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59)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59화(259/581)
그날 밤.
대회 참가 신청 첫날이 마무리되면서 일부 제노니아의 마법사들이 회의에 들어갔다.
“그럼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네.”
“거창하게 회의는 무슨. 그냥 특이사항 같은 게 있으면 보고하는 거지.”
“허허. 특이사항이라고 할 만한 건 없는데 이만 돌아가면 안 되나? 늙었더니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이 시간이 되니 졸립구만.”
“늙으면 잠이 없어지는 거 아니었습니까?”
“모르는 소리! 규칙적인 수면만큼 건강에 좋은 게 없지. 나는 오래 살고 싶다네.”
“거, 영감님. 이왕 주무시는 거 아주 영원히 주무시는 건 어떻습니까? 제자들에게 자리도 물려줄 겸 말이지요. 젊고 싱싱한 애들이 한가득인데 언제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계실 참이에요?”
“허허. 많이 컸구나. 어린놈의 새퀴가 말본새 하고는…….”
수십 명의 마법사들.
그들은 모두 첫날 시험에 감독관들로 들어갔던 이들이었다. 실제 시험 감독관으로 참여했던 마법사는 수백 명이었지만, 그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는 없었기에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들만 모인 상태였다.
“A조에서 담당한 이들 중에는 특출난 이방인은 없었습니다.”
“B조 역시 마찬가지. 다 변변찮은 놈들뿐이었지.”
“C조 또한…….”
보고를 하는 마법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심드렁했다.
마법사란 기본적으로 호기심에 살고 호기심에 죽는 족속들.
이번 시험에 참여한 감독관들은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부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었다.
과연 이방인들은 어떤 참신한 펫과 권속을 부리고 다닐까?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에 감독관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참신은 개뿔.
하나같이 흔해 빠진 펫뿐이었고 그마저도 전부 저레벨이었다. 특이한 스킬이라도 익히고 있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 지금 감독관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평범 그 자체. 아니, 조악하기까지 하더군. F조도 특이 사항은 없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신의 사자들이 세상에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들은 아직 병아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눈을 좀 낮추시지요.”
“그건 그렇지만…… 에잉. 그래도 한두 명쯤은 신박한 아이가 있으면 좋지 않나.”
“아직 첫날입니다. 이틀이 더 남지 않았습니까? 아, G조에서도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H조. 특이사항 있네.”
“응?”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인물, 살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담담하게 말을 이어 갔다.
“내가 담당했던 이 중에 펫 개인전 574점을 기록한 이가 있네.”
“아!”
“그래. 그 자가 있었지! 그 이방인이 살린 자네 담당이었나 보군.”
“난 처음 봤을 때, 마법에 오류가 난 줄 알았다니까?”
“살린 님. 어떤 사람인가요?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시큰둥한 표정이었던 마법사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설마 이방인 중에 500점을 돌파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아직 3차 전직도 마치지 않았을 텐데, 대단한 일이지요.”
사실 574점이라는 점수는 그들 입장에서는 그리 높은 게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마법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는 수치였으니까.
다만, 그건 어디서나 제노니아에서도 고위 마법사에 속하는 그들이었기에 가능한 일.
병아리 취급하던 이방인 중에 그런 수치를 기록한 자가 있다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
살린은 자신에게 이목이 쏠리자 입꼬리를 살짝 씰룩거렸다.
특정 분야가 아니고서야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는 이들이 자신에게 온갖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묘한 쾌감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살린은 근질거리는 입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흠. 자네들 알 만한 사람들이 왜 이러나? 시험자들의 개인 정보는 유출 금지라네.”
“아, 원칙주의자 살린 아니랄까 봐 딱딱하기는.”
“딱 우리만 알고 있을게요. 조금만 알려 줘요. 조금만.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 잠 못 자요.”
“허허. 저 말이 맞지. 늙을수록 잠이 중요한 법이야. 그런데 살린 자네가 알려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난 궁금해서 잠을 못 자게 될 것이고 결국 내 건강이 나빠져서 죽음에 이르게 될 걸세. 결국 자네가 날 죽이게 되는 거야!”
“……영감님. 이상한 억지 부릴 거면 그냥 가만히라도 있으십쇼. 제발. 그러면 중간이라도 가니까요.”
“이눔 시키가 보자보자 하니까 사사건건 시비구나! 이놈아! 내가 너 어렸을 때 기저귀도 갈아 줬던 사람이야!”
“자, 조용. 다들 너무 흥분했습니다.”
회의의 의장이 마법사들을 달래자 소란이 조금 진정되었다.
그는 좌중이 조용해진 것을 확인한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살린에게 말했다.
“하하. 살린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시험자의 정보를 발설해서는 안 되지요.”
“음. 바로 그러하오.”
“하지만, 모든 게 다 원칙적으로만 돌아가면 또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힌트 조금만이라도 주시지요. 딱 저희만 알고 있겠습니다.”
“의장 말이 맞네. 살린. 마법사란 늘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하는 법. 그렇게 딱딱하니 아직도 장가를…….”
“저 물렁물렁한 놈이 입 좀 다물면 생각해 보겠소.”
살린의 말에 모든 마법사가 일제히 그를 노려보았고, 지적당한 마법사는 조금 궁시렁거린 후 침묵했다.
“자, 속 시원하게 말해 보게. 답답해서 미칠 것 같으니까!”
“맞아. 우리가 이 나이에 괜히 이런 잡일에 지원했겠는가? 이런 재미라도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전부 다 밝히라는 것도 아니고…… 그래. 무슨 펫이었는지만 이야기해 주게. 그거면 만족하겠네!”
마법사들의 반응에 살린이 피식 웃었다.
하기야 자신이 저들의 입장이라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뭐, 어차피 밝힐 생각이긴 했으니.’
관심을 이쪽으로 돌려야만 ‘진짜’를 감출 수 있지 않겠는가.
살린은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최소한의 정보를 오픈했다.
“펫은 마법 다람쥐 타미아스였소.”
“엥? 타미아스?”
“굉장히 의외로군. 혹시 레전더리 펫일까 했더니 고작 레어란 말인가?”
“아니, 말이 되나? 3차 전직도 못 했을 이방인의 레어 펫이 500점을 뚫는다고?”
“살린 님.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죠?”
“진실이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특수 진화를 마친 개체더군.”
“특수 진화! 허어. 이방인이 대단한 기연을 얻었군.”
“아, 그러면 납득이 됩니다. 과연. 그래서…….”
마법사들은 살린이 던진 두 마디에 저마다 상상을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살린은 그 광경에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흥분하냐고, 진짜는 따로 있다고 시원하게 까고 싶었다.
‘끌끌. 그랑프리 본선 때가 기대되는구먼.’
특수 진화 펫에 대해 한참을 떠들던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살린에게 물었다.
“요주의 인물이 나타났군요. 그래서 그 이방인의 이름은?”
“철마라 불러 달라고 하더군.”
“철마. 알겠습니다. 특별리스트에 올려놓도록 하지요. 다행입니다. 지난 대회보다 엉성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이방인 중에서도 인물이 있군요.”
“지난번보다 엉성한 대회? 장담컨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살린은 확신을 가진 채로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 있는 이들 중 단 한 명도 그 말의 의미를 알아내지 못했다.
“자, I조 이어서 보고하겠습니다. 특수 진화 펫만큼은 아니지만 저희 조에서도 특이한 인물이 있었는데, 네크로맨서…….”
그렇게 마법사들의 밤은 깊어만 갔다.
* * *
하루.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카르페는 한조와 파티 플레이로 사냥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가 주어집니다!]“와, 진짜 쭉쭉 오르네. 헬렙 때가 정말 안 올랐던 거구나.”
이틀의 시간 동안 카르페는 폭렙을 거듭하여 레벨이 93에 도달했다.
70레벨대와 비교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렙업 속도였다.
“크읏…… 이걸로 마지막이외까.”
카르페의 레벨 업에 한조가 씁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파티원의 레벨 업은 분명 축하할 일이었으나, 그 때문에 레벨 차이가 더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로써 공투(共鬪)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차이가 벌어지고 말았구려. 안타까운 일이오.”
라세는 파티원 간의 레벨 차가 심할 경우 경험치가 들어오지 않았다. 한조가 카르페보다 더 저레벨이었으나 ‘헬렙’에 걸쳐 있는 상태였기에 카르페의 레벨 업이 더 빨랐던 탓이다.
“그렇게 됐네. 뭐, 너도 헬렙만 뚫으면 금방 따라잡겠지. 그때 되면 다시 같이 사냥하자.”
“그 말씀 기억하겠소이다. 투신. 아, 그러고 보니 두 시간 뒤에 합격자 발표가 있다고 하오. 확인을 해야 하지 않소?”
“물론 해야지.”
3일간의 접수가 끝나고 본선 진출자를 발표하는 게 바로 오늘이었다.
-뭐,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세 종목 전부 다 합격하겠지만, 일정은 확인해야 하니까.
‘그렇죠. 불참하면 그대로 탈락이니.’
-야, 그런데 기세 좋게 저지르긴 했는데…… 3등할 자신은 있냐? 그 시험관 영감 반응만 보면 로이어드가 역대급인 거 같긴 하던데. 진짜 우승하면 어떡하지?
‘끄응. 그러게. 그게 또 문제네요.’
카르페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우승이 아닌 3등 상품 ‘로한의 돌’이다.
묵향을 내보냈다간 3등이 위험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로이어드를 출격시킨 것인데 이건 또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 참. 우승할까 봐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으. 진짜 진흙이라도 묻히고 나가야 하나.’
우승할까 봐 오히려 더러운 걸 묻히고 나간다는 발상!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뭔 개소리냐고 소리를 지를 만한 일이었다.
“그럼 소인은 잠시 볼일이 있어서 실례하겠소이다. 두 시간 뒤에 광장에서 뵙겠소!”
“아, 그래. 그럼 그때 보자.”
한조와 헤어진 후, 카르페는 두 시간 더 사냥을 이어나갔고 한 번의 레벨 업을 더 거쳤다.
그리고 정확히 합격자 발표가 공지되는 그 시간에 맞춰 제논의 광장으로 향했고.
“아, 저기구나.”
찾을 필요도 없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 있었다.
“로구한. 로구한. 아, 찾았다! 있다!”
“와! 합격했다! 그래. 우리 귀염둥이가 떨어질 리가 없지!”
“말도 안 돼. 나 레어 펫인데 떨어진 거야? 젠장. 이래서 보조 펫은 안 돼! 버리고 전투용 펫으로 다시 키워야겠다.”
“어, 그런데 너 펫 개인전 기록 봤냐? 1,000점 넘는 사람도 있더라.”
“그거 NPC라던데? 내 시험 감독관이 말해 줌.”
“아, 그런 거였어? 아, 500점 넘은 사람도 있던데 그럼 그 사람도 NPC겠구나.”
“당연하지. 그게 아니면 말이 되는 기록이냐? 이벤트성으로 그런 NPC 하나둘쯤 심어 놔야 유저들도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하지 않겠어? 아마 점수로는 드러나진 않아도 다른 NPC도 많을 거야.”
“쓰읍. 그럼 입상은 물 건너갔나…….”
“본선 진출만 해도 스펙이 되니까. 길드에 지원할 때 더 유리…….”
그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카르페는 그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카르페가 공고문을 확인하려는 그 순간.
“실례합니다.”
“어?”
누군가가 카르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