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3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35화(235/581)
카르페가 제2 마력실에서 전투를 벌이기 직전의 시점.
세실리아가 봉인된 석관실에선 몇몇 사람들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
한국인 플레이어 최대성도 그 자리에 있었다.
라세가 오픈하고 반년쯤 지났을 때 게임을 시작한 그는, 운 좋게도 8성 배후령을 뽑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행운의 시작에 불과했다. 놀랍게도 획득한 8성 배후령이 최대성과 극도의 상성을 보여 줬던 것이다.
남들은 올리기 힘들어서 끙끙거리는 게 배후령과의 호감도였지만 그는 숨만 쉬어도 쭉쭉 올라갔다.
배후령과의 완벽한 상성. 그리고 10대 길드 중 하나인 마모니즘의 전폭 지원을 받으며 플레이한 결과 최대성은 짧은 시간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시점에서 달성한 레벨이 71.
최대성은 자신보다 특별한 플레이어는 라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 잘난 군터조차도 자신에 비하면 평범할 뿐이었다.
그 증거로 자신은 8성 배후령에게 ‘혈성(血星)’이라는 히든 클래스를 받지 않았던가.
혈성은 놀랍게도 레전더리 등급의 히든 클래스!
혈성으로 전직한 후 어떤 비밀스러운 종교 조직의 사도로 취급되어 특별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가 알기론 2차 전직이 레전더리 등급인 건 이 혈성이 유일했다.
그리고 지금.
그 혈성 최대성은 최악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빠드득 이를 갈았다.
“도대체 관리를 어떤 식으로 하길래…….”
최대성의 발밑에 광신도 사제 한 명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최대성이 지금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배후령이 자신에게 하사한 ‘혈루단’이 분실되었기 때문이었다.
[돌발 이벤트 발생!] [퀘스트 명 : 배신자 색출] [퀘스트 발동 조건 : 교단 내의 평판이 10 이하인 경우] [퀘스트 제한 : 직업이 ‘혈성’일 것] [교단의 보물 중 하나인 ‘혈루단’이 수송 도중 분실되었습니다.하지만 사실 이는 단순한 분실이 아닙니다. 당신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혈루단을 빼돌린 것입니다. 범인을 찾아내어 일벌백계로 삼으십시오.] [퀘스트 성공 시 : 혈루단 획득, 교단 내의 위엄과 평판 상승] [퀘스트 실패 시 : 혈루단 소실, 교단 내의 평판 하락]
“똥겜 같으니라고.”
빠드득.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퀘스트였다. NPC들 호감도 관리가 좀 안 되었다고 해서 이딴 미친 퀘스트가 발생하다니?
아직도 퀘스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을 잊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이 라세가 어렵고 불친절한 게임이라고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동굴에 있는 놈들 전원 빠짐없이 몸수색은 했겠지?”
“네, 넷. 송구하오나 그래도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배신자는 혈루단을 빼돌린 후, 어딘가 은밀한 곳에 숨겨 둔 것이 틀림없었다.
“동굴 안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라. 찾아내지 못한다면 네 녀석이 죽는다.”
“네, 넷! 반드시 찾아서 대령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네?”
“혈루단을 가져올 때, 수송을 담당했던 놈들은 전부 고문실로 끌고 가라. 자백하지 않는다면 어디 하나 잘라도 좋아.”
하지만 죽이는 것은 곤란하다.
퀘스트는 범인을 찾아내라고 했지, 죽이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자백 없이 죽였다가는 퀘스트가 실패하게 된다.
“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무고한 형제도 있습니다만…….”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는 건 당연한 이치지.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그게 아니면 네가 대신 죽을 텐가?”
“……혈성 님의 명을 받듭니다.”
광신도는 고개를 조아린 채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아. 빌어먹을 게임 같으니라고. 무슨 RPG에서 NPC 평판 따위를 신경 써야 하냐고…….”
“허허. 아이들이 조금 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곧 찾아낼 것이니 혈성께서 너그러이 기다려 주시지요.”
분노하고 있는 그에게 인자한 인상의 노인이 다가왔다.
아크 비숍 ‘파이로’.
현재 이 동굴을 점거한 광신도 무리 중 수장격인 존재로, 유물의 타락을 관리하고 있는 존재였다.
“하. 실수? 영감.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돼? 교단 내에 배신자가 있다니까! 아크 비숍씩이나 되는 분이 배신자를 가만히 둘 생각인가?”
“허허.”
아크 비숍 파이로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정이 난폭하고 참을성이 없구나. 실력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인성이 이토록 볼품없어서야…….’
여기서 ‘인성’이란 건 사람이 선하고 악하고를 뜻하는 게 아니다.
세간의 퍼진 도덕 관념으로 보자면 교단은 명백한 악의 집단이었으니까.
하지만 악인이라 해도 카리스마와 품격을 겸비한 악인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악인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파이로가 보기에 눈앞의 이방인은 명백히 후자의 쪽이었다.
이방인은 교단의 신도들을 보며 그저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는 장기 말 또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기적이며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신도들에게 화풀이를 해댄다. 마치 어린아이 같다.
사정이 그러하니 인망을 두텁게 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 도난 사건도 마찬가지다. 혈성이 아주 조금만 더 포용력 있는 성격이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다.
‘허어. 그분께서는 어째서 이런 자를 혈성으로 선택하셨단 말인가. 그분의 의중은 참으로 알 수가…….’
파이로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현재 교단 내에서는 이번 대의 혈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은밀하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어디서 근본도 없는 이방인 따위가 덜컥 혈성의 자리에 앉는단 말인가!
하지만 파이로 자신마저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그분의 선택을 의심하는 건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배교 행위다.
‘나 따위가 어떻게 그분의 깊은 의중을 짐작하겠는가.’
아직 젊어서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질 것이다.
파이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배신자는 반드시 색출할 것입니다.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흥.”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습니까? 이리로 오시지요. 시간이 되었습니다.”
“후우. 이건 이것대로 짜증 나는군. 도대체 언제까지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거야?”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인내하시길…….”
파이로는 최대성을 석관 쪽으로 이끌었다.
석관 주변은 기묘한 마법진이 새겨진 파이프 관 같은 게 즐비했다. 파이프 관에선 액화된 마력이 똑똑 한 방울씩 떨어져 석관에 스며들었는데 이 모든 것이 유물의 타락을 이끌어내는 장치였다.
“자, 손을 내미시지요.”
“얼른 해. 지겨우니까.”
파이로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혈성의 손바닥을 찔렀다.
그 후, 칼날을 타고 흐르는 피를 석관 위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석관 밑에 있던 마법진이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되었습니다. 한 시간 뒤, 다시 혈성 님의 피를 흡수시키겠습니다.”
“젠장. 이거 그냥 한 번에 왈칵 쏟으면 안 되나? 감질나는군.”
“허허.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정해진 시간마다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지라…….”
“아, 알았어. 알았다고. 불평 좀 해 봤어. 기다리면 되잖아.”
최대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석관을 지긋이 쳐다봤다.
배후령이 자신에게 약속했던 두 개의 선물.
하나가 교단의 보물인 혈루단이었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저 석관 안에 있는 물건이었다.
지금 자신의 피를 저기에 떨어뜨리는 것은 바로 새로운 주인을 각인시키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듣기로는 머나먼 과거, 교단에 대항했던 집단의 비밀병기가 잠들어 있다고 했던가?
최대성은 게임의 설정 같은 건 그냥 넘기는 타입의 게이머였기에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 안에 든 물건이 정말 강력한 병기라는 것.
혈루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보물 중의 보물이 틀림없었다.
“쯧. 하여간 짜증 나는 게임이라니까.”
번거롭게도 라세에는 플레이어의 피를 용기에 저장한다는 개념이 없었기에 이렇게 실시간으로 피를 주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지금 며칠째 제대로 된 사냥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분실 퀘스트까지 터지니 짜증이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난 다시 혈루단 찾아볼 테니 한 시간 뒤에…….”
그 순간이었다.
쿵!
동굴 어디선가 거대한 폭발음 같은 게 들려왔다.
“뭐, 뭐야?”
“허허. 보조 마력실 쪽에서 소리가 난 거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곧 누군가 보고를 해 올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보시지요. 큰일은 아닐 것입니다.”
“쯧. 이놈의 퀘스트는 뭐 얌전히 진행되는 게 없군.”
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예상과 조금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보조 마력실 쪽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이번에는 훨씬 더 거대한 폭발음이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우우우웅.
그리고 그 폭발음과 동시에 석관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마법진과 파이프 관들이 동작을 멈췄다.
“…….”
“……이건.”
첫 폭발 때와 달리 두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폭발음이 들렸던 방향. 그리고 타락 장치가 멈춘 것으로 보아 상황은 명백했다.
주 마력실이 터진 것이다.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상황이었다.
“마력실을 복구하기 전까지 일을 진행하기 어렵게 되었군요. 아마도 침입자가 발생한 모양입니다.”
“이런 개 같은…….”
라세를 시작한 이후, 일이 이렇게 꼬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망할. 누군지 몰라도 곱게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마라. 내가 직접 쳐 죽여줄 테니.”
그래. 생각해 보면 이게 정상인 거 같기도 했다.
저런 강력한 병기를 얻는 퀘스트인데 고작 피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게 다일 리가 없었다.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이 병기를 얻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좀 괜찮았다.
안 그래도 동굴에 처박혀 있기만 해서 근질거렸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풀어낼 기회가 온 것이다.
“혈성이시여. 침입자는 아마 높은 확률로 아크람의 잔당일 것입니다.”
“아크람? 아아. 그 과거에 교단에 적대했다는 놈들인가.”
“그렇습니다. 이미 멸망한 세력이지만 놈들의 후손이 아직 목숨줄을 이어 가고 있지요. 어떻게 정보를 얻은 모양입니다.”
“놈들의 정체 같은 건 상관없어. 덤비면 죽이면 되는 거니까.”
최대성은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애병을 꺼내 장착했다.
유니크 등급의 낫. 저레벨의 무기였으나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후의 지금의 자신도 쓸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좋아. 어떤 놈인지 관심은 없지만…….”
잘못 걸렸다.
하필 자신의 기분이 최악일 때 쳐들어오다니. 처절하게 가지고 놀다가 죽여줄 것…….
콰아앙-!
석관실로 통하는 문이 부서졌다.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한 인영이 석관실로 들어왔다.
“죽어라!”
최대성은 그 인영을 향해서 빠르게 낫을 휘둘렀다.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은 기습. 이 타이밍이라면 자신조차도 몸을 뺄 자신이 없는 그런 완벽한 공격이었다.
“팔을 잘라주…….”
하지만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잠시 후였다.
퍼억-!
“커헉!”
최대성은 자신의 가슴을 강타하는 압도적인 충격에 신음을 뱉었다. 그리고 눈앞에 떠오르는 하나의 알림창.
[사망하셨습니다.]“미, 미친.”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