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80)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80화(280/581)
“꾸이익!”
블러디 보어가 아르셀리를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꺄아아악?!”
난폭한 돌격에 아르셀리는 비명을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앙!
물론, 그 공격이 아르셀리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칼데라의 쉴드가 그녀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었으니까.
“꾸이이이익!!”
쿵! 쿵!!
블러디 보어는 자신의 공격을 가로막는 반투명한 보호막을 꼭 부수고 말겠다는 듯, 계속해서 쉴드를 들이받았다. 그리고 아르셀리는 쿵! 소리가 날 때마다 짧게 짧게 비명을 질렀다.
“왕녀님. 눈을 뜨셔야 합니다. 적의 공격을 끝까지 직시하세요. 그래야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 그치만…….”
“용좌이신 왕녀님은 언젠가 전장에 서시게 될 겁니다. 멧돼지야 단순히 돌진할 뿐이지만, 간악한 길리안트 제국놈들의 검은 그렇지 않습니다. 놈들의 검은 더욱 더 음험하게 왕녀님을 노릴 거예요. 왕녀님께서 당황하지 않으실수록 더 많은 병사가 살아남을 겁니다.”
“……네, 힘낼게요.”
카르페가 단호하게 말하자, 왕녀는 슬그머니 눈을 뜨며 블러디 보어를 직시했다.
얼굴은 여전히 공포에 물들어 있었지만, 그래도 방금 전처럼 두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리진 않았다.
왕녀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심성은 착하네요. 어떻게든 하려고는 하네.’
-……간악한 길리안트 제국이라니. 너 언제부터 제노니아를 향한 충성심이 그렇게 넘쳤냐?
‘저에게 경험치와 돈을 주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제 조국입니다. 제노니아 만세!’
-…….
‘근데 용좌가 원래 이렇게 심약한 캐릭터였어요? 11강이라고 다 강인한 건 아니구나.’
-그건 아니야. 내가 기억하는 용좌는 심약하기는커녕 오히려 냉혈한 쪽에 가깝지?
‘엥? 정말요?’
카르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왕녀를 쳐다보았다.
왕녀는 여전히 비명을 지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냉혈한? 쟤가?’
-그래서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참이다. 전장에서는 어린 나이에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이었다고.
천마는 지난 회차 중, 전장의 용좌와 만난 적이 있었다.
라세가 오픈하고 약 2년이 되는 시점.
제노니아 왕국과 길리안트 제국의 대전쟁이 발발하는 이벤트가 발생한다.
양국의 11강이 선두에 서서 전쟁을 지휘하는 초대형 이벤트.
해당 대전쟁 이벤트에서는 유저 또한 한쪽 진영을 골라 전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천마는 제노니아와 길리안트 제국, 양쪽 진영 모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그 전장에서의 용좌는 감정 없는 전투 기계 그 자체였지. 보기에는 열 대여섯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애가 그러니까 더 오싹했다. 오죽하면 유저들 사이에서도 별명이 냉혈왕녀였을까.
‘와, 진짜 안 믿기는 이야기네요.’
라세 오픈 2주년이 되려면 앞으로 1년도 넘게 남아 있었다.
-아마 그동안 무슨 충격적인 사건 같은 걸 겪고 성격이 바뀌는 캐릭터인가 보군.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잖아.
‘형도 그 사건까지는 모른단 거죠?’
-그래. 애초에 용좌는 왕녀 개인보다 폭룡과 와룡이 유명한 거니까. 왕녀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없었지. 나조차도 대전쟁 이전의 용좌와 엮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을 정도니…….
‘흐음. 그렇단 말이죠. 결국 제가 지금 퀘스트를 하지는 않아도 심약한 점이 고쳐지긴 한다는 거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딱히 긍정적인 변화인 거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사건을 겪길래 이런 순한 아이가 냉혈왕녀라고 불리게 되는 걸까?
지금의 카르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지금 자신의 교육으로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쿵!
“우으으…….”
미래의 냉혈왕녀께서는 앓는 소리를 내며 블러디 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보다 익숙해진 것인지 반응이 훨씬 양호했다. 눈도 감지 않았고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오. 교육 효과가 제법 나오는데. 처음과 비교하면 훨씬 낫군.
‘당연한 거죠.’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방어막이 지켜 주고 있는데 익숙해질 수밖에.
이런 보호막이 지켜 주는데도 계속 패닉을 일으킨다면 그건 겁이 많은 수준을 넘어서 그냥 멍청한 거였다.
그리도 다행스럽게도 왕녀는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띠링.
[용좌 아르셀리의 스트레스가 소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용좌 아르셀리가 스스로의 발전에 조금 만족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가 아주 조금 상승합니다.]시스템 알림창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카르페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조금 멀리서 묵묵히 왕녀를 응원하고 있는 와룡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이런 건 가능해?”
<응?>
카르페는 자신의 계획을 와룡에게 설명했고, 와룡은 그 얘기를 들은 후 조금 너무하지 않느냐는 듯 되물었다.
<가능하긴 한데…… 조금 과하지 않을까?>
“자극이 계속 일정하면 효과는 감소하기 마련이야. 이쯤에서 한번 변주가 있어야지.”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아르셀리가 너무 놀라면 어떡하지?>
“너무 싸고도는 것도 안 좋다면서?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그래. 맞는 말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이걸로 마무리하고 좀 쉴 거니까.”
<알았어.>
와룡 칼데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르셀리를 쳐다봤다.
쿵! 쿵!
약이 바짝 오른 블러디 보어는 여전히 흉폭한 기세로 쉴드를 들이받고 있었다.
“후…… 후. 이제 저는 겁먹지 않아요!”
쾅!
“히익! 거, 겁먹지 않아요!”
상황에 익숙해진 아르셀리는 꽤 여유가 생긴 상태였다.
그리고 블러디 보어가 다시금 돌진해서 쉴드에 부딪히는 그 순간.
<에잇.>
칼데라가 쉴드를 급속도로 약화시켰다.
그리고 블러디 보어가 약화된 쉴드와 충돌하자 쩌저적! 소리와 함께 쉴드에 무수한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악!”
여유를 부리던 아르셀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고.
털썩.
그 자리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다.
[왕녀 아르셀리의 돌발 상황 경험이 크게 상승합니다.] [왕녀 아르셀리가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스트레스가 일정 이상 쌓일 경우, 퀘스트가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훗. 조금 과했나.”
<야!!!>
-살살 좀 해라. 살살. 냉혈왕녀 되기 전에 네가 흑화시키겠네.
* * *
왕녀는 잠깐의 시간 후 기절에서 깨어났다.
“으, 으…….”
“뀨웃!”
“아, 고마워. 향…….”
기절에서 깨어난 아르셀리에게 묵향이 다가가 수통을 건넸다.
시원한 냉수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아르셀리의 안색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무서웠어…….”
“뀨우우웅.”
“으, 으응. 괜찮아. 내가 열심히 할수록 나라가 강해지는 거니까.”
카르페는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쓰읍. 효과는 있는 거 같은데 스트레스 관리가 문제네.”
하드하게 가르치면 효과는 확실했으나 스트레스가 비례해서 폭증했다.
반대로 살살 가르치면 스트레스는 덜 쌓였으나 효과가 미미했다.
“결국 스트레스를 떨어뜨리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건데…….”
-흐음. 보통 다른 육성 시뮬레이션에서는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냐?
“방법이야 많죠. 휴식이 제일 대표적이면서 무난한 방법이고, 그 외에는 대화하기나 맛있는 걸 먹기도 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 줄어들기도 하고.”
-단순하구만.
“게임이 다 그렇죠. 뭐.”
하지만 라세에서도 그런 단순한 방법이 먹힌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런 고전 게임과 달리 라세의 AI는 정말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까.
“일단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 봐야…….”
그 순간이었다.
[왕녀 아르셀리의 스트레스 수치가 소폭 감소합니다.]“응?”
-어?
뭐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가 떨어진다고? 그렇게 편한 퀘스트였나?
깜짝 놀란 카르페가 왕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스트레스가 감소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뀨우웃! 뀨뀨!”
“나 주는 거야? 후후. 고마워.”
묵향이 어디선가 꽃을 꺾어 왔는지, 자그마한 꽃을 왕녀에게 건넨 것이다.
그리고 왕녀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왕녀에게 몸을 부볐다.
“위로해 줘서 고마워.”
[왕녀 아르셀리의 스트레스 수치가 소폭 감소합니다.]스트레스 감소 알림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다시 한번 알림이 등장했다. 묵향의 애교가 왕녀의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 버린 것이다.
“향이가 낯을 안 가리는 성격이긴 한데, 이렇게 빨리 친해질 줄은…….”
-그건 아마 왕녀의 스킬 때문일걸.
“스킬이요? 어떤 스킬?”
-펫 두 마리 다룰 수 있게 만드는 9성 스킬. ‘유대(紐帶)’라는 9성 스킬인데 그게 펫과 친밀도 올리는 보정도 붙어 있어.
“허. 그렇군요. 와, 이게 이렇게 풀리네.”
-그리고 아마도 왕녀의 성격이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도 한몫했을 테고.
두 수호룡에게는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평범한 소녀 그 자체였던 왕녀는 거대하고 우람한 용보다는 귀엽고 자그마한 펫을 선호했던 것이다.
하지만 용좌의 특성을 타고났기에 그런 개인적인 선호는 제쳐 두고, 할 수 없이 두 용의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뀨웃 뀨! 뀨!”
그리고 귀여움이라면 따라올 펫이 없는 묵향은 그런 왕녀에게 크리티컬 그 자체였다.
묵향은 왕녀가 기뻐하자 어디론가 달려가서 꽃을 한가득 따 왔다. 그다음 그 꽃들을 솜씨 좋게 엮어서 꽃 머리띠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왕녀에게 선물했다. 왕녀는 감동한 나머지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고마워. 예쁜 꽃 머리띠네. 아! 아몬드 먹을래?”
“뀨웃!!!”
[왕녀 아르셀리의 스트레스가 소폭 감소합니다!]-와, 스윗 람쥐 미쳤고. 어이가 없네. 쟤는 언제 저런 요망한 짓을 배웠다냐? 주인은 모쏠인데 펫은 완전 선수구만.
“……얼굴이 개연성이라는 말이 있던데 귀여움도 개연성이네.”
단순히 귀엽기 때문에 퀘스트가 술술 풀리려는 조짐이 보였다.
[왕녀 아르셀리의 스트레스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와, 무슨 애교만 부려도 이렇지? 효과 죽이네…… 응? 잠깐만…….”
그리고 그 순간, 카르페의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지나갔다.
“이거…… 잘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표정을 짓냐?
“제 표정이 어떤데요?”
-예정된 날먹을 먹기 직전에 음흉한 표정?
“그렇다면 제대로 보신 거 맞네요. 흐흐”
-아니, 지금도 경험치 공짜로 먹고 있잖아. 여기서 뭘 더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데?
“날먹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지.”
그 먼 옛날, 나라를 기울게 만들 수 있는 미인을 일컬어 경국지색이라고 표현했다.
묵향이 나라를 기울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공주 한 명 정도는 확실히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이건 각섰군. 최대한 스파르타로 간다.”
-……NPC가 불쌍해지려고 하는 건 처음인데.
지금부터는 미인계(美人計), 아니 미서계(美鼠計)를 할 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