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1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18화(218/581)
어느새 카르페는 수많은 보물 고블린들에게 둘러싸였다.
“스킬팩이다!”
“그것도 중급 스킬팩이다!”
“뽑기가 시작된다! 춤을 추자!”
“신성한 의식이다! 춤을 추자!”
“뭐, 뭐야?”
정작 팩을 까는 당사자보다도 신난 모습. 카르페가 그런 고블린들의 반응에 당황하자 트레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종족이 무어냐?”
“보물 고블린이지.”
“그럼 우리가 모시는 신은?”
“그거야 유희와 도박의 신 케록 님…… 아.”
“그런 것이다. 도박의 신을 섬기는 우리들이니, 자연히 우리도 도박을 좋아한다. 특히 그중 스킬팩 뽑기는 신성한 의식의 하나로써 취급하지. 절대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이다.”
“신께 춤을 바쳐라!”
“중급팩! 8성 스킬이 올 것이다!”
보물 고블린들은 어느새 자기들끼리 둥글게 모여서 강강술래 비스무리한 것을 추고 있었다.
[유희의 고대신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도대체 뭐냐, 이 공간은? 스킬팩 까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이 짓거리야? 이세계 온 기분이네.
“잘 들어라. 드렛슈의 후예. 자고로 뽑기란 성스러운 것. 그런 의미에서 네가 뽑기를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는 건 대단히 현명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라고는 가히 믿기지 않는 경지다.”
보물 고블린의 대왕 트레져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한없이 허무맹랑한 소리를 뱉어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이 몸이다. 뽑기에 대해서는 너보다 한없이 선배지.”
“……뽑기라면 나도 빠지지 않는데.”
“흐흐. 과연 그럴까? 지금부터 내가 특별한 비법을 알려 주마. 내가 말하는 대로 하면 더 높은 등급의 카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있다고?
천마가 미심쩍다는 듯 중얼거리자 트레져는 마치 그 말이 들리기라도 한 듯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길일. 그 다음은 풍수지리다. 이런 요소는 천지간 음양의 조화, 해가 떠 있는 위치와 뽑는 자의 성향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에라. 미친놈들아.
“흐음. 그럴싸한데? 아, 맞아. 본격적인 뽑기를 하기 전에 제물로 몇 번 실패하고 본 게임에 들어가는 게 효과가 좋더라.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된 확실한 방법이야.”
“호오. 거기까지 파악했느냐? 과연 케록 님의 임시 사도라 할 만하다. 인간치고는 제법 경지를 쌓았구나.”
[유희의 고대신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확률과 독립 시행은…… 정부의 음모다…….”
-미칠 것 같애. 미칠 것 같애. 미칠 것 같애. 미칠 것 같애!!!
천마가 옆에서 온몸을 비틀면서 머리를 쥐어뜯든 말든 뽑기에 미친 자들은 한없이 진지했다.
“……해서, 오늘이 바로 그 길일이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군. 원래라면 여기서 목욕재계까지 들어가야 한다만 인간인 네놈이라면 거기까지 하지 않아도 될 터.”
“좋아. 그럼 시작한다.”
“언제든지 시작해도 좋다.”
트레져는 그렇게 말한 후, 보물 고블린과 어울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원시 부족의 주술 기원 그 자체였다.
파앗!
카르페가 중급 스킬팩을 뜯자 다섯 장의 카드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왼쪽에서 첫 번째!”
“아니다. 가장 오른쪽 것이 느낌이 좋다.”
“너 멍청하다. 보물 고블린 자격 없다. 당연히 가운데다.”
다 같이 기원의 춤을 추던 고블린들이었지만, 언제 사이가 좋았냐는 듯 투닥거리며 서로의 의견을 피력했다.
“쉽지 않군. 다섯 장 모두 보통 기운이 아니다. 신중히 선택…… 어엇! 무얼 하는 거냐!”
트레져는 카르페가 아무런 고민 없이 가장 가까운 카드를 집어 들자 기함하며 소리쳤다.
띠링.
[2성 스킬 – 파이어 애로우]“그것 보아라! 그렇게 대충 성의 없이 뽑으니 꽝이 등장하지 않았느냐! 내가 잘못 보았군. 뽑기에 진지한 녀석이라 생각했…….”
“반복.”
[반복이 발동합니다.]슈슈슉!
반복이 발동하자 카르페가 뽑았던 파이어 애로우 스킬 카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광경에 카르페 일행을 제외한 모든 보물 고블린들이 얼어붙고 말았다. 트레져에 이르러서는 그 커다란 입을 한계까지 벌리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냐? 설마…… 스킬 카드를 다시 뽑는다고?”
“어? 처음 보나?”
“당연하다! 이런 섭리를 부정하는 행위를 어디서 본단 말이냐!”
경악한 트레져의 외침에 카르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그런가?
케록 신 앞에서 반복을 사용한 적은 있어도 트레져 앞에서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난번 방문했을 때는 상자 연다고 해금만 줄창 썼던 것이 기억이 났다.
“어쩌다 보니 되더라고.”
“드렛슈의 후예. 도대체 정체가 뭐지? 지난번 케록 님의 상자를 연 것도 그렇고 이번 뽑기도 그렇고. 인간이라면, 아니 인간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유희의 고대신이 그 기분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다른 보물 고블린들은 이제 벌벌 떨면서 카르페를 향해 절을 올리고 있었다.
“신의 사도다!”
“케록 신의 가호다! 위대한 케록 신이시여!”
“으음…….”
카르페는 고블린들의 격렬한 반응에 당황했지만, 이내 다시 뽑기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총 5장을 전부 뒤집은 결과. 가장 높은 등급의 스킬 카드는 바로!
[5성 스킬 카드 – 콜링 썬더]“…….”
“크, 크흠. 드렛슈의 후예.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지? 5성도 충분히 좋은 스킬이다.”
[유희의 고대신이 바쁜 일이 생겼다며 자리를 떠납니다.]-……세상에는 아직 희망이 있구나. 그래. 이게 정상이지. 이성은 승리한다.
천마는 카르페가 게임을 시작한 뒤로 처음 마주하는 정상적인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 * *
뽑기를 마친 카르페는 이후 마도탑의 관한 내정을 살펴보았다.
“탑 상황은 어때? 유저들 많이 들어와?”
“그래. 네 녀석이 탑의 권한을 일부 따낸 후로 대호황이다. 관리가 훨씬 수월해졌지.”
“9층, 19층에 상점도 장사 잘되고?”
“늘 미어터지지.”
“흐흐. 아주 바람직하군.”
카르페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도탑의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건 가격의 1%는 마도탑의 세금으로 들어왔으니까.
그리고 카르페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트레져는 그 세금으로 마도탑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미궁을 좀 더 복잡하게 개조하고 다양한 트랩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몬스터를 공급하고 훈련시키는 것.
그 모든 일에 다 돈이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적색탑 게시판이 난리였지. 스테이지가 자꾸 변한다고 말이야.
그 덕분에 기존의 공략은 다 쓸모가 없어졌고, 매일같이 새로운 공략법이 갱신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축하한다. 최저시급 알바생이던 네가 라세에서 가장 핫한 사냥터의 주인이 됐구나.
“크으. 이게 게임이지. 좋아. 좋아. 이대로 계속 성장해 나가면 돈을 갈퀴로 쓸어 담을 수 있겠네.”
“네가 좀 더 층의 권한을 얻어낸다면 더더욱 빨라질 테지.”
트레져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페를 위아래로 훑었다.
“그동안 제법 강해졌구나. 어떠냐? 이왕 온 김에 29층까지 뚫는 게? 성공한다면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이 대폭 늘어날 거다.”
“29층이라.”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현재 굵직한 퀘스트들은 대부분 클리어한 상태였기에 남은 건 오로지 레벨 업뿐이었다.
현재 카르페의 레벨은 75.
레벨 85를 달성하면 다음 마도왕의 유물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정령계에서 레벨 업할까 했는데 마도탑도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네가 20층까지 클리어했었지? 21층부터는 등장 몬스터 레벨이 80렙쯤 되니까 딱 적당하긴 하군. 지금의 네 전력이면 솔플로 30층 클리어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참고로 현재 마도탑을 가장 높이 오른 플레이어는 대한민국의 천검(天劍)으로, 현재 그녀와 그녀의 파티는 40층에 도전하고 있었다.
“나쁘진 않은데…… 하지만 또 찾아야 할 게 있긴 하단 말이죠.”
카르페는 상태창을 열어서 ‘룸’ 항목을 오픈했다.
[룸 업그레이드 5단계]-플레이어의 레벨 (75/80)
-강철 투구벌레의 껍질(35/35)
-픽시의 날개 파편(0/1)
찾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룸 업그레이드의 재료였다.
80레벨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 판단하여 그동안 미뤄 왔는데 이제 가시권까지 도달한 것이다.
“끄응. 픽시의 날개…….”
두 가지 재료 중 투구벌레의 껍질은 짬짬이 구해 뒀지만 나머지 하나가 문제였다.
픽시의 날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픽시’라는 몬스터를 잡아서 얻을 수 있는 재료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 픽시라는 몬스터 출현율이 대단히 드물다는 것.
그 천마조차도 정확한 출현 조건을 알 수 없다니 그냥 운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목격담이 꽤 있기는 한데…… 그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저렙 사냥터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초고렙 지역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출현 장소도 완전히 랜덤이야.
특정한 리젠 지역 없이 라세 전역에서 우연히 만날 수 있는 랜덤 출현 몬스터.
그게 바로 픽시였다.
“어이가 없네. 픽시의 날개 같은 템을 업그레이드 재료로 넣어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픽시? 뭐냐, 네 녀석. 픽시를 찾는 중인 것이냐?”
카르페가 자기도 모르게 픽시라는 단어를 중얼거리자 그 말에 트레져가 반응했다.
“어, 혹시 아는 거 있어?”
생각해 보면 눈앞의 이 고블린 왕은 100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는 설정의 NPC다.
그 정도로 특별한 NPC라면 유저가 모르는 픽시의 출현 조건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트레져는 카르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 공간 마법을 사용하는 환상종 몬스터지. 아크룩스 대륙 어디에서나 놈들이 출현하는 건 바로 그 공간 마법 때문이다.”
“아하.”
그러니까 대륙 전역 범위로 심심할 때마다 텔레포트를 쓰고 다니는 몬스터라는 소리였다.
그러니 당연히 출현 지역이 대륙 랜덤일 수밖에.
“뭐야, 그럼 결국 운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소리네.”
“그건 아니다. 놈들은 기본적으로 개별 활동을 하는 몬스터이지만 여왕을 중심으로 무리를 형성하며 한 장소에 머물기도 한다.”
“……진짜?! 어디 있는데?”
-허. 진짜로 알고 있다고? 진짜 되는 놈은 뭘 해도 되는구만…….
카르페가 황급히 묻자 트레져는 심드렁한 얼굴로 손을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여기.”
“응?”
“드렛슈 놈이 픽시 여왕과 그 부하들을 납치해서 이 탑에 감금했다. 더불어 이 탑을 나갈 수 없도록 공간 마법에 제약까지 걸었지.”
“…….”
-…….
카르페의 다음 행선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 *
트레져는 마도탑 내부에서 픽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줬다.
“픽시가 이 탑에 존재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녀석들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끼가 필요하지.”
픽시는 반은 정령, 반은 요정인 존재로 모든 개체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개체 전원이 대단한 ‘미식가’라는 것. 픽시들은 스스로가 미식가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였다.
“이 탑의 25층에서 35층 사이. 그리고 65층에서 75층 사이에서 놈들을 유혹할 만한 음식을 꺼내 놓으면 알아서 찾아올 것이다.”
단, 평범한 음식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괜히 미식가라 자부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픽시의 몸에는 정령의 마나가 흐르고 있지. 때문에 정령계에서 구한 재료로 극한의 요리 스킬을 익힌 자가 만든 요리여야만 놈들을 유혹할 수 있다. 아주 까다로운 조건…….”
“이거면 될까?”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인벤토리에서 북염존이 만든 요리를 꺼냈다.
트레져는 정령수 버섯볶음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이내 미간을 좁혔다.
“……드렛슈의 후예. 네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어째서 매번 내 상식을 박살 내는 것이지?”
“충분하다는 소리네.”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과하다. 그 정도면 픽시 퀸이 등장할 수도 있을 정도니까.”
“좋아. 그럼 가 볼게!”
“아, 한 가지 충고하자면 픽시는 가장 약한 개체도 레벨 200이 넘는다. 현재 너로선 무리일 테니 원하는 게 있다면 거래로 얻어내는 게 좋을 거다.”
“충고 고마워.”
목적지가 정해진 카르페는 망설이지 않고 탑의 21층으로 향하는 워프에 몸을 던졌다.
“……여전히 바쁜 녀석이군.”
트레져는 순식간에 떠나 버린 카르페를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트레져의 곁으로 한 마리의 보물 고블린이 다가와서 말했다.
“저, 대왕님. 괜찮겠습니까요?”
“뭐가?”
“픽시들은 장난이 심하지 않습니까요. 혹시라도 사도님께서 장난에 말려드시면…….”
“아! 그걸 말해 주는 걸 잊었군. 으음…….”
트레져는 잠시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이방인들은 불멸의 존재니까. 최악이라고 해도 한 번 죽고 끝날 뿐이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