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6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63화(263/581)
라세에서의 일과를 끝낸 카르페, 아니 정훈은 현재 헬스장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후욱. 후우우!”
정훈이 라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
천마는 게임을 오래 하려면 그 무엇보다도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정훈에게 헬스를 권유했다.
-어떤 분야든 간에 일정 경지에 이르려면 진득하게 붙잡고 늘어질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러려면 체력이 받쳐 줘야 하는 거고.
‘……뭐, 그 말 자체에는 저도 동의하는데요. 그래도 고작 게임 때문에 헬스를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 밤새 게임해도 팔팔합니다.’
사실, 정훈으로서는 헬스를 다니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그가 이십 평생 살면서 해 본 운동이라고는 고작해야 중딩 시절 반강제로 하게 된 축구 골키퍼밖에 없었으니까.
단 한 번도 관심 가져 본 적 없었던 ‘운동’이라는 분야가 너무 낯설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훈의 태도에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소리. 공부든 게임이든 결국 다 체력 싸움이야. PC 게임 정도라면 네 말도 맞겠지만, 라세는 풀다이브 가상 현실 게임이라고.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소모되는 에너지가 PC랑은 비교도 안 돼.
‘흐음. 별로 피곤하지는 않은데.’
-아직 젊어서 그렇지, 짜샤. 20대 중반만 돼 봐. 1년, 1년이 다르다. 30대 되면 하루하루가 다르고. 결국 체력은 길러야 해.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팔뚝을 과시해 보였다. 우락부락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탄탄해 보이는 것이 보통 공이 들어간 게 아니었다.
-어떠냐? 이 용솟음치는 근육을 보니 느껴지는 게 없냐? 막 헬스가 땡기지?
‘확실히 느껴지는 게 있긴 하네요.’
-그렇지? 너도 운동하다 보면 중독…….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면서 건강, 체력을 관리해 봤자 돌연사 한 방이면 답이 없다. 결국 수명은 타고난 유전자가 정해 주는 것이라는 게 느껴지네요.’
-…….
정훈의 팩트에 천마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천마의 운동 찬양에 결국 정훈도 혹하고 말았다.
‘……확실히 체력이 늘면 좋긴 하죠. 시험 삼아 몇 달쯤 다녀 볼까요?’
-오오. 그래. 아주 잘 생각했어. 점점 늘어나는 근력과 체력의 맛을 느껴 봐.
‘그럼 일단 어디 헬스장 등록할지부터 정해야겠네.’
-응? 정할 필요가 있냐? 너 아는 헬스장 있잖아. 거기 다니면 되지.
‘……네? 그런 곳 없는데요?’
-없기는 무슨. 내가 현금이랑 금괴 처박아 놨던 헬스장 있잖아. 벌써 까먹었냐?
‘아.’
-거기 좋으니까 거기 다녀. 시설도 좋고 PT도 좋아. 넌 운동 처음이니까 PT 꼭 받고. 아, 거기 홍지찬이라는 트레이너가 있는데 그 사람이 아주…….
그렇게, 정훈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다.
“후우우우…….”
유산소 30분을 채운 정훈은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때는 5분만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구토감이 밀려왔는데 지금은 30분을 뛰어도 조금 힘들 뿐이었다.
몸도 적당히 풀리고 고양감이 몸에 감도는 것이 기분이 썩 괜찮았다.
“자, 회원님! 유산소 끝나셨으면 오늘도 시작해 볼까요?”
그리고 그런 정훈에게 다가오는 한 남자.
천마가 말해 줬던 홍지찬이라는 트레이너였고 현재 정훈의 PT 선생님이기도 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정훈에게 말했다.
“오늘은 하체 하는 날이었죠? 맡겨만 주십시오. 제가 오늘도 회원님 근섬유를 하나하나 잘게 찢어 버릴 테니까.”
“……제발 살살 좀 부탁드립니다. 매일 죽을 것 같아요. 하체 하는 날은 더욱더요.”
“하하.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자, 가볍게 스쿼트부터 시작해 볼까요?”
천마가 호언장담했듯이 그는 아주 유능한 트레이너였고, 운동을 처음 접하는 정훈에 맞춰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잡아나갔다.
“자, 하나만! 딱 하나만 더! 마지막!”
“끄……윽! 그……놈의 마지막 하나는 도대체 왜…… 연속 다섯 번 반복…… 하!”
“죄송합니다. 제가 어릴 때 숫자를 잘못 배워서 그래요! 와, 좋아요! 찐찐막으로 하나만 더!”
“끄아아아아!”
지금에 이르러서는 처음 헬스장을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들어 올리리란 상상도 하지 않았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정훈이 운동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트레이너의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친 듯이 힘들긴 했으나 그만큼 쭉쭉 늘어나는 무게를 보면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잠시 휴식할게요.”
그리고 그런 홍지찬 트레이너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말이 아주 많다는 점이었다.
“햐. 회원님. 회원님은 진짜로 운동에 소질이 있다니까요? 제가 이 트레이너 생활을 6년 넘게 했는데 회원님만큼 쉽게 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무슨 도핑이라도 하세요?”
특히 입에 발린 말로 사람을 띄워 주는 데 아주 능숙했다.
“후욱. 후우우. 저 이제 그렇게 안 띄워 주셔도 돼요. 도망 안 가요.”
“어? 띄워 주다뇨? 제가 빈말을 가끔 하긴 하지만 그건 다른 분들께 그러는 거고요. 회원님께는 순도 100%의 진실만 말하고 있습니다. 진짜로요.”
그렇게 말하는 홍지찬의 얼굴은 평소보다 진지했다.
“근육이 붙는 속도도 속도인데 특히 운동 신경이 아주 좋으세요. 센스가 남달라요.”
“……대부분 무게 드는 운동인데 운동 신경은 관계없지 않아요?”
“에이. 아니죠. 회원님은 저하고 시작한 게 첫 운동이었잖아요. 운동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이 제가 말한 자세를 딱딱 한 번에 전부 정자세로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홍지찬은 정훈을 처음 가르쳤을 때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었다.
보통 처음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해서 허우적거리기 마련이었고, 자세를 잡는다더라도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훈은 달랐다.
그냥 시범 자세를 한 번 보이고 말로 조금 가르쳤을 뿐인데 완벽하게 자세를 소화해 낸 것이다.
그것도 교본에 싣고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마치, 인간의 근육과 뼈, 몸이 어떤 구조와 원리로 움직이는지 훤히 꿰고 있는 거 같달까?”
“…….”
그러고 보니 천마도 비슷한 소리를 한 적 있었다.
너는 싸울 때 보면 상대의 움직임이 전부 보이고 예상되는 거처럼 움직인다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몰입해서 싸우다 보면 적이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정훈은 트레이너의 말에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확실히 그런 쪽으로는 좀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죠?! 거 봐, 재능 있는 거 맞다니까. 헬스로 기초적인 몸을 만드신 후에는 다른 운동도 한번 해 보세요. 아마 권투 같은 거 하면 잘하시지 않을까요? 만약 챔피언 되시면 제가 기초를 가르쳤다고 인터뷰해 주세요.”
홍지찬은 그렇게 말한 후, 입으로 슉슉 소리를 내며 허공을 향해 잽을 몇 번 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빠바밤! 9시, <오늘의 라세!>의 캐스터 전용진!
-이예나입니다~
헬스장에 걸려 있는 대형 TV에서 오늘의 라세가 흘러나왔다.
“억!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리고 홍지찬 트레이너의 두 번째 특징.
그는 어마어마하게 라세를 사랑하는 인간이었다. 그는 정훈의 눈치를 보더니 슬며시 말을 꺼냈다.
“저, 회원님. 회원님이 오늘 마지막 PT시거든요. 제가 끝나고 좀 더 봐드릴 테니 10분만…….”
“네. 괜찮아요. 저도 좀 궁금하니까.”
“감사합니다!”
TV 속에서는 갑옷을 입은 전용진과 여전히 저세상 텐션의 코스튬을 입은 이예나가 호들갑을 떨며 방송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자! 오늘 굳이 다른 이슈를 다룰 필요는 없겠죠. 이미 최고의 이슈가 있으니까요. 예나 씨도 뭔지 아시죠?
-에이이! 제가 평소에 좀 생각 없이 살긴 하지만 이걸 모를 수는 없죠. 바로 제노니아 왕국의 펫 경연 대회잖아요!
-하하. 그렇습니다. 그럼 예나 씨도 직접 참관해서 보셨나요? 저는 관객석에서 대부분 경기를 전부 봤습니다만.
-흐흥. 용진 씨. 용진 씨가 매번 이거 아냐, 저건 해 봤냐고 저보고 매일 잘난 척했지만! 오늘만은 제 승리네요. 저는 무려 대회에 참가를 했답니다!
-헐. 정말요? 이상하다. 저 오늘 경기 거의 다 봤는데 예나 씨 경기는 못 봤는데…… 아, 혹시 내일 경기이신가요? 1,024강이 너무 많다 보니 4일 동안 계속 진행된다던데.
-……아뇨. 저는, 사실 시험에서 떨어졌어요. 다들 너무 점수가 높아서……흐잉. 우리 파랑이를 전 세계에 알릴 기회였는데!
-그럴 줄 알았습니다. 파랑이가 귀엽긴 하지만 아직 참가하기에는 모자라니까요. 그럼 경기는 보셨나요?
-……아뇨. 오늘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결국 제가 아는 체하는 수밖에 없게 됐군요. 자, 제가 인상 깊은 영상을 몇 개 찍어 왔으니 같이 보시죠.
-으으. 분해!
미리 짜 둔 대본대로 연기를 하던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대회 영상을 공개했다.
어느새 TV 주위로 헬스 하던 사람들이 모여들어 있었다.
쿠우웅!
처음 공개된 영상은 거대한 드래곤이 경기장에 착지하는 장면.
바로 폭룡 바이칼의 등장 신이었다.
-우와아! 용이다! 용! 저 용은 처음 봤어요! 엄청 무섭게 생겼네요.
-그렇습니다. 저도 와이번 정도는 몇 번 봤지만, 진짜 용은 처음 봤군요. 그리고 저 용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녀석이죠.
-하긴, 아직 용을 부리는 테이머는 없다고 하니까요. 확실히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하.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 용을 다루는 사람이 바로 대륙 11강 중 한 명인 용좌라고 합니다. 설정은 그냥 넘겨 버리는 예나 씨지만 11강 정도는 들어 보셨죠?
-……들어 본 거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주고받으면서 이번 대회 최고 이슈에 대해서 실컷 떠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트레이너 또한 아주 감동한 눈치였다.
“와, 미친. 드래곤이라니. 하, 이걸 실시간을 봤어야 했는데 하필 PT가 잡혀 있어서 으휴. 회원님도 라세 하시니까 직접 보셨겠네요?”
“그렇죠. 직접 봤습니다.”
그것도 관객석이 아닌 특등석이라 할 수 있는 선수 대기실에서 관람했다.
“으아. 부럽다. 부러워. 나도 펫을 키우든가 해야지…….”
11강에 대해서 잘 모르는 플레이어를 위해 용좌가 얼마나 대단한 NPC인지 한참을 떠들어 대던 전용진은 겨우 다음 이슈로 넘어갔다.
-자, 그리고 이게 두 번째 이슈 영상인데요. 어떻게 보면 두 번째 영상이 더 재밌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예나 씨에게는요.
-네? 어째서요?
-바로 철마의 영상이기 때문이죠!
-헐! 정말요?! 저 완전 팬인데!
-네네. 예나 씨는 천마든 철마든 다 팬이시니까요. 아무튼 영상을 보시죠!
콰광-!
영상은 짧았지만 임팩트는 굵었다.
검은색 다람쥐는 자기보다 몇백 배는 거대한 검은 늑대를 단번에 쓰러뜨려 버렸다.
“와…… 미친.”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홍지찬 트레이너는 입을 벌렸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 역시 그리 다르지 않았다.
“와, 진짜 철마인가 보네.”
“부럽다. 사는 세상이 다르네.”
“…….”
그리고 그런 반응이 부끄러웠던 정훈은 스리슬쩍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트레이너는 영상에 정신이 팔려 정훈이 떠나는 것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운이 좋군.”
하체 운동을 빠질 수 있어서 조금 행복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