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4화(24/581)
헬 비스트를 쓰러뜨린 카르페는 워프를 타고 곧장 레이씬으로 귀환했다.
“여긴 언제와도 시끌벅적하네요.”
-현실이 팍팍할수록 라세는 활기가 넘칠 수밖에 없는 거지. 참 웃픈 이야기야.
라세의 인기 요인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현실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더욱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공간.
-현실이 답답하니 일탈을 원하게 되고, 라세는 그 일탈을 완벽하게 충족해 주는 세상이지. 괜히, 유저 수가 5억이 넘느니 마느니 하는 게 아니야.
“알 것 같네요.”
오픈 초, 라세에 대한 각종 광고와 찬양이 쏟아질 때만 해도 사람들이 왜 이렇게 오버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자신도 안다. 저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라세는 단순히 검과 마법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이 있고, 사회가 있으며, 삶이 있는 곳.
또 다른 세상.
진부한 캐치프레이즈였지만 그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라세는 정말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그리고 본토야말로 라세의 ‘진짜 세상’이라고 할 수 있지.
단순히 맵이 넓어지고 등장하는 몬스터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닌, 전 세계의 유저들이 모여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라세에 초보자 도시가 여기만 있는 게 아니란 건 알지?
“네. 총 10개가 있다고 입벤에서 봤죠.”
게임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 10개의 초보자 도시 중 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플레이어가 어떤 도시에 배치될지는 전적으로 소속 국가를 따른다고 했다.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미, 남미, EU, 인도, 중동+아프리카, 동남아시아+오세아니아.
라세는 지구를 이런 식으로 분류했고, 그 분류에 맞춰서 10개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 중 ‘레이씬’은 한국 지역의 초보자 도시였던 것이고.
-본토는 이곳과 달리, 대부분의 지역이 PK 가능 지역이야. 한 치의 방심도 용납할 수 없지.
전 세계의 온갖 사람들이 한곳에서 경쟁하는 본무대. 그것이 바로 본토였다.
그리고 지금, 이곳 촌장의 집 근처에 몰려 있는 유저들 역시 그 본무대를 밟으려는 사람들이었다.
“여기도 사람이 많네.”
-유저 유입이 꾸준하다는 증거지. 2년 내로 게임 전체 계정 수가 10억까지 치솟을 거다.
본토로 넘어가려는 유저의 수는 많은데 본토로 보내 줄 수 있는 촌장은 한 명이다 보니, 촌장의 집 근처는 대기 인원들로 북적거렸다.
물론, 본토로 넘어가는 데 별다른 절차가 있는 건 아니라서 줄은 금세 줄어들 터였다.
아마 앞으로 5분 뒤면 본토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5분을 기다리는 동안 유저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카르페 근처의 두 사람이 흥미로운 주제를 꺼냈다.
“야, 그거 소식 들었냐? 오늘 아침에 라세에 어플 나왔대.”
“어플? 웬 어플? 캡슐로 게임하는 데 어플이 왜 필요해?”
“아, 이놈 이거 소식 느리네. 배후령 어플 나온다는 소리 못 들었어?”
“아, 배후령! 그거 출시가 오늘이었냐?”
“그래, 이따 접속 끝나면 바로 깔아 둬라. 그러다 알림 놓치면 피눈물 나니까.”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카르페가 설명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천마를 쳐다봤다.
“배후령 어플? 뭔 말이에요? 형도 알고 있었어요?”
-당연히 알고 있지. 너랑은 별 상관없는 이야기라 굳이 말해 줄 필요성이 없어서 말 안 했지만.
“뭐길래?”
-말 그대로, 배후령이 뭔가 퀘스트 같은 걸 주면 그걸 알림으로 알려 주는 어플이다.
“……그런 게 필요해요?”
-아주 요긴하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영양과 휴식이란 게 필요한 동물이다.
24시간 내내, 건강을 갉아먹으며 몇 날 며칠을 게임 속에 접속해 있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하루에 10시간으로 접속 시간을 제한해 두는 것이기도 했고.
하지만, 배후령은 아니다. 그들은 게임의 구성 요소였고, 언제나 게임 속에 존재했다.
바로 이 차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몇 번 말했지? 배후령의 수가 많긴 해도, 유저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 명의 배후령이 한 명의 유저만 담당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저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라세 1주년 기념으로 배후령 통계를 조사했었는데, 가장 많이 뽑힌 배후령이 6성 퍼시벌이었지.
원탁의 기사 퍼시벌.
정말 이름조차 못 들어 본 배후령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네임 벨류를 갖추기도 했고, 6성이다 보니 뽑는 순간 실버 이펙트도 터졌다.
게다가 성능도 준수한 편이라고 알려지다 보니, 사람들이 뜨기만 하면 너도나도 뽑았던 것이다.
-배후령으로 퍼시벌 뽑은 사람이 총 13만 7천 명이었지.
“미친. 엄청 많네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후령이 유저에게 말을 거는 상황을 ‘계시’나 ‘신탁’이라면서 황송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번 생각해 봐. 그렇게 귀하디귀한 배후령이 오늘 기분이 좋아서 자신의 사도(使徒)에게 퀘스트를 주려고 한다 치자.
그리고 그 배후령에게는 평소에 눈여겨보던 유저가 있었다.
그래서 말을 걸었는데, 정작 그 유저가 대답이 없다.
아뿔싸, 그 유저는 지금 접속 중이 아니었던 것이다.
“……끔찍하네.”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른 놈에게 퀘스트를 줘 버리는 거지. 이때, 5분 정도 늦게 접속한 대가로 배후령 퀘스트를 날린 유저의 심정을 서술하시오. 3점.
“상상만 했는데 겜 접고 싶네.”
-그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단 말이야. 그래서 어플이 만들어진 거고.
사용법도 간단하다.
배후령 어플에 자신의 라세 계정을 연동시키면 그걸로 끝.
그렇게 연동해 두면, 배후령이 유저를 찾는 순간 핸드폰으로 알림이 날아오고, 유저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라세에 접속해 퀘스트를 받으면 되는 것이다.
“확실히 저한테는 크게 필요 없네요.”
-그래서 말했잖아. 필요 없다고.
최초의 0성 배후령, 천마. 당연히 그 배후령을 뽑은 사람은 카르페밖에 없었다.
다른 이들이 갈구하는 배후령의 관심이 카르페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다.
카르페와 천마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까 어플 이야기를 나누던 둘도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부터 접속 시간 10분쯤 남겨 놓고 접속 종료해야겠네. 어플도 깔고.”
“그래, 꼭 깔아라. 만약 배후령이 스페셜 스킬 주려고 불렀는데 접속 못 한다고 생각해 봐라. 꼬접각 제대로 서는 거지.”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촌장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카르페의 시선이 다시 한번 천마를 향했다.
“천마 형. 방금 저 이야기 듣고 생각 난 건데.”
-……뭐?
“스페셜 스킬. 저도 배울 수 있는 거죠?”
-윽.
라세에는 일반 스킬과 별개로 취급되는 스페셜 스킬이란 것이 존재한다.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경로로 얻을 수 있는 일반 스킬과는 달리, 스페셜 스킬은 오직 배후령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었다.
즉, 운과 배후령과의 관계 수치가 스페셜 스킬을 얻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었다.
“우리 친하잖아. 관계 수치 Max잖아. 스페셜 스킬 바로 줄 수 있잖아!”
-……그게 말이다.
천마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카르페가 말한 스페셜 스킬이란 건 천마가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던 것이었으니까.
-……줄 수야 있지. 어떻게 주는지 느낌도 오고.
처음 직업을 줄 때와 마찬가지였다.
카르페가 마도군주로 전직을 마친 그 순간부터, 천마의 가슴 한구석이 뜨끈해지고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걸 터뜨리면 스페셜 스킬을 줄 수 있다’, 그런 확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천마가 곧장 스페셜 스킬을 주지 않은 건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농부, 어부, 나무꾼, 양치기!
히든 직업으로 뽑아 주겠다며 큰소리 뻥뻥 쳐 놓고 결과가 저랬으니, 차마 스페셜 스킬을 주겠다고 먼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았다.
-스페셜 스킬은 배후령 등급과 똑같이 가거든?
6성 배후령이 주는 스페셜 스킬은 6성. 8성 배후령은 8성 스페셜 스킬은 준다.
즉.
“……0성 배후령은 0성 스킬을 준다는 거네요.”
-뭐, 그럴 가능성이 크지…….
“큰 게 아니라 확정인 거 같은데.”
-아니, 0성 배후령은 전례가 없으니 그건 또 모를 일이지. 혹시 알아? 전산 오류로 0 앞에 1이 더 붙어서 나올지. 캬, 10성 스킬 두 개 축하…….
“캬 같은 소리 하네. 라세에 버그 없다고 한 사람치고는 치졸한 변명이네요.”
그렇게 투닥거리는 사이, 카르페 앞에 대기했던 인원이 전부 빠졌다.
-야, 일단 본토부터 넘어가서 생각하자.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래? 너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좀 봐라.
“후우. 그래, 넘어가서 봅시다.”
서둘러 촌장의 집 안으로 들어가자, 중년과 노인 사이쯤 돼 보이는 한 남자가 카르페를 맞아 주었다. 초보자 도시 레이씬의 촌장 ‘케들락’이었다.
“허허, 그래. 자네도 이곳을 떠나기 위해 찾아 왔는가?”
“네, 맞습니다.”
“또 한 명의 영웅이 우리 마을을 떠나는구먼. 한 번 떠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다시 돌아오기 힘들 걸세. 그래도 괜찮겠나?”
라세에서 고렙이 저렙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선 커다란 페널티를 짊어져야 한다.
특히, 가장 저렙이라 할 수 있는 초보자 도시는 ‘상인’ 같은 특수 직업이 아닌 다음에야 되돌아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네, 괜찮습니다.”
“알겠네. 길을 열어 주도록…… 아니, 지금 보니 자네! 헬 비스트를 물리친 영웅이었군!”
촌장은 카르페의 얼굴을 보고는 놀라서 소리쳤다.
그리고 서둘러 어디론가 달려갔다가 이내 장갑 하나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마을을 위해 애써 준 이를 빈손으로 보낼 수야 없지. 자, 받게나.”
띠링.
[타임 어택 1위 보상으로 히어로 등급의 ‘목수 케들락의 장갑’을 획득하셨습니다.]“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애석하게도 시간이 없군. 자네 뒤에도 많은 영웅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촌장은 그렇게 말한 후, 품속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꺼내 그 자리에서 부욱 찢어 버렸다.
그러자, 우웅 소리와 함께 촌장 바로 앞에 푸른색의 포털이 열렸다.
“자, 이곳으로 들어가면 본토의 도시 ‘루아나’로 갈 수 있다네. 부디 자네의 앞길에 여신의 축복이 깃들기를.”
“감사합니다.”
카르페는 촌장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후 그대로 포털 속으로 들어갔다.
진정한 모험의 시작이었다.
* * *
도시 루아나.
바다 인근의 거대한 항구 도시로, 초보자의 도시를 벗어난 모든 유저들이 최초로 도착하게 되는 도시였다.
이름만 도시였고 실상은 마을이었던 ‘레이씬’과는 달리, 루아나는 대도시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와, 여기는 진짜 규모가 다르네요.”
-크기로는 라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도시니까. 듣기로는 중국의 베이징시보다도 더 크다고 하던데.
“베이징에 가 본 적이 없어서 감은 잘 안 잡히지만, 크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요.”
크기뿐만 아니라 인구 밀도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딪히지 않고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도시가 넓은 만큼 당연히 히든 피스도 많고, 볼거리도 많지. 내가 널 위해서 이미 계획을 다 짜 놨다.
“형.”
-그래, 이 형만 믿어. 아, 맞다. 너 라세에서 제대로 된 음식 안 먹어 봤지? 루아나 해산물 요리가 미슐랭 뺨치니까 일단 그거부터…….
“형, 수작 부리지 말고요. 스페셜 스킬부터 짚고 넘어가야지.”
-쓰읍. 안 통하네, 이거.
천마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끌어 봤자 의미 없는 짓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그래, 때려라. 맞을 테니. 맞고 편해지련다.
“본인도 좋은 게 뜰 거라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는구만!”
-아니, 그도 그럴 게 스페셜 스킬은 보통 배후령 직업을 따라간단 말이다.
예를 들어, 배후령이 7성 롤랑 같은 육체파 기사라면 스페셜 스킬로 ‘불절불굴’ 같은 육체 강화 스킬이 주어진다.
7성 조조의 경우에는 대규모 전투 지휘 스킬인 ‘위무제의 패도’ 같은 것이 주어지고.
한마디로, 그 배후령의 유명한 고사나 전설 같은 걸 바탕으로 주어지는 게 스페셜 스킬이라는 뜻이었다.
-나한테 전설이 있겠냐? 아니면 전쟁을 해 봤겠냐? 뭐가 나올지 빤하다 이거지.
“……형, 직업이 뭔데요?”
-백수. 라세에 인생 갈아 넣은 라붕이. 실제로도 갈려서 게임에 영혼 박제됨.
“오케이. 저도 기대 접겠습니다.”
백수 직업을 가진 배후령이 주는 0성 스킬.
이야, 참 기대된다!
-그럼 간다.
천마는 그렇게 말한 뒤 ‘흡!’ 하고 기합을 줬다. 곧, 눈앞에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배후령으로부터 스페셜 스킬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배후령과의 관계 수치가 최대입니다.]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됩니다.]띠링.
그렇게 떠오른 마지막 알림창에는 스페셜 스킬의 이름 두 글자가 짙게 쓰여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