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2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20화(220/581)
예기치 못한 만남.
당황한 두 사람은 말도 없이 그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
“…….”
물론, 겉보기에만 그렇다는 것이고 카르페는 마음속으로 정신없이 천마와 말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형. 이 상황에 대해서 짚이는 거 있어요?’
-아니, 짚이고 자시고 할 거 없이 그냥 뻔한 거 아냐? 그 픽시 퀸인지 뭔지가 우리를 랜덤 층으로 날렸고, 우연히 천검이 있는 층으로 떨어진 거겠지.
‘끄응. 역시 그것밖에 없겠죠? 그냥 확인차 한번 물어봤습니다.’
천검과 그녀의 길드 에덴(Eden)은 현재 마도탑의 40층을 공략 중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마도탑의 각 층은 전부 인던(Instance Dungeon)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수많은 파티가 같은 층을 진행하고 있더라도 그들은 각자의 던전을 진행할 뿐, 서로 만날 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프리 존.
마도탑의 매 9층은 몬스터와 트랩이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공간의 프리 존이었고, 이곳에서는 다른 유저들과의 교류 역시 가능했다.
-그렇다면 여기는 39층이란 소리군. 40층 도전 중인 녀석들이 29층으로 내려갈 순 없으니.
‘그렇겠죠. 후우. 그래도 다행이네요. 50층 이상으로 올라갔으면 꼼짝없이 끔살각이었는데 39층이면 양반이네.’
100개 층 중에서 프리 존으로 떨어진 것만 해도 아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천검은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커다란 두 눈에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왜 저러지?’
-그야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졌는데 당연히 놀라겠지.
‘그건 그런데요. 왠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좀…… 반갑게 놀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반갑게 놀란다는 건 도대체 무슨 표현법이냐? 아니, 애초에 쟤가 널 왜 반가워해? 언제 본 적 있다고.
‘그때 한 번 탑 입구에서 마주친 적 있는데…….’
-하. 이놈 이거, 안 그런 척하더니 역시 도끼병 있었구만. 인마. 그때는 그냥 단순히 스쳐 지나갔을 뿐이잖아. 쟤는 너라는 인간이 거기 있었다는 것도 모를걸? 그냥 마도탑 옆에 있던 돌멩이 1. 딱 그 수준이지.
‘…….’
돌멩이 1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순간, 계속 카르페를 응시하던 천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지난번에…….”
“천검! 뭐 하고 있어! 소리 난 곳을 살펴보러 간 애가 왜 이리 소식이 없…… 엑?! 사람? 어떻게?”
천검이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 또 다른 플레이어가 수풀을 헤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천검에 비하면 작은 키의 여성이었는데 등에는 자기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방패를 메고 있는 거로 보아 탱커 클래스의 유저인 듯했다.
타고난 성격이 그런 것인지 그녀는 카르페를 발견하고는 굉장히 호들갑을 떨어댔다.
“이게 웬일이니! 여기까지 온 플레이어는 우리뿐인 줄 알았는데. 라세에 은둔 고수가 많다더니 정말인가 봐! 안녕하세요. 저는 시렌이라고 해요!”
“아, 네. 안녕하세요. 카르…….”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사람이라고? 플레이어란 말이야?”
자신을 시렌이라고 소개한 여성에게 대답하려는 그 순간, 또 한 명의 남성이 등장했다.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아주 잘생긴 남자였다. 한 손에는 커다란 활을 들고 있었다.
-시렌과 에드윈이군. 흥. 에덴 길드 올스타들이 다 모였구만.
‘어?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래. 천검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머지 둘도 꽤 유명인이지. 둘 다 탑 100위 안에 들어가는 랭커니까.
공식 랭킹 12위. 하늘의 방패 시렌.
공식 랭킹 58위. 침묵의 추적자 에드윈.
새롭게 등장한 두 사람의 정체였다.
‘……뭡니까. 그 하늘의 방패라느니 침묵의 추적자니 하는 건.’
-별명 같은 거지. 랭킹 100위쯤 되는 유명인이면 사람들이 이것저것 붙여 주거든. 쟤도 천검이라 불리고 너도 권마라고 불리잖아. 그거랑 똑같은 거야.
‘……라세는 평범한 별명이 잘 없나 보네요.’
천검의 파티는 그렇게 세 명뿐이었는지 더 이상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튼 카르 님. 반가워요!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오신 거예요? 다른 일행은 없으세요? 아, 설마 혼자서 솔플로? 우와! 대단하다!”
“시렌. 늘 말하는 거지만 넌 너무 시끄럽다. 처음 뵙는 분께 무슨 실례냐. 길드 마스터면 길드 마스터답게 체통을 좀 지켜라. 같이 다니기 부끄러울 때가 많다.”
“으으. 잔소리. 네가 내 아빠니? 너야말로 길드 마스터에게 존경심이라도 좀 보여 봐.”
“길드 마스터답게 행동하면 자연히 보여 줄 것이다.”
“흥. 그래. 너 잘났다.”
에드윈이 핀잔을 주자 시렌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래도 좀 과하게 행동했다고 생각은 하는지 카르페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카르 님. 너무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네요. 혹시 기분 나쁘셨으면 사과드릴게요.”
“아뇨. 괜찮습니다. 좀 당황하긴 했지만 기분 나쁘고 그런 건 전혀 아니었어요.”
“이것 봐! 에드윈 이 딱딱한 놈아. 카르 님이 괜찮다잖아!”
“아, 카르가 아니고 카르페입니다.”
“……카르페 님이.”
“으휴.”
에드윈은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서 천검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살며시 입을 뗐지만.
“……그.”
“응? 왜 그래? 세아. 무슨 할 말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천검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그녀의 애검 빙설이 계속해서 웅웅-! 떨리고 있었다.
“아, 맞아. 이쪽에 이쁜 애는…… 당연히 아시겠지만 천검이구요. 이쪽에 딱딱한 놈이 에드윈이라고 해요. 한 번쯤 들어 보셨죠?”
시렌이 그렇게 말하자 에드윈은 카르페를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였고, 천검은 살짝 웃으며 카르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카르페 님. 류세아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천검의 아이디가 류세아구나.
얼떨떨한 기분이다. 라세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들과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시렌은 붙임성 좋게 다가오면서 카르페에게 재차 말을 걸었다.
“카르페 님. 이것도 인연인데, 혹시 몇 가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카르페도 그들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신 건가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신 것 같은데.”
세 사람은 40층 공략을 앞두고 잠시 의견을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쿵! 하며 뭔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천검이 소리의 출처를 찾아서 왔던 것이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이벤트가 발생한 줄 알았다니까요.”
“하늘에서 떨어진 거 맞습니다. 탑을 오르다가 트랩 아이템에 걸렸거든요. 그 트랩 아이템이 공간 전이였어요.”
“오! 공간 전이 트랩! 그런 게 있다고는 들었는데 실제로 당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시렌이 다시 호들갑을 떨었으나 이번에는 에드윈도 놀랐는지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공간 전이 트랩…… 굉장히 드문 형태의 함정인데 적색탑 내부에 그런 게 있었군요.”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프리 존에 떨어졌으니까요. 아, 저도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뭐든지요. 제가 알고 있는 거라면 대답해 드릴게요! 아, 우리 세아 연락처는 안 돼요! 그건 나만의 것이야!”
“…….”
“……죄송해요. 농담이었는데 재미없었나 보네요. 히잉.”
카르페가 어이없다는 듯 시렌을 쳐다보자 그녀는 금세 풀이 죽었고 바로 옆에 있던 에드윈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세 분만 계신 거죠? 보통 4인으로 파티를 꾸리지 않나요?”
맨 처음 그들을 봤을 때부터 궁금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라세의 최대 파티 인원수는 4인.
최고층 공략을 목표로 한다면 당연히 4인 파티가 정상적인 형태였다.
“아, 그게…… 아하하. 죽었어요.”
“네?”
“원래 4인 파티로 탑을 오르고 있었는데 도중에 한 명이 리타이어했거든요. 바로 직전 층인 38층에서요.”
“아.”
마도탑은 독특한 등반 시스템의 던전이었다.
9층마다 프리 존이 있고 10층마다 보스가 있으며 그 10층을 클리어하는 순간, 클리어 기록이 저장되는 시스템.
반대로 말하면 10층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5층에서 죽든 10층에서 죽든, 10층을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다시 첫 1층부터 하나씩 올라야 한다.
천검의 파티는 40층에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결국 클리어하지 못했고, 도전할 때마다 31층부터 새롭게 40층까지 계속 올라와야 했던 것이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는데…… 너무 방심해 버렸지 뭐예요.”
이미 세 번이나 38층을 클리어해 봤기에 안일하게 생각하고 말았다.
파티원 중 마법사 유저가 그만 38층에서 몬스터의 기습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내 실수다. 조금 더 정찰에 신경 써야 했어.”
“그건 아냐! 야스오 그 녀석이 너무 마법을 생각 없이 빵빵 쏴 돼서 그래. 소음이 너무 커져서 몹들이 몰려왔잖아!”
시렌은 생각만 해도 화딱지가 난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씩씩거렸다.
“그 녀석은 실력은 좋은데 너무 자만해서 문제야. 두고 봐. 이번에 돌아가면 제대로 한소리 할 거니까. 그냥은 안 넘길 거야!”
38층에서 한 명의 파티원을 잃은 천검의 파티는 이후 39층에 도착했고, 그대로 회의에 돌입했다.
과연 이 세 명으로 40층에 도전할 것인가, 말 것인가.
‘네 명으로도 불가능했던 40층이다. 세 명이 도전하는 건 자살행위다.’
파티원 중 정찰 담당인 에드윈은 반대 의견을 놓았고.
‘……아니야. 이번에 새로운 스킬을 익혔어. 이걸 이용하면 세 명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
천검은 세 명으로 도전하자는 쪽이었다.
그리고 시렌은 그 사이에서 팔랑귀를 팔랑팔랑거리며 ‘그래! 세아 말이 맞는 거 같아!’, ‘으음…… 에드윈의 말도 일리가 있는데……’ 하며 갈팡질팡하는 중이었다고.
그렇게 서로 의견을 나누는 와중에 카르페가 하늘에서 쿵 하고 떨어진 것이다.
“히히.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하늘에 갑자기 선물…… 읍읍!”
에드윈이 손으로 시렌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 모습에 천검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카르페에게 말했다.
“카르페 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혹시 저희와 함께 40층에 도전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40층…….”
-흐음. 역시 그렇게 되나.
사실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좋았다.
카르페는 마도탑의 관리자로서 층의 권리를 따내야만 했다.
만약 40층을 클리어하게 되면 그 이하 층의 모든 권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26층부터 39층까지 한 방에 스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걸. 아무리 네가 강해도 40층을 단독으로 클리어하는 건 힘들 테니까. 하지만 얘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비벼 볼 만하지.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레벨 차이.
랭킹 5위에 해당하는 천검의 레벨은 현재 139.
12위 시렌은 133이었으며, 58위 에드윈은 129였다.
라세는 파티의 최고 레벨과 최저 레벨의 차이가 10 이상 나게 되면 파티가 불가능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티를 맺을 수는 있지만 경험치와 아이템이 아예 들어오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경험치는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하나의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당신의 탑의 관리자입니다.] [탑 내부에서 레벨 차이로 인한 파티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아.”
맞다. 참.
나, 탑 내부에서는 슈퍼계정이었지.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