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6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60화(260/581)
인파 속에 묻혀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였지만, 목소리는 분명 자신을 향해 있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남자는 혹시라도 누가 들을 것을 우려했는지 목소리를 한층 더 죽였다.
갑자기 붙들린 카르페로서는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전개지? 생판 모르는 유저가 그냥 말을 걸 리는 없는데?’
카르페는 지금까지 게임을 플레이하며 다른 유저와 접점이 거의 없었다. 극히 일부의 플레이어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영상 같은 것도 정보 안 드러나게 편집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요새 전도 같은 것도 다 라세에서 한다면서요?’
라세가 오픈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이다.
그동안 외계인을 쥐어짜서 만들어 낸 듯한 오버테크놀로지 게임은 이미 세상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세상 또한 라세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변해 가고 있었다.
그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가 바로 게임 내에서의 전도!
‘조상님이 덕이 좀 부족하시네요.’
‘집에 우환이 있어요.’
‘평소에 소화가 잘 되지 않으시죠? 그게 다 집안에 제사를 제대로 안 지내서…….’
길을 걷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그 광경이 이제는 라세 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사람들도 익숙해져서 말만 걸어도 무시하고 가 버리기 일쑤지만, 라세는 게임이다 보니 말을 건다고 해서 무시로 일관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땡볕이나 한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동 인구도 많고,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니 이렇게 좋은 전도 환경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그런 거라면 이 상황도 이해가 되네요. 사실 저 길거리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들러붙는 편이라서…… 후. 거절 못 할 것 같이 생겨서 그런가.’
-아니, 아까부터 계속 무슨 소설을 써 내려가고 있냐? 애초에 쟤 유저도 아니야. NPC라고.
‘엥? 그래요?’
-그래. 내가 제노니아 사교계에서 퀘스트 한 적 있다고 했었지? 그때 봤던 얼굴이다. 별로 중요한 놈은 아니어서 이름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만 얼굴은 확실히 기억 나.
‘NPC였구나…… 그럼 따라가야지.’
혹시라도 특별한 퀘스트를 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혼자 소설을 써 내려갔던 게 무안했던 카르페는 잠시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시간이야 괜찮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명단부터 확인해야 해서요.”
“아, 그렇다면 저는 저쪽 나무 밑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확인이 끝나시는 대로 찾아 주십시오. 사실, 굳이 확인하실 필요는 없겠지만…….”
남자는 그렇게 말한 후,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나무 쪽으로 걸어갔다.
-흠. 제노니아의 귀족이 먼저 찾아올 줄이야. 아무래도 시험 결과 때문에 그런 거 같지?
‘그쵸. 그것밖에 없겠죠.’
도대체 무슨 말을 하러 왔을까.
카르페는 궁금했지만 일단 합격자 명단부터 살폈다.
“어디 보자…… 아, 찾았다.”
합격자 명단의 항목은 총 3개.
펫 개인전과 권속 단체전에는 각각 1,024개의 이름과 시험 번호가 걸려 있었고, 엘레강스 그랑프리 쪽에는 총 100개의 이름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카르페는 세 곳 모두에서 어렵지 않게 ‘철마’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이변은 없구나.’
-당연한 얘기지. 아까 그 NPC 말마따나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거였어.
‘그렇긴 한데, 그래도 또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는 건 기분이 다르죠.’
합격자 명단 밑에는 본선 첫 일정이 나와 있었는데, 본격적인 본선은 내일부터 시작이었다.
-저기 네 이름이 있군. 본선 첫날부터 경기가 두 개네.
펫 개인전과 권속 단체전. 카르페의 두 경기는 모두 내일로 잡혀 있었다.
엘레강스 그랑프리의 경우는 대회의 마지막 날에 몰아서 한 번에 치른다는 모양이었다.
‘개인전과 단체전 사이에 시간이 좀 뜨네. 뭐, 그 동안 다른 퀘스트를 수행하면 되는 거고…….’
확인할 건 전부 확인했으니, 이제 다른 궁금증을 풀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카르페는 나무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NPC를 찾아갔다.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로 카르페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인은 다 하셨습니까? 철마 님.”
그의 입에서 ‘철마’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카르페는 자신과 천마의 추측이 맞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 정확하게 자신을 철마라고 알아본 이유 역시 추측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카르페가 인벤토리에서 금으로 만들어진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이걸로 알아보신 겁니까?”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카르페 손에 쥐어진 황금색 목걸이는 다름 아닌 참가자를 증명하는 일종의 임시 신분증이었다.
살린에게서 3가지 시험을 모두 끝낸 후에 건네받은 물건이었다.
‘자, 이걸 받게나.’
‘이건 뭔가요?’
‘자네가 본선에 진출한다고 가정을 해 보세. 아,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네. 그리고 본선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어. 철마라는 이름 또한 알려지겠지. 그런데 만약 다른 이가 나타나 자신이 철마라고 주장하면 어떻겠는가?’
‘아……!’
‘이건 바로 그럴 때를 대비한 물건이지. 자네의 이름, 그리고 수정구에 손을 올렸을 때 파악한 마력 패턴으로 만든 일종의 신분증일세. 이미 자네의 이름과 패턴 기록을 마쳤다는 뜻이야. 물론, 이 정보는 대회가 끝나면 자동으로 파기되네.’
살린은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거꾸로 말하면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운영진이 참가자들을 전부 알아볼 수도 있다는 소리지.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참가자의 개인 정보를 열람해서 접근하는 건 규칙 위반 아닌가요? 제가 시험 봤을 때 감독관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살린은 분명 최저 컷만 넘는다면 성적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말했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만…… 세상에는 규칙을 빗겨나갈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분도 있는 법이니까요. 제가 모시는 어르신이 바로 그런 분이십니다.”
“호오.”
흥미로운 말이었다.
대회의 보안도 무시하고 참가자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권력자 NPC라.
-흐음. 후보가 몇 떠오르긴 하는군. 국왕은 이런 짓을 할 성격이 아니니 제외하면 한 네 명쯤 되나?
‘권력자 귀족의 은밀한 접근이라…… 뭔가 재밌는 냄새가 나네요.’
카르페는 조금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남자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대단하신 어르신을 모시는 분께서 저를 무슨 용무로 찾으시는 거죠?”
“저는 디트리히라고 불러주십시오. 이방인분들은 늘 바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저희 어르신을 후견인으로 두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네?”
생각과는 다른 제안에 잠시 벙쪄 있는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돌발 퀘스트 ‘제노니아 귀족의 제안’이 발생했습니다.] [퀘스트 제한 : 경연 대회에서 상위의 성적을 기록한 플레이어] [제노니아의 한 고위 귀족이 당신에게 깊은 흥미를 나타냅니다. 그는 당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당신의 편의를 봐주고 싶어 합니다.] [퀘스트 승낙 시 : 특정 NPC에 대한 호감도 상승, 특정 NPC에 대한 호감도 하락, 방문 불가능한 특정 장소에 대한 권한 대폭 개방, 제노니아에서 특수 퀘스트가 발생할 확률 대폭 상승] [퀘스트 거부 시 : 특정 NPC에 대한 호감도 미미한 상승, 특정 NPC에 대한 호감도 미미한 하락]“……후견인?”
“그렇습니다. 펫 개인전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신 철마 님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시는 것이지요. 잘 모르시겠지만 이건 정말 대단한 기회입니다. 제가 그분을 모시기에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디트리히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언뜻 비쳤다. 아마 모시는 어르신이 어지간히도 대단한 분인 모양이었다.
-나쁜 제안은 아니군. 라세는 플레이어가 귀족이 되는 게 엄청 어려운 게임이니까. 4 강대국의 대귀족을 뒷배로 두는 건 어마어마한 메리트야.
가장 대표적인 이점은 퀘스트 설명에 나와 있듯이 그 나라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퀘스트들이었다.
보통 나라의 공헌도와 관련된 퀘스트가 많은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을 이런 퀘스트를 통해서 구할 수 있었다.
-그 밖에도 아직 유저에게 허락되지 않은 사냥터나 던전을 방문할 수 있기도 해. 괜히 10대 길드들이 귀족들과의 인연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지.
‘흐음. 그렇단 말이죠.’
-그런데 꼭 이점만 있는 건 아니야. 후견의 대가로 다른 뭔가를 요구할지도 모르지.
‘하긴. 세상에 공짜 밥은 없다고 하니까요. 뭔가 목적이 있긴 하겠죠.’
라마르크 때의 길리안처럼 그냥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밑도 끝도 없이 퍼주는 후견인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세상 모든 인간들이 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 건 너무 바보 같은 발상이었다.
“이건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내킬 때 응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철마 님과 철마 님의 펫이라면 머지않아 이름을 떨치시겠지요. 아마도, 저희 어르신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귀족들의 제안이 있을 것입니다.”
디트리히는 그들보다 한발 앞서서 기억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렇군요. 그럼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약간은 갑작스러워서요.”
“네. 실례가 많았습니다. 충분히 생각하신 뒤 결정해 주십시오. 아, 마지막으로…….”
디트리히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 속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딸깍.
“이건?”
“저희 어르신께서 보내신 선물입니다. 그저 호의의 표시이니 부담 없이 받아 주시길.”
작은 상자 안에는 그보다 더 작은 물건이 하나 들어 있었다.
그리고 띠링- 소리와 함께 그 물건의 정보가 카르페의 눈앞에 나타났고.
“……헐?”
-엥?
깜짝 놀란 두 남자는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 * *
그리고 다음 날.
게임에 접속한 카르페를 평소와 같이 천마가 반겨 주었다.
“저 왔습니다.”
-어, 왔냐? 왔으면 준비해라. 대회장 가야지.
“응? 대회장요? 아직 제 경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데요? 사냥이나 좀 하려고 일찍 들어온 건데.”
-뭐, 나도 원래라면 그럴 계획이었다만 어제 대진표 다 확인하면서 재밌는 걸 찾았거든.
“재밌는 거요?”
-그래. 펫 개인전에서 1,000점을 받은 NPC가 누군지 알고 싶지 않냐?
천마의 말에 카르페가 깜짝 놀랐다.
“어, 뭐야? 형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긴가민가했거든? 솔직히 1,000점쯤 기록할 수 있는 고위 마법사는 꽤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 대진표 이름을 확인하던 중 익숙한 이름이 있더라.
사실 그 이름은 천마에게만 익숙한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이름이었다.
홀란드 아르셀리.
마도왕국 제노니아 3왕녀의 이름이었으며 또한.
-용술사 아르셀리. 라세의 초네임드 NPC 중 한 명이다.
대륙 11강 중 용좌(龍座)라고 불리는 인물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