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4)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74화(274/581)
사실 소환자가 권속을 소환하는 것에는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
그리고 그중 대표적인 제약이 바로 ‘권속의 소환 위치’다.
권속은 소환자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소환될 수 없었다. 지상에 있는 소환자가 저 머나먼 상공에 권속을 소환하는 일 같은 건 당연히 불가능하단 거다.
그렇다면, 비행 능력이 없는 로이어드는 어떻게 허공에서 떨어질 수 있었는가?
그 해답이 바로 미라쥬였다.
<완벽한 위치 선정이다. 환영.>
카르페가 경기장에 오르는 그 순간, 미리 커다란 새로 변신해 있던 미라쥬가 상공을 뱅글뱅글 돌고 있었던 것이다.
그 등 위에 인형 모드로 작아진 로이어드를 태우고!
“저기. 로이어드.”
<무슨 일인가. 환영.>
“그…… 아무리 로이어드가 튼튼해도 여기서 떨어지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정말 뛰어내릴 거야?”
미라쥬 역시 ‘멋’이라는 것에 심취한 인형이기에 멋진 등장이 얼마나 가슴 뛰고 훌륭한 것인지 잘 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멋이 중요하기로서니 이 높이에서 뛰어내린다고?
제아무리 로이어드라 해도 막대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엄청 아플 거야.”
<후. 우문 중의 우문이로군. 환영.>
하지만 로이어드는 고개를 저었다. 일고의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는 듯 단호한 태도였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이 정도 높이, 그리고 나의 질량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데미지가 들어올 테지. 어쩌면 관절이 파손될 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니까…….”
<허나. 환영. 남자는 죽음이 분명해 보이는 사지(死地)라도 제 발로 걸어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게 지금이라고?”
<그렇다. 만약 지금 이 상황에 마스터나 군사가 있었더라도 필시 똑같은 선택을 하였을 터.>
그렇다. 이것은 논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행위.
로이어드는 이 착지를 기필코 성공시켜 보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미라쥬 또한 이 정신 나간 로봇의 설득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그래. 잘해 봐. 죽지 말고.”
<환영. 덕분에 가장 멋진 등장을 완성시킬 수 있게 되었다. 감사를 표하지.>
“으, 으응…….”
<신호가 들어왔군. 그럼 가 보겠다! 핫!>
로이어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미라쥬의 등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 즉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경기장을 향해 수직 하강했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가공할 굉음.
콰아아아아아앙-!
그 굉음을 들으면서 미라쥬는 잠시 생각했다.
“……멋짐이란 건, 사실 몸에 엄청 해로운 거 아닐까?”
멋짐을 극한으로 추구하게 되면 다 저렇게 머리가 이상해져 버리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조금 자제하는 게 맞는 거 같다.
800년이 넘도록 치료되지 않았던 미라쥬의 중2병이 로이어드 덕분에 조금 치료되고 말았다.
* * *
와아아아아-!
“미쳤다! 진짜 미쳤어!”
“역시 철마 맞잖아! 아니라고 끝까지 우기던 새끼들 다 튀어나와!”
“가슴이…… 가슴이 웅장해진다.”
단순 등장만으로 이만큼의 호응을 이끌어낸 권속이 있었던가.
단언컨대, 대회가 시작된 이후 가장 격렬한 반응이었다.
거대 메카의 히어로 랜딩 착지자세.
여기에는 유저와 NPC의 구분이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말할 필요도 없었고 NPC들조차 처음 보는 형태의 권속이 처음 보는 자세를 취하자, 가슴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뭐지……? 분명 처음 보는 형태의 골렘인데. 낯설기만 해야 정상인데…….’
‘어째서 가슴이 뛰는 거지?’
‘지금부터 도대체 뭘 보여 줄까?’
‘멋진 자세다! 집에 돌아가면 나도 연습해 볼까?’
붉은 골렘이 경기장에 나타난 지 약 20초. 붉은 골렘은 여전히 착지했던 자세 그대로였다.
도대체 무엇을 보여 주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것인가.
사람들은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붉은 골렘을 쳐다봤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로이어드.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상당한 충격량이로군. 10초 정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마스터.>
‘후우. 그 정도면 다행이네. 좋아. 잘 버텼어.’
<이런 등장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군사의 조언은 실로 완벽하다.>
-음음. 당연하지. 이왕 할 거 완벽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 사람들 숨넘어가는 거 봐라.
로이어드가 여전히 슈퍼히어로 랜딩 자세를 취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착지 충격의 여파를 미처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잘될지 안 될지 조금 의문이었는데. 정확하게 잘 떨어졌네.’
<환영 덕분이다. 돌아가면 환영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을 건의한다. 마스터.>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10초가 지나 데미지를 회복한 로이어드가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또다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허어. 이건…… 이건 도대체…….”
국왕은 감탄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골렘.
이방인들이 대회에 참가하며 참신한 권속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건 참신이라는 개념을 한참 넘어섰다.
“어찌…… 어찌…….”
저 건방진 젊은이가 어찌하여 이런 멋진 것을 가지고 있는가!
국왕은 분한 나머지 입을 꾹 다물고 카르페를 쳐다봤다.
‘건방진 놈! 보여 줄 것이 더 남았다면 더 보여 봐라!’
하지만 그런 분함과 별개로 기대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제노니아의 국왕 홀란드 3세.
위대한 군주이며, 딸아이를 사랑하는 자상한 아버지였지만…… 그 이전에 남자였다.
가슴이 요동친다.
저 각진 형태의 2족 보행 골렘에게서 무언가를 더 보고 싶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카르페와 로이어드가 동시에 외쳤다.
“합체를 승인한다!”
<와라! 페가수스!>
지지지직!
그러자 붉은 골렘 머리 위로 차원 균열이 생성되며, 그 균열로부터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연기를 가르면서 나타난 거대한 엔진 윙!
“저, 저건?!”
“설마 또 다른 권속을 소환한 건가?!”
“그건 룰 위반…….”
하지만 그게 아님을 알아채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은 누구 한 명 예외 없이 모두가 권속의 전문가들이다.
저건 권속이 아닌 그저 ‘장비’라는 것을 단숨에 꿰뚫어 본 것이다.
“설마. 권속의 장비를 장착시키기 위해 전용 게이트 채널을 뚫었다고?”
“마나 소모가 엄청날 텐데! 실로 무식한 방법이군.”
“하지만 놀라운 발상이에요!”
어마어마하게 비효율적인 짓이었지만, 심사위원들 중 누구 하나 그것을 비난하는 이가 없었다.
애초에 효율 비효율을 따질 거였으면 ‘멋’을 겨루는 대회 자체도 시작하지 않았을 테니까!
멋과 아름다움.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비효율적인 행위도 용납되는 게 엘레강스 그랑프리였다.
플레이어들 또한 제일 기대하던 광경에 광분해서 소리쳤다.
“왔다! 왔어! 내가 이거 직관하려고 티켓 구매한 거라고!”
“파이널 퓨전을 승인한다!!!”
“어, 그런데 저 엔진 윙은 영상에서 봤던 것과 모양이 좀 다른 것 같은데…….”
그리고 그들 중 눈썰미 좋은 일부는 엔진 윙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패! 방패가 달려 있다!”
연기를 가르며 로이어드에게 날아가는 엔진 윙의 위에 거대한 방패가 장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지의 포용.
바로 로이어드가 드렛슈의 보물고에서 획득한 전용 방패였다.
“세상에! 그동안 방패까지 완성됐구나!”
“방패 구현 수준도 지리네. 저걸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보물고에서 대지의 포용을 처음 얻었을 때는,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
방패 또한 반드시 사x비와 어울려야 한다는 천마의 강력한 주장 때문에, 엘리스와 카르페가 도면을 그려서 ‘형태만’ 개조한 것이 바로 지금의 방패였다. 물론 기존의 능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천재 마도 공학자 엘리스, 그리고 세 남자의 무서운 집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슈우우욱!
철컥! 철컥! 철컥!
엔진 윙이 로이어드의 등에 맞물리며 기분 좋은 격철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엔진 윙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수증기!
<와라! 대지의 포용!>
쾅!
로이어드가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자 엔진 윙에 장착되어 있던 방패가 사출되었고 그대로 로이어드의 왼팔에 장착되었다.
쿠웅.
그리고 로이어드는 거대한 방패를 심사위원 쪽으로 내밀었다. 마치, 뚫을 수 있으면 뚫어 보라는 듯이 말이다.
“허……허허허.”
국왕은 그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붉은 골렘과 방패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단단함.
이건 제노니아 왕국에서 추구하는 권속의 제1 미덕이었다.
마법사가 강력한 주문을 외우는 동안 전위에서 버텨 줄 수 있는 권속.
지금 이 붉은 골렘은 그 취지에 너무나도 부합하고 있었다.
<네! 여기까지가 3분입니다! 그럼 심사위원단들은 평가를 시작해 주십시오!>
“헛!”
“저쯤 되는 인물이 그만 넋을 놓고 말았군요. 불찰이에요.”
진행자의 외침에 심사위원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각자 자리에 다시 앉아서 조심스럽게 평가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점수판을 들어 올린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재상 제로스와 늙은 마법사 살린이었다.
<아앗! 두 사람 모두 10점! 10점입니다!>
“고민할 여지가 없었소. 창의성, 독특함. 각진 강철의 멋. 이 제로스, 오늘에야 새로운 세상이 있었음을 깨달았소.”
“이하 동문입니다. 장담컨대 근 10년 내 알려진 권속 중 가장 충격적인 권속이 아닐는지…….”
대호평이 이어졌고 이어서 점수판을 든 사람은 바로 휘리안 후작 부인이었다.
<10점! 후작 부인도 10점을 들었습니다!>
“저 붉은 금속. 필시 전설상의 적미스릴이겠지요? 천연색 중 저만한 빛깔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죠. 적미스릴을 봤다는 것에서 저는 충분히 만족한답니다. 오호홋!”
그리고 이어지는 젊은 여마법사의 점수.
<아앗! 8점입니다! 이럴 수가! 이건 좀 의외의 점수군요!>
<오늘 갑자기 시력이 안 좋았던 걸까요?>
“저, 저기. 물론, 멋지긴 한데요. 이렇게까지 흥분하시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쯧쯧.”
“어쩔 수 없군. 아는 만큼 보이는 게지.”
“너, 너무해요.”
다른 심사위원들이 혀를 찼지만, 점수는 심사위원 고유의 권한이었다.
점수가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이로써 총합 38점.
이제 남은 건 국왕의 점수뿐이었다.
그리고 국왕은 지금까지의 심사 중 가장 오랜 시간을 고민하고 있었다.
“끄으으…….”
그는 몹시 괴로워 보였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 나라를 선전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과 싸우는 남자의 로망.
“……점수를 발표하겠소.”
여기서 7점 이하를 줘 버리면 용좌의 우승이 확실시될 터!
국왕은 이내 두 눈을 질끈 감은 후, 점수판을 들었다.
<아앗! 9.9점! 9.9점입니다!!>
<이로써 철마 선수의 점수는 총합 47.9! 1등을 기록합니다!>
“……허어. 미안하구나. 아르셀리.”
아무리 딸이 중요하다 한들.
차마 거짓되게 심사를 할 수 없었다. 그건 이 유구한 전통의 대회를 모욕하는 행위였으니까.
제노니아의 국왕으로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와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대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