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93)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93화(293/581)
‘드디어 왔구나.’
드렛슈의 기억 파편에게서 처음 접했던 키워드 ‘로한 제국’.
카르페의 예상보다 좀 더 이른 타이밍에 다음 퀘스트로 진행돼 버렸다.
‘엘리스가 연구를 완전히 끝내야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일이 이렇게 되네요.’
카르페는 퀘스트 창을 열어서 상황을 확인했다. 엘리스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나와 있었다.
-흐음. 그건 그것대로 별개의 뭔가가 있나 보군. 아무튼 이야기나 마저 들어 봐.
[후대의 인간이여. 계속해도 되겠는가?]“아, 네. 깜짝 놀라서 정신이 잠깐 나갔었네요.”
[후우. 그럴 테지. 정체도 알 수 없는 인간이 다짜고짜 세상을 구해 달라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나. 하지만 믿어 주게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일세.]카스톨은 그렇게 말하며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했다.
[로한 제국이라는 이름을 들어 보았는가? 아니, 아마 들어 보지도 못했겠지. 이미 세월마저 잊어버릴 만큼 아득한 고대의 이름이니 말일세.]드렛슈가 대륙을 통일한 후, 건국한 아크람 제국보다도 이전 세대의 국가.
로한 제국의 건국자인 로한 대제(大帝)는 대륙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이스터(Meister)였다고 한다.
[오오! 실로 경이로운 분이셨지. 나 역시 마법에 관해서는 천재 소리를 숱하게 들었으나 그분과 비교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와 같았네. 단순히 마법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 있어서 감히 비할 바가 없는 존재셨지.]마법, 천문, 연금, 제작 등등.
학문이라 이름 붙은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취를 이뤄냈고, 사람들은 경의를 담아 ‘세상 모든 것의 지배자(Ruler)’라고 불렀다.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
로한 대제는 모든 분야에 능통했으나 그중 가장 뛰어난 건 바로 ‘사역(使役)’이었다. 로한 대제는 그 무엇이라도 지배해서 종으로 부릴 수 있었다.
[실로 무서운 재능이었지. 초월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조차도 그분의 지배를 거부할 수 없었으니 말이야.]초월종마저 지배할 수 있기에 ‘지배자’라고 불린 것이다.
카르페는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드래곤을 사역해서 부릴 수 있다고?’
이건 카르페에게도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였다.
대륙 11강 중 한 명인 용좌 아르셀리.
그녀가 바로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천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드래곤이라고 해도 다 같은 드래곤이 아냐. 그때도 말했지만 폭룡이나 와룡은 순수한 드래곤이 아니라 아종(亞種)이다. 훨씬 급이 낮아. 말을 들어 보니 로한 대제는 아종이 아니라 진짜 드래곤을 부린 거 같은데. 레벨 400대의 드래곤을 말이지.
‘드렛슈도 그렇고, 로한도 그렇고. 신화급 인물은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먼치킨들이네요.’
드래곤이 어떤 존재인가. 자고로 판타지의 끝판왕 격인 존재가 아닌가.
그런 존재를 수하로 부릴 수 있는 인간이라니. 마치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우연치고는 좀 공교롭지 않아요? 룰러도 용을 부리고 용좌도 용을 부리고, 그런데 지역도 비슷하다? 뭔가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흐음. 확실히 그렇군. 어쩌면 현재 제노니아 왕가는 로한 쪽의 머나먼 후손이 아닐까?
‘오? 그럴싸한데요?’
로한의 피가 미약하게나마 이어져서 그게 아르셀리에게까지 전해졌다면.
왕녀 아르셀리가 두 드래곤을 동시에 부릴 수 있는 재능 역시 설명할 수 있었다.
-하. 이런 설정이 숨어 있었군. 이거 뭔가 관련 퀘스트도 있을 분위기인데? 나중에 시간 되면 한번 찾아봐야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로한 대제의 퀘스트가 우선이었다.
[몬스터, 골렘, 인형, 그리고 초월종까지. 그분의 지배를 거스를 수 있는 존재는 없었네. 세상을 발아래로 두는 것 역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하지만 로한 대제는 대륙 통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속국을 자처하며 고개를 숙이는 이들에게는 자치권을 보장했다. 불완전한 통일인 셈이었다.
[그분의 관심사는 오직 ‘지식’이었지. 대륙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셨지만, 그분은 늘 갈증을 느꼈다네.]그리고, 그건 곧 불행의 시작이었다.
대륙의 모든 것을 지배한 그였지만, 그는 결코 만족을 몰랐다.
그의 관심은 이내 대륙이 아닌 ‘다른 세상’에 쏠리기 시작했다.
[마계(魔界). 대제의 지적 욕구는 마침내 그곳으로 뻗고 말았지.]로한 대제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대륙의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 그는 마계의 모든 것마저 발아래에 두길 원했다.
마계의 지식과 보물, 심지어 악마 그 자체마저도.
[그분은 악마의 사역을 시도했네.]하지만 악마의 사역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계는 강자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였고, 악마들은 자신보다 상위의 악마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악마들의 정점.
마신(魔神).
마신의 권능이 지배하는 세상에 로한의 지배력이 개입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허나 놀랍게도, 그분은 해내셨지.]로한 대제가 마계에 눈을 돌리고 나서 약 30년.
그는 숱한 실패를 딛고 마침내 악마 사역에 성공했다. 악마와의 ‘계약’이 아닌 일방적인 사역은 그때가 최초였다.
최하급, 하급, 중급.
그리고 기어코 상급 악마까지.
한번 사역에 성공하자 순식간에 고위 악마까지 잠식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야만 했어.]카스톨은 상상만으로도 괴롭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로한 대제의 욕심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는 상급 악마를 사역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그보다 위를 목표로 했다.
[상급 위에 존재하는 마계의 대공들. 로한 대제께서는 그 대악마들에게 도전했다네.]놀라운 일이지만 첫 시작은 순조로웠다.
마계 대공 중 한 명인 ‘안드로말리우스(Andromalius)’가 로한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미친…… 진짜 먼치킨이네. 마계 대공들은 레벨 500은 될 텐데.
하지만 로한 대제는 그 높은 지식만큼이나 교만했다.
대악마마저 사역에 성공한 그는 연달아서 다른 대악마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마계 대공 아스타로트(Astaroth).
바로 로한 대제의 다음 목표였다.
[너무나 오만한 상태였지. 로한대제께서도. 우리도. 후대의 인간이여. 그대도 명심하게나. 인간에게는 결코 넘볼 수 없는 것이 있음이니.]아스타로트는 안드로말리우스와 격이 다른 존재였다.
아주 강력했고, 또한 그만큼 음험했다.
[처음에는 지배에 성공한 줄 알았지. 허나 그건 놈의 기만이었네.]로한에게 사역된 악마는 인간계에서도 본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가 있다.
아스타로트는 일부러 사역된 척 인간계로 진출한 후 강제로 로한의 사역을 끊어냈던 것이다.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지.]대악마 아스타로트는 단신으로 제국을 멸망의 길로 몰아갔다.
아스타로트와 그 휘하의 악마 군단에 의해 대륙 인구의 절반이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로한 대제께서는 후회하셨지만 이미 늦고 말았지. 그분께서는 자신의 모든 생명과 힘을 사용해서 아스타로트를 봉인하기로 하셨다네.]‘어째 많이 들어 본 스토리인데…….’
‘대악마’ 대신 ‘위신’이라고 생각하면 드렛슈의 스토리와 아주 흡사했다.
신화와 관련된 인물들에는 하나같이 세상을 위협하는 강대한 적들과 싸웠다는 설정이라도 붙는 것일까?
[다행히도 로한 대제의 시도는 성공했다네. 제국의 모든 총력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 간악한 대악마를 봉인한 게야! 덕분에 세상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네.]“……그리고 그 봉인된 대악마가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바로 그러하다네.]“…….”
스케일이 너무 큰 거 아닌가?
500레벨 대의 마계 대공이 지금 이곳 지하에 잠들어 있다니…….
[봉인에 성공했지만 딱 거기까지. 로한 대제께서는 후대의 인물이 아스타로트를 처치해 줄 것이라 믿고 영면에 들 수밖에 없었네. 그리고 나는 이 봉인을 지키며 후대의 영웅을 기다리는 파수꾼 역할을 맡았다네.]다행히도 모든 지식을 섭렵했던 로한의 봉인은 아주 특별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봉인된 존재를 약화시키는 특별한 봉인을 걸어 둔 것이다.
[지금쯤이면, 그 당시의 무지막지한 위용을 찾아볼 수도 없을 게야. 그리고 점점 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놈의 힘 역시 약해질 터.]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봉인이 깨질 시간이 이제 머지않았다는 점이었다.
[사실 봉인은 훨씬 오래 유지될 수 있었다네. 하지만 두 가지 사건 때문에 그 시기가 앞당겨졌지.]지금으로부터 약 800년 전.
놀랍도록 강한 인간 한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가히 로한 대제와 비견될 만한 그런 인물이었다.
[이름이 분명…… 드렛슈라고 하였던가.]“헐.”
[왜 그러나?]“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하시죠.”
[알겠네. 아무튼 놀라운 인간이었지. 인간의 몸으로 그토록 많은 마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까.]카스톨은 이 인간이라면 아스타로트를 끝장내 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드렛슈라는 인간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아스타로트보다도 더 강대한 위협이 세상을 덮쳤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악마에게 힘을 소진할 수 없다더군. 아쉽지만 자신의 후대를 기대하는 게 좋다면서 말이야.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네. 봉인은 꽤 여유로웠으니. 그런데…… 그런데!]카스톨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민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자네! 처음 나와 만났을 때 봤던 거대한 돌을 기억하나?]“아, 로한의 돌이요?”
[그래. 정확한 이름은 ‘봉마의 돌’이라네. 그 돌이야말로 봉인의 핵심 중 하나지. 대악마의 저주를 억누르는 일종의 누름돌이라 할 수 있네.]거대한 봉마의 돌로 입구를 막아, 대악마의 저주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드렛슈놈이……!]그 봉마의 돌을 보고는 ‘오오. 쓸 만한 소재인 거 같다.’라면서 채광을 해 버렸다!
[뭐? 인형 제작을 위한 연구 재료로 쓴다고? 그런 이유로 대악마가 잠들어 있는 봉인을 훼손해?!]“…….”
-…….
“…….”
카르페와 천마, 그리고 티나마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로한 대제께서 연구한 많은 지식마저도 그놈이 가져가 버렸지! 원래는 훨씬 더 많은 연구 자료가 있었는데…….]그것들을 가져가면서 드렛슈가 던진 말이 아주 가관이었다.
[뭐? ‘세상을 위해 사용하는 거니까 너무 아깝게 생각하지 마쇼?’ 이, 이익! 내가 몸만 멀쩡했어도 사생결단을 냈을 것이야.]‘대단하다. 정말. 드렛슈 또 너야?’
-이쯤 되면 존경스럽다. 정말 세상 곳곳에, 시대를 초월하면서 똥을 남겨 놨구나.
“죄, 죄송합니다. 주군. 정말 죄송합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 자네의 마력 패턴이 좀 낯익은데. 혹시 우리 구면인가?]“아아뇨! 절대 그럴 리 없죠. 초면입니다. 초면!”
[그런가? 아무튼 그 망할 인간 때문에 봉인이 1차로 약화되었지. 그리고 두 번째 원인은 바로 자네가 처치한 그 거대한 두더지일세.]“아.”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석을 계속 갉아먹는데, 당연히 봉인이 약해질 수밖에.
-그런데 조금 이상하군. 대악마가 출현할 정도로 큰일이면 내가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봉인이 곧 깨진다면서?
‘그러게요?’
하지만 천마가 아는 역사에 아스타로트가 세상에 출현하는 이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혹시 봉인이 언제쯤 깨질까요?”
[이대로 가다간 50년도 채 버티지 못할 것이네.]“아.”
-아.
그래서였구나.
인간 기준의 잠시 뒤와 리치 기준의 잠시 뒤 사이에는 아주 크나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네밖에 없네! 아스타로트의 저주에도 아무렇지 않았던 인물은 자네밖에 없어! 제발 이 세상을 구해 주게나!]카스톨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 자리에 넙죽 절을 했다.
[로한 대제께서 남긴 모든 유산을 자네에게 넘겨주겠네. 제발 도와주시게!]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