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76)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76화(276/581)
“으으음.”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지 그래? 뭘 그렇게 긴장하는데?”
“따, 딱히 긴장한 것이 아니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을 뿐이오.”
“……그러냐.”
다음 날.
카르페가 게임에 접속하는 그 순간, 귀신같이 한조의 귓말이 날아들었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없겠냐는 내용이었다.
그리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라는 한조의 말에 카르페는 쾌히 승낙했다. 어차피 둘 다 같은 제노니아에 있는 상태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정작 만나고 나니 한조가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마 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인데…….
-이런 눈치 없는 놈. 딱 보면 모르겠냐?
‘……모르겠는데요. 형은 알아요?’
-어휴. 넌 게임 눈치는 빠르면서 어찌 이런 쪽은 어째 영 꽝이냐? 고백이잖아. 고백.
‘……네?’
카르페는 이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천마를 쳐다봤으나, 천마는 답답하다는 듯 혀를 찼다.
‘형. 드디어 미치셨어요? 갑자기 고백이 왜 튀어나와요?’
-아니, 생각을 해 봐. 접속하자마자 기다렸듯이 칼귓말.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불러냈는데 심호흡을 하면서 머뭇거린다. 이건 고백이거나 돈 빌려달라는 거 둘 중 하나지. 근데 쟤는 부자잖아? 그럼 돈 빌려달라는 건 아닐 테니 정답은 고백뿐이다!
천마는 확신한다는 듯 호언장담했다. 물론 카르페가 듣기에는 개소리 중에서도 상급 개소리였지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아마 어제 펫 대회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겠지. 아, 투신 대단하오! 마법과 무투 둘 다 잡은 것도 모자라 권속 분야까지 재패하다니! 이 남자 절대로 놓칠 수 없다. 뭐, 대충 밤 동안 이런 매커니즘의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와…… 진짜 아재스러운 발상이다. 스스로 말하고도 안 부끄러우세요?’
카르페는 질린다는 듯 중얼거렸다.
천마는 늘 냉정하게 판단을 내리는 편이지만, 아주 가끔 혼자서 소설을 써 내려갈 때가 있었는데 아마 그게 오늘인 모양이었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 이제 곧 머지않아 라세 잘하는 게 벼슬인 세상이 온다고. 게임을 잘하면 돈과 명예는 물론이고 이런 인기까지 따라오는 법이야.
‘혹시 경험담이십니까?’
-……뭐, 나 같은 경우는 딱히 여성과의 인연이 없긴 했지만.
어쩐지 천마의 목소리가 조금 줄어들었다.
-아무튼 고백이 확실해. 내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요놈 시키. 요놈 시키! 이제 게임뿐만 아니라 현실 연애도 날먹이냐? 캬! 잘 나간다! 부럽다!
‘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아재력이 미쳐 날뛰어요?’
-아!!! 나도 연애하고 십뜨아! 염장 때문에 못 살겠다!!!
‘진짜 미친 거 같은데…… 후우.’
카르페는 허공에서 몸을 뒤트는 천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접속하자마자 저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속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카르페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게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 한조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투, 투신? 혹시 내가 불편하게 하였소이까?”
“아, 그런 거 전혀 아니야.”
“그런데 표정이 어찌하여 그런 것이오.”
“성불 못 한 총각귀신 몸부림치는 걸 봐서 속이 좀…….”
“총각귀신?”
한조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으나 더 이상 깊게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마음을 정리한 것인지 카르페에게 용건을 말했다.
“투신. 아주 중요하게 드릴 이야기가 있소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어조. 평소 컨셉 말투보다 확실하게 힘이 들어가 있는 어조였다.
-왔다! 왔어! 아, 혹시 부끄럽냐? 나 룸에 들어가 있을까?
‘네. 기왕 들어가시는 거 이왕이면 영원히 들어가 계십쇼.’
옆에서 깝죽대는 총각 귀신 한 명 때문에 괜히 자신까지 긴장되지 않는가.
……설마 아니겠지.
카르페는 복잡한 심경으로 있을 때, 이윽고 한조의 입이 열렸다.
“투신. 혹시 펫 코스튬에 관심이 많으신 편이오?”
“……펫 코스튬?”
-……엥?
“그, 그렇소이다. 투신. 그대는 이번 펫 개인전에서 우승하여 관련 상품을 받지 않았소?”
“아. 그랬지.”
개인전의 우승 상품 ‘펫 코스튬 랜덤 상자’는 아직 카르페의 인벤토리에 잠들어 있었다.
“펫 코스튬이라.”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묵향과 한조의 펫 백설이 서로 장난을 치며 뛰어놀고 있었다.
묵향에게는 붉은색 스카프를 제외하고는 별 아이템이 없는 반면, 백설은 뭔가 반짝이는 것을 제법 달고 있었다.
이펙트 효과인지, 털 색깔이 햇빛에 따라 여러 빛깔로 빛나는 것 같기도 하고.
‘흠. 그래도 향이가 더 귀여운데.’
콩깍지 팔불출스러운 생각이었지만, 적어도 카르페는 진심이었다.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묵향은 지금 이대로가 가장 귀여운 것 같았다.
“아니. 크게 코스튬에 신경을 쓰는 타입은 아니라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
“그, 그렇소이까? 그렇다면 그 우승 상품. 소인에게 팔지 않겠소? 부탁하겠소이다!”
한조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여왔다. 마치, 이런 말을 꺼내서 송구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뭐? 고백? 고오배액?’
-……노잼이네. 에휴. 그래 게임에 미친 것들한테 정상적인 반응을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여기서 형이 제일 비정상적이거든요. 그럼 그렇지. 고백은 무슨. 이 모쏠 아재야.’
-그 얘기가 지금 왜 나와!
천마 강진호.
그는 30이 넘는 나이 동안 모쏠이었다. 누군가에게 ‘연애’ 관련으로 조언할 경험치가 없었던 것이다.
천마에게 한 소리 하고 있는 걸, 카르페가 고민 중이라 판단한 한조가 황급히 덧붙였다.
“비싸게 사겠소! 1만 5천 골드면 어떻소이까?”
“……뭐? 1만 5천?”
카르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으나 한조는 그 되물음을 다른 뜻으로 오해했다.
“저, 적소이까? 그럼 2만…….”
‘미친.’
카르페는 속으로 욕설을 뱉었다.
뭐? 2만 골드라고?
한화로 치면 2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아니,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코스튬 아이템 하나에 2천만 원을 태워?
현실에서 10만 원짜리 옷 한 번 사 본 적 없는 카르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와. 무슨 명품백도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 보면 명품백보다도 희귀한 거지. 캐쉬샵에 등장하지 않는 코스튬템이 나오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룩덕질에 목숨을 거는 인간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컨셉질과 룩덕질을 동시에 하려면 이 정도 자본력은 받쳐 줘야 하는구나.
카르페는 크게 감탄했다.
-뭐, 확실히 비싸게 사는 거긴 하네. 대충 1만 골드 선에서 거래되는 물건이거든. 워낙 구할 수 있는 루트가 적어서 그 가격에도 순식간에 팔리긴 하지만.
‘그럼 고민할 필요 없죠.’
어차피 자신에겐 크게 의미가 없는 물건이니 필요한 사람에게 파는 게 나았다.
“그래. 팔게.”
“정말이시오?!”
“아니, 팔라고 해서 판다는데 왜 이렇게 놀라?”
“그래도 이렇게 흔쾌히 허락하실 줄은 몰랐다오. 그 귀한 물건을…… 역시 투신은 대인이시오.”
한조는 감동한 듯 카르페에게 포권을 해 왔고, 그렇게 거래가 이루어졌다.
[20,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펫 코스튬 랜덤 상자] [상자를 개봉할 시, 캐쉬샵에 등장하지 않는 펫 코스튬 상품 중 하나가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코스튬 의상 등급은 노말에서부터 레전더리까지입니다.]“코스튬 장비에도 등급이 있구나. 캐쉬샵이랑 다르네.”
“그렇소이다. 이렇게 특별한 방법으로 얻는 의상에는 등급이 존재하오.”
등급이 높다고 해서 성능이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희귀도의 차이라고 한조는 덧붙였다.
“후우. 그럼 지금 바로 개봉하도록 하겠소. 투신이 지켜보고 있을 때 개봉하면 왠지 더 좋은 것이 뜰 것 같소이다.”
“……내가 뽑기 운이 좀 좋은 편이긴 하지.”
“음. 든든한 말씀이오!”
한조는 그렇게 말하며 자그마한 상자에 손을 올렸다. 손이 달달 떨리는 것을 보아하니 어지간히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하긴, 2천만 원짜리 상자인데 긴장이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남이 뽑기하는 걸 직접 지켜보는 건 처음이네.’
가끔 인터넷 방송으로 상자깡 방송 같은 걸 볼 때가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묘한 맛이 있었다. 긴장하고 있는 한조를 보고 있자니 덩달아 자신도 긴장되었다.
“그럼 가겠소!”
딸깍!
한조는 그렇게 말하며 상자를 개봉했다.
그러자 상자 속에서 자그마한 리본 하나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걸로 끝.
스킬팩 오픈과 달리 별다른 이펙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야수의 꼬리 리본] [등급 : 유니크] [야수형 펫의 꼬리에 묶을 수 있는 작은 리본입니다. 꼬리 맵시를 살리는 데는 이만한 아이템이 없습니다.]“아…….”
“꺄악! 유니크!”
아쉬움을 내뱉는 카르페와 달리 한조는 실제 목소리를 꺼낼 만큼 흥분해서 소리쳤다.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카르페는 그녀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 좋은 거야?”
“당연히 그렇지 않소! 유니크라오! 무려 유니크! 레어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두 단계나 윗 등급이 등장한 것이오! 어찌 좋지 않겠소?”
“…….”
“솔직히 말하자면, 소인이 뽑기에서 유니크 등급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오. 너무나 감격스럽소!”
한조의 텐션은 지금까지 봤던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정작 카르페는 한조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니크면 그냥 평타 아닌가?’
-이 미친놈이.
그랬다.
지금까지 숱한 득템으로 카르페의 등급 개념은 이미 다른 유저와 궤를 달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레전더리는 기본이고, 에픽도 몇 개 보유하고 있는 카르페였기에 유니크는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유니크? 정 낄 게 없으면 고려할 만하긴 하지.
-하. 내가 잘못 키웠네. 얼마나 오냐 오냐 컸으면 유니크 귀한 줄 모르고…….
‘아. 에픽 먹고 싶다.’
“투신! 정말로 고맙소! 이게 다 그대의 덕분이오!”
한조는 백설의 꼬리에 새롭게 얻은 리본을 달아준 후, 흐뭇하게 지켜봤다. 백설 또한 마음에 드는지 꼬리를 살랑거렸고, 묵향은 그게 신기했는지 살랑거리는 백설의 꼬리를 졸졸 쫓아다녔다.
“……귀엽긴 한데.”
그래도 저 꼬리 리본 하나가 2천만 원이라고 생각하니 기절할 것만 같았다.
“흐으으음. 실로 흡족하오. 이 일을 그냥 넘길 수 없지!”
한조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카르페에게 거래를 걸었다.
[5,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어?”
“운을 나눠 준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지! 오늘은 정말 고마웠소이다! 그럼 소인은 백설과 촬영을 해야 하니 이만!”
한조는 그 길로 부리나케 떠나갔다.
“……뭐지, 진짜.”
갑자기 돈이 복사된 카르페는 얼떨떨하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