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0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02화(302/581)
“실시간 스트리밍이요? 갑자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은 예상치 못한 말이었기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스트리밍이라니?
물론, 아주 초창기 시절에 천마가 할 생각 없냐고 물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던져 본 말에 지나지 않았고, 실제로 천마는 그 이후 스트리밍에 관해서 언급한 적도 없었다.
-그때는 네가 게임에 조금이라도 더 매달렸으면 싶어서 한 말이었지. 사실, 지금도 필수적으로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마침 적당한 퀘스트가 있어서 말해 보는 거야.
“흐으음. 스트리밍이라.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제 말주변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아, 그러면 이제 진짜 대놓고 정체를 드러내는 건가?”
카르페가 천마 TV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긴 했지만, 정체가 드러날 만한 정보를 담은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혹시라도 10대 길드 같은 기득권들이 시비를 걸까 봐 정보를 숨긴 것이었으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순전히 컨셉 때문에 정보를 숨기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집단.
천마신교(天魔神敎)!
실제로는 그런 길드조차 없었고, 영상에서 보여 준 업적은 전부 카르페 혼자서 이룩한 일이었지만, 각종 라세 커뮤니티에서 천마신교는 한 명, 한 명이 하이랭커로 구성된 최강의 소수 정예 집단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현재도 심심찮게 천마신교의 정체를 추측하는 글이 커뮤니티 베스트 글에 올라오곤 했다.
카르페는 그 ‘정체를 숨긴 의문의 무력 집단’이라는 컨셉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로망을 자극하는 그 특유의 맛이 있었으니까!
“뭐, 한조나 에덴 길드원 몇 명은 대충 눈치챘을 테니,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것도 아니지만요.”
그런 개인적인 재미요소를 제외한다면, 카르페로서는 굳이 정체를 숨길 이유가 없긴 했다.
10대 길드 같은 기득권들이 모난 돌을 죽이겠다며 작정하고 달려들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으니까.
‘혈혈단신으로 10대 길드를 괴멸시킨다!’처럼 소설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전개는 아직 불가능하겠지만, 제대로 빅엿을 먹인 뒤에 제 한 몸 건사하는 건 자신이 있었다.
“스트리밍을 하게 되면 이제 힘숨찐 놀이도 졸업인가.”
-딱히 그렇지도 않아. 정체는 전혀 드러나지 않을 테니까. 내가 조금 전에 말했지? 이번 퀘스트가 스트리밍하기에는 아주 최적화된 퀘스트라고.
“도대체 무슨 퀘스트길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스트리밍하기 좋은 퀘스트?
카르페로서는 대략적인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너도 들어는 봤을걸? 퀘스트 이름은 ‘늙은 병사의 기억’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라세에서 가장 유명한 퀘스트라 할 수 있지.
“어? 진짜로 들어 본 적 있는 거 같은데요.”
가끔 라세 입벤을 구경하다 보면 종종 언급되었던 이름이었다.
“정확히 어떤 퀘스트인지는 모르지만, 무슨 생존 관련 퀘스트였던 거 같은데. 스토리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소리도 본 거 같고.”
-그래. 그 퀘스트 맞아. 레벨 100이 되는 순간, 다른 제한 없이 누구나 수행할 수 있는 퀘스트지. 어떻게 보면 100렙 기념 이벤트 퀘스트라 할 수도 있고.
“아하. 어쩐지…… 이놈의 게임에선 100렙 같은 상징적인 레벨에도 특별한 게 없나 했더니 뭐가 있긴 했군요.”
힘들게 100레벨을 달성하면 특별한 뭔가가 주어질 줄 알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보상이라고는 기존에 20레벨마다 줬던 선물이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100레벨 선물 엘리스가 거의 다 만들었다고 하던데.”
10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엘리스는 축하한다면서 선물 제작에 들어갔다. 선물의 정체에 대해선 ‘깜짝 선물’이라면서 아직까지 알려 주지 않았다.
-뭐, 이번에도 권속 경험치 아이템 같은 거 아닐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건 ‘늙은 병사의 기억’은 100레벨 때부터 가능하다는 거지.
“근데 그걸 왜 지금 와서 해요? 100레벨 넘은 지는 꽤 됐는데?”
-100레벨에서 109레벨 사이면 어느 때나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조건 109레벨에 해야 해.
“왜요?”
-퀘스트 보상으로 레벨이 고정적으로 오르거든. 그것도 무려 10이나.
“……엥?”
뭐라고?
카르페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천마를 쳐다봤지만, 천마는 흐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들은 거 맞다. 퀘스트 깨면 레벨이 10 올라.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정적으로 말이지. 왜 반드시 109레벨에 해야 하는지 알겠지?
“헐…….”
109레벨에 클리어하면 곧장 119레벨이 된다는 소리였다.
-미친 퀘스트지. 이게 바로 하이패스 레벨링의 비결이다. 일명 점핑 퀘스트라고 불려.
“와, 미친. 대박이네요.”
퀘스트 한 방에 10레벨?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라세에선 상상조차 힘든 파격적인 보상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클리어하면 확정 7성 스킬팩도 한 장 준다. 100레벨 때 스펙이 팍 뛰는 게 바로 이 퀘스트 때문이지.
“라세…… 혜자겜이었구나.”
아무래도 그동안 라세에 대해서 큰 오해를 한 듯했다.
“역대급 퀘스트네. 와, 초창기에 이거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은 속 엄청 쓰렸겠다.”
-꼭 그런 것도 아니야. 워낙 찾기 쉬운 퀘스트라서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거의 대부분이 했을 거다. 당연히 나도 매 회차에 꼭 했지. 100레벨 필수 코스야, 필수 코스.
“그런 보상이면 무조건 해야죠. 그런데, 보상 수준 보니까 난이도는 미친 수준이겠네.”
-그건 플레이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 하지만 너라면 아주 쉽게 클리어할 거다. 이게 ‘빙의’ 퀘스트거든.
“빙의? 아, 설마……?”
빙의라는 말을 듣자, 카르페 머릿속으로 뭔가가 파바박 지나갔다.
“제가 어떤 NPC에 빙의해서 그 NPC 역할로 시나리오를 깨는 거군요?”
-정확해. 역시 게임 많이 해 본 놈이라 설명할 필요도 없네.
다른 RPG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이벤트 퀘스트다.
어떤 NPC의 과거 행적이나 기억, 회상 등의 주인공이 되어 시나리오를 감상하는 이벤트.
그게 라세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빙의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그 퀘스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스킬이나 아이템은 의미가 없다. 순수하게 빙의된 그 신체의 스펙으로 싸워야 해.
그리고 이 ‘늙은 병사의 기억’에서 플레이어가 빙의되는 ‘병사’는 그리 강하지 않다.
100레벨대의 플레이어와 비교하면 약하디약한 평범한 병사.
플레이어는 그 답답한 상황에서 시나리오를 클리어해야 하는 것이다.
“들어 보면 꽤 어렵겠는데요. 익숙해진 몸이 아니라 아예 새 몸이라니.”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스트리밍 1순위 퀘스트라고 불려. 렙빨, 템빨 다 거르고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뇌지컬과 피지컬을 판단할 수 있는 퀘스트니까.
유명 스트리머라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의식!
특히 실력 방송을 표방하는 스트리머라면 필수 중의 필수 컨텐츠라 할 수 있었다.
이 퀘스트를 실시간으로 방송하지 않으면, 실력에 자신 없다는 거로 간주되어서 마르고 닳도록 조리돌림당하는 문화가 있을 지경이었으니까.
“……스트리머도 쉬운 직업이 아니라니까.”
-근데 그걸 고려하더라도 그리 어려운 퀘스트는 아니야. 지금이야 워낙 공략이 잘 되어 있으니까. 오히려 못 깨는 게 이상할 정도지.
하지만 클리어한다고 해서 다 같은 클리어가 아니다.
퀘스트 클리어에도 급이 있다.
클리어까지 걸린 시간.
클리어까지의 활약상.
클리어할 당시의 다른 NPC의 평판 등등.
그 모든 것들이 평가 요소가 되어 최종 클리어 시 점수를 보여 준다.
-현재 1위가 아마 1만 점 정도였을 거다.
“그리고 그게 형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타임어택 던전의 1등 기록은 대부분 천마가 이룩한 것이었다.
때문에 카르페는 이번에도 1등이 천마라고 예상했던 것이지만, 놀랍게도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말했듯이 이건 템빨, 렙빨 거르고 순수하게 플레이어의 피지컬로 헤쳐나가야 하는 퀘스트다. 1등은 내가 아니야.
천마는 피지컬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지극한 평범한 수준이다.
천마의 피지컬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원샷 원킬, 연속 헤드샷 같은 묘기를 펼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수차례의 회귀를 통해 뇌지컬 만큼은 만렙을 찍은 터라 1등이 아니다뿐이지, 천마의 순위 자체는 매우 높았다.
-그래도 30등 안에는 들어갔지. 지금은 더 밀렸을지도 모르겠다만.
“그것도 충분히 대단한 거죠. 아무튼 어떤 식인지는 알겠네요. 스트리밍이라…….”
카르페는 한번 해 보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 갔다.
20대 초반의 나이.
대학교는 현재 휴학 중.
아직까지 진로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 본 적도 없었다.
뭘 해야 먹고 살까 하는 막연한 걱정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도 아니다. 라세 덕분에 평생 돈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만약, 스트리머가 적성에 맞는다면 이번 기회에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적성에 맞을 때의 이야기지만.
“하긴, 돈 많은 백수 게이머보다는 그래도 스트리머라는 게 좀 더 그럴듯해 보이긴 하니…….”
-뭘 모르는 소리 하네. 돈 많은 백수만큼 좋은 게 어디 있냐? 모든 사회인의 꿈인데.
“과연. 전직 돈 많은 백수 게이머분의 말씀이군요. 새겨듣겠습니다.”
-…….
삐삐삐-!
그때였다. 오늘 접속 시간 종료를 알리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오늘은 여기서 정리해야겠네요. 후우. 오늘도 보람찼다!”
-그래. 아무튼 스트리밍은 거르더라도 그 퀘스트는 꼭 해야 하니까 한번 찾아보기라도 해라.
“넵. 알겠습니다. 그럼 쉬세요.”
카르페는 천마를 비롯한 다른 권속들에게 인사를 한 후, 접속을 종료했다.
“어디, 병사의 기억…….”
그리고 카르페, 아니 정훈은 아르테미스 캡슐을 조작해서 채널 라세에 접속했다.
“오, 있다!”
타이밍이 좋았다.
마침, 딱 ‘병사의 기억’ 퀘스트를 시작하려는 스트리머가 있었던 것이다.
‘BJ 달달이’라는 이름의 여성 스트리머로,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인지 실시간 시청자 수가 3,000명 이상이었다.
방송을 보러 들어가자, 하이 텐션의 목소리가 정훈의 귀를 때렸다.
<자아! 여러분 드디어 109렙입니다! 그럼 오늘 컨텐츠는 정해진 거나 다름 없죠오?! 드디어 제가! ‘병사의 기억’에 도전합니다!>
그녀는 현재 허름해 보이는 골목 같은 곳에 있었다.
‘병사의 기억’ 퀘스트의 시작점이 아마 그곳인 모양이었다.
<드디어 제 방송이 실력 방송이란 걸 증명할 시간인 거죠.>
그녀의 말에 시청자들은 기가 찬다는 듯 주르륵 채팅을 시작했다.
-캬. 실력 방송이랜다. 그래, 우리 달달이가 죽는 실력 하나는 일품이긴 하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달달이가 109렙 찍는 걸 다 보네.
-오픈 첫날부터 게임 시작했는데 이제 109렙…… 그동안 죽어서 떨군 경험치만 생각하면 눈물이 차올라. ㅠ.ㅠ
-솔직히 영원히 못 찍을 줄 알았음.
└나도.
└ㅆㅇㅈ.
-붕어 능지라도 계속하다 보면 결국 레벨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 주는 산 증인. 장하다. 김달달! 우리 달달단은 네가 자랑스럽다!
-아저씨가 잘 우는 사람이 아닌데……눈물이 나네?
<아씨! 붕어라고 하지 말라니깐! 그 별명 개 싫다고오!>
-싫뒈고오오~
-붕어도 자라면 결국 갸라도스가 된다. 나는 달달이 믿는다.
-그건 잉어 아님? 얜 붕어인데?
-아뿔싸.
<씨이!>
달달이 본인은 실력 방송이라 주장했지만 방금 채팅으로 대충 어떤 방송인지 감이 잡혔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더럽게 못 하지만, 열심히는 하는 자존심 센 스트리머.
그리고 그런 스트리머를 놀려 먹는 시청자들.
꽤 흔히 볼 수 있는 방송 패턴이었다.
“흐음. 역시 이런 식으로 많이 하는구나.”
사실, 실력 방송이든 예능 방송이든 정훈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퀘스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확인하려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달달이의 말에 정훈은 ‘엥?’ 소리가 절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후. 그래. 내가 게임 이해도가 좀 낮은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것도 지난 방송 때까지입니다.>
-……조금 낮아?
-양심이 낮긴 한 듯. 붕어. 붕어. 붕어 능지!
<아, 쫌! 이제 붕어 아니라고! 듣고 놀라지나 마세요. 방송 최초 공개니까.>
달달이는 그렇게 말한 후, 시청자들에게 당당하게 외쳤다.
<제가 지난 며칠, 그 유명한 천마신교의 ‘천마’님께 직접 컨트롤을 전수받았거든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뭐?”
정훈, 카르페는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미간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