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29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295화(295/581)
“마선침투경!”
콰앙!
카르페의 주먹에 가디언이 쓰러졌다.
이로써 3개체째다.
가디언들은 카르페의 기준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다.
띠링.
[레벨 업! 보상으로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로한의 돌을 획득하셨습니다.]“캬. 노다지네. 노다지여. 이렇게 구하기 쉬운 건데…….”
3일 동안 보석수를 잡았던 게 억울할 지경이었다.
[이, 이보게! 아이템은 나중에 줍고 나도 좀 구해 주게나!]<악마 배제! 악마 배제!>
카스톨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가디언을 피하면서 꽁지가 빠지도록 달아나고 있었다.
“……영 도움이 안 되는 유령이네요.”
-흐음. 이상하군.
“응? 뭐가요?”
천마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면 카르페가 처음 가디언을 쓰러뜨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았다.
-아무래도 꺼림칙하단 말이지.
천마는 그렇게 말문을 열면서 카르페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카르페의 표정 역시 점점 더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확실히 이상하네.”
-주의해라. 이거 아마도…….
“알겠습니다.”
[자네에에! 나 좀 도와주게! 이 고장난 것들이 날 알아보지 못한단 말일세!]“잠시만요! 캘러미티 인페르노!”
콰앙!
* * *
진행은 순식간이었다.
[이곳으로 가면 되네.]카스톨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쭉쭉 진행해 나가자 금방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디언 역시 아주 쉬웠다. 신화급 퀘스트라고 긴장했던 게 무색할 지경.
등장 몬스터는 쉬웠고, 경험치는 많았으며, 아이템도 쏠쏠하게 드랍됐다.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
카르페의 날먹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여기가…….”
카르페는 드디어 아스타로트가 봉인되어 있는 보스 룸까지 도착했다.
굳게 닫힌 철문은 평범했으나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검은 기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에인션트 피그리티아가 당신을 침식합니다.] [해금이 발동합니다. 나태의 저주가 해제됩니다.]물론, 카르페는 더욱 평범하지 않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만감이 교차한 것일까.
카스톨의 목소리는 잘게 떨리고 있었다.
“이 안에 아스타로트가 있다는 거죠?”
[그렇다네. 하지만 놈이 어떤 상태인지는 나 역시 장담할 수 없어. 허나 그리 강하지는 않을 게야.]카르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으음! 너무 두려워하지 말게. 나 역시 최대한 지원할 터이니.]“…….”
이제 잠시 뒤면 보스전이 시작될 것이다.
카르페는 호흡을 한 번 가다듬은 후, 보스방의 문을 힘껏 밀었다. 철문은 별다른 저항 없이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열린 보스 룸의 정중앙.
한 남자가 커다란 바위에 묶여 있었다.
“……아스타로트.”
남자는 놀라울 정도로 미남이었다. 단언컨대 카르페가 살면서 봤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가히 독보적인 수준.
실로 뛰어난 재능을 ‘악마적인 재능’이라 칭하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남자는 실로 악마적인 외모였다.
검은색 장발은 허리까지 닿았고, 피부는 하얗다 못해 창백해서 핏줄이 훤히 드러났다.
그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커다란 바위에 쇠사슬로 결박되어 있는 상태였다.
“바위는…… 로한의 돌이군.”
지상에서 봤던 것보다 몇 배는 커다란 로한의 바위.
남자는 두 눈을 감은 채 그곳에 묶여 있었다.
[맙소사! 신이 도우셨구나! 일이 이렇게 풀리다니!]카스톨은 남자를 보더니 광분해서 소리쳤다.
[저것 보게나! 놈이 내 예상보다 더 약해진 상태야. 설마 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수면에 들어갔을 줄은……!]카르페가 보스 룸으로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깨어나지 않았다.
카스톨의 말처럼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절호의 기회일세! 놈이 깨어나기 전에 해치우시게. 이건 신의 주신 기회야!]카스톨의 말대로였다.
무방비해도 이렇게 무방비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최대 마법을 때려 부으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날먹 상황 그 자체였다.
[자네는 이제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되는 걸세. 자, 어서…….]흥분해서 소리치던 카스톨은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말을 멈추었다.
완벽한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카르페가 너무 침착했던 탓이었다.
“…….”
-…….
날먹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카르페였지만, 지금은 조용히 미간을 좁힌 채 바위의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게 게임이냐고 광분해야 할 천마 역시도.
[자, 자네? 도대체 왜 그러…….]“저기요. 저 장발 남자. 아스타로트 맞죠?”
[으, 응? 그야 물론이네. 이곳에 아스타로트 말고 누가 있겠는가?]옳은 말이었다.
이곳의 던전명은 틀림없이 ‘나태와 기만의 악마 봉인지’였으니까.
“그런가요? 흐음. 그렇단 말이죠.”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이내 생각을 정리했는지 당황하는 카스톨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양보할게요.”
[양보라니? 무엇을 말인가?]“아스타로트는 카스톨에게 불구대천의 원수잖아요. 그런 원수의 마지막을 제가 가져가는 건 너무 염치가 없죠. 기나긴 응어리를 자기 손으로 마무리 짓는 겁니다. 당신이 직접.”
[……그건 불가능하다네. 보시다시피 이 몸은 육신을 잃어버리고 영체가 되었네. 영체가 어찌 물리적으로 간섭하겠나.]“그래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유령이라서 물리적인 간섭이 안 되는데 어째서 가디언에게는 죽자 살자 도망을 다녔지? 어차피 공격이 통하지도 않을 텐데?”
[…….]카르페가 지금까지 가디언들을 잡아 본 결과, 가디언의 공격 패턴 중에 영체에게 직접 타격을 줄 만한 공격은 없었다.
악마와 상극인 로한의 돌로 만들어졌을 뿐인, 그저 평범한 골렘이었던 것이다.
“직접 마무리하시죠. 저는 지켜보겠습니다.”
카르페는 재차 종용했지만 카스톨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카스톨의 얼굴은 어느새 싸늘하게 굳어 버렸고, 카르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못 하는 이유가 있나 보네요. 이를테면…… 로한의 돌에 접근할 수 없다던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그냥. 상황이 너무 절묘하다 싶어서.”
이곳에 들어서고 가디언을 몇 체 쓰러뜨렸을 때, 천마가 석연치 않아 하면서 카르페에게 말했었다.
너무 쉽다고.
신화급이라는 이름이 붙은 퀘스트인데 진행이 너무나도 쉬운 게 이상하다고 말이다.
이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가장 강대했던 적이라고 해 봤자, 허당 보석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날먹을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너무 심하지. 말이 안 될 정도로.”
이곳은 신화 퀘스트 속 150레벨에 해당하는 던전이다.
그런데 그런 던전에서 그리 강하지도 않은 가디언 같은 게 등장한다고?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던전의 몬스터야 워낙 천차만별이니까.
하지만 그 던전에 트랩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면?
던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스 몬스터마저 무방비 상태라면?
그건 너무나도 이상했다.
“천마 형 말대로 날먹도 정도가 있는 거거든.”
[천마? 누굴 말하는 건가?]“그건 댁이 알 필요 없고.”
카르페는 더 이상 그를 존대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자, 거슬리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신화급 퀘스트. 선택에 따라서 시나리오가 크게 변할 수도 있는 퀘스트지. 그런데 지금까지 선택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나?
없었다.
그저 카스톨의 안내대로, 보스룸까지 일직선으로 걸어왔을 뿐이었다.
만약 지금 이 퀘스트에서 선택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무방비의 보스를 죽일 지 말지’ 정도가 아닐까.
“당신. 내가 데스나이트는 저주에 괜찮지 않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말했었지.”
아스타로트의 저주는 몹시 특별하다.
무생물인 골렘은 물론이고, 망자인 데스나이트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왜 당신은 멀쩡하지?”
망자인 데스나이트도 저주를 피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유령인 카스톨 역시 저주의 영향을 받아야만 했다. 그 역시 망자였으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카스톨은 나태의 저주가 만연한 이곳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움직였다.
이를 통해 카르페가 도출한 가능성은 두 가지다.
“저주를 내뿜는 본인이거나, 나처럼 저주에 면역인 체질을 타고났다거나. 그런데 아무리 봐도 후자의 경우는 아닌 것 같거든.”
[…….]-생각해 보면 ‘나태와 기만의 대악마’라는 말 자체가 힌트였어. 나태의 저주는 있는데 기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기만 역시 있었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바로 기만이었던 것이다.
난이도. 선택. 저주.
하나하나 따로 보자면 넘어갈 만한 일이었으나, 한데 섞이니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마치 불협화음처럼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었나? 내 생각은 이래. 저 남자는 아스타로트가 아니야.”
그리고 아스타로트가 아니라면, 남자의 정체는 뻔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곳에 아스타로트를 봉인한 자.
“로한 대제. 죽었다는 건 악마의 거짓말이고, 그 스스로가 봉인의 핵이 되어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 이런 스토리가 아닐까?”
[……망상이 지나치군.]“어쩌면 가디언들이 고장 났다는 것도 거짓말이겠네. 가디언은 정상 작동하는 거였어. 내 옆에 진짜 악마가 있었으니까 악마 배제를 외치면서 달려들었던 거지.”
[그 이상 나를 욕보이지 말게.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더는 넘어갈 수 없음이야.]“물론, 내 망상일 수도 있지. 그럼 한 번 시험해 볼까?”
카르페는 그렇게 말한 후, 바위에 묶인 남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캘러미티 인페르노!”
카르페의 손으로부터 무자비한 불길이 힘차게 뻗어 나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카르페의 공격이 향한 곳은 남자가 아니다.
목표는 바로 남자 아래에 놓여 있던 석관.
저 남자가 로한 대제라고 한다면, 이제 남은 수상한 것은 저 석관밖에 없었으니까!
콰아아앙!
카르페의 마법이 작렬하며 거센 폭발이 터졌다.
하지만 석관은 폭발하지 않았다. 캘러미티 인페르노가 석관에 닿기 전, 그사이에 끼어든 존재가 있었으니까.
[네놈! 감히이! 감히이이이이!]자칭 로한의 궁정 마도사 카스톨의 유령.
그가 끼어들어서 마법을 막아낸 것이다. 그리고 카르페는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유령이라서 아무런 힘도 없다면서?”
[네놈! 감히 한낱 버러지 같은 인간 주제에! 감히이이! 잠자코 따랐으면 이 몸의 은혜를 받았을 것이거늘!]그의 얼굴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역시, 정답이었군. 악마.”
[네놈의 선택.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그리고 그 순간, 카스톨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카르페의 눈앞으로는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당신은 놀라운 혜안으로 악마의 기만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히든 조건을 만족하여 특수 루트로 진입합니다.] [진(眞) 보스 몬스터, ‘나태와 기만의 대악마 아스타로트(약화)’가 강림합니다!] [크아아아아아!]아스타로트.
대악마가 마법사의 껍질을 집어 던지고 괴성을 질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