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15)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15화(315/581)
-예상보다 더 많이 변했군. 이벤트가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는데.
천마는 수없이 떠오르는 알림창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만큼 원래 역사와는 많이 틀어져 버렸다.
-제노니아와 길리안트의 동시 침공? 악마 놈들 많이 무리하는군. 그렇게 밀어닥치면 결계의 억지력 때문에 페널티가 꽤 강할 텐데…….
“억지력?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처음 듣는 단어에 카르페가 물었고, 천마가 담담한 어조로 설명했다.
-라세의 세계관 설정 중 하나다. 인간들이 사는 아크룩스 대륙과 악마들이 사는 마계 사이에는 거대한 결계 같은 게 있어.
그리고 그 결계로 인해 악마들이 쉽사리 인간계로 넘어올 수 없다는 게 게임의 설정이었다.
악마가 결계를 억지로 비집고 인간계로 진출했다가는 막대한 페널티를 짊어져야만 했다.
그 페널티 현상을 라세 세계관에서는 ‘억지력’이라고 불렀다.
“흐음. 그럼 반대로 인간이 마계로 넘어갈 때도 페널티 먹어요?”
-먹기는 하는데 거의 의미가 없을 만큼 미미해.
“뭐야, 그럼 인간에게만 엄청 유리한 결계네.”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그 결계를 만든 게 누구겠냐?
“어…….”
세계와 세계 사이에 결계를 만드는 행위.
스케일을 생각해 보면 한낱 인간이 할 만한 업적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신이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하자, 자연스레 정답이 떠올랐다.
“설마 루할?”
-그래. 성신 루할이 자신의 힘 대부분을 소모해서 만든 대차원 결계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거야.
“아하.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아무튼 결계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지금 상황에서 크게 중요한 건 아니고, 중요한 건 악마들에게 억지력이 꽤 크게 작용했을 거란 말이지.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결계의 억지력은 인간계에 침공하는 악마의 등급이 높을수록, 그리고 숫자가 많을수록 강해진다고 한다.
이 억지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이 막대한 제물을 소모해서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인간계로 불러내거나, 오랜 시간 마기로 침식된 대지 등 특수한 매개체가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 쳐들어온 악마들은 당연히 그런 매개체도 없이 그냥 쌩으로 밀고 들어온 거야. 더군다나 숫자까지 2배로 늘려서 쳐들어왔다? 아마 억지력 때문에 원래 힘의 절반도 발휘 못 할걸?
“워. 진짜 무식한 놈들이네.”
-그리고 그게 다 너 때문이지.
악마들의 기준에서는 힘이 반 토막 나는 걸 감수해서라도 갖고 싶은 물건이 지금 인간계에 있었다.
대악마 아스타로트의 인장.
지금 악마들은 차기 공작이 되고 싶어서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이게 그런 물건이었구만.”
카르페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마치 옥쇄처럼 생긴 커다란 도장을 꺼냈다.
[나태와 기만의 인장] [등급 : 에픽] [분류 : 퀘스트 아이템] [마계 대공을 상징하는 인장입니다. 마계의 특수한 장소에서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도 모릅니다.] [권력에 욕심이 많은 악마라면, 그 어떤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고 싶어 할 만큼 귀중한 물건입니다.] [격이 높은 악마일수록 인장의 기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다시 확인한 아스타로트의 인장에는 아이템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아마 악마 침공 이벤트가 시작되면서 관련 설명이 붙은 모양이었다.
“이게 악마 한정 광역 어그로 템이라 이거네.”
악마는 개체 하나하나가 끔찍하리만큼 강한 존재들이다. 억지력으로 인한 페널티를 받고 있음에도 그건 변함이 없었다.
“상급 악마쯤 되면 얼마나 강해요? 플레이어 최상위 랭커와 비교해서요.”
카르페는 상급 악마보다도 윗줄인 대악마도 사냥한 바 있지만, 그건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오랜 봉인 상태로 약화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카르페가 무슨 수를 썼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흐음. 어디 보자. 숫자 두 배로 인한 억지력까지 생각해 보면…….
천마는 미간을 잠시 좁히며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결론을 내렸다.
-현재 플레이어 수준 기준으로, 랭킹 1위부터 30위까지 공대 꾸려서 덤비면 아마 승률이 30% 정도 나오겠네.
“미친…….”
그것도 그 30명이 대악마 장비와 스킬로 둘둘 무장했을 때를 상정한 확률이었다.
-애초에 상급 악마면 레벨로만 거의 300레벨 수준이다. 랭킹 1위 군터가 지금 레벨 160 조금 넘었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대륙 11강급은 돼야 일대일로 잡을 만하지.
“그냥 그 정도면 유저는 잡지 말라는 소리네요.”
-뭐, 그렇지. 나도 지난 회차에서 꼼수란 꼼수는 다 동원해서 딱 한 마리 잡았을 뿐이니까. 나머지는 전부 NPC가 처리했지.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데…….”
천마는 그 한 마리의 상급 악마를 처리했기 때문에, 지난 회차 이벤트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1년 조금 안 된 시점의 플레이어가 정면승부로 잡을 만한 놈들은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그런 무지막지한 악마들이 지금 아스타로트의 인장을 찾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인장을 버리거나 이벤트 기간 동안 접속을 접어야 하는 판이었지만.
“좋아. 오히려 좋아.”
카르페는 마음에 든다는 듯 웃었다.
위기는 곧 기회.
아스타로트의 인장은 악마들을 끌어들이는 위험한 물건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몹들이 자동으로 자신을 찾아와 준다는 소리였다.
“몰려드는 거 다 잡으면 1등은 확정이겠네. 그래도 지금 제 수준이면 중급까지는 일대일로 잡을 만하겠죠?”
-흐음. 뭐, 중급까지는 어찌저찌 될 거 같은데? 하급은 쉬울 거고.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상급이야 덤벼들면 도망치면 된다.
싸워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도망치는 것이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여차하면 룸으로 튀어도 되는 일이었으니까.
“뭐, 그리고 상급에 대한 대책도 형이라면 있을 거 같고.”
-흐흐. 기대해도 좋아. 최소한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운 좋으면 더 잡을 수도 있고.
“흐흐흐. 그거 아주 기분 좋은 소리네요.”
“마스터 표정이 무서워…….”
“뀨우웅…….”
묵향과 미라쥬는 음흉하게 웃는 두 남자를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건데?
“흐음.”
현재 악마가 출현한 장소는 제노니아와 길리안트 제국 두 곳이다.
즉, 카르페는 이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해서 가야만 했다.
카르페는 아주 조금 고민한 뒤 자신의 행선지를 선택했다.
“저는…….”
* * *
악마 침공 이벤트가 시작되며 두 나라는 발칵 뒤집혔다.
“젠장! 이 더러운 악마 놈들이!”
“마법사들을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보호하라! 최대한 권속들을 움직여!”
먼저, 마도왕국 제노니아.
제노니아에서 악마의 게이트가 출현한 곳은 한적한 시골 마을 근처였다.
대도시가 아니다 보니 마을에는 제대로 된 방어 시설조차 없었고, 그 결과 시골 마을은 악마의 침공으로 순식간에 받고 마기 침식이 일어나고 있었다.
왕국에서는 서둘러 군대를 꾸려서 악마 토벌에 나섰다.
“젠장. 왕국의 1군단은 언제 도착하는가!”
“대규모 워프 마법진이 준비 중입니다! 3시간 이내에 도착할 듯합니다!”
“성신국에서 지원이 도착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악마를 토벌하겠다고 합니다.”
“오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좋다! 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라! 저 간악한 악마들로부터 나라를 지켜라!”
기습적인 출현으로 인해 시골 마을 하나를 빼앗기고 말았지만, 이후 제노니아의 대응은 무척 기민한 편이었다.
각종 워프 마법을 총동원한 결과, 악마 침공이 일어난 지 불과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전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중급 악마들은 내가 맡겠다!”
그리고 변방 시골의 영주인 헤리엇은 직접 최전방에 나섰다. 비록 시골 영지의 영주였지만, 중급 악마 한둘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은 보유하고 있었다.
“영주님! 신의 사자들도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음! 고마운 일이로군. 지금은 어린아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때이다. 그들에게 최대한 하급 악마의 처리를 부탁…… 음?”
그때였다.
전선이 구축된 한쪽으로 중급 악마가 출현했다.
“크하하! 인간들! 벌레같이 뭉쳐 있느냐!”
“이런!”
현재 저곳의 병사들로는 중급 악마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헤리엇이 나서서 중급 악마에게 마법을 날리려는 그 순간.
“허. 이놈이 악마인가. 더럽게도 생겼군.”
“저기요. 이런 상황에서는 좀 긴장하면 안 돼요?”
“게임인데 그러면 쓰나. 라세 최초의 이벤트잖아. 최대한 즐겨야지. 자, 간다!”
“어휴…….”
대검을 든 사내와 지팡이를 든 여성.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두 명의 남자가 중급 악마들에게 달려들었다.
“이방인들인가? 무모하구나!”
중급 악마를 향해 달려드는 4명을 보고 헤리엇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방인들은 신의 축복을 받아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고 하나 아직은 모자라다.
고작 4명으로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콰앙!
“크음?!”
이방인 남성이 휘두르는 거대한 대검에 중급 악마의 몸이 휘청였다.
“묵직하구나! 인간 주제에 제법…….”
“영구동토!”
지팡이를 든 여성으로부터 9성 스킬이 터져 나왔다.
얼음의 파도가 중급 악마를 덮치며 순간적으로 다리를 묶었다.
“이, 벌레들이 감히!”
“어딜 보는 거냐! 또 간다!”
“이노오옴!”
4인 파티는 헤리엇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할 만큼 팽팽하게 중급 악마와 맞서 싸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이, 이럴 수가. 이 베알 님이 인간에게…….”
쿵.
놀랍게도 4인의 파티는 중급 악마를 그리 어렵지 않게 쓰러뜨렸다.
“후우우. 생각보다 엄청 강하지는 않군.”
그리고 그 4인 파티의 리더.
더 썬의 길드장이자 플레이어 랭킹 1위인 군터가 악마를 쓰러뜨리자,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환호했다.
“캬! 역시 군터야!”
“다시는 인간을 무시하지 마라! 이 악마 놈들아!”
“왜 네가 난리야? 네가 잡았냐? 군터가 잡았지.”
“우리는 다 같은 인간이다!”
“와, 개인 랭킹 순위 확인해 봐. 군터가 1등으로 올라왔어!”
누군가에 말에 사람들이 이벤트 창을 열었다.
방금 중급 악마를 쓰러뜨림으로써 군터가 랭킹 1위를 달성. 현재 포인트는 580포인트였다.
“중급 악마가 1,000포인트 아니었나? 근데 왜 580포인트만 올랐지?”
“기여도에 따라 들어가는 모양인데…….”
“미친. 그럼 4인 팟에서 혼자 60퍼센트 가까운 기여도를 했단 거네?”
“진짜 군터는 괴물이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어?”
군터가 랭킹 1위를 등극한 바로 직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랭킹 1위로 올라왔다.
[이름 미공개 – 이벤트 포인트 1,200점]“어…….”
“뭐지? 어떻게 천이백 점?”
1,000점은 중급 악마를 솔로 레이드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된다.
그 군터조차 4인 파티로 중급 악마를 쓰러뜨리지 않았는가.
“중급 악마를 솔로로 잡고 하급 악마도 여럿 잡은 건가?”
“말이 되나……?”
사람들이 이 버그 같은 일에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쿠웅!
어디선가 거대한 붉은 로봇이 소환되었다.
그 순간, 사람들은 깨달았다. 지금 이 정체불명의 1위가 누구인지를.
“철마! 철마가 악마를 쓰러뜨렸다!”
“와아아! 악마를 무찔러라!”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