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3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36화(236/581)
[플레이어를 쓰러뜨리셨습니다.] [해당 플레이어는 해당 플레이어의 적대 세력에 속해 있습니다. PK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응? 플레이어?”
어떤 놈이 다짜고짜 무기를 휘둘러오길래 반사적으로 잡았는데 그게 플레이어였던 모양이었다.
“뭐야. 마도왕의 유물 퀘스트에 왜 다른 플레이어가 있지?”
-가끔 서로 다른 퀘스트가 동선이 겹치기도 하니까. 근데 아까 그놈 어디서 본 놈…… 에라.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그렇죠.”
방금 있던 그런 엑스트라 같은 녀석을 신경 쓸 게 아니다.
눈앞에 있는 늙은 프리스트. 아마 퀘스트에서 말한 파이로라는 NPC가 틀림없어 보였다.
“허허. 이것도 다 그분의 뜻인가. 어렵구나. 어려워. 허나 이 또한 그분의 시련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끌끌.”
파이로는 카르페가 등장하는 순간 모든 것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
주 마력실과 보조 마력실이 모두 망가졌고, 혈성마저 사망했다.
사실상 유물을 타락시키는 건 물 건너간 것이다.
판단을 마친 파이로의 행동은 빨랐다.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아크 비숍은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의 가슴에 단검을 박아 넣었다.
“헐.”
설마 이렇게 다짜고짜 자결할 줄은 몰랐던 터라 카르페는 어떻게 반응하지도 못했다.
[조건을 만족하여 강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파이로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유물이 잠든 석관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고.
쩌저적!
굳게 닫힌 석관의 뚜껑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고, 이내 뚜껑 전체로 뻗어 나가 파사삭 깨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깨진 석관에서 인형 하나와 영혼석 하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붉은 머리에 마법사 모자를 쓰고 있는 귀여운 인형. 손에는 마법 지팡이로 보이는 물건이 들려 있었다. 영혼석은 지금까지 봐 왔던 것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둘 모두에서 불길한 핏빛 아우라가 아지랑이를 피워대고 있었다.
“쿨럭. 이용할 수 없다면…… 파괴할 수밖에. 아크람. 네놈들은 네놈들의 무기에 파괴당할 것이다…….”
아크 비숍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이내 재가 되어 서서히 사라져 갔다.
“형. 이거 딱 봐도…….”
-그래. 뻔하게 보이는 클리셰이긴 하네. 쯧. 히든 보스가 뭔가 했더니.
인형과 영혼석은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더니.
파앗!
이내 하나로 합쳐지면서 강렬한 빛을 뿌려댔다.
그리고 강렬한 빛이 사라졌을 때, 그 자리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아름다운 여성. 하지만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멍한 표정 때문에 조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띠링.
[히든 보스 ‘폭주 세실리아’가 등장합니다.] [혈마술로 인해 기존의 마력이 폭주한 상태입니다. 이성이 마비되어 피아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히든 보스를 제압하지 못할 경우 유물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됩니다.]“후우. 그래 이런 스토리도 있을 것 같긴 했지.”
히든 보스의 정체가 다름 아닌 폭주한 마도왕의 유물이었다니.
카르페는 왕도라면 왕도라 할 수 있는 전개에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잡았다.
이제 남은 건 세실리아를 제압하는 것뿐.
멍하니 카르페를 바라보던 세실리아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죽어.]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지팡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어?”
순간.
압도적인 열기가 이 공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큭. 뭐야? 갑자기 공기가……!”
-……미친?! 이거 설마 그 스킬인가?
열기 때문에 호흡이 어려워진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이 공간 자체가 순식간에 사우나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 열기의 출처는 당연하게도 폭주한 세실리아.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스태프를 앞으로 겨누자 대기를 휘감던 열기가 스태프로 몰리기 시작했다.
열기는 이내 응축되어 거대한 붉은 구가 되었다. 마치, 태양을 연상케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스태프의 머리 부분에 박혀 있던 붉은 보석이 환하게 빛나게 시작했다.
이윽고 그 빛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전부, 전부 다 죽……어……!]염(炎) 계열 최강 9성 스킬.
[프로미넌스(Prominence)!]콰아아아앙-!
붉은 태양이 대기를 찢으며 발사되었다.
9성 스킬 ‘프로미넌스’.
또 다른 별칭으로 ‘홍염(紅焰)’이라고 불리는 이 스킬은 모든 9성 스킬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그 위력 또한 끔찍하기 짝이 없다. 범위는 좁지만 정통으로 얻어맞을 경우 신성 수류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자랑하는 극딜링형 스킬!
-늦었다! 얼른 방어 스킬 켜!
“뭐가 이렇게 빨라!”
카르페는 정확히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마법을 보고 기함했다.
천마의 말처럼 피하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망할!”
카르페가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호신강기라도 발동하려는 그 순간.
“주군. 위험합니다!”
텅!
바로 옆에 있던 티나가 카르페의 몸을 밀쳐내면 대신 프로미넌스를 받아냈다.
콰아앙-!
화염의 구가 티나의 몸에 닿는 그 순간.
화염의 구는 순식간에 화염의 기둥으로 변하며 그대로 티나를 집어삼켜 버렸다.
“티나! 큭!”
“뀩?!”
<이런! 티나 공이……!>
깜짝 놀란 카르페가 불기둥에 다가갔으나 불기둥은 접근을 불허하겠다는 듯 더 강렬히 불타오르며 오히려 카르페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소용없다. 프로미넌스에 적중당하면서 발생하는 불기둥은 일정 시간 동안 꺼지지 않으니까.
“영구동토로 상쇄하면……!”
-아서라. 저 정도의 보스가 발동한 프로미넌스면, 현재 티나로서는 이미 쓰러졌을 거다. 괜히 스킬 낭비하지 말고 보스 쓰러뜨릴 생각이나 해. 티나가 역소환된 건 유감스럽지만 걔도 널 지켜냈으니 만족할…… 응?
천마는 말하는 도중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 역소환 알림이 안 뜨지?
현재 티나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의 레벨은 39.
폭주한 세실리아와의 전력 차를 생각하면 당연히 프로미넌스 한 방에 원킬이 떠야만 정상적이었다.
설령 광휘의 호령으로 방어 버프가 걸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티나가 역소환됐다는 알림이 뜨지 않는 것인가?
설마 불꽃 속에서 버티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그리고,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묵향과 길리안을 제외한 다른 두 권속.
미라쥬와 로이어드.
두 권속은 티나가 프로미넌스에 직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완전히 전투 자세를 완전히 풀어 버린 채 관전 모드로 들어가 있었다.
“……뭐지?”
-……뭐지?
어리둥절한 표정의 두 남자에게 로이어드가 별거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마스터. 광휘는 이런 공격으로 쓰러지지 않으니까. 저걸 봐라.>
로이어드는 그렇게 말하며 어떤 곳을 가리켰다. 로이어드의 손끝이 향한 곳에는 폭주한 세실리아가 불기둥을 강하게 노려보는 중이었다.
아니, 노려보는 게 아니라…….
“……떨고 있는 거 같은데?”
<정확히 보았다. 마스터. 세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
“……누구를? 설마 티나를?”
<그렇다. 이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거겠지.>
“으으. 마스터어. 나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버렸어…….”
미라쥬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붕붕 저었다.
<마스터. 알다시피 마스터가 부재할 경우 우리는 군사의 명을 받는다. 그러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만약 군사마저 부재할 경우 우리는 누구의 지시를 따를 것 같은가?>
“……티나인가?”
<그 말대로다. 그녀는 나를 포함한 일곱 인형의 대장 격인 존재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마스터. 의문이 생기지 않는가? 어째서 광휘가 우리들의 대장일까?>
드렛슈의 일곱 유물 중 광휘(光輝)는 냉정하게 말해 가장 어중간한 인형이었다.
공격력으로 따지면 암군(暗軍)에 미치지 못하고, 방어력으로 따지면 강철(强鐵)을 따라갈 수가 없다.
마법으로 따지자면 적마(赤魔)의 발끝도 쫓을 수가 없으며, 정찰과 잡입으로는 환영(幻影)을 이길 수가 없다.
<광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는 우리들보다 앞서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마도왕의 일곱 유물은 다른 일반적인 인형과 달리 완벽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 인형들이다.
그들 모두 스스로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자존심 또한 높았다.
그런 그들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대장으로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인형들이 티나를 인정하고 따르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가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어? 방금은 티나가 제일 약하다면서?”
<몬스터나 다른 적을 상대할 경우에는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들끼리, 마도왕의 유물끼리 싸울 경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순간이었다.
촤악!
티나를 가두고 있던 거대한 불기둥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불꽃의 기둥 속에서 티나가 검을 휘둘러 갈라 버린 것이다.
-……저게 대체 뭐냐?
불꽃을 가르고 나온 티나의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황금색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
두르고 있던 은색 갑옷에는 평소에 존재하지 않던 독특한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등 뒤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한 쌍의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성스러운 발키리 같았다.
<역시. 기아스가 개방됐군.>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
마도왕 드렛슈는 과거 믿었던 인류에게 배신당해 패배를 경험했다.
패배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드렛슈는 나약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충성할 일곱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인형들을 제작하는 중 한 가지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 인형은 너무나 약하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이 한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자아가 너무 확고하면 배신의 위험이 커진다.
스스로의 존재에 의문을 품을 것이고 나아가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원할지도 몰랐다.
만약, 자유를 원한 일곱 인형들이 합심해서 반란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드렛슈가 자신의 모든 정수를 쏟아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인형들이다. 그 전투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이 괴물 같은 수준!
잘해야 동귀어진, 십중팔구는 인형들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다.
드렛슈는 고심을 거듭했다.
어떻게 해야 완성된 자아를 가지면서 자신을 배신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마법적 금제나 세뇌 같은 방법은 좋지 않다.
그런 계열의 마법으로 자아를 옭아매면 대부분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드렛슈는 고심 끝에 몇 가지 수단을 강구했다.
첫째로 자신에게 큰 빚을 진 존재의 영혼으로만 인형을 제작한다.
감사의 마음이 클수록 배신의 위험을 적어질 테니까.
<나 같은 경우는 1,000년 이상 지하에 묻혀 있던 것을 드렛슈 님이 꺼내 주셨다.>
“으…… 나는 도플갱어 킹 시절에 큰 부상을 입고 죽어가던 걸 드렛슈가 살려 줬어.”
다른 인형들 역시 마찬가지다.
인형이 되기 전 그들은 각자 드렛슈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없었던 드렛슈는 또 다른 조치를 취했다.
만약 다른 인형들이 합심해서 반란을 일으킨다면.
그 모두를 제압할 수 있는 더 거대한 힘을 심어 두자.
그런 생각으로 마련한 수단이 바로 ‘기아스’다.
기아스(Geis). 맹약.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희생해 특정 상황에서 강력한 힘을 얻는 주술을 말한다.
마도왕 드렛슈는 자신의 마법적 지식을 총동원해 한 가지 기아스를 심었다.
광휘의 티스타니아.
유일하게 배신의 염려가 없는 자신의 혈육에게.
‘마도왕의 유물이 아크람에게 적개심을 보일 때’ 발동하는 기아스를 말이다!
띠링.
[특정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플레이어와 권속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호감도가 최대치입니다.]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히든 스킬 9성 ‘기아스’가 개방됩니다.] [기아스 개방 완료.] [광휘의 티스타니아의 고유 기아스입니다. 마도왕의 일곱 유물과의 전투 시, 전 능력치가 1,300% 증가합니다.]불기둥을 갈라 버린 티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세실리아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오지 마. 다가오지 마!]“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되어서 유감입니다. 세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정신이 혼란스러울 땐, 푹 자고 일어나면 상쾌해지는 법입니다.”
그러니까.
“기절할 때까지만 때리겠습니다. 조금 아프겠지만 그 정도는 참으시길.”
[오지 마아아-!]콰앙-!
티나가 빛살 같은 속도로 세실리아에게 쏘아져 나갔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