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28)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28화(228/581)
“네. 괜찮습니다. 제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요.”
전리품도 넘겨준다는데 고작 질문 하나가 대수겠는가. 수십 개를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후 천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카르페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혹시 얼음의 정령왕과 계약을 하셨나요?”
“……네?”
-얘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뭔 소리냐?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아주 진지했다. 카르페가 조금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그녀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했다는 듯 황급히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실제로 보여 드리는 편이 이해하시는 데 빠르겠네요.”
천검은 그렇게 말한 후, 그녀의 애검 빙설을 뽑아 들었다.
우우웅-!
천검이 빙설을 뽑는 순간, 카르페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을 만큼 검이 크게 진동했다.
“이 아이는 빙설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에고 소드입니다.”
“에고 소드?”
자아가 깃든 아이템이라니.
라세를 시작하고 처음 보는 유형의 아이템이었다.
-그게 뭐 크게 신기한 거라고. 배후령이 옆에서 하루 종일 떠들고 있는 게 훨씬 신기한 일이지.
‘…….’
“얼음의 최상급 정령이 깃들어 있어요.”
“최상급 정령이요? 대단하네요.”
카르페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령계에 있던 상급 정령 비스무리한 것들도 충분히 강력했었는데 최상급 정령쯤 되면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그런데 빙설이 카르페 님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지금도 무섭다고 얼른 이곳을 떠나자고 울어대는 중이군요.”
“……두려워한다고요?”
“네.”
“저를?”
“네.”
“아니, 도대체 어째서요?”
“그건 저도 잘…….”
그녀는 난감하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여쭤본 거였어요. 과거에 얼음의 정령왕과 잠깐 만났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비슷한 반응이었거든요.”
“아, 그래서.”
그런 질문이 나왔던 거구나.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헛짚었다. 카르페는 얼음의 정령왕은커녕 얼음의 상급 정령과도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 웃기는 녀석이네. 언제 봤다고 사람을 보고 벌벌 떨…… 아.’
있구나.
얼음의 정령 그리고 화염의 정령이라면 벌벌 떨 수밖에 없는 그런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다!
카르페는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에 끼워진 투박한 형태의 반지.
서빙제의 징표.
세계관 최강자가 주고 간 에픽 등급의 반지. 수많은 화염의 정령들이 이 물건을 보고 패닉을 일으키곤 했렀다.
“아, 짐작 가는 게 있긴 하네요. 그런데 얼음의 정령왕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어요.”
“……그런가요?”
“네. 정령이 싫어할 만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마 거기에 반응한 모양입니다.”
“아…….”
천검은 아쉬움의 탄식을 뱉어냈다.
“사실, 빙설은 아직 모든 힘이 개방된 상태가 아니거든요. 여기서 추가로 더 진화가 가능한 아이인데…….”
문제는 그 진화에 대한 단서가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것.
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는 알아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좀처럼 단서를 잡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빙설이 반응하는 카르페라면 혹시 진화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천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음 속성 에고 소드의 진화라…… 죄송합니다. 짚이는 게 없네요.”
“아뇨. 괜찮습니다. 뜬금없는 질문이었을 텐데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그런데 순전히 이건 제 감인데요.”
“네?”
“곧 진화시킬 수 있으실 거예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마 3차 전직할 시점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녀는 카르페가 괜히 입에 발린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지만 카르페로서는 조금 억울했다.
왜냐면 감 따위가 아닌 순수한 팩트였으니까.
-어차피 니가 신경 안 써도 알아서 잘 진화시킬 거다. 나도 천검의 검이 레전더리로 진화했다는 소식은 들었었거든. 아마 150레벨에서 3차 전직을 한 다음이었나?
미래를 몇 번이나 살다 오신 분의 말씀이니 틀림없을 터.
그래도 카르페의 말에 나름 위안이 되었는지 그녀의 표정이 좀 더 가벼워졌다.
“오늘 하루 감사했습니다. 오늘 도움에 대해서는 꼭 보답을 드릴게요. 아, 그리고 참…….”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머뭇거리며 한 손을 내밀었다.
-오올. 카르페. 미래의 세계 최고 대스타와 악수! 오올! 이대로 친구 추가하고 대화 좀 나누다가 밥도 한번 같이 먹나? 캬. 인생 모를 일이다. 게임 잘하는 거로 이런 미녀랑 데이트까지! 괜찮다. 너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다!
‘……미쳤어요? 도대체 어떻게 상상해야 손 내민 거로 데이트하는 데까지 망상이 뻗어요?’
-요뇸 요시키, 또 아닌 척한다. 솔직히 말해 봐. 너도 이미 상상 속에서는 손주 3명까지 봤지? 늘 말하지만 형은 다 이해한다. 네 나이대 남자라면 다 그런 망상 좀 하고 하는 거야. 부끄러운 게 아니니 떳떳하게 망상해!
‘혼자서 신났네 진짜.’
카르페는 무안함에 투덜거렸으나, 사실 내심 떨리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현 라세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스타.
웬만한 아이돌 센터와 여배우는 명함도 못 내미는 그런 아름다운 여성이 먼저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20대 초반 모쏠이면 당연히 설렐 수밖에 없지 않은가!
카르페도 쑥스럽게 손을 내밀려는 그 순간.
천검의 입이 먼저 열렸다.
“저, 마지막으로 향이 한 번만 안아 봐도 될까요?”
“뀨우!”
카르페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묵향은 천검의 손바닥으로 폴짝 뛰어올랐다.
그러곤 팔을 타고 그녀의 얼굴로 다가가 목을 간질이며 애교를 부렸다.
“아하하.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후우. 저도 진지하게 펫 한 마리 영입을…… 응?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뇨. 아무것도.”
카르페는 내심 크게 안도했다.
다행이다. 손 안 내밀어서.
만약 내밀었다면 오늘 이불킥을 하다가 새 이불을 사야 했을지도 몰랐다.
-에잉. 쯧.
마찬가지로 김샌 표정의 천마 역시 한마디 덧붙였다.
-뀨뀨 저 자식 저거. 오늘치 도토리 압수해. 눈치 없는 녀석은 굶어야 해.
“뀨웅?!”
* * *
천검은 카르페를 40층에 두고 먼저 떠나갔다.
그녀는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했지만 먼저 로그아웃 당한 시렌과 에드윈이 자꾸 어떻게 됐냐고 메시지를 보내는 통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가기 전에 카르페와 친구 등록은 제대로 끝마쳤다. 이후 보답을 할 때 다시 연락을 해야 했으니까.
이로써 카르페에 친구창에 등록된 친구는 총 두 명이 되었다.
“……뭔가 피곤하네.”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탓일까. 순간적으로 나른함이 몰려왔으나 카르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이템 회수는 해야지.”
린드오르 레플리카가 사라진 자리에는 검은색 갑옷 하나,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띠링.
[묵빛의 갑주 오브 드렛슈] [등급 : 유니크] [분류 : 갑옷] [장착 제한 : 레벨 120 이상, 또는 직업이 데스 나이트 계열인 경우] [물리 방어력 : 350] [마법 방어력 : 200]– 근력 +5
– 체력 +6
[머나먼 과거, 지금은 이름마저 잊혀진 뛰어난 마법사이자 장인이 만든 갑옷입니다. 튼튼한 방어력을 자랑하나 어둠의 힘이 깃들어 있어서 빛의 힘에 취약합니다.] [추가 옵션 : 암 속성 공격 시, 10% 추가 데미지] [추가 옵션 : 성, 광 속성 데미지에 적중당할시 피해량 10% 증가] [추가 옵션 : 장착자가 데스 나이트 직업일 경우 추가로 근력 스텟 5 증가]*데스 나이트 직업이 장착할 시, 장착자의 레벨에 따라 방어력 수치가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오. 드렛슈가 만들었던 갑옷인가 보네요.”
-흐음. 처음 보는 갑옷이군. 니가 잡아서 이런 아이템이 뜬 건가?
“형이라고 모든 아이템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저랑 상관없이 드랍됐을 수도 있지.”
-뭐, 그럴지도. 아무튼 잘됐군. 네가 쓰기엔 좀 그렇지만 사용처가 확실하니까.
“그러게요. 이 정도면 대놓고 노렸네.”
레벨 제한이 120이긴 했지만 ‘또는’이라는 조건으로 데스 나이트도 장착 가능했다.
-영감님 입혀 주면 되겠군.
“딱 좋네. 좋아. 이건 챙겨 놓고.”
카르페는 나머지 조각상을 집어들었다.
조각상은 기괴한 표정의 악마였는데 딱 봐도 악마들을 상징하는 쪽의 물건 같았다.
[악마의 흔적] [분류 : 퀘스트 아이템] [해당 아이템을 세인트루할의 교회에 전달하십시오. 악마를 증오하는 그들이라면 특별한 보상을 줄지도 모릅니다.]“음. 역시. 퀘스트 아이템이었구나.”
서브 퀘스트를 받았을 때, 세인트루할에서 보상이 어쩌고 하더니 아마 이 아이템을 가져다주면 되는 모양이었다.
두 가지 아이템을 모두 챙긴 카르페는 41층으로 향하지 않고 트레져가 있는 비밀 공간으로 이동했다.
40층을 뚫은 가장 큰 보상은 다른 게 아니라 그 이하의 층에 대한 권한 획득이었으니까.
그에 대해서 상담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었지.”
“흐음. 그런가? 드렛슈 놈. 이 탑에 악마를 봉인해 놨단 말이지. 하긴 그놈 성격이면 그리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다만…….”
트레져는 카르페의 설명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그 또한 드렛슈의 기행에 고생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 무신경한 놈. 마기처럼 위험한 걸 그렇게 방치해 놓다니. 하마터면 탑 전체가 위험해질 뻔했군. 잘했다. 덕분에 위험을 조기에 처리할 수 있었다.”
띠링.
[마도탑의 서브 관리자 ‘트레져’의 호감도가 소폭 증가했습니다.]“관리자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아, 맞아. 40층 이하의 권리를 얻었는데 그쪽 관리도 부탁해도 될까?”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 만큼 골드가 많이 필요하지.”
“그거라면…….”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10만 골드를 꺼내 트레져에게 건넸다.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지만, 카르페는 투자할 때는 해야 한다는 천마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으으. 그래. 이건 투자야. 투자라고.”
-두고 봐라. 3년 안에 골드로 된 탑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지금까지 모았던 아이템을 처분해서 마련한 골드. 특히 북염존에게 공짜로 받았던 레전더리 헬버트가 아주 큰 돈이 됐었다.
“호오. 상당한 금액이구나.”
“그래. 탑의 관리에 써 줘. 특히 갈취의 덫은 꼭꼭! 설치해 줘!”
‘갈취의 덫’은 함정에 빠진 대상으로부터 HP와 MP를 흡수해서 ‘엘릭서’를 제작할 수 있는 특수한 함정이다.
지금까지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서 설치도 못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40층을 클리어하며 설치 조건이 해금되었던 것이다.
스텟을 올릴 수 있는 영약은 그 무엇보다도 최고 우선 순위였다.
“흐흐. 맡겨 둬라.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주마.”
그리고 마도탑에서의 일정이 끝낸 카르페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룸이었다.
[룸의 업그레이드 조건을 모두 충족하셨습니다.] [지금 룸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시겠습니까?]“진행한다!”
드드드!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는 그 순간, 실로 오랜만에 룸 공간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