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3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39화(239/581)
보유 스킬 목록에서 가장 윗부분.
그곳에는 다섯 글자가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9성 – 프로미넌스
“떴구나!”
-이 더러운 겜이 이제는 그냥 대놓고 퍼주네. 아니, 주려면 적당히 8성 스킬 정도로 주든가! 9성은 너무 심하잖아!
“으, 응? 뜨다니? 뭐가?”
깜짝 놀란 세실리아의 물음에 카르페는 그제야 아직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잠깐 딴생각 좀 했습니다. 미안해요. 전 카르페라고 합니다.”
“카르페. 카르페 님. 음. 기억했어. 그런데 주인님. 부하에게 존댓말은 좀 그렇지 않아? 편하게 해요. 편하게.”
세실리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 왔다.
길리안과 마찬가지로 붙임성이 좋은 성격인 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할게. 세실리아도 편하게 불러줘.”
“후후. 이번 주인님은 친절하네. 좋아. 앞으로 잘 부탁할게.”
“나도 잘 부탁해. 아, 그런데 그 호칭이 좀…….”
“호칭? 아, 주인님?”
“……그래. 그거. 조금 낯간지러워서.”
실제 나이가 어떻든 간에 세실은 겉보기로는 20대 초·중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기 또래의 여인에게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듣다니.
그건 너무 부끄럽잖아!
-주인님이 어때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캐쉬샵에서 메이드복 질러서 커스튬하면 되겠네. 키도 크고 비율도 좋으니 잘 어울리겠구만.
“……제가 아직 거기까지 내공을 쌓지는 못해서요. 아니, 만약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요?”
-뭐라고 하기는. 개 부럽다고 하겠지. 혹시 그런 인형은 어디서 얻냐고 물어보기도 할 테고. 내기해도 좋음. 진짜임.
“에라이 말을 말아야지.”
“이상하네? 주인님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게 어때서? 난 좋은걸?”
“……좀 봐주라.”
“으응. 근데 딱히 대체할 만한 게 안 떠오르네. 그럼 주인님이 정해 줘.”
“드렛슈는 뭐라고 불렀었는데?”
“놈팡이. 머저리. 난봉꾼. 야. 너. 한량.”
“…….”
인형들 사이에서 드렛슈를 향한 감정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세실리아는 그중에서도 좀 유별난 것 같았다.
“설마 그렇게 불러 달라고 할 건 아니지? 하지만 그게 취향이라면 수용할게!”
“아, 아니. 그냥 평범하게 마스터로 해 줘. 미라쥬나 로이어드도 그렇게 부르니까.”
“아하, 마스터! 무난하게 좋네. 그럼 나도 그렇게 부를게. 미라랑 로이도 그렇게 부른다니까.”
“미라랑 로이?”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두 권속이 즉시 반발했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아아! 세실은 늘 내 말을 안 들어!”
<적마. 정정을 요구한다. 이미 수도 없이 말한 것 같다만 난 로이가 아니라 로이어드다.>
“애칭이잖니. 애칭. 귀엽고 좋은데 뭘…… 응?”
세실은 그렇게 말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는지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시선의 끝에는 4m의 거구를 자랑하는 로이어드가 있었다.
“어…… 그러니까.”
<왜 그러나? 적마. 내 몸에 뭐라도 묻었는가?>
“실례지만 누구실까요?”
<로이어드다. 강철의 로이어드. 함께했던 전우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조금 섭섭하군.>
“……로이어드? 에에엑?!”
세실리아는 마치 만화 속 캐릭터처럼 몹시 과장된 리액션을 보이면서 경악했다.
“마, 말도 안 돼! 우리 로이는 그런 정교한 몸이 아니라고! 좀 더 투박하고 대충 만든 듯한 느낌에다가 둔해 보이고, 색깔도 칙칙하고!”
<……평소에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가.>
“게다가 로이는 그런 멋진 중저음이 아니야! 내가 놀리면 화가 나지만 대화 기능이 없어서 우우우웅! 구우우웅! 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웠는데!”
<내가 화내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놀리지를 마라!>
“하지만 반응이 귀엽잖아.”
<후우우…….>
카르페는 로이어드가 이토록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마스터. 내가 왜 적마를 후순위로 얻어야 한다고 말했는지 알겠는가? 이 녀석은 정말로 최악이다.>
“으으. 너같이 멋진 애는 우리 로이가 아니야. 내가 아는 로이를 돌려내!”
<싫다. 나는 현재의 내 몸이 몹시도 마음에 든다. 이전의 모습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마스터에게는 몇 번을 감사해도 부족할 지경이군.>
세실은 카르페가 새로운 몸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고선 원망스러운 눈으로 카르페를 쳐다봤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다른 놀릴 거리를 찾아야지.”
세실은 그렇게 말하곤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곧 다음 타겟을 발견했다.
“미라야.”
“미라 아닌데. 미라쥬인데.”
“미라야. 그동안 누나 안 보고 싶었어? 누나는 미라가 엄청 보고 싶었는데.”
“누나도 아닌데.”
“하지만 언니도 아니잖아. 나는 여동생보다 남동생이 좋아. 그러니까 미라쥬는 남자로 하자. 알았지? 자,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포옹.”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뻗었으나 당연하게도 미라쥬는 그녀에게 안기지 않았다.
그 대신 카르페의 등 뒤로 숨어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마스터어. 나 벌써 피곤한 거 같아…….”
“음…….”
미라쥬와 로이어드가 왜 그렇게 적마를 꺼림칙하게 생각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압도적인 마이페이스면서도 엄청나게 수다스러운 캐릭터. 그 둘과 상성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머! 린드오르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음홧홧! 안녕하신가! 처음 뵙겠네, 적마여. 본인은 린드오르의 뒤를 이은 두 번째 암군 길리안이라고 한다오. 언제든 편하게 불러주면 좋겠…….>
“영감님.”
<……나이는 그대가 훨씬 많은 거로 아는데.>
“와아. 세상에. 그거 알아요? 방금 영감님이 하신 말, 린드오르가 한 달 동안 한 말보다 많았어요!”
<과묵한 친구였다고 듣긴 했지. 본인으로선 이해하기 어렵군. 그렇게 살면 답답하지 않나?>
“그쵸?! 말이 통하네. 나중에 여기 안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 될 것 없지! 레이디를 에스코트하는 건 기사의 신성한 의무이니깐 말일세. 음홧홧!>
하지만 두 인형과 달리 길리안과는 상성이 아주 좋아 보였다. 둘 모두 수다스러운 캐릭이라 저렇게 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떠들 것 같았다.
“마스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돼?”
“응? 어떤 거?”
“마스터 등 뒤에 둥둥 떠다니는 잡귀는 도대체 뭐야? 아주 약하게 위신의 기운이 느껴지는 게 찝찝한데 태워도 되지?”
-…….
“형. 표정으로 욕하는 거 다 들립니다.”
-후우. 이것들은 어째 하나같이 레퍼토리가 다 똑같지…….
이로써 시즌 다섯 번째 잡귀 취급.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남았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었다.
“잡귀 아니고 내 스승 같은 존재야. 이것저것 많이 알려 주는 참스승님.”
“진짜로?”
세실은 깜짝 놀라서 주변을 쳐다보다 모든 권속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천마는 조금 감동해 버렸다.
“군사님은 주군뿐만 아니라 저희에게도 훌륭한 가르침을 주시는 분입니다. 세실. 무례한 발언은 지양하시길.”
“와아. 티나가 이렇게 극찬하는 사람은 오랜만에 봤네. 미안해요. 군사 씨. 제가 실수했어요.”
-별로 신경 안 쓴다. 대신 앞으로 신나게 부려먹을 테니 각오나 해.
“자, 그럼 이제 인사도 끝났으니까…….”
새롭게 얻은 적마의 솜씨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세실리아는 로이어드와 동일한 에픽+ 등급.
과연 다른 인형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띠링.
[고대의 호문쿨루스] [이름 : 홍염의 무녀 – 적마(赤魔)의 세실리아] [레벨 : 40] [등급 : 에픽+] [분류 : 호문쿨루스, 마법사] [성격 : 장난스러운, 상냥한, 냉정한] [마도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다섯 번째 호문쿨루스입니다. 높은 마법 적성을 가진 개체로, 마도왕 다음가는 마법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정 루트의 이벤트를 통해 기존보다 등급이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보유 스킬]9성 – 프로미넌스 Lv. 1
8성 – 적마의 학습법 Lv. 1(Master)
– 힘을 잃은 대신 빠르게 성장합니다.
– 획득 경험치 2배 증가(플레이어의 레벨 이상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 스킬팩 오픈 시 전용 스킬 등장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7성 – 파이브 파이어 플라워 Lv. 1
잔여 스킬 포인트 : 37
“크으. 다시 봐도 좋네.”
학습법 스킬이야 인형이면 다 들고 있는 거니까 그렇다 쳐도, 시작부터 9성과 7성 스킬을 보유했다는 게 너무나도 훌륭했다.
전열 뒤에서 자신과 함께 마법을 날려대면 더 이상 파티의 화력 면에선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일단 스킬은 다 찍어 줘야겠죠.”
-당연한 말을. 9성 스킬이 포인트를 두 배로 먹긴 하지만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스터하면 된다. 아, 라세 본사 방향으로 절하는 건 잊지 말고.
“그거야 자기 전에 매일 하고 있죠.”
카르페는 세실리아의 잔여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서 프로미넌스와 FFF 스킬을 마스터해 버렸다.
“그럼 이제 근처 보스 몬스터라도…….”
그 순간이었다.
삐- 삐 – 삐-
“아오. 이게 또 하필 여기서 끊기냐.”
-뭐, 타이밍상 그럴 때가 되긴 했지. 솔직히 난 오늘 안에 유물 못 얻을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접속 시간이 종료되었다.
카르페는 천마와 다른 권속들에게 인사를 마친 후, 게임에서 로그아웃했고.
“으으음! 마스터도 갔으니까 이제 휴식인가? 나도 내일부터는 열심히…….”
-휴식? 흐흐흐.
세실리아의 말에 천마가 스산하게 웃었다.
-얼마 전이라면 당연히 휴식이었겠지만…… 운이 좋지 않군. 혹시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불편한가?
“으, 응? 그건 아닌데…….”
-그럼 따라와. 자동 사냥이라는 악마에 대해서 가르쳐 줄 테니까. 흐흐흐.
“…….”
세실리아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 *
그리고 카르페가 로그아웃했던 것과 비슷한 시각.
“읏차! 자, 지겨운 놈아. 이제 죽어라!”
한 사내가 거대한 도끼로 몬스터의 머리를 찍었다. 130레벨 대의 몬스터 중 까다롭다고 소문난 ‘워킹데드’라는 언데드 몬스터였다.
“하여간 좀비 아니랄까 봐 질기긴 더럽게 질기군. 흐흐. 그래 봤자지만.”
“저기, 길드장님.”
“오, 그래. 곽 팀장. 방금 내가 이놈 대가리 후리는 거 봤지? 이게 다 골프 치던 가닥이 남아 있어서 가능한…….”
“긴급 보고가 있습니다.”
“……긴급 보고? 뭔데?”
게임을 즐기고 있던 사내는 ‘긴급 보고’라는 말에 얼굴을 굳혔다.
곽 팀장이라 불린 남자는 방금 들어온 보고를 최대한 요약해서 설명했고.
“……뭐? 최대성이가 죽었다고?”
라세의 10대 길드 중 하나 마모니즘 길드.
길드 마스터 마몬은 방금 들어온 보고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반문했다.
“뭐야? 최대성이는 지금 무슨 히든 퀘스트 수행 중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냥 시간만 죽이면 되는 거라면서? 그런데 갑자기 죽긴 왜 죽어?”
“저도 그것까진 잘…… 자세히 물어보려 했는데 화만 낼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치겠군. 그놈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당장 최대성이 불러와!”
누군가가 득템을 하면 누군가는 독박을 쓰기도 하는 법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