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12)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12화(312/581)
대신전 안에 있는 성녀 전용의 응접실.
성신고의 탐험을 마친 후, 카르페는 그곳에서 성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정말 대단하세요! 한 사람이 성신고를 세 번이나 방문한 건 세인트루할 건국 이래 최초로 있는 일이에요! 아아, 루할이시여!”
그녀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루할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이건, 신의 뜻입니다! 루할 님께서 카르페 형제님을 총애하신다는 증거예요. 그러니까 형제님. 반드시 하셔야 해요!”
“네? 뭘 해요?”
“루할 님의 대행자, ‘용사’ 말이에요. 하실 거죠?”
안대 때문에 한쪽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눈동자가 심히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카르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인트루할의 특수 NPC ‘이자벨’이 당신에게 ‘용사’ 클래스로의 전직을 권합니다.] [‘용사’ 직업은 에픽 등급의 클래스이며 전직 시, 기존의 직업이 상실되고 직업 전용 스킬 역시 삭제됩니다. 삭제된 스킬에 투자된 스킬 포인트만큼 포인트가 반환됩니다.] [전직하시겠습니까?]-얘도 끈질기네. 그때 한 번 거절하지 않았나.
‘그러게요.’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종교의 유일신이 세 번이나 자신의 보물고를 허락한 것이다.
그 종교를 믿는 입장에서는 신의 총애를 받는 대리인이나 성자 취급을 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죄송하지만, 그 얘기는 거절할게요.”
[전직을 거절하셨습니다.]“……어째서인가요? 제가 교단의 사람이라서 드리는 말이 아니라 이건 정말 굉장한 기회랍니다. 수많은 사람 중 오직 선택받은 한 사람만 가능한 일이에요.”
용사와 성녀는 당대 각각 한 명씩만 존재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었다.
성녀는 그 귀중한 자리를 지금 자신의 권한으로 카르페에게 권하고 있는 것이다.
무척이나 고마운 제안인 것은 틀림없었으나 아닌 건 아닌 거였다.
“현재 직업에 만족하고 있어서요.”
당장 로한의 후예인 신화 등급 클래스 ‘룰러’도 거절한 판국이다.
그런데 에픽 등급 클래스인 용사로 전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어떻게든 딜을 보고 싶으면 최소한 신화 등급은 들고 제안해야 무게추가 맞지. 에픽 클래스를 누구 코에 붙이나?’
-재수 없는 말인데 맞는 말이라 더 재수가 없네.
카르페의 단호한 거절에 성녀는 풀이 죽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했다.
“그러신가요. 으우우. 용사보다 만족스러운 직업이라는 게 잘 상상이 가진 않지만, 억지로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정말 아쉬워요.”
성녀는 아까워죽겠다는 눈초리로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같았다.
“그렇다면 얼른, 적성에 맞는 분을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으니까요.”
“시간이 없다고요?”
“네. 대륙 곳곳에서 마기의 징조가 발견되고 있어요. 악마들이 인간계를 넘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관련 신탁도 내려왔답니다.”
“아.”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거다. 아까 전 성신고에서 천마가 얘기했던, 악마 침공 이벤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조짐이 심상치 않아요. 아마 이른 시간 내에 악마계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흐음. 그렇진 않을 텐데? 악마 침공 이벤트는 라세 오픈 딱 1주년에 발생하는 이벤트라고. 그리고 1주년까지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아 있고.
천마가 그렇게 말하는 그 순간이었다.
벌컥!
“크, 큰일 났어요! 성녀님!”
무례하게도 노크도 없이, 성녀의 응접실로 한 여성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성녀도 카르페도 그 사람의 무례를 지적하진 않았다. 그만큼 그녀의 표정이 급박해 보였으니까.
“귀빈의 앞이에요. 안나. 조금 침착하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그, 그게…… 후우.”
전력으로 달려온 모양인지 그녀의 호흡은 매우 거칠었다.
그녀는 잠깐 호흡을 가다듬은 후, 새파랗게 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성녀님. 방울이 울렸어요! 루할 님의 방울이요!”
“그게 정말인가요?!”
성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보겠어요. 아…….”
성녀는 방에서 달려나가려다 카르페를 인식하곤 말을 걸었다.
“카르페 형제님도 같이 가 주시겠어요?”
“네? 저도요? 전 외부인인데?”
“형제님의 활약을 생각하면 알고 계시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악마와 관련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호기심이 일었던 카르페는 굳이 성녀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혹시 또 관련 퀘스트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타다닥!
“……워. 빠르네.”
성녀는 대륙 11강 중 한 명이다.
그녀가 전속력으로 달리자,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한 모양이었다.
“저, 형제님?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 네. 부탁드릴게요.”
카르페는 결국 소식을 알리러 왔던 여성을 따라서 성녀의 뒤를 쫓았다.
“이곳입니다.”
끼이익.
그렇게 그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커다란 예배당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하얀 사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 대신전에 있는 사제들이 전부 몰려온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중심에서 성녀가 어떤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저건?”
예배당의 가장 뒤쪽.
거기에는 커다란 석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루할이군. 뭐, 예배당이면 당연히 숭배하는 신의 석상쯤은 있겠지.
카르페가 봤던 장난기 넘치던 루할의 모습이 아닌, 근엄하고 위엄 넘치는 모습의 석상이었다.
석상의 한쪽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고, 나머지 한쪽 손에는 커다란 방울이 들려 있었다.
딸랑. 딸랑. 딸랑.
그리고 지금, 그 방울이 실시간으로 울리고 있었다.
석상이 흔드는 것도 아닐 진데 저절로 말이다. 사제들은 그 광경을 보고 저마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허어. 이번에도 오고 말았는가.”
“루할 신이시여. 저희를 굽어살피시옵소서.”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넘쳤다.
카르페가 성녀에게 다가가자 그녀가 반응했다.
“아, 죄송해요. 형제님. 마음이 너무 급해서 먼저 달려오고 말았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저건 뭔가요?”
“성신국의 신물인 ‘루할의 방울’이에요. 커다란 위협이 다가올 경우, 스스로 울어서 경고를 해 주는 방울입니다.”
“아.”
마치, 고전 설화에 등장하는 스스로 울려서 적의 침입을 알리는 북처럼, 방울은 계속해서 딸랑딸랑 울려 댔다.
그리고 성신국에 커다란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악마의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그 순간이었다.
띠링.
[대륙급 이벤트 발생!] [앞으로 48시간 뒤, 악마들의 대륙 침공이 시작됩니다.] [플레이어들은 힘을 합쳐 악마를 몰아내십시오. 악마는 강자존의 법칙을 숭배하는 종족입니다. 그들은 대륙의 모든 것을 파멸로 몰아넣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많은 악마를 무찌른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악마를 무찌르십시오. 쓰러뜨린 악마에 따라 포인트가 산정되며, 이벤트 종료 시 포인트의 총합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악마를 제대로 막지 못할 경우, 대륙의 커다란 도시 또는 나라가 궤멸할 수도 있습니다.]*해당 알림은 라스트 세이비어의 모든 유저에게 발송되는 알림입니다.
*이벤트 팁 : 고위 악마는 개인의 힘으로 감당하기 몹시 힘듭니다. 파티, 혹은 공대를 개설하여 싸우시길 권장합니다.
[악마 침공까지 앞으로 47시간 59분 30초]“헐.”
-미친. 이게 왜 지금?
라세 최초로 대륙급 이벤트가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 * *
세인트루할에서 볼일을 마친 카르페는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성신고에서 통합 6시간을 날린 덕에 오늘 플레이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악마 침공이 벌써 시작될 줄이야. 원래 역사보다 훨씬 빠르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마 너 때문이겠지.
“저요?”
-그래. 네가 원래라면 잡을 수 없어야 하는 악마들을 엄청나게 잡아댔잖냐. 아마 그로 인한 나비효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해변 도시 루아나의 바람동굴.
카르페는 그곳에서 최초로 악마를 사냥했고, 이어서 몽마와 마도탑의 악마,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악마 아스타로트까지 토벌하는 데 성공했다.
-그 영향으로 스노우볼이 오지게 굴러간 거겠지.
“뭐야. 진짜 내 탓인가…….”
-뭐, 네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으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 문제는 그 대응이지.
“악마가 어느 쪽으로 침공할지 미리 알면 대응하기 좋을 텐데요.”
원래 역사에서 악마가 등장하는 지역은 바로 해변 도시 루아나다.
초보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지역이었기에 그 피해가 실로 막심했는데, 원래 역사에선 루아나 지역이 아예 마기에 침식되어서 도시가 멸망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멸망한 도시를 복원하는 스토리가 또 있다고, 천마가 말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도 루아나일까요?”
-아마 아닐걸. 원래 루아나에서 튀어나와야 했는데 니가 먼저 차단해 버렸잖아. 아마 다른 곳일 확률이 높겠지.
“흐음…….”
-마기가 존재하는 스팟이 한두 군데도 아니니까 딱 짚어서 추론하기는 불가능해.
즉,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말이었다.
“결국 48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렙업뿐이란 건가?”
-겸사겸사 악마에게 잘 먹힐 만한 무기를 구비해 놓는 것도 좋겠지.
천마가 말한 것처럼, 현재 알림이 등장한 직후 경매장은 난리가 났다.
성속성 무기나 방어구의 가격이 하늘 모르고 치솟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도 정해져 있군요.”
-그래. 남은 시간 동안 빡렙…….
“뽑기다!”
-…….
카르페는 아직 남아 있던 115레벨 스킬팩을 꺼내 들었다.
모처럼 성신고에서 큐브를 얻었는데 당연히 써먹어야지.
사실, 마음 같아서는 성녀와 대화하는 것보다 이걸 우선시하고 싶었다. 하지만 카르페는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 욕망을 참아냈었다.
-진짜 뽑기에 미친놈이신가…….
“악마가 들어올 땐 오더라도 뽑기 한 방 정도는 좋잖아…….”
카르페는 인벤토리에서 ‘스킬 분류의 큐브’를 꺼냈다.
“그럼 뭘 선택한다?”
공격, 방어, 기타.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105렙 팩에서는 공격 스킬 하나 먹었으니까. 이번에는 방어로 갈까?”
그렇게 생각하던 카르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공격은 전부 피하면 되는데 방어 스킬을 왜 익힘?”
-……진짜 미친 발상인데, 그게 가능한 피지컬이라서 더 어이가 없네.
“쓰읍. 그럼 기타로 가야 하나? 근데 기타는 너무 범위가 넓은데 말이죠.”
-그렇긴 하지. 아, 참고로 버프나 제작 스킬도 전부 기타로 분류된다.
“흐으음.”
카르페의 고민은 깊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을 마쳤다.
“좋다. 결정했다!”
카르페는 호기롭게 외치며 큐브 속으로 스킬팩을 집어넣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