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3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31화(231/581)
허공에 솟아오른 다섯 장의 카드들.
이미 십수 번은 본 광경이지만 그럼에도 변함없이 설레는 풍경이었다.
“뽑기. 살아가는 이유 그 자체. 나는 오늘도 생을 구가(謳歌)한다.”
-미친놈…….
천마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카르페는 진지한 얼굴로 다섯 장의 카드를 노려본 후.
“오늘은 우측부터.”
오른쪽부터 차례대로 한 장씩 카드를 오픈해 나가기 시작했다.
첫 장! 3성. 반복.
두 번째! 4성. 반복.
세 번째! 5성. 반복.
“으으음. 나쁘지 않아. 스트레이트 각이 보여.”
평소라면 이 타이밍에 233쯤 되어야 했는데 345라니. 한 장씩 깔 때마다 올라가는 숫자가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등골이 으슬으슬 간질간질한 것이 아무래도 오늘은 7성각인가 봅니다.”
-이제 무슨 접신이라도 하냐? 말하기도 지친다만 뽑기는 그냥 확률…….
“크아아아! 떴다!”
-허미 십헐.
파앗!
터져 나오는 금빛 섬광! 7성 스킬 카드의 증거였다.
“역시! 지난번 스킬팩에서 5성으로 액땜한 보람이 있었어. 액땜은 과학이다!”
-아니, 진짜 뭐 이딴 븅딱 같은 게임이…… 어?
하지만 금빛이 잦아들며 스킬 카드의 정체가 드러나는 그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은 묘하게 변하고 말았다.
[7성 스킬 카드 – 홀리 세크리파이스]“아니, 이게 무슨…….”
설마 여기서 또 신성수류탄이 나오다니.
물론, 나쁜 카드는 아니다. 위력 자체만 봤을 때는 9성 스킬 이상이었고, 1회용이라는 미친 페널티도 스킬 포인트가 썩어 도는 카르페라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미 한 장의 신성수류탄이 이미 인벤토리에 대기 중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얼음 여왕 케이트를 쓰러뜨리고 얻은 전리품이었다.
“나쁘진 않은데 애매하네…… 아?! 혹시 홀리 세크리파이스 스킬도 똑같은 카드로 강화에 성공하면 위력이 뻥튀기…….”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해.
라세 시스템상, 홀리 세크리파이스 같은 일회용 단발 스킬은 강화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킬 강화에는 포인트가 소모되지 않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이긴 하지.
“하긴…… 그게 가능하면 너무 사기이긴 한가.”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리고 홀리 세크리파이스를 획득하……기 전에 나머지 한 장의 카드도 열어 봤다.
“마지막 역전 만루 홈런! 8성……!”
-일리가 없지. 마, 게임이 우스워?
아쉽게도 나머지 한 장 또한 5성 스킬 카드였다.
이번 팩에서 나온 5성 스킬 두 장은 모두 공격 마법 스킬이었는데, 현재 익힌 스킬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굳이 익힐 이유가 없었다.
[축하합니다. 7성 스킬 카드 – 홀리 세크리파이스를 획득하셨습니다.]“다음에는 물리 타격 스킬이 나와 줬음 싶네요. 마선침투경밖에 없으니 마권사라기보다는 그냥 마법사 같아.”
-물리 스킬도 괜찮은 게 많지. 뭐, 언젠간 먹지 않겠어?
* * *
스킬팩을 오픈 한 후, 카르페가 이동한 곳은 바로 신성국 세인트루할의 도시 ‘헤넷’.
그곳의 대신전을 방문해서 성녀를 찾았다. 이번 마도탑에서 얻은 악마의 흔적 때문이었다.
“이렇게 빨리 또 악마를 퇴치하시다니! 과연 루할 님께서 인정하신 분다우세요!”
카르페가 악마를 퇴치한 증거를 들고 나타나자 성녀가 크게 환대했다.
[세인트루할의 고위 NPC에게 악마의 흔적을 보여 주셨습니다.] [악마 퇴치의 공로로 신성국에 대한 공헌도를 획득하셨습니다. 공헌도를 소비해서 특정 보상과 교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공헌도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한 보상이 존재합니다.]“어, 이거?”
이전에 라마르크에서도 한번 겪어 본 적 있는 보상 방식이다.
“지난번 성신님께서 지상에 강림하셨을 때, 공헌도 산정 방식과 보상이 대폭 변경되었거든요.”
“그런가요?”
“네. 성신님의 예언에 따르면 곧 악마들의 군세가 움직일지도 모른다고 하셨기에…….”
성녀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그늘이 드리워졌지만, 그녀는 이내 활짝 웃었다.
“저희도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할 생각입니다. 이방인분들께 좋은 보상이 많이 있으니 악마 퇴치를 위해서 힘써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카르페는 성녀의 말에 포인트로 획득할 수 있는 상품 카테고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
역시 강대국이라고 해야 하나. 라마르크 때와 비교해서 보상이 최소 두 단계 이상 뛰어났다.
최하 등급 보상이 히어로 등급의 아이템이었고 유니크도 흔했으며 레전더리도 몇 개 존재했다.
그리고 카테고리의 제일 상위.
[성신고 방문 – 100,000pt]“와. 이게 있구나.”
카르페가 최초로 에픽+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한 곳.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그곳을 방문했던 꿈을 꾸곤 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고 싶은 장소 부동의 1위였다.
카르페가 감탄하자 옆에 있던 성녀가 의기양양한 어투로 자랑스레 말했다.
“어때요? 훌륭하지 않나요? 이게 다 루할 님의 은총이랍니다.”
“확실히 좋네요.”
다만 성신고 방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너무도 멀었다.
현재 카르페의 공헌도는 50포인트.
마도탑에서 해치운 하급 악마는 고작해야 50포인트짜리였던 것이다.
“와. 그럼 2천 마리를 잡아야 하는 거네.”
“꼭 그렇지는 않아요. 하급 악마의 공헌도는 50이지만 악마의 계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얻을 수 있는 공헌도 증가하니까요. 중급 악마를 쓰러뜨리면 1,000 정도 얻으실 수 있답니다.”
“……하급이랑 중급 차이가 어마어마하네요.”
“그만큼 전투력 차이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상급 악마 정도 되면 한 개체를 상대하기 위해 신성국의 팔라딘 5부대는 움직여야 해요. 아, 상급 악마의 경우 한 마리를 쓰러뜨리면 약 1만 포인트랍니다.”
“으음. 하급 2천 또는 상급 10마리. 뭐가 됐든 쉽진 않겠군요.”
“그래서 말인데요. 카르페 님. 공헌도를 좀 더 쉽게 모을 수 있는 방법도 있어요.”
“정말요?”
카르페가 살짝 놀라서 쳐다보자 성녀는 후후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그건 생각해 보셨나요?”
“지난번……? 아!”
카르페는 성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용사 할 생각 없냐고 물으셨던 거 말씀이시죠?”
“네. 그렇답니다. 카르페 님께서 용사로 전직한다면 좀 더 많은 공헌도를 쌓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리!”
성녀는 ‘이래도 용사 안 할래?’라는 듯한 눈빛으로 은근히 카르페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전 지금 제 직업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서요.”
히든 직업 ‘용사’는 에픽 등급의 클래스다.
성신고라는 보상이 아무리 탐나기로서니 신화 직업을 버리고 선택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용사가 아니더라도, 시간이 좀 더 걸린다뿐이지 결국 포인트를 모을 수는 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신가요…….”
성녀는 몹시 아쉬워했지만 그 이상 요청하지는 않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지 다시 말씀해 주세요.”
* * *
“하지만 성신고는 또 가고 싶다…….”
세인트루할을 벗어난 카르페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솔직히 말하면 마도탑의 악마를 잡고 특별한 보상을 준다는 소리에 ‘혹시 또 성신고?’라는 생각을 내심 하긴 했는데…….
-허허. 권마여. 양심리스의 경지가 화경을 넘어 생사경의 경지를 넘보고 있구나. 야, 겨우 하급 악마 한 마리 잡아 놓고 성신고 기대하는 건 니가 생각해도 너무 양심이 터지지 않았냐?
“아니, 뭐…… 생각은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생각은.”
-에휴. 그래. 생각만 해라. 제발. 입으로 뱉지는 말고.
“아, 그런데요. 형.”
-왜?
“만약 제가 용사를 안 하면 다른 플레이어가 용사가 되는 거예요?”
용사라는 직업을 여럿이서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미래에는 없군. 곧 있을 악마 침공 때의 용사는 확실하게 NPC였어.
“아, 맞다. 참. 그런 이벤트도 있을 거라고 했었죠.”
라세가 오픈한 지 딱 1주년이 되는 날.
악마군단의 인간계 대침공이라는 이벤트가 시작된다.
그 이벤트 기간에는 지역 간 레벨 페널티가 풀리고, 플레이어와 NPC를 가릴 것 없이 힘을 합쳐서 악마를 몰아내는 스토리 이벤트다.
-그리고 그 이벤트 막바지에 이벤트 NPC인 ‘용사’가 출현하여 악마 수장을 쓰러뜨리지. 유저들은 그 이벤트 기간 동안 최대한 포인트를 쌓아서 성녀가 말한 상품과 바꿔먹는 거고.
“아하. 저 공헌도 시스템이 악마 대침공 이벤트용이었군요.”
-그래. 그런데 내가 아는 것보다 조금 빠르군. 1주년까지는 아직 두 달쯤 남았는데 벌써 공헌도 시스템이 열리다니. 흐음. 아무래도 니가 악마를 잡고 다녀서 스토리가 조금 변했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반드시 일어나긴 할 거다. 그때를 대비해서 최대한 전력을 올려놓는 게 현재로서는 베스트지. 특히 너는 거기서 반드시 1등을 해야 해.
“그거야 당연히 1등을 목표로 할 생각이긴 했는데……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있지. 너 마신기 중 하나를 얻었잖아.
“이거요?”
천마의 말에 카르페가 이마에 있는 머리띠를 쓰다듬었다. 3개의 마신기 중 하나인 ‘호레울의 지혜’였다.
-그래. 마신기 중 하나가 그 이벤트 1등과 관련이 있거든.
“헐. 1등 보상이 마신기예요?”
-그건 아니고. 1등 보상 중에 마계로 이동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거든. 나머지 마신기들은 다 마계에 있으니까 찾으려면 마계로 넘어가야지.
“정령계 다음은 마계인가. 좋아. 맘에 드네요. 이래야 판타지지.”
그날이 올 때까지 최대한 전력 강화다.
레벨 업. 그리고 새로운 마도왕의 유물.
카르페는 다섯 번째 유물을 얻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칼 에하르 협곡.
마도왕국 제노니아와 기사왕국 길리안트 제국 국경 부근에 위치한 곳으로 사냥터로서는 최악의 장소 중 하나였다.
몬스터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지형이 너무나 험했기 때문이다.
천 길 낭떠러지는 기본이고 시야를 가리는 우거진 수풀, 그리고 독 늪과 해충이 가득한 곳.
다른 대체 사냥터가 널려 있는데 굳이 이런 험지에서 사냥하려는 유저는 드물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뭔가를 숨기기에는 정말 최적의 장소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유물 획득 방식이지.”
험난한 환경 속에 숨어 있는 비밀 던전.
그리고 그 비밀 던전 끝에 기다리고 있는 고대왕의 유물!
이것이 바로 정석 판타지 아니겠는가.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카르페가 얻었던 인형들은 티나를 제외하곤 정석적인 게 단 하나도 없었다.
미라쥬의 경우에는 엘프의 마을을 구원해야 했고.
길리안의 경우 부패한 나라에 대항해 혁명군으로 참여했어야 했다.
심지어 로이어드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제작해야 했으니…….
“그래. 그동안이 너무 특이했지. 던전 깨고 보상으로 유물. 얼마나 심플하고 좋아.”
카르페는 이번 퀘스트는 내심 빨리 끝날 것을 기대하며 미니 맵에 표시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엥?”
미니 맵이 없었다면 절대로 찾을 수 없었을 곳 같은 동굴에 도착하는 그 순간.
“……쟤들 뭐지?”
그 동굴 앞에 있는 여러 사람들을 보는 순간, 뭔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새하얀 복장의 사람들.
“어디서 본 듯한 옷…… 아!”
카르페는 그 복장을 어디서 봤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티나를 얻었을 때 봤던 광신도 프리스트 마이나데스.
동굴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은 그녀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