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8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81화(281/581)
다음 날.
오늘도 어김없이 왕녀 아르셀리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아니, 수련을 빙자한 마인드 개조의 시작이었다.
“향아.”
“뀻!”
“너만 믿을게. 이 퀘스트의 난이도는 전적으로 향이의 귀여움에 달렸어. 연기도 조금 해 주면 더 좋고.”
“뀨우?”
카르페의 말에 묵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행동에 카르페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정도 귀여움이면 충분해.”
-……팔불출 같으니.
어젯밤 카르페는 어떠한 계획을 짰고, 그걸 천마에게 들려줬다.
천마로서는 계획이 과연 잘 먹힐지 조금 의문이었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했다.
“자, 그럼 적당한 몬스터를 찾기만 하면 되는데.”
이 계획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작은 ‘열매류’를 드랍하는 몬스터를 찾아야만 했다. 반드시!
그것도 단순히 열매류를 드랍하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레벨 100 이상의 적당히 강한 몬스터이면서 낮은 확률로 ‘희귀한 열매’를 드랍하면 더욱 좋았다.
-제노니아 내에 그런 몬스터가 있긴 하지.
몬스터명 ‘호루스 키위’.
레벨 120대의 몬스터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키위새’에서 모티브를 따온 몬스터였다.
다만, 실제 키위새와는 달리 성인 남성의 절반 정도의 크기였고, 무척이나 난폭한 성향을 가졌다.
그리고 속도 또한 빨라서 날개도 없는 새 주제에 나무를 수직으로 달려서 올라갈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기동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
호루스 키위는 라세에서 보기 드문 ‘먹자몹’이었다. 열매류, 특히 딱딱한 견과류 열매를 발견하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는 습성을 가진 몬스터였던 것이다.
-그래서 ‘열매를 얻고 싶으면 키위를 잡으러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뭐, 그래 봤자 별로 인기 있는 녀석은 아니지만.
경험치는 괜찮은 편이지만 워낙 빨라서 잡는 게 쉽지가 않다. 새 주제에 더럽게 영악해서 유저를 괴롭히다가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잽싸게 도망가 버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랍 아이템이 열매 외에는 전무했다.
연금술 계열 직업처럼 희귀 열매를 재료로 제작하는 직업이 아닌 이상에야, 굳이 호루스 키위를 잡으려 들지 않았다.
-너, 라세 막 시작했을 때 기억나냐? 속성 도토리 모아서 뀨뀨 진화시켰던 날.
“당연하죠.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다람쥐 던전에서 얻었던 마법 다람쥐 알과 속성 도토리들.
카르페는 그 속성 도토리들을 마도 공학으로 한 번에 조합했고, 그 결과 묵향을 에픽 등급으로 부화시킬 수 있었다.
-그래. 그거. 이 키위 놈들도 그때 그 속성 도토리들을 드랍한다. 그 외에도 각종 희귀한 열매도 드랍하고. 물론, 그런 것들은 드랍률이 아주 더럽지.
“어느 정도로 더럽길래요?”
-흠. 세 시간쯤 사냥하면 2개 정도 먹으려나? 당연히 운 없으면 하나도 못 먹을 수도 있는 거고. 사냥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잘 먹고 그런 거지.
“좋아! 완벽한 조건이야.”
천마의 설명에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히 조건에 부합했다.
“티나와 다른 인형들에게도 말해 놨으니까, 이제 실행할 일만 남았네요.”
-……잘되려나. 너무 유치한 계획 같은데.
“왕녀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리고 이런 유치한 게 또 의외로 잘 먹히는 경우가 있다니깐.”
카르페는 걸음을 옮겨 왕성으로 들어가 왕녀 일행과 합류했다.
“아, 어서 오세요. 철마 님!”
왕녀가 카르페를 격하게 반겼다.
정확히는 카르페가 아닌 카르페 어깨 위에 있는 존재를 반긴 것이지만.
“뀨웃!”
“후후. 향이도 안녕. 오늘도 잘 부탁해.”
왕녀는 묵향을 보자마자 헤실헤실한 미소를 지었다. 어제보다 더 풀어진 것을 보아하니 아마 밤새 묵향을 그리워한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왕녀님. 몸은 제대로 회복하셨나요?”
“네, 넷. 애초에 육체가 다치진 않았으니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도 힘내서 수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어제와 마찬가지로 블러디 보어를…….>
“아, 오늘은 사냥터를 바꿀 거야. 그편이 효과적이거든.”
<그래? 뭐, 좋아. 효과가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겠지.>
카르페의 말에 와룡이 고개를 갸웃했으나, 별로 중요치 않은 문제였기에 쉽게 수긍했다.
일행은 카르페가 계획했던 대로 호루스 키위가 서식하는 숲 지대로 이동했다. 왕실에 제노니아 방방곡곡의 워프 스크롤이 존재했기에 이동 자체는 아주 간단했다.
<흐음. 오늘은 멧돼지 아니라 새 고기인가? 나쁘진 않군.>
그리고 숲에 도착하자, 아르셀리가 폭룡을 소환했다.
<어제와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나? 그렇다면 난 새들이나 잡으러…….>
“잠깐만 기다려 줘. 오늘은 다른 식으로 할 거야.”
<음?>
카르페는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이 소환할 수 있는 다섯 인형들을 모조리 소환했다.
그러자 와룡이 흥미롭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대회에서 봤던 인형들이구나. 아하. 오늘은 권속을 활용한 전투를 가르칠 생각인가 보네. 그래, 어제는 너무 과격했지. 내가 딱 원하던 교육 방식이…….>
“아니, 그것도 하긴 할 거지만 오늘은 조금 달라.”
<응?>
카르페가 생각하기에 아르셀리 왕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투에 대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카르페와는 완전히 달랐다.
카르페는 전투 자체가 즐거운 인간이었다. 몬스터를 잡으면서 레벨 업하고, 몬스터를 잡으면서 득템하고, 그 모든 것이 강력한 동기였으며 게임의 재미였다.
“왕녀님. 왕녀님은 이런 전투가 즐겁지 않으시죠?”
“……네.”
하지만 왕녀는 아니다.
그녀는 유한 성정을 타고났다. 평화를 좋아하고 다툼을 싫어한다. 귀엽고 예쁜 것을 보고 싶지, 전투와 피는 끔찍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는 불행하게도 제노니아는 길리안트 제국과 전쟁 중인 나라였다.
평화와 다툼이 없는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재능을 가진 왕족으로서 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사냥을 즐겁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봐야죠.”
카르페는 왕녀에게 전투에 대한 동기를 심어 줄 생각이었다.
카르페가 아무리 열심히 가르친다고 해 봤자, 본인 스스로에게 의욕이 없다면 제대로 된 효율이 나올 수 없었으니까.
“왕녀님. 저는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잡을 몬스터는 어떤 아이템을 떨굴까? 레어? 유니크? 그것도 아니면 혹시 레전더리?! 그렇게 생각하면 사냥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죠.”
-미친놈아! 키위가 레전더리를 왜 떨궈!
카르페에게 있어 사냥이란 그런 행위였다.
이놈을 잡는 순간, 득템이 나올지도 몰라!
카르페에게 몬스터란 한 마리 한 마리가 마치 랜덤 박스 같았던 것이다.
즉, 사냥은 성스러운 행위였다.
-……그 정도면 진짜 광기다. 광기.
“가장 근본적인 동기라 할 수 있죠. 왕녀님께도 득템의 즐거움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득템이요?”
카르페의 말에 왕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르셀리는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4대국의 왕녀다.
그녀는 원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위를 가진 인물이다. 게다가 그녀 자체가 물욕이 전무하다시피 한 인간이었기에 득템 욕구가 있을 리 없었다.
물론, 이 모든 요소는 이미 카르페가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일단, 그 전에 인사부터 나누시죠.”
카르페가 슬쩍 눈치를 하자, 티나가 앞으로 나섰다.
“아르셀리 왕녀. 주군께 말씀은 들었습니다. 주군의 두 번째 검. 티스타니아라고 합니다.”
“아, 저, 정중한 인사 감사합니다. 티스타니아 님. 홀란드 아르셀리라고 해요.”
티나의 인사에 아르셀리는 조금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한 인형이 할 행동이 아닌, 아주 기품이 넘치는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단순히 귀족의 인사가 아닌, 마치 왕족이 다른 왕족에게나 건넬 법한 그런 인사법이다.
-역시 전직 공주구만. 용좌 앞에 있어도 꿀리지가 않아.
‘당연하죠. 누구 권속인데.’
폭룡과 와룡 역시 카르페의 인형에 대해 크게 놀란 눈치였다.
<단순한 인형들이 아니군. 인형이 품을 수 없는 수준의 영이 깃들어 있어.>
<이게 가능한 거야? 드워프의 솜씨인가? 아니, 그 땅딸보 놈들보다 훨씬 정교한 마법 술식이…….>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유별난 개체.
엘레강스 그랑프리에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로이어드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골렘. 제법 단단해 보이는군.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할 말이다. 드래곤. 너 또한 제법 품격이 느껴지는 몸이다.>
<이 붉은 애는 자세히 봐도 이해가 안 돼. 어떻게 이런 구조가 존재할 수가 있지?>
<당연한 일이다. 작은 드래곤. 평범한 이는 이해할 수 없기에 예술이라 불리는 것이다.>
<……너, 꽤 재수 없구나.>
권속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사이, 티나와 아르셀리의 대화도 계속 이어졌다.
“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티스타니아 님.”
“맡겨 주십시오. 주군의 두 번째 검으로서 주군의 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검?”
또다.
티나는 스스로를 의도적으로 계속 ‘두 번째 검’이라 소개하고 있었다.
마치, 첫 번째 검이 누구냐고 물어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아르셀리 왕녀는 그 미끼를 제대로 물었다.
“그럼 첫 번째 검은 누구신가요? 저기 계신 붉은 골렘분이신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군의 첫 번째 검은 저와 함께 가장 많은 전장을 누빈 존재이며, 더없이 끈끈한 유대로 묶인 존재입니다.”
“그, 그렇군요.”
아르셀리는 내심 감탄했다.
티스타니아라는 인형은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이었지만, 첫 번째 검이라는 존재를 말할 때는 무척이나 상기되어 보였다.
얼마나 깊은 사이이길래 저렇게 변하는 것일까. 그 사이가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고 티나의 입에서 다음 말이 나오는 그 순간.
“그렇지 않습니까? 향?”
“뀨웃!”
아르셀리의 어깨 위에서 애교를 부리고 있던 묵향은 티나의 말에 쪼르르 땅으로 내려왔다.
그러곤 반대로 티나의 어깨 위로 올라가 볼을 부비며 격한 반가움을 표현했다. 티나의 얼굴에도 자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
그리고 그 광경을 본 아르셀리는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이 감정은 뭐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묵향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굉장히 답답하며 서운했다.
하지만 왕녀가 그런 감정을 가지거나 말거나, 티나는 계속 말을 이어 갔다.
“주군의 첫 번째 검은 바로 향입니다. 저와는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가장 깊은 관계라 할 수 있지요.”
“……그러신가요.”
아르셀리는 무척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친구에게 사실 나 말고도 더 친한 친구가 있었다니!
왕녀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카르페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좋아. 계획대로야. 저도 저 기분 잘 알죠.”
과거, 카르페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친구의 강아지를 일주일 정도 맡아 준 적이 있었다.
워낙 사람을 가리지 않는 강아지였기에, 동물을 좋아하는 카르페 역시 강아지와 열심히 놀았다.
‘아니,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있나? 이거 어쩌면 내가 원래 주인보다 더 친한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잘 지냈으나, 그건 아주 큰 오판이었다.
일주일 뒤, 원래 주인이 귀국하자마자 친구의 강아지가 카르페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떠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때 카르페가 느꼈던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젠장. 그렇게나 끈끈했는데! 나 혼자만 짝사랑했던 게지. 해피의 관심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강아지 이름 되게 촌스럽네.
“해피 욕하지 마! 당신이 뭘 알아!”
-미친놈.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것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현재 왕녀는 묵향에게 빠져서 해롱해롱한 상태.
이 점을 노려서 상실감을 주면 아마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르페는 그렇게 판단하고 계획을 세웠다.
-……넌 나보고 악마라고 하지만 사실 악마는 너 아니냐?
“저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왕녀님을 위한 길이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예요.”
-악마가 양심도 없네.
묵향은 왕녀가 보는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티나에게 애교를 부렸다.
‘아, 저건 나한테도 안 해 주던 건데…….’
왕녀의 상실감은 점점 더 커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티나가 본론을 꺼넸다.
“아르셀리 왕녀. 사실, 제가 주군께 받은 임무는 교육 같은 게 아닙니다.”
“……네?”
“이곳은 수많은 열매가 나오는 곳이라 들었습니다. 제가 주군께 받은 명은 향이가 좋아할 만한 열매를 잔뜩 구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뀨웃?!”
묵향은 그럴 줄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랐다. 누가 봐도 연기로 보이지 않는 솜씨였다.
-옛날에 유니콘에게 들킬까 봐 연기 못 시키던 그 뀨뀨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지는 광경이네.
‘향이는 전설이다…… 아, 신화지 참.’
좋아서 뱅글뱅글 도는 묵향을 티나가 살며시 쓰다듬었다.
“향.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향을 위해서 많은 열매를 가져오겠습니다!”
“뀨웃!”
그 말에 묵향은 자신의 코를 티나의 코에 살짝 콕! 가져다 댔다.
“아.”
그걸 목격한 아르셀리의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도!”
“음?”
“저도 구할 수 있어요! 저도 향에게 열매를 구해 줄 거예요! 치, 친구니까!”
그렇게 말하는 아르셀리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