문 앞에 섰다.
“이 안에 그분이 계시오.”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오. 그럼 우리는 다른 이들을 꺼내 주도록 하겠소. 수하 둘을 두고 갈 터이니 무슨 일이 있다면 그들에게 말해 주시오.”
제라칼은 그렇게 떠나갔고 카르페는 그 모습을 조금 지켜본 후, 철문을 열었다. 자물쇠는 이미 풀려 있었다.
끼익.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문 안쪽은 상당히 넓었다. 일반적으로 ‘감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보다는 황량한 창고 같은 느낌이었다.
방 한구석에 나무로 된 책상이 있었는데 거기에 다람쥐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다른 다람쥐와 달리 새하얀 턱수염을 기르고 있어서 또 묘하게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 들었다오. 태초의 다람쥐에 대해 궁금하시다고?”
“네. 그렇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제대로 찾아왔구먼. 태초의 다람쥐에 관해선 내가 이 왕국에서 가장 잘 알 것이오.”
카르페는 자신들이 이곳 다람쥐 왕국에 오게 된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흐음. 그렇구먼. 그래. 그래서, 그 진화를 앞두고 있다는 어린 친구는 어디에 있소?”
“아, 향이는 지금 다른 쪽에 일이 있어서 빠졌습니다. 조만간 합류할 거예요.”
“그렇군. 아무튼 진화를 위해서는 태초의 다람쥐와 관련된 단서를 찾아야 한다라……. 좋소. 내 짚이는 바가 있다오.”
“오. 정말요?”
“그렇지. 아니 짚이는 정도가 아니라 확실할 터. 내 예상이 맞다면 그대의 파트너는 아주 쉽게 진화를 마칠 수 있을 것이오.”
올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볼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의 꾸러미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이게 태초의 다람쥐와 관련된 단서라 할 수 있는 물건이지. 아아, 내가 왜 이런 걸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은 얼굴이구먼. 다 설명해 주겠소. 어차피 이곳을 정리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을 테니.”
올렌은 먼저 자신이 이곳에 잡히게 된 경위부터 말했다.
“내가 왜 이곳에 잡힌 줄 아시오?”
“아, 네. 들었습니다. 하층민의 저항 운동을 지지하다가 내란죄로 잡히셨다고…….”
“그건 절반만 정답이지. 사실 내가 이곳에 잡힌 건 바로 이 물건 때문에 그런 것이오.”
“도대체 뭐길래…….”
“한번 살펴보시구려. 아, 위험한 물건이니 아주 살짝만 열어 보시오. 아주 살짝만.”
올렌의 말에 카르페는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는 가죽 꾸러미.
카르페는 끈을 살짝 풀어서 안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각각 파란색, 붉은색, 하얀색, 검은색까지 총 4개의 구슬이 들어 있었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것이 마치 보석 같아 보이긴 했지만, 딱히 위험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구슬인데요? 이게 왜 위험한…….”
쿵!
카르페가 올렌에게 묻는 순간, 돌연 문 밖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주군.”
티나가 빠르게 문 밖으로 나가자, 거기에는 두 마리의 다람쥐가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다. 제라칼이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하라고 남겨 두고 간 부하들이었다.
“이런. 내 실수군. 설마 다른 다람쥐들이 있었을 줄이야. 끌끌.”
올렌이 그 광경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단순히 기절했을 뿐이니 옆에 뉘어 두시오. 곧 깨어날 것이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 구슬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에 노출된 탓이지. 그놈들은 우리 마법 다람쥐에게는 아주 상극인 놈이거든.”
“……어? 설마?”
올렌의 말에 카르페의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어떤 정보가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봤던 다람쥐 왕국의 건국 야사.
“……네 개의 악몽?”
“그렇다네. 그 네 구슬은 바로 놈들의 내단이라네.”
“아니, 그럼 엄청 위험한 거잖아요! 괜찮으세요?”
“허허. 난 괜찮다네. 좀 특이체질이라 말일세. 내가 네 개의 악몽에 관해서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체질 덕분이지. 자,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겠네.”
올렌은 왕국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이자 마법사였다.
그는 오랜 세월 왕국을 살아오면서 커다란 의문을 품었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신분제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
반란이 일어나도 진즉에 일어났어야 정상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한 일이지. 어떻게 위에서 명령한다고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고 따른단 말인가? 그것도 그 많은 다람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말일세.”
“……설마.”
“그렇다네. 귀족들이 언메이지에게 절대적인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악몽들의 핵 때문이었네.”
머나먼 태초 시대.
태초의 타미아스는 네 개의 악몽을 물리쳤다.
그리고 그들의 사체는 대지에 녹아 버렸으며 그 위에 세워진 왕국이 바로 마법 다람쥐의 왕국 타미아.
“악몽들의 핵은 각각 얼음, 화염, 빛, 어둠. 네 가지의 속성을 띠고 있네.”
그리고 그 속성은 사실 다람쥐들 고유의 속성이 아닌 네 개의 악몽들의 속성이었다.
대지에 녹은 그들의 핵은 이곳에서 태어난 마법 다람쥐들에게 해당 속성을 부여했다.
“그 네 속성을 가진 마법 다람쥐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다람쥐에게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거지. 천적인 악몽의 기운이 녹아 있으니까.”
“……와. 그런 비밀이.”
“난 오랫동안 연구하며 이 대지에 놈들의 핵이 남아 있다는 걸 알아냈지.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을 들여 정수를 모두 찾아냈고, 특수하게 제작된 봉인 자루에 넣어서 봉인했네. 그대가 쥐고 있는 자루가 바로 그것이라네.”
그다음은 카르페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악몽의 핵이 사라지자 마법적 종속 또한 사라졌고, 그 결과 하층민들이 귀족의 명령에 의문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왜 우리가 저들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거지? 우리와 저들이 다른 게 뭐라고?
이러한 의문을 느낀 언메이지들이 왕국을 탈출했고 세력을 구축하여 레지스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고위 귀족 놈들은 내가 오랜 시간 무언가를 찾아다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 그놈들은 내가 가진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나를 이곳에 가둔 걸세. 자.”
툭.
올렌은 그렇게 말하며 자루를 카르페에게 던졌다.
“그걸 그 어린 친구에게 먹이게. 태초의 타미아스. 자네의 친구가 네 개의 악몽을 쓰러뜨린 그분의 후손이라면, 그것을 모두 취할 수 있을 걸세.”
띠링.
진실을 알게 된 카르페의 눈앞으로 하나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