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1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16화(216/581)
“캘러미티 인페르노!”
콰앙! 콰아앙!
두 개의 불기둥이 ‘나무 야수 크우가’를 강타했고 크우가는 그 공격을 버티지 못한 채, 재가 되어 사라졌다.
실로 깔끔한 마무리. 하지만 정작 그 마무리를 해낸 카르페의 표정은 썩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쓰읍. 쿨감 템을 총동원해도 30초 안에 연속 두 번은 무리네요. 아오! 조금만 더 줄이면 될 것도 같은데.”
쿼터 라이프를 습득한 이후, 카르페는 주변 몬스터를 계속 사냥해 나가면서 쿼터 라이프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수 시간의 사냥 후, 결론을 내렸다.
묵향과 티나의 광역 버프가 유지되는 30초 동안에도 두 번의 영구동토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영구동토의 쿨타임이 워낙 기니까.
영구동토의 쿨타임은 300초.
영구동토를 발동한 즉시 이어서 쿼터라이프를 사용해도 75%인 225초 감소. 즉, 75초가 남았다.
이건 쿨타임 200초인 캘러미티 인페르노 역시 마찬가지라 쿼터 라이프를 발동해도 쿨타임 50초가 남았다.
“무슨 공격 스킬 쿨타임이 이렇게 기냐고…….”
-8, 9성 스킬들의 위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 뻥뻥 난사하게 둘 순 없잖냐.
현재 보유한 쿨감템을 둘둘 두르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기껏해야 5초 정도가 더 줄었을 뿐이다.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쿨감 적용은 특유의 공식이 있어서, 서로 다른 쿨감 옵션은 시너지를 거의 발휘하기 힘들다는 모양이었다.
-뭐, 그래도 아예 안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작정하고 쿨감 세팅하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
“어쩔 수 없죠. 솔직히 75%만 해도 어마어마하긴 하니까. 현재 남아 있는 쿨타임 기준이 아니라 전체 쿨타임 기준인 것도 맘에 들고요.”
하지만 쿼터 라이프는 막강한 효용성만큼이나 단점도 명확한 스킬이었다.
HP 감소 패널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일단 스킬 자체의 쿨타임이 너무 길었다.
1,800초. 30분.
한마디로 쿼터 라이프를 활용한 폭딜 사이클은 30분마다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궁극기인 셈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30분은 쿼터 라이프의 효과로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단점.
쿼터 라이프의 스킬 설명에는 ‘전 스킬’의 쿨타임을 감소시킨다고 나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다.
디맨션 게이트의 장거리 이동.
타이틀 ‘세계수의 축복’의 완전 회복 능력.
마도병기의 ‘안티 매직 셸’이나 투명망토의 ‘클로킹’ 같은 아이템 내장 스킬에는 쿼터 라이프의 효과가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것들을 총칭해서 ‘고정 쿨타임 스킬’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은 이름 그대로 쿨감 효과가 아예 안 먹혀. 쿼터 라이프뿐만 아니라 다른 쿨감 효과도 전부 씹히지.
“하긴. 세계수의 축복 같은 완전 회복 능력을 6시간마다 쓸 수 있으면 너무 사기죠.”
게임 밸런스 상 어쩔 수 없는 조치. 카르페는 그런 단점들을 납득하면서도 못내 아쉬웠다.
“하.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길다. 쿨타임이 15분…… 아니 10분만 더 짧았어도 완벽한 황밸인데.”
-황밸 같은 소리하네. 양심 터진 놈 같으니라고.
“하지만 겸허히 만족하겠습니다. 어차피 쿼터 라이프 같은 스킬은 게임을 하면 할수록 강력해지는 거니까.
지금이야 9성 공격 스킬이 영구 동토 하나뿐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해 나가다 보면 또 다른 스킬들을 계속 얻게 될 것이다.
쿼터 라이프의 진면목은 그때 비로소 드러난다.
보유한 모든 스킬의 쿨타임 감소!
스킬의 개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2배, 3배의 위력을 가지는 스킬. 그게 바로 쿼터 라이프였다.
카르페는 미래의 광경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9성 공격 스킬 네다섯 개쯤 익히고 난 다음 그걸 죄다 퍼붓고 쿼터 라이프를 돌린다. 그다음에 다시 한번 퍼붓는 걸 생각하면…… 이만큼 뽕 차오르는 장면도 없겠다 싶었다.
-……9성 스킬이 뉘 집 개 이름이냐? 한두 개면 몰라. 네다섯 개를 무슨 수로 얻는데?
“그건 제가 아니라 형이 생각해야죠. 믿고 있습니다.”
-……내가 전생에 도대체 뭔 죄를 지어서. 후우.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끝내 ‘못한다’라는 소리는 않는 천마였다.
대충 스킬 파악을 끝낸 카르페는 다시 길을 나섰다.
목표는 정령계에서 인간계로 통하는 통로.
통로는 카르페 일행의 진행 속도로 약 일주일쯤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 일주일 동안 카르페의 패턴은 몹시 단순했다.
그냥 붙어볼 만하다 싶은 몬스터들이 등장하면 일단 싸우고 봤다.
“쿼터 라이프!”
[현재 HP의 75%가 감소합니다. 전 스킬의 쿨타임이 75% 감소합니다. 물리, 마법 방어력이 25% 상승합니다.]쿼터 라이프가 발동하자 200초쯤 남아 있던 영구동토의 쿨타임이 바로 돌아왔다.
“영구동토! 캘러미티 인페르노!”
쩌저적-!
이번 전투 중 두 번째로 발동하는 극딜 스킬에 결국 ‘정령수(精靈樹)’가 무릎을 꿇었다.
띠링.
[‘정령수’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퀘스트 아이템 ‘정령수의 버섯’을 획득하셨습니다.]“오, 나왔다!”
현재 카르페가 있는 장소는 울창한 숲이었는데 이곳에는 ‘정령수’라는 나무 몬스터가 등장했다.
북염존이 부탁했던 요리 재료 퀘스트의 타겟 몬스터였다.
천마 역시 정확히 위치를 모르는 몬스터였는데 통로로 향하는 와중 우연히 서식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제 4개만 더 모으면 되네.”
-생각보다 드랍률이 좋은데. 2시간 안에 끝나겠어.
“그럼 좋겠네요. 아, 이번에도 별 드랍템은 없네.”
정령수는 거대 돌거북과 비슷하거나 아주 약간 더 강한 수준의 몬스터였다.
현재 카르페의 전력을 고려하면 연습 상대로는 안성맞춤인 몬스터. 카르페는 정령수를 상대로 다시 딜 사이클을 점검했다.
“으음. 그냥 확실히 최대한 딜 뽑으려면 첫타 시작 전에 향이와 티나 버프를 돌리는 게 낫겠네요. 첫 타 시 데미지 상승 타이틀도 있으니까. 그때처럼 중간에 버프 넣는 건 효율이 안 좋겠네.”
하지만 그때는 새롭게 9성 스킬을 얻었다는 흥분에 빠진 상태라 냉정하게 딜 사이클을 그리지는 못했다.
그냥 중간에 버프 터뜨리는 게 더 멋있겠다 싶었고, 그대로 행동했을 뿐!
-딜적인 측면만 보면 그렇지. 하지만 걔들 버프에는 방어력 버프도 달려 있잖아. 상황 봐서 쓰는 게 제일이지.
“그건 그렇죠. 아, 맞다. 그럼 이 경우에는 이렇게…….”
카르페는 계속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몬스터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천마가 예상한 2시간보다도 빠른 1시간 30분 만에 두 번째 재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퀘스트를 완료한 후, 일행은 다시 통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가 몹이 나오면 잡고, 아이템 드랍되면 줍고, 가끔 히어로 등급 이상의 템이 떨어지면 환호했다.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정령계는 레벨 300레벨 이상의 개체도 많다는 모양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카르페가 진행하는 경로에는 그런 고렙몹이 등장하지 않았다.
띠링.
[접속하지 않는 동안 권속들이 자체적으로 사냥을 이루어냈습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75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중급 스킬팩’이 인벤토리로 지급됩니다.]“캬.”
달다. 달아.
카르페는 게임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날먹을 쉰 적이 없었지만, 정령계에서의 날먹은 유독 더 달았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영원히 정령계에서 뼈를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벌써 75레벨이군. 스킬팩 지금 깔 거냐?
“으음…… 아뇨. 조금 텀을 두죠. 정령계의 좋은 기운은 이미 다 받았으니까 한 템포 쉬어 갈 타이밍입니다.”
신화 등급 펫 진화와 더불어 9성 스킬 ‘쿼터 라이프’까지.
이미 정령계의 천기(天氣)는 다 빨아먹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자고로 천기라는 것은 그 총량이 정해져 있는 법. 이미 천기가 전부 소모된 지금 상황에선 뽑아 봤자 꽝이 나올 확률이 더 크죠. 그러니까 인간계로 돌아가면 뽑는다!”
-희한하네. 그 천기인지 뭔지 하는 건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왜 니 쌉소리는 총량도 없이 무한하냐?
어느새 일행은 목표로 했던 통로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대한 나무.
엘프 숲의 세계수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1/3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나무가 일행들을 반겨 주었다.
-도착했군. 저 나무뿌리 부근을 살펴보면 부자연스럽게 물컹한 부분이 있거든? 거기에 손을 올려 놓으면 돼. 그럼 인간계로 이동하겠냐는 알림창이 등장할 거다.
“정령계로 들어올 때랑 비슷한 구조네요.”
드디어 길었던 정령계 여정이 일단락되는 순간이 왔다.
사실, 따지자면 완벽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핵심이었던 묵향의 진화는 끝마쳤지만 북염존이 내준 요리 재료 퀘스트 중 하나는 완료하지 못했고, 또한 물의 정령왕의 눈물도 얻지 못했으니까.
다만, 그것들은 딱히 기한이 정해진 퀘스트도 아니었기에 급하게 진행할 필요 또한 없었다.
-뭐, 일단 인간계로 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넘어오는 것도 괜찮겠지. 경험치만 따지자면 정령계도 훌륭한 사냥터니까.
“그렇죠. 정령계 경험치 보정 타이틀도 있으니까요.”
뿌리의 물컹한 부분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권속을 풀어서 나무를 살핀 결과 10분도 되지 않아서 미라쥬가 찾아낸 것이다.
“마스터! 찾았어. 여기야!”
“오. 수고했어. 역시 미라쥬야.”
“후후. 다크 레이디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다구.”
카르페는 으스대는 미라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른 권속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정령계에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두의 손을 얹자,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인간계로 통하는 열세 번째 문을 찾아내셨습니다.] [인간계로 이동하시겠습니까?]“이동한다.”
슉!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순식간에 풍경이 변했다.
주변이 모두 모래로 덮여 있는 것이 아마도 사막 어딘가로 떨어진 모양이었다.
띠링.
[정령계에서 무사히 귀환하셨습니다.] [정령계와의 충돌로 정지되었던 룸의 기능이 다시 활성화됩니다.] [정령계에 머무는 동안 단 한 명의 권속도 역소환되지 않았습니다.] [돌발 퀘스트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오오!”
바로 이것이다.
카르페가 서둘러 인간계로 귀환하려 했던 이유!
천마가 받았던 퀘스트의 클리어 결과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퀘스트 설명에는 성공 시, 배후령 격이 상승한다고 되어 있었죠.”
-그래. 확실해.
“그럼 진짜 1성 배후령 되는 건가? 10번 성공하면 10성 배후령 되는 거고?”
-그거야 지금부터 알게 되겠지. 후우. 이미 죽은 판국에 이게 뭐라고 떨리냐.
[축하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배후령의 격이 상승했습니다!]꿀꺽.
카르페와 천마는 눈을 부릅뜨고 이어질 알림을 기다렸다.
하지만.
“……설마 이게 끝?”
아무리 기다려도 ‘1성 배후령 천마지존’이 되었다는 알림은 등장하지 않았다.
당황한 카르페가 상태창을 열어서 배후령 부분을 확인했다.
“어?”
변화가 있긴 했다.
[배후령]00성 – 천마지존(이레귤러)
기존의 0성이라는 등급 앞에 0 하나가 또 하나 늘었다는 변화가 말이다.
“이게 뭐야.”
1성이 아니라 00성? 아니, 0성이면 그냥 0성이지, 00성은 또 무슨 해괴한 등급이란 말인가.
“아! 설마 무한대 기호를 이렇게 표시한 건가? 우와! 천마형 무한대 배후령……!”
-니가 말하면서도 말이 안 되는 거 같지? 무한대면 ∞ 표시를 쓰면 되지 0 두 개를 왜 써?
“……그렇긴 하죠.”
애초에 10성 배후령도 없는 판국인데 갑자기 무한대가 등판하는 건 카르페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뜬금없는 급발진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더블 0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형 스스로 뭐 느껴지는 건 없어요? 뭔가 좀 더 강해진 거 같다거나, 새로운 스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전혀. 그냥 평소랑 완전히 똑같은데.
“뭐가 이래…….”
격이 상승한다는 말에 잔뜩 기대하고 왔더니, 보상이란 게 고작해야 0 하나 더 붙는 거라고?
이토록 허무할 수가 있나.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띠링.
“……어?”
-엥? 강화?
알림을 미처 음미할 시간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버퍼링을 만회하겠다는 듯 자꾸만 알림창이 떠올랐다.
[배후령 스킬 0성 – ‘반복’이 ‘반복+’로 변화합니다.] [반복의 기능이 추가됩니다.]동시에 카르페의 스킬창이 저절로 열렸다. 스킬창에는 현재 카르페가 익힌 스킬들이 깜빡깜빡 점멸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반복 스킬에 현재 플레이어가 보유한 스킬 하나를 ‘링크’할 수 있습니다.] [링크된 스킬을 사용할 경우, 한 번 더 반복해서 발동됩니다. 반복을 통해 발동하는 링크 스킬은 자원 값을 소모하지 않습니다(링크된 스킬을 해제할 경우 24시간 동안 다른 스킬을 링크할 수 없습니다).]“……링크? 반복?”
그러니까 한마디로, 스킬 하나 지정해서 두 번 연속으로 발동되게 해 준다는 소리였다.
……그냥 개사기 능력이었다.
-이런 미친. 2회 발동은 스킬 마스터나 강화할 때만 뜨는 옵션인데…….
“와, 미쳤네. 그럼 영구동토도 연속 두 번 발동 가능한 거? 아니, 캘러미티 인페르노는 원래도 두 방이 나가는데 그럼 네 방이 나가는 건…….”
카르페는 말하는 중에 어떤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링크할 스킬은 사실상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미친 게임인가. 진짜.
천마 또한 깨달았다. 그리고 즉시 소리를 질렀다.
-쿼터 라이프 연속 두 번 발동이면 그냥 쿨타임 완전 초기화랑 똑같잖아!
“이게, 이게 게임이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