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2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22화(222/581)
“키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마리오네트의 한쪽 손에는 메스와 비슷하게 생긴 단검이 들려 있었다.
아직 파티와의 거리는 제법 떨어진 상태다.
“흐음. 단검 인형이네. 크게 어렵진 않겠어. 자, 일단 처음은 저희끼리 상대해 볼게요. 일단 카르페 님은 40층 몬스터나 분위기 같은 걸 먼저 느껴 주세요. 다들 준비됐지?”
“응.”
“물론이다.”
탱커인 시렌을 선두로 천검과 에드윈이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천검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 애검 ‘빙설(氷雪)’.
+10 강화의 증거인 황금색 이펙트가 검신에 은은하게 어려 있었다. 현재 랭커들의 무기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우우웅-!
그런 빙설이 검집에서 뽑혀 나오자 강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 뭐야? 빙설이 오늘따라 더 부산스럽네? 아항. 파티에 새로운 사람 왔다고 괜히 멋진 척하는 건가?”
“……그럴지도.”
천검은 시렌의 말에 대답하면서 카르페를 흘긋 쳐다보았다.
“하여간 웃긴다니까. 나르시스트 검이라니…… 왔다! 아이언 바디!”
시렌이 스킬을 발동하며 어느새 지척까지 도달한 인형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자신의 몸만큼이나 거대한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우리를 버린 인간을 죽일 거야!”
마리오네트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카아앙!
마리오네트가 휘두르는 단검이 시렌의 방패와 충돌하며 불꽃이 튀었다. 겉보기와 달리 묵직한 일격이었는지 시렌의 무릎이 조금 굽어졌다.
“큿. 쪼그만 주제에 더럽게 무겁네. 에드윈!”
“알고 있다!”
단검 마리오네트의 첫 공격과 방패가 격돌하는 그 잠깐의 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에드윈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눈을 노리고 날아드는 정확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타닥!
마리오네트는 떠오른 그 상태 그대로 시렌의 방패를 밟아 지지대처럼 삼은 후 뒤쪽으로 재도약했다. 에드윈의 화살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단검 인형은 여전히 잽싸군.”
“끼기긱! 인간! 화살도 못 쏘는 멍청한 인…….”
하지만 마리오네트의 조롱은 그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단검 마리오네트가 착지하려는 그 지점에 이미 다른 플레이어가 대기 중이었으니까.
천검.
그녀의 검이 마리오네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케엑!”
카앙-!
하지만 상대 역시 40층 스테이지의 몬스터였다. 마리오네트의 팔이 인간이라면 도저히 회전할 수 없는 방향으로 회전하더니 기어코 천검의 검을 받아냈다. 불똥이 다시 한번 허공으로 피어올랐다.
“히히히! 인간은 이렇게 움직일 수 없지? 어때? 너도 인형이 되지 않을래? 너라면 아름다운 인형이 될 수 있을 거야!”
“……사양할게. 빙설.”
우우웅.
빙설이 천검의 부름에 응답했다.
천검의 검신이 한층 더 푸른빛을 발했고, 검신에서 강렬한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 어엇?!”
빙설의 냉기가 검을 맞대고 있던 마리오네트의 팔을 그대로 얼려 버렸고 천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차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번 일격은 막히지 않고 그대로 마리오네트의 팔을 잘라내었다.
“인간! 감히이이! 내 아름다운 몸을!”
자신의 팔이 떨어져 나가자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이었던 인형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리곤 흉측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카아악!”
마리오네트는 천검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다시 한번 천검에게 달려들었으나.
푹.
이번에야말로 에드윈이 쏘아낸 화살이 마리오네트의 관자놀이 박혀 들었다. 마리오네트는 그대로 쓰러져 회색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깔끔하네요. 이게 라세 최정상 파티의 솜씨인가?’
카르페가 속으로 감탄을 터뜨렸다.
서로 별다른 의사소통을 나눈 것 같지도 않은데 척하면 척 연계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수없이 합을 맞춰 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보여 줄 수 없는 그런 팀워크였다.
-괜히 라세 최고 랭커들이겠냐. 저 정도는 기본으로 해야지.
‘그런가? 그런데 방금 그 몬스터 40층에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인 거죠?’
-그래. 그렇지. 저런 놈들 잡아 나가다 보면 인형 보스가 나오는데 보스를 잡으면 40층은 클리어야.
‘몬스터 평균 레벨은?’
-한 130쯤 되려나? 뭐, 그것보다 더 낮을 수도 있고.
‘……130레벨 몬스터치고 좀 비정상적으로 강한 거 아니에요?’
무슨 준보스이거나 이벤트 몬스터면 또 모르겠지만 그냥 지나가는 잡몹이 그렇게 움직인다고?
게다가 공격력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파티창을 확인한 결과 단검을 받아낸 시렌의 HP가 2% 줄어 있었다. 그것도 방패로 정확하게 막아 냈는데도 말이다.
‘살벌하네. 130레벨대에선 이게 당연한 건가?’
-그야 당연히 비정상적인 게 맞지. 애초에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때려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스테이지가 아니니까. 저런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40층은 단순히 사냥으로 끝나는 스테이지가 아니라 퍼즐이 가미된 스테이지란 소리지. 비단 40층뿐만 아니라 마도탑의 스테이지는 퍼즐이 숨어 있는 층이 꽤 많아.
‘아! 퍼즐 던전!’
RPG라면 종종 등장하는 요소다.
던전 내에 숨겨진 퍼즐을 찾거나 해결하면 던전 진행에 이로운 효과가 주어지거나 히든피스가 등장하는 방식의 던전.
-내 기억상 30층도 아마 그런 퍼즐 류 스테이지였을 거다. 저 천검 파티들은 무식하게 어택땅해서 클리어했겠지만.
‘그렇구나. 그럼 40층에는 무슨 퍼즐이 있는데요?’
-방금 여기 처음 들어왔을 때 네가 했던 말 기억하냐?
‘처음 들어왔을 때 했던 말?’
카르페는 잠시 기억을 뒤졌다. 뭐라고 했더라?
분명 여기저기 인형이 널브러진 배경이 독특하다고 그랬었고…… 인형이 덤벼들 것 같다고…… 아.
‘설마 여기 널브러진 인형들. 그냥 배경이 아닌 거예요?’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네 추측 대로다. 얼핏 보기에는 다 망가진 인형들인 것 같지만 저 중에 진짜 몬스터가 망가진 척 숨어 있거든.
다만, 카르페가 처음 말했던 것처럼 숨어 있다가 플레이어에게 기습을 하는 건 아니었다.
배경 속에 숨어 있는 인형 몬스터는 40층에 존재하는 인형들에게 광역 버프를 부여하는 버퍼 몬스터였으니까.
실질적인 전투력은 제로에 가까웠다.
‘……악랄하게도 만들어 놨네.’
사방이 인형 천지다. 여기에 망가진 척 숨어 있다면 쉽게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은신까지 걸려 있는 놈도 있거든. 몬스터 색적 스킬이랑 은신 간파 스킬. 둘 다 없으면 찾기 힘들다 봐야지.
과연.
이쯤 되니 천검의 파티가 왜 그렇게 40층에서 고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숨겨진 요소를 찾아서 클리어해야 하는데 무식하게 힘으로 해결을 보려니 힘들 수밖에.
‘이래서 몸이 고생을 안 하려면 머리가 좋아야 하는구나.’
-……지금까지 몸이 좋아서 머리 고생 안 한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카르페가 천마에게 40층의 진실을 전해 듣는 와중에 시렌이 다가왔다.
“어떠셨어요? 조금 빠르긴 하죠?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단검 인형이 다른 인형에 비해 유독 빠른 편이긴 하니까.”
사실 에덴 길드는 방금 마리오네트를 조금 더 쉽게 상대할 수도 있었다.
멀리서 마리오네트가 달려오는 동안 에드윈이 적극적으로 견제를 넣으며 동선을 좁힐 수도 있었다. 또한 시렌 역시 도발이라든지 스턴 스킬이라든지 CC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투에 임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40층을 처음 접하는 카르페가 몬스터의 패턴을 좀 더 상세하게 파악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심 걱정이 들었다.
이곳 몬스터들은 동레벨의 몬스터와 비교해 봐도 이상할 정도로 강했다. 솔직히 시렌 혼자라면 1 : 3도 감당할 자신이 없을 만큼.
자신도 이러할 진데 77레벨 유저가 보기에는 어떠할까.
의욕을 잃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 네. 잘 봤습니다. 역시 에덴 길드네요. 명불허전입니다.”
카르페는 조금도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재밌는 것을 보았다는 느낌이었다.
“그, 그래요?”
“네. 파티장님. 그럼 다음 전투부터는 저도 참여하는 건가요?”
“아, 네. 버프나 지원 위주로 부탁드릴게요.”
시렌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다시 던전을 진행해 나갔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몬스터의 무리가 등장했다.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그것도 단검이 아니라 각각 창, 검, 활을 들고 있는 인형들이었다.
“이런. 운이 없네. 활이라니.”
40층의 인형들은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고 그 무기에 맞게 싸우는 인형들이 컨셉이다.
특히 지금까지 에덴 길드가 경험해 온바, 활을 들고 있는 마리오네트는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놈은 다른 인형과 달리 집요할 정도로 후위만을 노려댔으니까.
즉, 지금 상황이라면 카르페를 죽도록 노린다는 의미였다.
“활 인형을 먼저 잡아야 하는데…….”
문제는 활 인형을 지키고 서 있는 검과 창의 인형들.
이놈들 역시 만만찮은 놈들이었다.
“카르페 님. 최대한 제 방패가 지킬 수 있는 범위에 있어 주세요. 버프 부탁드릴게요.”
“네. 스트라이킹 앤 헤이스트!”
카르페가 스킬을 발동하자 파티원 모두에게 버프가 들어갔다.
“간다! 공격은 내가 반드시 막을 테니 차근차근 처리하자!”
카앙!
일행과 인형들의 파티가 격돌했다.
날카로운 검과 창이 방패를 향해 끊임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큭! 아이언 바디!”
무겁지만 아직은 버틸 만하다.
시렌은 물리 방어에 특화된 탱커다. 게다가 아이언 바디는 마법 방어력이 감소하는 대신 물리 방어력이 상승시켜 주는 5성 스킬.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 정도 공격은 스킬을 활용해서 오랜 시간 버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누가 훔쳐보기라도 한 듯.
퍼엉!
“엑?! 파이어 블래스터?!”
어딘가로부터 화염 마법 한 발이 시렌을 향해 날아왔다.
아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던 마법사 인형이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건 안 좋다. 아이언 바디가 발동 중일 때 적중당한다면 큰 데미지를 입게 될 터.
한 방에 죽지는 않겠지만 틀림없이 틈이 생기고 말 것이다.
“젠장. 운수도 없지!”
카르페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땐, 진짜 다 잘 풀릴 줄 알았는데 벌써부터 이게 뭐람!
시렌은 충격에 대비하고자 이를 악물었고.
“……어?”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방패 앞에 물의 방어막이 생겨나 파이어 블래스트를 막아 내고 있었으니까.
“……워터 쉴드?”
이게 왜 갑자기?
우리 중에 이걸 익힌 사람은 없는…… 아.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다. 시렌은 깜짝 놀라 전투 중인 것도 잊어버리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카르페가 다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어…… 괜한 짓이었을까요? 위험해 보여서요.”
“아, 아뇨. 최고였습니다.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몰랐다.
지금 놀란 건 앞으로 놀랄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