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4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43화(243/581)
“저어기! 저 담쟁이덩굴 얽힌 바위! 저 바위가 눈에 익어.”
“바위? 어떤 거?”
“제일 오른쪽에 악어처럼 생긴 거 있잖아. 저게 틀림없어.”
세실리아가 가리킨 방향에는 거대한 바위가 여럿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 중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바위는 다른 바위들과 달리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악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모양이긴 하네.”
바위의 크기는 일행 중 가장 거대한 로이어드보다 조금 더 컸다.
세실리아는 악어 바위 쪽으로 다가가서 여기저기를 만져 보더니 이내 확실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맞아.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바위 같지만 사실 마법적 조작이 가미된 마법 바위거든.”
“마법적 조작?”
“응. 풍화나 침식을 방지하는 마법 같은 거 말이야. 방금 확인해 보니까 마법도 아직 살아 있어. 과연 드렛슈야. 800년이 지나도 잘 유지되고 있네.”
“그래? 그럼 그 바위를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치워야지. 보물고의 입구는 이 바위 밑에 숨어 있거든.”
“아하. 생각보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보물고를 숨겨 놨구나.”
무거운 바위로 보물고 입구를 막아 놓는 게 다라니. ‘마도왕’이라는 이름치고는 소소한 방법이었다.
<그럼 여기는 내 차례인가?>
로이어드가 앞으로 나섰다. 로이어드는 자신만큼이나 거대한 바위 앞으로 다가가서 양손으로 바위를 붙잡았다.
<다들 물러서라. 다칠 위험이 있다. 하압!>
로이어드는 강하게 기합을 지른 후, 바위를 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위는 조금 들썩이기만 할 뿐, 자리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무거운 녀석이군. 마스터. 승인을 부탁한다.>
여기서 승인이라 함은 바로 로이어드의 엔진 윙 사용 승인을 말한다.
“좋아. 로이어드. 너의 힘을 보여 줘!”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지. 폭주 출력!!>
키이이잉!
로이어드가 엔진윙에 내장된 스킬을 사용하자 엔진 터빈이 가속하기 시작했다.
폭주 출력은 30초간 로이어드의 체력을 근력 스텟으로 치환하는 스킬!
막대한 스텟이 근력으로 전환되자, 바위가 훨씬 더 격하게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하지만 놀랍게도 로이어드가 폭주를 사용했음에도 바위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마법 바위는 폭주 출력이 지속되는 30초를 버텨 낸 것이다!
<이, 무슨…….>
“아. 맞아. 저거 중력 조작 마법도 걸려 있어서 물리력으로는 안 움직여.”
<……그건 좀 빨리 말해 주는 게 어떠한가?>
“그치만 용쓰는 로이가 보고 싶었는 걸.”
<젠장. 넌 정말 최악의 인형이다. 적마.>
“으음. 세실리아. 그럼 이걸 어떻게 치워야 하는 거야?”
“두 가지 방법이 있어. 일단 하나는 8성 이상의 화염 마법으로 바위를 달군 다음에 8성 이상의 얼음 마법으로 급속 냉각시켜서 깨트리면 돼.”
“8성 냉, 염기 스킬을 동시에 보유해야 하는 건가.”
객관적으로 보면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카르페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상태.
“좋아. 그럼 이번에는 내가 할게.”
“아, 마스터 두 번째 방법이 더 쉬운데.”
“응? 두 번째 방법은 뭔데?”
“간단해. 그냥 내가 마법적으로 해제할게.”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한 후 가볍게 지팡이로 톡톡 바위를 건드렸다.
그러자 바위가 자그맣게 변하더니 그대로 어디론가 휙 날아가 버렸다.
<…….>
“…….”
“마스터. 이제 들어가면 돼.”
“그, 그래.”
카르페가 바위 밑으로 손을 뻗자 알림이 등장했다.
[‘???의 보물고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의 보물고 던전] [입장 제한 : 레벨 200 이하] [던전 등급 : 레전더리] [고대의 알 수 없는 인물이 비밀리에 보물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어떤 비밀이 도사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던전 속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입장하시겠습니까?]“입장한다!”
카르페 일행이 들어서는 그 순간.
화악-!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던전 공간에 벽에 붙어 있던 횃불들이 일시에 켜지며 공간을 환하게 만들었다.
“여긴…….”
마치 숭고한 의식이 진행되는 공간처럼 보였다.
대리석같이 새하얀 돌로 만들어진 바닥과 기둥, 그리고 공간의 정중앙에는 제단 같은 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을 중심으로 커다란 마법진 같은 것이 돌바닥 위에 새겨져 있었다.
[연자여.]“어?”
돌연 음성이 들려왔다. 머리 위쪽에서 들려왔던 터라 허공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없는데?”
“아마도 마법인 것 같습니다. 주군. 누군가가 이곳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발동되도록 술식을 짜 놓은 모양입니다.”
“흐흥. 그렇네. 마법적 흐름이 느껴져. 그리고 아마도 진원지는 저기.”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중앙의 제단을 가리켰다.
“그래? 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마스터는 인간이고 우리는 마법생명체잖아. 마나의 흐름에는 우리가 더 민감할 수밖에 없지! 아, 또 말한다.”
[연자여. 이곳으로 오라.]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카르페에게 말을 걸어왔다.
[중앙의 제단으로. 온갖 시련을 넘어 이곳에 온 그대에게 합당한 보상을 내리리라.]“……온갖 시련?”
의미를 알 수 없는 발언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카르페는 제단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단 밑에 그려진 마법진을 밟는 순간, 마법진은 약한 빛을 내뿜기 시작하더니 제단 양옆으로 있던 촛대가 환하게 켜졌다.
[이곳까지 잘 왔다. 연자여. 본좌는 마주(魔主). 머나먼 과거 마법의 주인이라 불렸던 자다. 이곳까지 무사히 도달한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지.]“마주?”
마법의 주인.
실로 광오한 말이라 할 수 있었으나 이곳이 드렛슈의 보물고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리 이상한 소리도 아니었다. 드렛슈는 충분히 마법의 주인이라고 자칭할 수 있는 자였으니까.
“아니, 그럼 결국 이거 드렛슈 목소리란 거지? 이 양반은 갑자기 왜 이상한 컨셉질이래?”
-원래 좀 미친 인간이잖아. 무협 소설 읽다가 삘받아서 이런 던전 만들었나 보지.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판타지 세계 NPC가 무협 소설을 도대체 왜 읽는데?”
“마스터! 드렛슈는 원래 이래. 틈만 나면 있어 보이는 척했어! 특히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래?”
“아마 신비에 싸인 고대의 대마법사 설정인 것 같아. 나는 알 수 있어.”
컨셉질이라면 한조 다음가는 인재라 할 수 있는 미라쥬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이미 자신의 정체가 들통났다는 것도 모르는 마법의 주인께서는 여전히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어디서 본좌의 흔적을 찾아 이곳까지 도달했는가? 만년설산의 꼭대기에 숨겨 둔 본좌의 메시지를 발견하였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동해룡의 뱃속에 숨겨 둔 증표를 찾았는가? 그대가 정확히 어떤 흔적을 따라 이곳에 도착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것이든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터.]“…….”
뭔가 무시무시한 단어가 연속으로 튀어나왔지만, 카르페와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냥 세실리아가 알려 준 대로 왔는데…….”
-미친. 그럼 원래대로라면 저런 말도 안 되는 루트를 통해서 올 수 있는 장소였단 말야? 아니, 어이가 없네. 저걸 무슨 수로 찾아!
“약간 그 느낌이네요. 그 드워프 퀘스트 때 철문에다 해금하니까 퀘스트 순식간에 스킵됐을 때랑 비슷하네.”
정상적인 진행이라면 험난한 여정 끝에서야 도달할 수 있는 던전.
하지만 카르페는 특수 루트 한 방으로 너무나 쉽게 도달한 것이다.
만약 진짜 드렛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복장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허나. 연자여. 그대의 시련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후의 시험이 남아 있을지니. 그대는 이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증명하라. 그리하면 본좌가 남긴 보물을 그대가 취할 수 있을 것이다.]쿠구궁!
그 말과 함께 돌연 공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뒤쪽 석벽이 붕괴하면서 숨겨진 문이 드러났다.
[기회는 오직 단 한 번뿐. 각오가 되었다면 들어오라. 그대의 힘과 신념을 시험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쿠구궁.
다시 한번 진동이 시작됐다. 이전의 진동과 비교하면 미약한 진동.
이번에는 숨겨진 문이 드러난 게 아니라 카르페 눈앞에 있는 제단이 좌우로 벌어졌다.
그리고 제단 속에서 고풍스러운 상자 하나가 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까지 도달한 그대의 노고에 보상이 있어야겠지. 그 안에 있는 물건은 여정을 뚫고 이곳까지 도달한 그대에게 주는 본좌의 선물이다.]“오오!”
역시 마도왕 드렛슈!
시험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선물부터 쥐어주다니 대륙을 통일한 황제다운 배포였다.
하지만.
[단!]“엥?”
[선물을 취하는 것은 그대가 본좌를 스승으로 섬기고 난 이후다. 상자를 향해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려라. 그리하면 사제의 연이 성립되고 상자가 열릴 것이다!]“…….”
-무협 소설 본 거 맞네. 적어도 드렛슈, 혹은 이 던전 기획한 개발자. 둘 중 한 명은 봤음. 확실함.
“후우.”
아직 뭐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느낌인데 벌써 피곤이 몰려왔다. 카르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자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자 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카르페가 다시 한 걸음 다가가자 또다시 음성이 들려왔다. 이쯤 되면 마도왕이 아니라 그냥 수다왕이었다.
[사제의 연을 맺기 싫다면 이대로 돌아가도 좋다. 그것 또한 연자의 선택일지니. 허나, 아쉽구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건 참 좋은 물건이거늘…… 참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혹시 제자를 못 들여서 크게 서러웠던 적이 있는 걸까?
목소리에는 이제 절박함마저 묻어나왔다.
“후우. 자, 그럼.”
카르페가 상자 앞에서 자세를 잡자 음성이 다시 근엄하게 목소리를 깔기 시작했다.
[허허. 본좌를 스승으로 섬길 마음이 들었는가? 잘 생각하였다. 흔히들 구배지례를 아홉 번 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단순히 아홉 번 절하는 게 아닌, 아홉 가지 종류로 격식에 따른 인사를 올려야 하느니라. 연자가 잘 모를 수 있음을 배려해, 본좌가 직접 알려 주겠노라.먼저, 상자를 향해 무릎 꿇고 절을 하며 머리를 땅에 대어라. 양손은 마주 잡고 땅을 짚은 후, 머리를 떼고 다시 땅에…….]
“해금.”
[해금이 발동합니다.]딸깍.
결코 열리지 않는다는 드렛슈의 음성과 달리 고풍스러운 상자는 너무나도 손쉽게 열리고 말았다.
상자 안에는 새하얀 신발 한 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구배지례는커녕 고개조차 까딱하지 않았는데 상자가 열리자, 음성이 침묵했다.
드렛슈가 남겨 둔 메시지 마법은 상정 외의 사태에 잠시 버퍼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냈다.
[……본좌의 마음을 울리는 실로 훌륭한 구배지례였다. 연자여. 아니, 제자야! 지금부터 본좌를 스승님이라 부르거라!]그냥 구배지례 받은 셈 쳤다!
[이 스승은 기쁜 마음으로 시련을 지켜보겠다. 제자야. 네가 부디 시험을 이겨내길 바라노라.]음성은 거기서 끝이 났다. 실제로 여기까지가 원래 역할이었는지, 아니면 무안해서 그냥 도망친 건지 알 수 없는 그런 퇴장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