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5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57화(257/581)
묵향의 콜링 썬더가 작렬하자 전광판에 표시되어 있던 숫자 0 다섯 개가 삐비비빅! 소리를 내며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냥 점수만 바로 보여 주면 될 것을 어째서 저런 연출을 넣었는지가 의문이었지만, 아무튼 결과는 곧장 나왔다.
삐비빅!
회전하는 숫자가 멈추고 완성된 숫자는 세 자리.
574.
1등의 점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으나 반대로 2등과도 큰 격차의 점수였다.
“……엥?”
점수를 확인한 살린은 눈을 부릅뜨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 고장 났나? 그럴 리가 없는데…… 잠시만 기다리게.”
살린은 동상 쪽으로 황급히 다가가 잠시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의 미간은 점점 더 찌푸려질 뿐이었다.
“……별다른 이상은 없군. 그렇다는 건 점수가 제대로 나왔다는 소리인가. 허어어.”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1등 점수 생각하면 574는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그분이야 예외 중의 예외니까 말이지. 애초에 경쟁의 대상이 아니야. 자네, 그리고 자네 펫의 점수는 실로 훌륭하다 할 수 있네. 솔직히 이방인 중에 500점을 돌파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시험 첫날부터 이런 이변이 생길 줄이야. 허허.”
다시 카르페에게 다가온 살린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자네. 혹시 3차 전직까지 마쳤나? 내가 알기론 현재 이방인 중에 3차 전직을 마친 이는 거의 없는 거로 아네만.”
“아뇨. 아직 2차 전직입니다. 3차까지는 한참 멀었죠.”
“그렇다는 건 자네도 펫의 레벨도 높지 않다는 소리인데…… 가능성은 하나뿐이로군.”
살린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펫 진화를 완료했구먼. 그렇지 않나?”
“어, 맞습니다. 얼마 전에 겨우 완료했었어요.”
“흐음. 역시 진화를 완료한 것인가. 현시점의 이방인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대단하군.”
“……확실히 고생을 좀 많이 하긴 했었죠. 대신 그만큼 재밌기도 했고요.”
아직도 다람쥐 왕국에서의 기억이 생생했다.
각고의 고생 끝에 신화로의 진화를 달성한 그 기분이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있었다.
“허허. 대단하이. 자네도 알고 있을 테지만 펫의 진화라는 건 결코 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사람과 펫 사이의 끈끈한 유대!
그리고 거기에 더해 천운까지 따라 줘야만 가능한 것이 바로 펫의 진화였다.
[NPC 살린의 호감도가 소폭 증가합니다.]“우리 제노니아라고 하더라도 펫의 진화를 마친 이는 그리 많지 않다네.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과연, 진화 펫이라면 이런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살린은 제 주인 옆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마법 다람쥐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마법 다람쥐 타미아스는 귀여운 외모와 뛰어난 마법 소질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그런 타미아스의 등급은 바로 레어 등급.
하지만 펫이 진화를 마치게 되면 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된다.
즉, 저 검은색 마법 다람쥐는 진화를 마친 타미아스라면 히어로 등급이라는 결론…….
‘아니지. 아니야.’
살린은 고개를 저었다.
진화를 마친 펫은 등급을 초월하는 위용을 보인다고는 하나, 그걸 고려하더라도 ‘574’는 확실히 이상한 수치다.
살린이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실제로 진화를 마친 타미아스를 몇 마리 본 적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봤던 진화 타미아스 중 그 어떤 다람쥐도 이 정도의 위력을 뽑아낼 순 없었다.
‘애초에 검은색의 털을 가진 타미아스라니. 들어 본 적도 없어.’
처음에는 그저 제 주인이 검은색으로 염색시킨 줄로만 알았다. 천연염료로 펫의 색에 변화를 주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으니까.
아니, 패션을 주도하는 무리들 사이에선 오히려 권장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저런 윤기 있는 털 색을 염료로 뽑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저건 본연의 털이다.’
자세히 관찰한 지금은 알 수 있었다.
다른 마법 다람쥐에 비해 훨씬 더 부드럽고 윤기 있는 털. 좀 더 쫑긋한 귀. 매끄러운 허리 라인. 이 모든 것이 일반 마법 다람쥐보다 우월하다.
‘특수 진화! 특수 진화가 확실해!’
‘펫의 진화’라는 화두는 아직까지도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펫의 진화 퀘스트는 어떤 조건으로 발생하는가?
왜 같은 종류의 펫이라도 진화의 방식이 다른가?
대륙에서 펫의 연구에 가장 활발한 제노니아에서조차도 ‘진화’에 대해서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미지의 영역 중 하나가 바로 ‘특수 진화’였다.
‘설마 이방인이 특수 진화를 이뤄냈을 줄이야!’
펫이 진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극도로 낮은 확률로 두 단계 이상 등급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컬어 ‘특수 진화’라고 불렀다.
어째서 무슨 조건으로 특수 진화가 나타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냥 그런 현상이 간혹 발견되었기에 특수 진화란 이름을 붙였을 뿐.
진화라는 미지의 영역 중에서도 가장 미스테리에 쌓여 있는 것이 바로 이 특수 진화였다.
‘두 등급 상승…… 아니, 어쩌면 세 등급 상승일지도 모르겠군.’
두 단계 상승이면 유니크 등급, 세 단계 상승이면 레전더리 등급이다.
그래. 세 등급 상승의 특수 진화가 확실했다.
레전더리 등급으로 진화한 마법 다람쥐라면 574점이라는 점수는 물론, 저 특이한 색의 털도 다 납득할 수 있었다.
“허허허. 이거 아주 좋은 구경을 했군. 고맙네.”
시험 감독관으로 내몰렸을 때는 귀찮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특수 진화를 보게 될 줄이야.
사린은 아주 기꺼웠으나 동시에 안타깝기도 했다.
“그런데 어째서 펫 개인전으로 참가했나? 이 정도의 펫이라면 엘레강스 그랑프리에도 충분히 성과를 냈을 터인데?”
펫 경연 대회는 세 가지의 종목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세 가지 종목이 동등한 위상을 가지는 건 아니었다.
올림픽의 꽃이 육상 경기이듯이 펫 경연 대회의 꽃은 바로 엘레강스 그랑프리였던 것이다.
“아깝구먼. 아까워. 이런 귀한 친구는 응당 엘레강스 그랑프리에 참가해야 하거늘. 어떤가? 지금이라도 종목을 바꿀 생각은 없는가? 내 특별히 방금 결과는 없던 것으로 해 주겠네.”
“아, 괜찮습니다. 들어 보니까 그 종목은 덩치 큰 애들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요.”
“……그건 확실히 그렇네만. 그래도 자네의 그 작은 친구라면 페널티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걸세.”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엘레강스 그랑프리에 참가할 다른 권속도 이미 준비되어 있어서요.”
“크흠.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다음 권속들도 기대하겠네. 아, 나머지 두 번의 공격도 하겠나?”
펫 개인전의 예선 시험은 총 세 번의 공격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채택하는 방식이다.
아직 묵향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었다.
카르페는 잠깐 생각한 후에 살린에게 물었다.
“음. 574점이면 본선 진출은 거의 확실하겠죠?”
“이를 말인가. 거의가 아니라 무조건이라네. 내 명예를 걸고 장담하지.”
“혹시 점수가 높을수록 뭔가 특별한 이점 같은 게 있을까요?”
“아니, 그런 건 없다네. 상위 1,024명이 결정되면 본선은 그들 중에서 랜덤으로 매칭되지. 1,000점으로 통과하든 100점으로 통과하든 결과는 같네.”
“그럼 굳이 더 할 필요 없겠네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허허. 잘 생각했네. 아무리 레전더리 펫이라고 해도 무리를 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 말이지. 펫 건강도 생각해야지.”
“네? 레전더리?”
“크흠. 비밀이었나? 하지만 걱정 말게. 감독관은 참가자의 정보를 외부로 발설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 소문이 나는 일은 없을 터이니 안심하게나.”
“???”
-신경 꺼라. 여기 마법사 놈들 중에는 하나같이 정상인 놈이 없으니까. 그냥 혼자 망상에 빠진 거겠지.
“허허. 그럼 다음 시험을 시작해 볼까?”
살린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 묵향이 기록한 574점은 9성 스킬 ‘태초의 위광’과 8성 스킬 ‘엘레멘탈 마스터’를 발동하지 않고 기록한 점수란 것을.
아마 두 스킬을 발동한 상황에서 콜링 썬더를 사용했다면 점수의 결과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권속 단체전의 시험도 비슷하다네. 총 셋의 권속을 소환해서 각각 동상을 공격하면 되지. 그렇게 총합 300점을 기록하면 합격일세.”
“한 명당 평균 100점이군요. 펫 개인전에 비하면 좀 더 어렵네.”
“그야 당연한 이야기지. 펫보다는 권속이 강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인형 중 하나를 소환했다.
“암군 소환!”
카르페의 그렇게 외치자 발밑에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위풍당당한 데스 나이트!
소환이 완료된 암군 길리안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음홧홧! 이 몸의 차례인가! 기다리느라 좀이 쑤시던 차였네. 물론, 쑤실 몸은 없지만!>
“오호. 데스나이트라니. 자네 네크로맨서였군!”
길리안의 모습에 살린이 감탄을 터뜨렸다.
“여간내기가 아니군. 3차 전직을 이루기도 전에 데스 나이트를 종자로 부리…… 응?”
길리안을 살펴보던 살린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두 눈을 치켜떴다.
“……데스 나이트가 아니군. 데스 나이트의 기질을 가진 ‘인형’이야. 자네, 네크로맨서가 아닌 인형술사였나!”
-오. 용케 알아보네. 눈이 좋은 늙은이구만.
“대단하군. 데스 나이트를 인형화하는 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닌데…… 아주 뛰어난 마법사의 솜씨겠군.”
<으음. 이보게. 마법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게다가 생전의 지능까지 갖추고 있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에잉. 뭐가 이렇게 말이 긴가. 저 동상을 때리면 되는 거지?>
길리안은 자신의 애병인 ‘중력도’를 뽑아 든 채, 동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오호. 이게 누구야. 이 역겨운 낯짝을 여기서 보게 되는구먼.>
길리안이 속해 있던 라마르크 왕국은 길리안트 제국과 철천지원수의 관계였다. 게다가 길리안이 사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길리안트 제국이었으니 감정을 좋게 가지려 해도 좋을 수가 없었다.
<잘됐군. 전력으로 후려쳐 주지. 죽어라!>
길리안이 중력도 – 그래비티 블레이드를 힘껏 휘둘렀다.
콰아앙!
동상과 대검이 부딪히며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곧바로 떠오르는 전광판의 점수.
삐삐빅!
[387점!]<에잉. 너무 힘이 들어갔군. 타점이 조금 어긋났어. 쓰읍.>
“…….”
“저, 이러면 나머지 두 명은 꺼낼 필요 없이 합격인 거죠?”
“그, 그렇지. 아니, 잠깐만. 자네 도대체 정체가 뭔가!”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다음 대기자들도 밀려 있을 텐데, 얼른얼른 시험 진행해야죠.”
“그건 맞지만…….”
살린은 뭔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눈앞의 젊은이가 한 말처럼 자신은 감독관이었고, 감독관으로서 빠르고 정확한 시험 절차를 진행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후우. 알겠네. 합격일세. 그럼 다음 엘레강스 그랑프리의 시험을…….”
하지만 그런 살린의 굳은 결심은 다음 소환이 이어지자 무참하게 박살 나고 말았다.
“이게 뭐야!!!”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