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9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92화(292/581)
[■■■■-!]유령의 등장은 순식간이었다.
카르페가 저주를 깨트리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투명한 유령이 지하에서 불쑥 솟아난 것이다.
“이게 소문의 그 유령인가?”
설마 광산 지하에 숨어 있었을 줄이야.
그렇기에 광산을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이놈이 진짜 보스인가 본데.
“그런 거 같네요.”
유령은 그 생김새부터가 흉흉했다.
다 낡아빠져서 거적때기 같은 로브를 걸친 삐쩍 마른 노인. 아니, 노인이라는 말도 무색했다. 거적때기 사이로 보이는 몸체는 거의 대부분이 해골이었으니까.
“리치(Lich). 여기서 또 판타지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하네.”
필시 조금 전에 자신을 덮쳤던 저주 스킬을 사용한 놈일 터였다.
-딱 봐도 강력해 보이는군. 꽤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
“그렇겠죠. 아까 그 거대 보석수는 페이크 보스였나 보네요. 어쩐지 너무 쉽더라니.”
힘겹게 보스 몬스터를 잡아내고 방심하고 있던 사이, 더 강력한 진짜 보스가 등장하는 패턴.
RPG 장르에서는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우.”
기분 좋은 긴장감이 전신에 감돌며 근육이 수축한다.
해금했다지만, 시작부터 강력한 저주 스킬을 날리는 녀석이다. 얼마나 스릴 넘치는 전투가 펼쳐질지를 생각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 ■■■-!]리치 유령은 다시 한번 의미를 알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귀곡성’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없을, 그런 끔찍한 비명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끔찍한 비명만큼이나 끔찍한 마법이 발사될…….
“……응?”
-뭐야. 왜 공격을 안 해?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리치 유령은 비명을 지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주군. 상대에게서 적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느낌입니다.”
“…….”
-…….
외모만 보고 선입견을 가졌던 두 남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뭐라고 말하는 건데?”
“저 역시 처음 듣는 언어라 알 수가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주군.”
“아니, 그게 티나 잘못은 아니지.”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유령을 쳐다봤다.
티나가 말했던 것처럼 유령은 카르페에게 뭔가를 굉장히 전달하고 싶은 눈치였다.
“아니, 미안한데 무슨 말 하는 건지 못 알아듣겠다니까…….”
유령은 카르페를 향해 무언가를 계속 외쳤으나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게임인데, 이런 건 그냥 한 번에 통역되면 안 되나. 형도 무슨 말인지 모르시죠?”
-당연히 모르지. 내가 무슨 언어 번역기냐? 이걸 어떻게 알아?
“정령어는 잘 하시더만.”
-그거야 공부했으니까 그런 거고. 이건 아예 처음 접해 보는 언어야.
“후우. 답답하네.”
눈앞의 유령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면, 필시 퀘스트와 관련된 무언가일 것이다.
새로운 퀘스트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니 답답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퀘스트가 눈앞에 있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흐음. 티나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언어면, 아마도 그 로한 제국인가 뭔가 하는 쪽에서 사용하는 언어일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신화 관련 퀘스트인가?
[■■■■■-!]그리고 그 기분은 유령 역시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유령은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물론, 유령이라서 그저 통과할 뿐이었지만.
[■■■■!]그러곤 대뜸 뭐라 외치더니 앞장서서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왠지 따라오라는 것 같죠?”
-그래 보이는군.
“흐음. 이거 알고 보면 함정 아닐까요? 뭔가 답답한 것처럼 연기하면서 실은 함정이 설치된 장소로 유인하는 거죠.”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한데. 애초에 안 따라간다고 해서 무슨 다른 수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또 그렇네. 뭐, 함정이면 함정인 대로 싸우면 되니까.”
어차피 따라간다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는 셈이어서, 카르페는 잠자코 유령의 뒤를 따랐다.
“생각보다 훨씬 넓구나.”
거대 보석수가 있던 숨겨진 공간은 안쪽으로도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약 10분쯤을 걸었을까.
“어? 집……인가?”
광산 내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 등장했다.
돌로 만들어진 집.
오랜 세월이 흘러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풍화됐지만, 그건 분명 거주 목적으로 만들어진 무언가였다.
-흐음. 광산 내부에 저런 곳이 있을 줄이야. 저 유령이 생전에 머물던 곳인가?
유령은 반파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갔고, 카르페 역시 그 뒤를 따라서 입장했다.
“와.”
건축물 안은 쉬이 형언하기 힘들 만큼 자욱한 먼지가 쌓여 있었다.
이건 십 년, 이십 년 같은 단위가 아니다. 최소 몇백 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 동안 방치되어 있던 게 틀림없었다.
[■■ ■■■-!]그리고 유령은 집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여길 뒤지라고?”
[■■-!]“맞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알아먹을 수가 없으니 원.”
카르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유령이 가리킨 곳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유령은 그게 맞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뭔가가 있나 보군.
“아주 좋은 징조네요.”
냄새가 난다. 득템의 냄새가.
카르페는 의욕을 불태우며 뿌옇게 쌓인 먼지를 치워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돌 더미 밑에서 오래된 나무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상자는 반쯤 망가져 있었기에 여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끼익.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고.
“이건?”
-음? 양피지인가?
상자 속에는 아주 낡은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띠링.
[?? ??? 도면을 획득하셨습니다.] [고대의 언어로 작성된 도면입니다. 고고학, 언어학 스킬이 일정 수치 이상일시 해독할 수 있습니다. 혹은 높은 지식을 가진 공학자가 도면을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도면이라고?”
카르페의 중얼거림에 유령은 그게 맞다는 듯 활짝 웃었다.
* * *
카르페가 고고학이나 언어학 스킬을 습득하고 있지는 않았으니 직접 도면을 해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템 설명에는 아주 친절하게 힌트가 적혀 있었다.
“높은 지식을 가진 공학자? 그래, 그럼 찾아가야지.”
이후 카르페의 행선지가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카르페는 곧장 광산 밖으로 나왔다. 광산을 나올 때, 유령은 혹시라도 카르페가 돌아오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 같았으나 카르페는 바디랭귀지로 어떻게든 유령을 안심시켰다.
[룸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이동한다.”
룸으로 이동한 카르페는 곧장 엘리스를 찾았다. 그녀는 카르페가 아는 한 가장 뛰어난 공학자였으니까.
“어머. 후예님. 어서 오세…….”
“합법 치트키. 데우스 엑스 엘리스 님, 이것을 받으시지요.”
“와아. 또 구해 오셨군요!”
카르페는 먼저 그녀에게 새롭게 구한 로한의 돌을 넘겼다.
“감사합니다! 이게 있으면 좀 더 연구에 탄력이 붙을 거예요.”
“그래요? 신기하네요. 단순히 보석이 늘어났을 뿐인데 연구 속도가 오르다니.”
“이건 단순한 보석이 아니거든요. 자연적으로 발생한 광물이 아니라 누군가가 마법적인 힘으로 제작한 보석이랍니다. 결정 구조를 살펴보면 마법 술식과 몹시 흡사해요. 조금 더 연구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안티 매직 계열 같은데…… 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이건 정말 위대한 마도 공학적 발상…….”
엘리스는 대화가 연구 쪽으로 이어지자 흥분해서 떠들기 시작했다. 카르페로서는 조금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적당히 맞장구를 쳐 준 후, 다시 도면을 내밀었다.
“그렇군요. 아, 이런 것도 발견했는데 혹시 용도를 알 수 있을까요?”
“으응? 낡은 도면이네요?”
내츄럴 본 공순이인 엘리스는 도면에 대해서 급격한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도면을 살펴본 지 1분도 되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번역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아티팩트네요.”
“번역 기능? 아!”
그래서 그 유령이 이걸 건네줬던 거구나. 일단 말이 통해야 무언가를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언어 구조 자체는 처음 보는 식이에요. 아, 로한의 돌에 새겨진 방식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혹시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재료만 있으면 금방 만들 수 있답니다.”
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몇 가지 재료를 말해 줬다. 다행히도 경매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곧장 다녀오겠습니다.”
카르페는 경매장에서 재료를 구매했다. 한 가지 재료는 제법 구하기가 까다로운 물건이었지만, 다행히도 매물이 존재했다.
“구해 왔습니다!”
“네. 그럼 지금부터 제작에 들어갈게요. 아, 망치질이 필요한 부분은 후예님께서 해 주셔야 해요.”
카르페는 오랜만에 망치를 들었고, 곧바로 번역기의 제작에 들어갔다.
묵직한 그립감이 기분 좋게 손바닥에 감겨들었다.
땅땅!
그리고 몇 번의 망치질 끝에.
띠링.
[올 퍼펙트! 숙련된 솜씨로 물건을 제작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제작은 오랜만인데 실력은 안 죽었네.
“매일 밤 게임 센터에서 수련하니까요.”
완성된 번역기는 목걸이의 형태였다.
[언어 변환 장치(로한 제국어)] [분류 : 퀘스트 아이템] [고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티팩트입니다. 인벤토리에 해당 아이템이 존재할 경우, 초고대 제국 로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플레이어의 권속 또한 같이 적용됩니다).]“와.”
당첨이었다.
그 유령은 정말로 로한 제국 시대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고마워요. 엘리스!”
“별말씀을요.”
카르페는 다시 광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비밀 장소로 이동하자 유령이 주위를 갈팡질팡하며 카르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오! 제작에 성공하였는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빨랐군!]언어 번역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유령의 비명이 언어로 들리기 시작했다.
유령은 몹시 감격한 것 같았다.
[내 이름은 카스톨. 위대한 로한 제국의 궁정 마법사라네. 후대의 인간이여. 만나자마자 무례하지만, 부탁을 하나 하겠네.]카스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유령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 창이 갱신되었다.
[부디 이 세상을 구해 주게나. 지금 이 광산 지하에는 심연의 괴물이 봉인되어 있다네. 하지만 지금 그 괴물의 봉인이 깨어나려 하고 있어! 자네 말고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야.]띠링.
[잊혀진 초고대 제국 ‘로한’(2)] [등급 : 신화] [퀘스트 제한 : ‘로한 제국’, ‘룰러’에 대한 퀘스트 단서를 획득한 플레이어, 저주 스킬을 견뎌 낼 수 있는 자] [당신은 ‘로한대제’가 고대에 봉인한 대악마를 찾아냈습니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세상에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선택에는 항상 신중을 기하십시오.]마도왕 에피소드와 별개로 진행되는 또 다른 신화 퀘스트 ‘로한 제국’.
그 본격적인 신화의 태동이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