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67)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67화(267/581)
무지갯빛 카드의 정체가 드러나자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유령의 표정이 일변했다. 이미 경험해 본 적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 아닌가.”
-확실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군.
더 볼 것도 없었다.
카르페는 바로 카드를 선택……하려다가 그래도 마지막 카드는 봐야 했으므로 반복을 통해 마지막 한 장의 카드도 확인했다.
3성 – 방패 강타
“음. 역시 8성이 더블로 뜨는 건 어렵나.”
-…….
카르페는 4번째로 뜬 8성 스킬로 최종 확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즉시 천마와 회의에 들어갔다.
“주인은 공격 스킬 사용 불가. 여기서 공격 스킬은 데미지가 존재하는 스킬을 말하는 거겠죠?”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면 그 부분을 노려서…….
두 사람은 한참을 머리를 맞댄 후, 해 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뭐, 그래도 가능성은 여전히 낮긴 하다만…….
“그래도 이게 어디에요. 일단 엘리스에게 가야겠네.”
하지만 이 스킬로만으로는 확실히 부족했다. 좀 더 확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더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엘리스. 잠시 시간 괜찮을까요?”
“아, 후예님. 어서 오세요! 로한의 돌 분석 때문에 오셨나요? 그건 차근차근 진행이…….”
“아뇨. 오늘은 그것 말고 다른 것 때문에 왔습니다. 혹시 이 아이템 좀 개량할 수 있을까요?”
“어…… 이건?”
엘리스는 카르페가 내민 아이템을 받았다. 그녀는 잠깐 아이템을 살펴본 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이 물건 도안을 제작할 때 저도 어느 정도 관여했었거든요. 어떤 식으로 개량하고 싶으신데요?”
“착용 조건을 조금 바꾸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야수형 펫도 사용할 수 있게요.”
카르페가 하나둘 설명을 하자 엘리스는 잠시 생각해 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겠네요. 그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럼 바로 작업에 착수할게요.”
“감사합니다.”
-……도대체 얘는 못하는 게 뭐냐? 가끔 보면 너무 터무니없어. 마도왕 직업의 가장 사기적인 점은 마법도 아니고 인형도 아니고 그냥 엘리스 같은데.
“아하하. 후예님의 은혜에 보답해야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카르페는 결승까지 할 수 있는 준비를 했고.
16강, 8강, 준결승…….
반전은 없었다. 카르페는 남아 있는 모든 경기를 가볍게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 * *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드디어 결승전 당일.
“역시 투신이시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결승에 진출하다니. 과연 소인 필생의 적수답소이다!”
한조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페를 응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부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소인은 비록 패하였으나 투신이라면 해낼 것이오. 참여 명단을 확인해 보니 마지막 종목에도 참여했더군. 투신이라면 3관왕도 가능할 것이오!”
“글세……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펫 개인전과 권속 단체전 결승 모두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펫 개인전 권속 상대는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용좌였고, 단체전의 결승 상대는 최강의 네크로맨서 유저라고 칭해지는 ‘루칸’이라는 플레이어였다.
“공식 랭킹 22위. 루칸 공도 확실히 압도적인 강자이긴 하나, 그래도 투신에 비하면 손색이 있다고 판단되오. 특히, 이런 대회에서는 그의 강점을 살리기 힘드니.”
“그래?”
한조는 루칸이라는 플레이어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카르페의 승리를 점쳤다. 천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한조의 말에 동조했다.
-그 무대포 놈도 확실히 강한 편이긴 하지. 그래도 저 닌자녀의 말 대로야. 그놈은 주로 다구리 전투에 특화되어 있으니까. 이렇게 대회에서 1 : 1로 싸워나가는 방식이어서야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까지 도달했다는 건, 권속 하나하나가 충분히 막강하다는 뜻이었다.
-아마. 놈이 소환한 언데드들은 최소 레벨 90, 평균 100은 될 거다. 거기다 언데드 전용 버프 스킬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쉽지만은 않겠군.
‘100이면 티나나 길리안보다도 2배 이상 높네요.’
상식적인 경우라면 절대로 이길 수가 없는 차이.
하지만 카르페는 예외였다. 에픽 등급의 인형은 충분히 상식 밖의 영역이었으니까.
“투신과 루칸 공이라면 필시 멋진 승부가 펼쳐질 것이오. 다만, 그 용은 으음…….”
한조가 말끝을 흐렸다. 3관왕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사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한조 또한 펫 개인전 준결승에서 왕녀를 만나 패배했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솔직히 그건 너무 규격 외라 달리 할 말이 없소이다. 너무 반칙이지 않소?”
“뭐, 그래도 네가 모든 유저들 중 최초로 공격이라도 했잖아.”
“그건 그렇소만…….”
현재까지 참가자 중 유일하게 드래곤 피어를 한 번 버텨 냈던 펫이 한조의 백설이었던 것이다.
드래곤 피어에 노출된 백설도 크게 비틀거리긴 했으나 어떻게든 이겨내며 폭룡을 향해 공기대포를 쏘아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폭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로 공기대포를 맞았다. 하지만 히어로 등급의 펫이 쏘아내는 3성 스킬은 폭룡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가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공기대포를 받아낸 폭룡은 다시 한번 울부짖으며 피어를 쏘아냈고, 백설은 끝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놀랍게도 왕녀와 폭룡은 단 한 번의 공격도 하지 않은 채, 결승에 오른 것이다.
“허나. 투신과 투신의 벗이라면 다르겠지. 폭룡에게 한 방 먹이기를 기대하고 있겠소.”
“그래. 최선을 다해야지.”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곧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철마 선수! 경기를 준비해 주십시오!>
카르페는 자신을 호명하는 방송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자, 오늘 오신 모두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 기나긴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해 줄 선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동쪽 코너! 위대한 제노니아의 자랑! 홀란드 아르셀리 왕녀전하이십니다!”
와아아아-!
진행자의 소개와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관객들 중 거의 모든 NPC들이 동시에 소리친 것이다.
“아르셀리 님! 이번에도 멋진 경기 부탁드려요!”
“제노니아의 수호신! 홀란드 왕가 만세! 폭룡 바이칼 만세!”
용좌와 폭룡은 제노니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
그들의 강함이 곧 국민의 자부심이 되는 셈이었다. 자연히 함성 또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서쪽 코너! 놀랍게도 이방인의 신분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결승에 오른 실력자! 철마 선수입니다!”
“와아아아!”
“철마 가라! NPC에게 인간의 힘을 보여 줘라!”
“그래. 저 띠꺼운 드래곤 면상에 벼락 한 방 박아 줘! 그래야 속이 풀릴 것 같아!”
“대륙 11강이면 다냐! 최강의 생물 드래곤이면 다냐고! 플레이어도 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카르페가 경기장 위로 오르자 역시 거대한 함성이 쏟아졌다.
관중석을 채운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플레이어였다.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철마를 응원했다. 이건 이제 그냥 단순한 승부가 아니었다.
인간과 A.I의 대결!
먼 옛날 한 바둑기사와 A.I가 승부를 벌였던 것처럼 인간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승부가 된 것이다.
왕녀가 등장할 때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함성이 울려 퍼지자, 특별석에서 경기를 관람 중이던 국왕 홀란드 3세가 입을 열었다.
“흐음. 저자가 철마인가?”
“그렇사옵니다. 전하. 시험 단계에서 500점대를 기록한 유일한 이방인이옵니다.”
“허허. 훌륭한 청년이군. 가능성 넘치는 젊은이가 나타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국왕 홀란드 3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일견 인자해 보이는 태도였지만, 사실 그의 속은 조금 달랐다. 그는 다른 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철마라고 불린 청년을 살짝 노려보았다.
‘……감히 딸에게 쏠려야 할 관심을 빼앗아?’
이곳은 새로운 용좌의 탄생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무대다. 그런데 어디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 녀석이 그 관심을 절반이나 빼앗아간단 말인가!
그는 내심 못마땅했으나 겉으로는 최대한 기껍다는 듯 허허 웃었다.
“좋군. 좋아. 자고로 결승이라면 이래야 하는 법이지.”
“……전하? 얼굴이 반만 웃고 계시옵니다.”
“제로스 재상. 그대가 잘못 보았소.”
“……잘못 보기는. 딸바보 같으니라고.”
“뭐라 하시었소?”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전하.”
* * *
제노니아의 3왕녀 홀란드 아르셀리.
경기장에 오른 그녀는 현 상황이 몹시 달갑지 않았다.
‘역시 출전하지 않는 게 좋았어.’
그녀는 3왕녀라는 지위, 그리고 용좌라는 최강자를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그 성격은 지극히 평범한 한 명의 소녀였다.
이런 과시를 하는 듯한 쇼는 그녀의 취향과 정반대였다. 싸우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았다.
‘……아바마마가 울면서 부탁하지만 않았더라면.’
결코 출전하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이 대회가 단순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란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대회.
제노니아에는 대륙 11강이라는 위대한 존재하며, 그 존재와 드래곤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대회.
왕녀로서, 이 나라를 다스리는 왕가로서 필히 참가해야만 하는 대회였던 것이다. 그녀 개인의 의지는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아르셀리.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냐.
‘……바이칼.’
경기장에 내려앉은 폭룡 바이칼이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물었다.
‘그냥. 잘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건지. 다른 참가자들에게 미안해요.’
-나라고 이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허나, 왕가를 상징하는 자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가 없다. 때론 광대짓을 할 때도 있는 게다.
‘……네. 바이칼. 그래도 너무 세게 하면 안돼요. 기절만으로 끝내줘요. 상대가 가여우니까.’
-흥. 유약하기는. 그래서 네 스승을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
폭룡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콧김을 뿜어냈지만, 그게 승낙의 표현이라는 걸 알고 있는 아르셀리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
이번 결승 상대가 자그마한 다람쥐를 소환했다. 그러고 보니 시종이 이번 상대가 타미아스를 소환한다고 말했던 것 같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 누가 올라와도 마찬가지였을테니까.
드래곤 피어에 기절.
아주 근성 있는 펫이라면 조금은 버티겠지만 그래 봤자 결과는 기절일 뿐이었다.
“어머?”
그러나 대회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아르셀리는 깜짝 놀랐다.
자그마한 다람쥐가 기절하기는커녕 그녀를 향해 앞발을 흔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를 향한 인사였다.
“귀여워라.”
그녀의 얼굴에 자그마한 미소가 감돌았다.
바이칼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사실 저런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를 펫으로 삼고 싶었다. 그녀 나이 때의 또래는 대개 그런 아이들을 펫으로 삼았으니까.
그녀 역시 자기 또래의 소녀와 어울리면서 귀여운 펫을 자랑하는 사교 모임에 들어가고 싶었다.
원치도 않은 재능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왕국의 수호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그녀 또한 앞발을 흔들어 오는 다람쥐를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다람쥐는 좀 더 격렬하게 앞발을 흔들었다. 그 광경이 너무 귀여워서 계속 웃음이 지어졌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왜 자꾸 흔드는 거지?’
이 정도면 인사라고 하기에도 너무 지나친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순간이었다.
콰광!
그녀의 머리 위로 벼락 줄기가 떨어졌다.
“꺅!?”
그리고 알아챘다.
저건 인사가 아니라 공격 동작이었구나!
하지만 벼락이 아르셀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그전에 바이칼이 날개를 펼쳐 번개를 막아 낸 것이다.
-미안하다만 아르셀리. 약속을 취소해야겠다.
‘……네?’
-살살해서 끝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소리다. 제법 얼얼하군. 전투를 준비해라.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