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2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27화(227/581)
“캘러미티 인페르노!”
두 개의 불기둥이 또 하나의 인형을 불살라 버렸다.
이후의 진행은 카르페의 말대로였다.
너무나도 쉬운 진행.
보스의 자폭 공격 전후를 기점으로 이게 같은 스테이지가 맞나 싶을 만큼 난이도가 차이가 극명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일단 첫째로, 보스 몬스터가 40층에 존재하는 모든 최하급 악마의 영혼을 끌어다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는 점.
그 말인즉슨, 현재 40층에 존재하는 인형들에게는 더 이상 악마의 자아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 배제를 시작합니다.>
플레이어에게 킬킬거리며 저주를 퍼붓는 인형은 더 이상 없었다.
빙의된 악마가 모조리 빠져나간 덕에 인형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무표정, 그리고 마찬가지로 무감정한 음성.
주어진 명령대로 단순히 움직일 뿐인 그런 인형으로 돌아왔다.
악마가 들어가 있었을 때처럼 변칙적인 움직임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패턴이 단순해지자 자연스럽게 상대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급격한 난이도 하락의 요소는 바로 묵향의 존재였다.
“뀨!”
묵향이 보유한 9성 스킬 ‘태초의 위광’.
일정 범위 안에 존재하는 몬스터에게 속성 방어와 내성을 격감시키는 광역 디버프 스킬이었고, 그 덕에 얼음 속성 공격을 사용하는 천검과 시너지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물론 그런 스킬이 적용 중이라는 걸 알 리 없는 천검으로서는 공격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엄청난 데미지에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실정이었다.
“뀨웃!”
콰광!
묵향이 콜링 썬더를 발동하자 천검의 옆에 있던 양손검 마리오네트에게 벼락이 떨어졌다.
순간적인 감전 효과가 터지자마자 천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쉽게 또 하나의 인형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뀨뀨! 뀨웃!”
묵향은 아주 잘했다는 듯 천검에게 다가가 그녀의 발목 부근을 앞발로 툭! 하고 건드렸다. 그 행동에 천검은 살포시 미소 지었다.
“고마워. 덕분에 쉽게 잡았어.”
“뀨웃!”
그녀의 감사에 묵향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이번에는 카르페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천검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하나 키울까?’
사실 천검에게는 자그마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동물을 무서워한다는 것.
어린 시절 길고양이를 쓰다듬다 크게 할퀴어진 적이 있었는데 이후 동물들에 대해 약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크기가 작든 크든 동물이라면 일단 움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펫이 나름대로 효용성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직접 키우는 것을 꺼려 왔다. 다른 길드원들에게는 그냥 가성비가 좋지 않기에 꺼려진다고 둘러대면서.
하지만 지금 그 인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육성하기에 따라서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마법 다람쥐는 천검도 이미 몇 번 본 적이 있는 펫이었다.
마법 공격으로 사냥을 보조해 주고, 스킬에 따라 수집용 펫으로 활용 가능하다. 게다가 귀엽기까지 했으니 펫으로서는 상당한 인기를 구축하고 있는 녀석이다. 실제로 에덴 길드원 중에서도 키우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하지만 묵향은 그런 마법 다람쥐들 중에서도 특별해 보였다.
마법 다람쥐들은 귀엽고 전투력도 괜찮지만 대신 식탐이 강했고 충성심 또한 그리 좋지 않았다. 한창 전투 중일 때도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묵향은 어떠한가.
그녀는 지금까지 라세를 해 오면서 저렇게 주인을 잘 따르고 애교가 넘치는 펫을 처음으로 보았다.
저 정도면…… 동물을 무서워하는 자신이라도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좀 더 친해지면 육성법 같은 걸 물어봐도 되지 않을까?
천검은 그렇게 생각하며 묵향의 뒤를 따라갔다. 푹신해 보이는 꼬리가 무척이나 귀여웠다.
* * *
“침입자. 이곳을 떠나십시오. 떠나지 않으면 배제하겠습니다.”
“드렛슈 님의 손을 거친 게 확실해 보입니다. 주군. 조금 변형되어 있긴 하지만 드렛슈 님의 제작 버릇 같은 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
“네. 이런 타입의 인형인 경우 아마도 왼쪽 겨드랑이 부근에 마력 핵이…….”
난이도가 급락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
티나가 이곳 인형들의 약점을 완전히 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티나가 조언해주는 곳을 공격하면 어김없이 크리티컬이 터져 나왔고 마리오네트들은 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나갔다.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레벨 80을 달성하셨습니다. 룸의 업그레이드 충족 조건을 모두 달성하셨습니다.>
‘크. 갑자기 게임이 너무 쉬워졌네. 이쯤 되면 그냥 보너스 스테이지 수준이네요.’
-실제로도 보너스 스테이지가 맞을걸.
‘응? 그게 무슨 소리예요?’
-게임을 하다 보면 가끔가다가 그런 경우가 있거든. 특별한 이벤트를 달성하고 나면 그 이후에 거저 주는, 그냥 숟가락으로 퍼먹기만 해도 될 만큼 몬스터가 맛이 가 버리는 경우 말이다.
‘아…….’
-사실상, 아까 그 자폭 공격이 마지막 관문이었던 셈이지. 그 이후는 네 말대로 그 관문을 이겨낸 자에 대한 보너스 스테이지일 뿐이고.
‘……눈물 나네.’
시렌과 에드윈.
그 둘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꿀을 놓치고 만 것이다.
-뭐, 걔들 입장에서야 아이템도 경험치도 안 떨어지니 딱히 꿀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제 80렙인가? 이제 헬렙도 돌파했으니 지금부터는 쑥쑥 크겠군.
‘응? 헬렙? 그건 또 뭐예요?’
-어, 뭐야? 내가 설명 안 했었나? 2차 전직 이후, 80렙까지는 헬렙 구간이라고 해서 라세에서 가장 레벨이 안 오르는 구간이라는 거.
‘……그런 게 있었어요?’
카르페로서는 지금까지 딱히 레벨이 정체된 기억에 없었기에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야 네가 워낙 특이한 케이스인 거고. 보통 랭커들 기준으로 2차 전직에서 80렙까지는 4개월 이상 걸려. 당연히 매일 풀타임으로 플레이했다는 전제하에서.
‘……4개월? 제가 지금까지 게임한 시간이 그것보다 적은 거 같은데요?’
-그래. 니가 얼마나 날로 처먹는 중인지 대충 감이 오냐?
라세의 경험치 테이블은 굉장히 독특한 구조로 짜여 있다.
보통의 RPG라면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렙업이 더뎌야 했지만 라세는 그게 아니었다.
일정 레벨 구간마다 경험치를 비약적으로 많이 먹는 구간이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이 구간을 ‘헬렙 구간’이라고 불렀고, 그 헬렙 구간을 넘기면 그때부터 다시 폭렙이 가능했다.
그리고 다시 헬렙 구간이 오면 정체가 시작되는 구조다.
‘어…… 그러고 보니 옛날 고정 RPG 중에서도 헬렙이니 사렙이니 하는 게임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래? 아무튼 라세도 그런 식이다. 레벨 50부터 80까지가 첫 헬렙 구간이지. 이후 150부터 다시 헬렙이고.
‘그렇군요. 그럼 헬렙 끝나면 레벨이 얼마나 잘 오르는데요?’
-흐흐. 그거야 지금부터 경험해 보면 되겠지. 깜짝 놀랄 준비나 해라.
‘흐음.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오버하는 거 같기도 한데.’
하지만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천마의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님이 드러났다.
콰앙!
<레벨 업! 보너스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미친.”
80렙을 찍고 난 뒤로 아직 인형 열 마리도 잡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런데 지금 타이밍에 레벨이 또 올랐다고?
카르페는 어이가 없어서 천마를 쳐다봤지만 천마는 그렇게 반응할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고 있었다.
-너 게임 제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때 랭킹 1위가 레벨 몇이었는지 기억나?
‘어…… 아마 130렙 대였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그래. 정확히는 136렙이었을 거다. 그때가 라세가 오픈한 지 딱 6개월쯤 되는 시점이었지.
즉, 랭킹 1위 군터는 라세 오픈 반년 만에 136레벨을 달성했다는 소리였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냐? 지금 니가 라세 시작한 지 4개월쯤 됐는데 이제 레벨 80. 군터는 6개월 만에 136렙. 차이가 꽤 나지?
‘……그러네요. 듣고 보니까 확실히 이상하네.’
군터가 아무리 날고 기는 플레이어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카르페보다 레벨 업 페이스가 빠를 수는 없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맨땅에 헤딩했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 카르페는 천마라는 희대의 사기 공략집의 레벨 업 루트를 따르고 있었으니까.
-딱 한 달 반.
‘네? 뭐가요?’
-네가 80렙부터 150렙까지 찍는 데 딱 한 달 반이면 된다고. 헬렙만 벗어나면 진짜 다른 게임하는 것마냥 레벨이 올라.
‘…….’
그 말은 사실이었다.
바닥이 붕괴한 탓에 떨어진 곳으로부터 다시 보스룸까지 도달할 때까지.
카르페는 정확히 3레벨을 더 올릴 수 있었고 이로써 84레벨이 되었다.
‘미친. 진짜 경험치가 복사되네.’
-좋아. 보스 마무리하면 딱 85렙 찍겠군. 그럼 새로운 마도왕 유물 퀘스트도 열릴 테고.
‘이렇게 잘 풀려도 되나…….’
카르페는 비정상적인 레벨 업 속도에 고개를 저으면서 천검과 함께 보스룸으로 입장했다.
<…….>
거기에는 악마가 사라진 린드오르의 복제품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네요. 이것만 넘으면 클리어입니다.”
“네. 마지막까지 힘내요.”
그렇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고.
쿵!
<…….>
반전은 없었다.
린드오르는 넷의 협공을 견디지 못하고 곧 쓰러져서 재가 되고 말았다.
다른 일반 인형과 마찬가지로 린드오르 역시 대폭약화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천마의 말대로 정말 보너스인 셈이었다.
띠링.
<마도탑 40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플레이 기록이 저장됩니다. 지금부터 41층으로 진입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은 마도탑의 관리자입니다. 40층을 클리어한 보상으로 40층 이하의 모든 층에 대한 권리를 획득합니다!>
<설치 가능한 새로운 시설이 오픈됩니다! 더욱 매력적인 탑을 만들어 주세요! 서브 관리자에게 상담하면 좋은 조언을 해 줄지도 모릅니다.>
드디어 길었던 40층의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카르페가 고개를 돌려 슬쩍 천검을 바라보자,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후아아. 고생하셨습니다. 드디어 끝났네요.”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린드오르가 사라진 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몇 가지 아이템이 떨어져 있었다.
“자, 그럼.”
드디어 정산 타임!
역시 RPG의 묘미는 힘겹게 사냥에 성공하고 난 직후다. 다들 이 순간을 위해서 그렇게 게임을 하는 것이겠지.
물론, 이번 경우는 평소처럼 독식이 아니었기에 같이 고생한 파티원과 보상 분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야 했지만…….
“그건. 카르페 님께서 전부 가지시면 됩니다.”
“……정말요?”
“네. 어차피 정상적인 파티였다면 아무런 아이템도 안 나왔어야 정상이니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이템이 드랍됐다. 거기다 레벨이 오를 수도 없는데 카르페는 폭렙까지 이루어진 상황.
눈치가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카르페가 이 탑에서 특수한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니 전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저희는 클리어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니까요.”
“……그렇습니까?”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하나만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천검의 눈빛은 몹시도 간절해 보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