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0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01화(301/581)
카르페는 카스톨이 머물렀던 곳을 다시 방문했으나, 로한이 말한 것처럼 쓸 만한 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드렛슈가 제대로 탈탈 털어간 것이다.
그나마 카스톨(인 척했던 아스타로트)이 건네준 통역기 도면이라도 남아 있는 게 다행인 지경이었다.
<그 대신 봉인을 강화해 주지 않았나. 중요도로 따져 본다면 더한 것을 가져가도 상관없었다.>
“그, 그렇긴 하죠.”
맞는 말이다. 대악마를 봉인한 공적에 비하면 그깟 재물은 얼마든지 퍼줘도 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느껴지는 이 오묘하면서도 미묘한 못마땅함은 무엇일까.
분명 그동안 드렛슈가 쌓아 온 트롤짓에 대한 반감…….
-반감은 무슨. 그냥 날먹 못 해서 아쉬운 거지.
“후우. 맞아. 망할! 좀만 남겨 주지!”
하지만 이미 끝난 일에 미련을 가져 봤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카르페는 아쉬운 마음을 던져 버리고 룸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엘리스를 찾아갔다.
“아! 후예님 오셨어요.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연구에 진척이 있어서 로한의 돌의 사용처를 거의 알아냈어요!”
“그, 그렇군요.”
흥분한 엘리스의 모습에 카르페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이미 일이 다 끝나 버렸다는 걸 그대로 말해도 되는 걸까?
“이 로한의 돌이란 건, 고위 악마를 봉인하기 위한 봉인구가 맞았어요! 다만, 이 기능을 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마법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게 아주 어려워요.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신다면 알아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걸 이용하면 봉인된 악마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책을…….”
“잠시, 잠시만요. 엘리스 잠깐만! 너무 빨라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조금 흥분해서 그만…….”
엘리스의 이야기를 대충 요약하자면, 로한의 돌을 연구해서 봉인된 악마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특성을 파악해서 악마의 약점이 될 만한 무언가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아하. 원래대로라면 퀘스트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였구나.”
로한의 돌 연구를 완료하고, 악마의 약점을 알아내서 그 약점을 공략한다.
하지만 카르페는 그 과정을 죄다 스킵해 버리고 그냥 때려잡은 것이다. 마지막에 로한의 도움을 조금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후예님. 제가 확실하게 밝혀서…….”
“저기, 엘리스. 미안한 말인데 이미 다 끝나 버렸어요.”
“네?”
“그 악마를 잡아 버렸어요.”
“……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엘리스에게 카르페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추가 로한의 돌을 구하러 갔다가 우연히 악마의 봉인지와 그 파수꾼을 발견했고.
그 파수꾼의 안내를 따라 악마를 찾아갔는데, 사실 그 파수꾼이 봉인된 악마였고.
여차저차 이겨서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하, 하아. 대단하시네요오.”
“죄송하네요. 그렇게 고생하셨는데.”
“아녜요. 연구 자체가 즐거웠으니까요. 저기 그것보다는…….”
엘리스는 자신의 연구가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보다 다른 쪽으로 훨씬 더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로한이라는 돌멩이? 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돌멩이. 틀린 말은 아니군. 지금은 말이야.>
“앗. 죄송해요. 말이 헛나왔어요.”
엘리스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페의 손바닥 위에 있는 돌멩이에게 연신 사과했다.
“로한 님. 그럼 얘기 좀 나눠 보실래요? 그녀라면 제가 모르는 것도 잘 설명해 줄 거예요.”
<현인(賢人)과 대화를 나누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나로서도 바라는 바다.>
“그리고 엘리스. 로한 님의 새로운 육체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음? 나는 이대로도 상관없다. 이야기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상태로 계속 있는 건 좀…… 스스로 이동할 수 있으면 더 좋잖아요.”
<돌멩이의 삶도 썩 나쁘지 않을 거 같았는데 말이지. 허나 그대가 그리 말한다면 따르도록 하겠다.>
돌멩인 채로 계속 살아가려고 했다니…….
천마의 말처럼 로한도 확실히 정상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후예님. 저는 드렛슈 님만큼 인형술에는 조예가 깊지 못해요. 다른 인형분들 같은 뛰어난 인형을 만들 수 없어요.”
“아, 그거라면 일단 외양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로한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전투 기능을 배제하고 거동만 가능한 인형을 만드는 거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차후 전투 기능이 있는 인형도 제작해서 갈아타게 만들 생각이었다.
로한은 싸울 생각이 없다고 했으나, 만에 하나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까지나 만약에 대한 대비였다.
만약에 대한!
“아, 전투 기능이 없는 인형이라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물 35리터, 탄소 20킬로그램, 암모니아 4리터, 석회 1.5킬로그램…….”
-……얘는 무슨 인체 연성이라도 하려고 하나. 가끔 보면 공순이인지 매드 사이언티스트인지 구분이 안 되네.
“그럼 이야기 나누세요.”
카르페는 두 사람(?)을 공방에 두고 밖으로 나왔다.
“후우. 그럼 이제 남은 건…….”
전리품의 확인.
아스타로트를 쓰러뜨리고 획득한 물건들을 확인할 때였다.
“크. 역시 RPG의 참맛은 보스 잡고 득템하는 거지.”
그것도 그냥 보스가 아니다.
마계 대공 아스타로트.
무려 신화 등급 퀘스트의 최종 보스가 드랍한 아이템이었다.
같은 신화 등급 퀘스트의 보스였던 광신도 프리스트 마이나데스는 유니크 낫을 드랍했고, 서빙제의 파편은 레전더리 등급의 반지를 드랍했었다.
“하지만 그건 초반 중의 극초반이었죠. 지금 레벨 대의 신화 보스라면 에픽급 장비 하나쯤은 떨궈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어김없이 양심이 입원했네. 고작 150레벨대 퀘스트에서 에픽은 무슨…… 난 400레벨 찍을 때까지도 에픽, 신화 합쳐서 구경한 게 10개도 안 됐어, 인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천마도 이제는 안다.
이 우주가 대놓고 밀어주는 날먹의 신이라면 그 어떤 미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더욱이 마계 대공이라면 에픽을 드랍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천마 역시 마계 대공 아가레스를 쓰러뜨리고 에픽 아이템을 획득했었으니까.
-으으. 이건 말도 안 돼. 마계 대공을 이렇게 쉽게 먹는다고? 어떻게 이렇게 운이 좋지?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이럴 수는 없지 않나?
작가가 대놓고 주인공을 푸쉬해 주는 소설이라도 이것보다는 덜 할 것 같았다.
-우주의 인과율이 뒤틀렸어. 한 놈은 영원히 회귀하는 저주에 걸렸는데, 한 놈은 가는 족족 대박을 친다? 우주 개발자 새끼 뭐 하냐? 밸런스 개판 났는데 이거 수정 안 해?!
“인생이 다 그런 거죠. 어느 한 명의 운이 미칠 듯이 좋다면, 다른 한 명은 지독하게 운이 없어야지. 그래야 힘의 균형이 맞을 거 아니야.”
-그 논리대로라면 널 죽여야 내 회귀가 끝나겠군. 이 우주의 흑막 같은 놈아.
“자자. 실없는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아이템 확인 들어갑니다.”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아스타로트가 떨어뜨린 두 개 중 하나로, 아쉽지만 카르페가 바라고 있던 에픽 등급의 아이템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레전더리 등급의 장비 아이템.
등급만 봤을 때는 다소 아쉬운 결과라 할 수 있었으나.
“와. 그러고 보니 이런 부위도 있다고 했었죠.”
-허. 이게 뜨네.
카르페는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아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타로트가 드랍한 아이템은 히든 부위 중 하나였으니까.
카드페 손에는 악마의 형상을 한 배지(Badge)가 들려있었다.
띠링.
[나태와 기만의 휘장] [등급 : 레전더리] [분류 : 휘장] [착용 제한 : 상급 이상의 악마를 처치한 자] [물리 방어력 : 70] [마법 방어력 : 70] [물리 공격력 : 50] [마법 공격력 : 50] [마계의 대공 아스타로트의 힘이 깃들어 있는 휘장입니다. 적대하는 대상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집니다.]전 스테이터스 +6
[추가 옵션 : 물리, 마법 데미지 10% 증가. 물리, 마법 방어력 10% 증가.] [추가 옵션 : 적대하는 대상의 ‘근력’이 플레이어보다 낮을 경우, 물리 데미지 10% 추가 증가. 대상의 ‘마력’이 플레이어보다 낮을 경우, 마법 데미지 10% 추가 증가.] [추가 옵션 : 물리, 마법 공격 시 아주 낮은 확률로 상태이상 ‘나태’ 부여(보스 및 이벤트 몬스터에게는 더욱 낮은 확률로 적용)]*해당 아이템은 플레이어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스텟이 낮을 경우 추가 데미지라니. 약자 멸시 컨셉인가? 독특하네요.”
-아주 괜찮군. 레벨 비례 성장 옵션이 없는 건 아쉽지만, 추가 옵션이 퍼센트 적용이라서 쭉 쓸 수 있겠어. 스텟 상승량도 좋고, 너랑 상성도 좋아.
카르페는 동레벨대의 플레이어와 비교를 불허할 만큼 스텟 깡패다.
한 스텟만 몰아서 찍은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유저가 카르페보다 스텟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나태 옵션도 터지면 거의 바보 만들 수 있는 옵션이고. 아주 괜찮아. 레전더리치고도 상급이네.
“크. 역시 대악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신화급 퀘스트지.”
카르페가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하는 그 순간이었다.
띠링.
-얼리 어답터 : 전 스테이터스 +1, 사망 시 아이템 드랍 확률 소폭 감소
“오, 타이틀?”
라세에는 일반 방어구 부위 외에도 다섯 가지의 히든 부위가 존재한다.
속장갑, 견갑, 귀걸이, 허리띠, 휘장.
카르페는 조금 전 휘장을 장착하며 그 5가지를 모두 충족한 것이었다.
“와, 이게 최초구나. 그렇다는 건, 형도 이번 회차에는 못 먹었다는 거네요?”
-그래. 나 같은 경우 이번 회차에서는 속장갑하고 휘장 두 가지를 못 얻었었지. 젠장, 얻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죽어서…….
“흐흐. 덕분에 제가 받았네요. 감사히 쓰겠습니다.”
그리고 아스타로트가 남긴 또 한 가지의 아이템.
이건 장비 아이템이 아니었다.
[나태와 기만의 인장] [등급 : 에픽]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마계 대공을 상징하는 인장입니다. 마계의 특수한 장소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도 모릅니다. 다른 마족이 알게 될 경우, 손에 넣기 위해서 당신을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설명을 읽기만 해도 마계에서 무언가 이벤트를 가져다 줄 아이템인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일단 나중으로 보류. 후우. 정산 끝!”
사실 아직 세인트루할에 가서 성신고에 들러야했지만, 지금 당장 가기에는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흠. 이제 곧 110렙인가? 그렇다면 슬슬 준비해야겠군.
“뭘요?”
-내가 전에도 한번 말했던 적 있지. 너 스트리밍 할 생각 없냐고.
“……그 얘기가 지금 왜?”
-조금 있으면 딱 하기 좋은 퀘스트가 시작되거든. 흐흐. 아마 아주 재밌을 거다.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