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4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47화(247/581)
“큭!”
카르페의 기습을 허용한 드렛슈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좋아! 이 여세를 타서 몰아치기…… 엉? 너 뭐하냐? 왜 안 쫓아가?
“…….”
누가 보더라도 기습의 흐름을 이어 나가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카르페는 드렛슈를 쫓아가지 않고 그자리에서 멈췄다. 그 대신 자신의 주먹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타로 안 들어갔어.’
드렛슈의 얼굴을 후려쳤으나 손에 감기는 맛이 거의 없었다. 놀랍게도 드렛슈는 그 찰나의 순간 고개를 돌려 데미지를 대부분 흘려 버린 것이다.
즉, 지금 저 비틀거림은 드렛슈의 연기라는 소리였다.
아마 흥분해서 쫓아갔다면 역으로 기습을 당했으리라. 그것이 카르페가 멈춘 이유였다.
“쓰읍. 놀래라. 기다렸다는 듯이 치고 들어오네.”
그 증거로 드렛슈의 말과 행동에는 여유가 철철 흘러넘쳤다. 그는 주먹을 허용한 왼쪽 볼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너무한 거 아니야? 주먹에 감정이 꽤 많이 실린 거 같은데.”
“쌓인 게 많다 보니까요.”
“하하. 내 성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긴 하지. 하지만 억울하군. 정작 나는 이 보물고 외에는 대부분 기억에 없는데 말이야.”
드렛슈는 투덜거렸지만 이내 ‘그래. 본체 잘못 둔 내 잘못이지.’라고 납득했다.
“자, 탐색이나 준비할 게 좀 남았나? 모처럼 나타나 준 후예에 대한 예우로 그 정도는 기다려 주마.”
“그럼 사양 않고.”
카르페는 첫 공격을 한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드렛슈는 지금까지 싸워 왔던 모든 적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상대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 히든 보스가 여유를 부리며 준비를 기다려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자, 이것들 받아.”
카르페는 일단 바둑으로 획득한 아이템들을 권속들에게 장착시켰다.
그리고 드렛슈를 향해 ‘드래곤의 눈’을 발동했다.
띠링.
[마도왕 드렛슈의 기억 파편] [분류 : 히든 이벤트 보스] [HP : 99% MP : 100%] [보유스킬]-8성 마도 공학
-8성 얼티밋 스톤 커스
-8성 캘러미티 인페르노
-7성 올 엘레멘탈 마스터리
.
-6성 블링크
.
.
-3성 엘레멘탈 애로우
-3성 엘레멘탈 인첸트
-마도 병기 에니그마(프로토 타입)
[‘드래곤의 눈’으로 표시되는 스킬은 최대 8성까지만 표시됩니다. 9성 스킬은 파악할 수 없습니다.] [대상의 보유 스킬이 15개 이상입니다. 대상이 보유한 스킬 중 15개만 표시됩니다. 어떠한 스킬이 표시될지는 랜덤입니다.]“……뭐?”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드래곤의 눈을 사용했지만 처음 보는 문구가 등장했다.
-와, 이런 게 있었네. 하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스킬 15개 이상 가진 놈이랑 싸운 적이 없긴 하지. 많은 놈도 10개 정도였으니까.
‘형도 몰랐어요?’
-당연히 모르지. 옛날에도 말했지만 난 드래곤의 눈을 직접 사용해 본 적이 없어. 그냥 구경 한번 해 봤던 게 다였지.
‘부럽다. 부러워. 저 많은 스킬을 다 어디서 구했담.’
-게다가 대부분은 마스터겠지. 진짜 미친 캐릭이네. 라세 이 미친놈들은 무슨 캐릭터 디자인을 이따구로 해 놨지?
드래곤의 눈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카르페는 알고 있었다.
드렛슈가 9성 스킬인 ‘천무지체(天武之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엘프 마을에서 티나가 알려 줬었죠. 레벨 업마다 스킬 포인트를 두 배로 획득하는 패시브라고.’
드렛슈가 그 많은 스킬들을 마스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천무지체 덕분이었다.
카르페는 쉽지 않은 싸움을 예감하며 몸을 한껏 긴장시켰다.
“대충 준비 끝났으면 시작할까? 자, 룰은 문(文)의 시험과 비슷하다. 굳이 날 이길 필요까지는 없고 적당히 내 마음에 드는 수준으로 달성하면 되는데…….”
드렛슈는 거기까지 말한 후, 카르페를 쳐다보며 웃었다.
“보아하니 어떻게든 날 이길 생각이구만. 좋아. 맘에 들어. 내 후예라면 그 정도 투지는 있어 줘야지. 아무리 불가능한 일이라도 먼저 겁먹고 포기해서야 쓰나.”
“불가능이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하하. 좋아. 그건 지금부터 확인하면 될 일이지.”
드렛슈가 허리를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동시에 카르페와 권속들 역시 드렛슈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음홧홧! 초대 황제와 겨룰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 사실 죽었지만!>
“흐응. 드렛슈는 여전히 껄렁껄렁하네. 태워 주면 좀 정신 차리려나?”
<아직도 의문입니다. 어째서 내 몸을 그런 투박한 골렘으로…….>
“주군. 조심하십시오. 드렛슈 님이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는 저희들도 다 알지 못합니다.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마스터! 이번에는 나도 전력으로 도울게. 나쁜 드렛슈는 나만 아이템 안 만들어 줬어!”
“뀨웃! 뀨!”
“후우. 좋아. 스트라이킹. 헤이스트.”
카르페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권속들에게 버프를 건 그 시점.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려 줬으니. 이번엔 내 쪽에서 가지.”
드렛슈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근거리 순간 이동 스킬 ‘블링크’가 발동한 것이다.
“읏?! 왜, 왜 나야!”
드렛슈가 나타난 곳은 바로 미라쥬의 등 뒤였다. 손쉽게 등 뒤를 잡은 드렛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 대 다의 싸움에서 가장 약한 녀석부터 처리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지. 더군다나 미라쥬. 넌 너무 변수 요소가 심해. 미안하지만 퇴장해 줘야겠다!”
후웅-!
드렛슈의 발차기가 미라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스킬은 아니었지만 척 보기에도 강맹한 기운이 느껴지는 발차기였다.
일행 중 가장 약한 방어력을 가진 미라쥬라면, 단 한 방에 리타이어해도 이상하지 않을 공격이었다.
“흐앗!”
하지만 미라쥬 역시 산전수전을 겪어 온 인형이다. 위신 전쟁 때와 비교하면, 이 정도의 기습은 그리 치명적인 기습도 아니었다.
팟.
드렛슈의 발차기가 닿기 직전, 미라쥬의 모습이 돌연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진 게 아니었다.
미라쥬는 육안으로 식별하기도 힘들 만큼 작은 개체로 변신해서 공격을 피한 것이다. 덕분에 드렛슈의 발차기는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쯧. 역시나 귀찮은 능력이라니까. 하지만!”
미라쥬의 능력을 알고 있는 드렛슈 역시 미라쥬가 작은 무언가로 변한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 힘든 개체?
상관없다. 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주변을 몽땅 날려 버리면 될 뿐!
“볼케이노 밤(Bomb)!”
쿠웅.
드렛슈가 제자리에서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땅에서 무수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눈에 표시되지 않았던 7성 스킬. 볼케이노 밤.
그 능력은 시전자 주변 일정 반경에 360도 전체 화염 데미지를 주는 광역 스킬이었다.
화르륵.
미라쥬의 변신 능력은 변신 개체의 능력을 따라간다.
작은 개체로 변신한 이상, 지금 불꽃에 스치기만 해도 리타이어될 게 뻔한 상황.
하지만 그 전에 카르페가 먼저 움직였다.
“캐슬링! 아이스 쉴드!”
드렛슈가 넉넉히 준비 시간을 준 덕분에, 처음 사용했던 캐슬링 스킬의 쿨타임이 다시 돌아왔다.
카르페는 미라쥬와 위치를 바꾼 후, 아이스 쉴드를 사용해 볼케이노 밤을 막아 냈다.
치이익!
불꽃과 얼음이 부딪히며 새하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시야를 가린 건가? 나쁘지 않은 수법이다만…… 에어 캐넌!”
드렛슈가 바람 스킬을 발동하자 수증기가 모조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수증기를 틈타 접근하던 카르페와 티나의 모습이 드러났고, 드렛슈가 씨익 웃었다.
“이런 거야 수도 없이 겪어 봤지.”
“마선침투경!”
“하아앗!”
카르페의 주먹이 드렛슈의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동시에 티나의 검이 드렛슈의 머리를 노렸다.
평소에 완벽히 합을 맞추지 않았다면 해낼 수 없는 그런 합공이었다.
“좋군! 아주 재밌어! 이 정도는 돼야 기다린 보람이 있지!”
하지만 드렛슈는 진정 괴물이었다.
콰악.
“……뭐?!”
드렛슈는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고 온 카르페의 주먹에 손바닥을 펼쳐 그대로 막아 버렸고.
“읏?!”
티나의 검까지 다른 손바닥으로 쳐 내 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정확히 검의 옆면을 가격해서!
“카학!”
그리고 이어지는 드렛슈의 발차기가 티나의 복부를 때렸다.
티나는 달려들 때의 속도 그 이상으로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동안에도, 드렛슈의 한 손은 여전히 카르페의 손을 쥐고 있는 채였다.
‘이, 이거 안 빠지는데?’
-미친. 근력 수치가 얼마나 되는 건데?
카르페는 손을 잡힌 그 즉시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놀랍게도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카르페는 손을 빼내는 것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캘러미티 인페르노!”
바로, 붙잡힌 손에 그대로 마법을 발동한 것이다.
“이크.”
제아무리 드렛슈라 해도 그 상황에서 마법을 받아낼 재주는 없었는지, 카르페의 손을 놓으며 옆으로 고속으로 이동했다.
6성 스킬 ‘순보’였다.
“뭐야? 너도 이거 익혔냐? 아무리 후예라지만 이것까지 따라서 익힐 필요는 없는데. 전투 스타일도 그렇고, 너무 닮은 거 아니야?”
원래 성격이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800년 동안 홀로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드렛슈는 마도왕이라는 수식어보다 수다왕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만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음홧홧! 내 차례일세! 명계로부터의 부름!>
길리안이 소환 스킬을 사용하자 연무장 바닥에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검은 연기 속에서 하나둘 일어나는 데스나이트들.
<대장의 부름을 받고 우리가 왔다! 적은 어디인가!>
<저 비리비리한 마법사인가!>
<잘생긴 것이 실로 재수가 없구나! 우리의 적이라 할 수 있다. 다들 돌격!>
<음홧홧! 부하들에게만 맡길 순 없지. 나도 간다!>
데스나이트는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드렛슈를 향해 달려들었다.
“오호. 명계의 부름을 벌써 익혔나. 좋은 걸. 자, 그럼!”
드렛슈는 진각을 강하게 밟은 후 데스나이트 군단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그리고 손을 쫙 뻗으며 외쳤다.
“성광파(聖光波)!”
파아앗!
빛 계열의 8성 스킬! 시전자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는 신성 마법이었다.
언데드인 데스나이트에게는 실로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스킬이었고, 데스나이트들은 달려오는 그대로 성광파에 휩싸이고 말았다.
<크에엑! 이럴 수가! 이 무슨!>
<크허억. 이건 뼛속까지 시리다!>
<이게 얼마만의 등장인데 이토록 허무하게…….>
<으어어어! 녹는다! 녹아!>
어떤 데스나이트가 사라지면서 한 말처럼.
데스나이트들은 문자 그대로 증발하고 말았다.
<……늦게 뛰어가서 다행이구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뒤에 있던 길리안은 성광파의 범위에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킬 한 방에 길리안을 제외한 모든 데스나이트가 정리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카르페는 그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미친. 진짜 괴물이네.”
“후우. 자, 뭐 더 없나. 설마 여기서 끝은 아니지?”
드렛슈가 자신의 옷을 툭툭 털며 카르페에게 걸어왔다.
카르페는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적과는 격이 달랐다. 광신도 프리스트 보다도 서빙제의 파편보다도 더더욱!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직 멀었죠. 보여 줄 게 얼마나 많은데.”
“그래? 하하. 재밌네. 넌 확실히 나랑 닮았군.”
드렛슈는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는 듯 웃는 카르페를 보며 마주 웃음을 터뜨렸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