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1화(31/581)
띠링.
[초급 스킬팩] [개봉 시 1성부터 7성까지의 스킬 카드를 획득할 수 있는 스킬팩입니다.]*해당 아이템은 거래 불가입니다.
“흐음. 1성부터 7성까지라.”
중급 스킬팩이 2성부터 8성까지였으니, 납득되는 수치였다.
그렇다면, 고급 스킬팩은 3성부터 9성까지 뜨는 건가?
-아니. 고급 스킬팩은 4성부터 8성까지 뜸. 9성이 그렇게 쉬울 리가 없지.
“에라이. 유저가 잘되는 걸 못 보는 게임이구만. 간다!”
촤악! 소리와 함께 카르페가 카드 팩을 힘껏 뜯었다. 그러자, 카드 팩 속에서 5장의 카드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제일 왼쪽부터.”
어차피 ‘반복’으로 전부 확인할 거니까 차례대로 까기로 했다.
첫 번째 카드는.
[축하합니다. 1성 스킬 카드 – ‘돌 던지기’를 획득하셨습니다.]“망할. 반복!”
스킬 설명도 읽어 보지 않고 곧장 반복했다. 그리고 두 번째 카드는.
[축하합니다. 1성 스킬 카드 – ‘낮잠 자기’를 획득하셨습니다.]“……반복.”
그리고 세 번째 카드.
[축하합니다. 1성 스킬 카드 – ‘씨 뿌리기’를 획득하셨습니다.]“……정말 미친 게임이다. 반복!”
그렇게 네 번째 카드를 오픈했을 때, 천마가 기어코 감탄을 터뜨리고 말았다.
[축하합니다. 1성 스킬 카드 – ‘낚시’를 획득하셨습니다.]-와, 1성 4장! 포커로 치면 A 포카드 아니냐 이거? 캬, 이걸 카지노에서 잡았어야 했는데.
“……개발자 멱살 잡고 싶다.”
-뭐, 아직 한 장 남았잖아. 설마하니 또 1성 뜨겠어? 말도 안 되지. 흐흐.
“말이랑 속마음이랑 다른 거 티 나거든요? 개 얄밉네.”
카르페가 천마를 찌릿 노려본 후 반복을 사용했다.
대망의 마지막 카드 오픈!
-오?
[축하합니다. 5성 스킬 카드 – ‘콜링 썬더’를 획득하셨습니다.]마지막 한 장이 터지고 말았다.
“오오! 대박!”
물론, 10성 스킬을 보유하고 7성 스킬 카드도 뽑아 봤던 카르페에게 5성은 별 대수롭지도 않은 등급이었다. 그러나 1성 네 장을 연달아 뽑은 후에 5성을 보니, 선녀도 이런 선녀가 없었다.
“고민할 것도 없다. 바로 픽!”
[스킬 카드(콜링 썬더) – 5성] [스킬 포인트를 1 소비하여 해당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강력한 번개를 소환합니다. 적중당한 적은 높은 확률로 상태 이상 ‘마비’에 빠집니다.] [습득 제한 : 전격 계열의 마법 마스터리를 익히고 있을 것] [스킬 Lv. 3 : 데미지 30프로 증가] [스킬 Lv. 5 : 마비 확률 추가 증가] [스킬 Lv. 10 : 번개 두 줄기 소환]*거래 불가
-꽤 괜찮은 게 나왔네. 바로 익혀도 되겠다.
전격 속성 마법들은 출중한 데미지, 그리고 상태 이상 ‘마비’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은 속성이었다.
오죽하면 모든 스킬을 전격 계열로만 구성하는 ‘번개술사’라는 스킬트리가 유행할 지경!
그리고 번개술사 트리의 핵심 스킬 중 하나가 바로 이 콜링 썬더였다.
“흐음.”
습득 제한 역시 괜찮았다.
카르페의 ‘엘레멘탈 마스터리’는 모든 속성 마법 마스터리의 상위 호환 스킬이었으니까.
지금 당장이라도 스킬을 익힐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형, 이건 어때요?”
-응?
카르페는 스킬 익히는 것을 잠시 미루고, 자기 생각을 천마에게 말했다.
카르페의 설명을 들은 천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죠?”
-괜찮은 생각이군. 확실히 그 편이 효율이 좋겠어.
“그렇죠? 그럼 지금 바로 해야지.”
[스킬 카드 – ‘콜링 썬더’를 사용하셨습니다.]스킬 카드가 적용됐다는 알림을 확인한 후 다시 던전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구성은 마찬가지로, 강화 스켈레톤들과 아처로 이루어져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강화 스켈레톤 아처를 쓰러뜨렸습니다.] [저주의 기운이 스민 뼛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그렇게 몇 차례 스켈레톤 파티를 처치하고 잡템을 수거하자, 타이머는 30분이 줄어 있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1시간 30분.
“형, 지금 이 퀘스트 스토리가 칩입자를 잡으러 가는 거잖아요.”
마도왕의 유물을 노리는 적이 유적 안으로 침입했고, 그 적을 저지하러 가는 스토리.
여기서 적이란 아크람과 싸웠던 이계의 존재, ‘배후령’을 뜻했다.
플레이어의 동반자인 그 배후령 말이다.
“그럼 지금 침입자는 플레이어예요? 배후령이 마도왕에 관한 정보라도 알려줬나?”
-그건 아닐 거다. 배후령이 꼭 플레이어에게만 깃드는 건 아니니까.
“네?”
-NPC 중에도 배후령에게 선택받는 놈들이 있단 말이다. 마치 플레이어처럼.
이를테면, 기사의 나라 길리안 왕국의 국왕이 그런 케이스였다.
길리안 국왕의 배후령이 기사와 관련된 9성급 배후령인 건 라세를 조금만 접해 봐도 알 수 있는 소문이었다.
물론, 길리안 국왕은 그 배후령을 NPC가 아닌 나라의 수호신으로 여기고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프리스트가 배후령을 가진 NPC다?”
-아마도. 플레이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어렵지. 시나리오 이벤트가 언제 발생할 줄 알고 대기하고 있겠어?
“하긴…… 그것도 그렇네. 아무튼, 다행이네요.”
만약 침입자가 플레이어였다면, 마도왕과 관련된 정보가 유저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지금은 최대한 정보를 숨겨야 해. 라세에는 워낙 또라이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히든 직업, 히든 퀘스트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묻지마 피케이를 당하는 게 라세의 일상이었다.
거기에 논리정연한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꼬우니까!
왜 나는 못 하는데 넌 하냐? 아, 꼽네. 꼬우니까 죽이자.
놀랍게도 꽤 많은 이들이 그런 이유로 피케이를 서슴지 않았다.
단순 히든인 경우에도 그럴진대, 만약 신화 등급과 관련 퀘스트를 수행 중인 것이 알려진다면…….
-평탄한 게임 라이프는 글렀다고 봐야지. 외모나 복장은 커스텀으로 숨긴다 해도, 스킬이나 무기는 그럴 수도 없으니까.
“……떼로 몰려와서 시비를 걸겠네요. 그럼 계속 숨겨야 하나?”
-아니, 초반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이미 천마의 머릿속에는 ‘말 더럽게 안 듣는 피지컬 즐겜러 놈 지존 육성 프로젝트’ 청사진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아마 한 달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때부터는 맘껏 떠들어도 돼. 떼로 몰려온다고? 그럼 떼로 몰살당하는 영화 한 편 찍는 거지.
“와……. 어째 경험담 같이 들리네요.”
-경험담 맞아. 아무튼, 그런 거니까 퀘스트 죽지 말고 잘 끝내라. 결과에 따라서 그 기간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으니까.
“여부가 있겠습…… 어이쿠.”
휙.
카르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젖혀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그렇게 다시 던전 공략이 진행됐고, 템포를 높인 카르페는 던전을 쭉쭉 밀고 들어갔다.
그렇게 다시 삼십 분, 레벨이 하나 더 올라서 16레벨을 달성했다. 타이머가 딱 한 시간쯤 남은 시점이었다.
“후우. 다 온 거 같죠?”
-그래, 딱 봐도 여기군.
두 사람의 눈앞에는 거대한 석문이 있었다.
석문 한쪽이 살짝 열려 있는 상태라, 누군가가 안쪽으로 들어갔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이제 본 게임으로 돌입이네요. 지금까지는 좀 밋밋했지.”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뒷목을 잡을 만한 발언이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곳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자, 그럼!”
기합을 넣은 카르페가 석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석문 안은 넓고 깨끗한 공동이었다. 문밖과 달리 죽음의 기운은 달리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언데드 외에 다른 게 있었다.
“어머,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프리스트.
묘지 근처에서 스쳐 지나갔던 금발의 사제가 싱글거리는 얼굴로 카르페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는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관 위에서 즐겁다는 듯 다리를 흔들고 있었다.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을 뻔했는데, 빨리 와 줘서 다행이에요. 저는 참을성이 없는 편이라서요. 57분쯤 더 기다려도 안 오면 그냥 이거 부수고 나가려고 했어요. 그 전에 와서 다행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으로 관 뚜껑을 탁탁 두드렸다.
“……57분? 아!”
-흐음. 타이머가 그런 뜻이었나.
아마, 타이머에 표시된 제한 시간 동안 이곳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녀는 저 관을 부수고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그리고 퀘스트는 실패.
즉, 그녀가 지금 앉아 있는 저 관이야말로 마도왕의 유물이 보관된 유물함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제가 받은 명령은 그냥 부숴 버리라는 거였거든요? 근데 생각해 보니 아깝잖아요. 이 안에 든 게 뭔지는 몰라도 분명 귀한 걸 텐데, 그러면 부수는 것보다 가지는 게 더 낫지 않나? 그쪽도 그렇게 생각하죠?”
“어느 쪽이든 도굴범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주인에게 허락받고 가져가면 되겠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관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들고 있던 커다란 지팡이로 쿵! 땅바닥을 찍자, 지팡이 머리 부분에서 커다란 날이 튀어나왔다.
-지팡이가 아니라 날을 숨겨 둔 낫이었군. 낫도 제법 수요가 있는 무기지.
‘아니, 그것보다. 저 큰 칼날이 어떻게 지팡이 속에 숨어 있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저게 가능해?’
-게임에서 무슨 물리 법칙을 찾아? 싸울 준비나 해라.
복장은 새하얀 사제복이었지만, 커다란 낫을 어깨에 걸친 자태는 영락없는 사신의 그것이었다.
“가지고 있죠? 저 관을 여는 열쇠. 저한테 넘겨줄래요?”
“싫다면?”
“신을 섬기는 자로서 신께 인도해 드릴 수밖에 없답니다. 그다음 당신의 영혼에 다시 한번 허락을 구할게요.”
“프리스트도 아니고 사신도 아닌, 강도였구만. 안 내놓으면 죽인다는 걸 왜 이렇게 돌려서 말해?”
카르페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이었다.
띠링.
[광신(狂信)의 마이나데스가 전투 상태로 돌입합니다.]알림과 동시에 프리스트의 머리 위로 ‘광신의 마이나데스’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와, 무슨 렙 차가.”
-저 색깔이면 35렙 이상 차이 난다는 건데……. 조심해라. 방심하면 그걸로 끝이야.
그녀의 머리 위로 떠 오른 이름은 정말 말도 안 되게 붉었다.
강화 스켈레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섬뜩한 붉은 색. 마치, 진득한 피 같은 색이었다.
“후우.”
카르페가 짧게 호흡을 가다듬었고.
팍!
마이나데스를 향해 전력으로 쏘아져 나갔다.
“하아압!”
선빵 필승!
순식간에 그녀에게 접근한 카르페는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림으로 그린 듯한 수직 베기가 그녀의 이마를 향해 떨어졌다.
도약부터 베기까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그러나.
카앙!
“제법 빠르시네요?”
“큭?!”
마이나데스는 너무나 쉽게 카르페의 공격을 걷어 냈다.
그것도 낫을 한 손으로만 쥐고서!
“이젠 제 차례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양손으로 낫을 잡았다.
그리고 카르페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인 후, 목을 노리고 낫을 휘둘렀다.
“읏!”
빠르다.
예상보다 더 빠른 낫의 속도에 카르페는 필사의 힘으로 검을 움직였다.
필사의 각오가 통한 것인지, 다행히도 목에 낫이 닿기 직전에 검으로 방어하는 것에 성공…….
-엎드려!
후웅!
카르페가 방금 공격을 피한 것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아마, 지금 사용하고 있는 캡슐이 최고의 동조율을 끌어내는 ‘아르테미스’가 아니었다면 방금 공격으로 끝이었으리라.
천마가 ‘엎!’까지 외친 순간, 카르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조건 반사에 가까운 움직임.
덕분에 살 수 있었다.
“감이 좋으시네요? 보통은 방금 공격으로 끝인데.”
챙그랑.
부러진 검날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때렸다.
마이나데스의 낫은 카르페의 검을 두부처럼 갈라 버렸고, 그대로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던 것이다.
[히어로 등급의 세검 ‘그린 스킨 슬레이어’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습니다. 수리 전까지 장비할 수 없습니다.]“미친.”
깜짝 놀란 카르페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마이나데스는 무슨 생각인지 카르페를 쫓지 않고, 그 광경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골 때리네. 저 낫, 최소한 절삭 옵션 달고 있는 유니크다. 그게 아니면 레전더리거나.
‘이, 이게 말이 돼요? 무기가 부러져?’
-당연히 말이 되지. 너도 했잖아?
‘네?’
-스켈레톤 방패 신나게 부숴 먹었잖아. 그거랑 똑같은 거야.
‘허.’
설마 몹한테 써먹던 걸 그대로 돌려받을 줄이야.
기습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반격 한 방에 무기가 깨져 버리다니.
어이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거 진짜 잡으라고 만든 거예요?’
단 한 번의 공방이었지만 카르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의 프리스트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물이라는 것을.
-네 말이 맞는 거 같군.
‘네?’
-잡으라고 만들어 놓은 거 아니라고.
카르페는 타이틀 ‘세 개의 최초’ 덕분에 올 스텟 +33을 적용받는 상태였다.
그런 카르페가 공격을 겨우 피해 내는 게 고작이다? 피지컬 괴물이 아르테미스 캡슐까지 써서?
만약, 카르페가 아닌 다른 플레이어가 마도왕 직업을 얻었다면 방금 반격에 십 중 십 죽었을 것이다.
즉, 애초에 전투 자체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무적 보스다. 일반적으로는 못 잡아.
가끔 그런 게임이 있다.
보스 몬스터 자체가 거의 무적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는 경우.
이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보스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었고, 주변 오브젝트나 이벤트를 통해서 보스를 클리어해야 했다.
-저기 보이냐? 저 관 가운데에 움푹 들어간 홈 부분.
그리고 천마는 고이다 못해 썩어서 NPC로 박제된 라세의 전문가였다.
카르페가 마이나데스에게 정신이 팔린 순간에도, 그는 보스룸의 모든 지형지물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일종의 직업병!
그 덕에, 천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관 한가운데에 뚫린 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들어오기 전에 묘지기에게 받은 증표 있지?
‘어, 네. 인벤토리에 있죠.’
-얼추 봐도 저 홈이랑 딱 맞을 거 같지 않아?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 듣자 카르페 또한 상황을 파악했다.
그렇다. 애초에 이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은 보스를 쓰러뜨리는 게 아닌 ‘유물의 회수’다.
저 미친 프리스트와 싸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따돌려서 관에 접근하는 것.
그것이 승리 조건이었다.
-자, 이제 상황을 파악했으니 일단 밖으로 유인을…… 너 뭐 하냐?
‘형, 제가 방금 번뜩이는 생각을 했는데요.’
-아니, 생각하지 마. 생각은 내가 할게. 제발. 제발 생각하지 마!
카르페는 천마의 애원에도 흐흐 웃으며 그림자에서 묵향을 소환했다.
‘무적 보스라는 게 정말로 시스템상 딜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아니면 그냥 미친 듯이 세다는 거예요?’
-그건 왜 묻는데?
‘그냥 궁금해서?’
-……두 가지 모두 경우가 있지만, 저 프리스트는 후자겠지. 딜이 아예 면역이면 공격을 막을 필요도 없었을 테니.
‘그럴 줄 알았지. 향아 부탁해.’
“뀨!”
묵향이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자 스킬이 발동되었다.
[권속 묵향의 스킬 – ‘스펠 오브 에잇’이 발동합니다.] [레전더리 장갑 ‘에니그마’에 암(暗) 속성이 부여됩니다.] [‘스트라이킹’을 사용하셨습니다. 물리 데미지가 증가합니다.]이로써 카르페가 사용할 수 있는 버프는 모두 건 셈.
그 광경을 본 천마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쉬운 길이 코앞에 있는데 도대체 왜……. 이 미친 즐겜러 새캬!
‘형. 솔직히 말해 봐요. 무적 보스들 많이 만나 봤죠?’
-많이 만나 봤으면 뭐 어쩌려고?
‘그중에서 그냥 무식하게 때려잡았던 적은?’
-…….
천마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침묵 자체가 훌륭한 대답이었다.
‘자기도 한 적 있으면서 나한테는 하지 말래.’
-아니, 나도 3회차 때 겨우겨우 성공한 건데…….
‘딱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뭐?
‘저런 보스는 그냥 때려잡는 쪽 보상이 더 좋죠?’
카르페의 예상은 정확했다.
이는 기나긴 게임의 역사가 증명했다.
깨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보스를, 개발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클리어하는 변태들은 늘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런 클리어에 히든 보상이나 이스터에그가 따라온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
-……망할.
천마가 눈을 감았다.
더 이상의 설득은 글러 먹었다는 걸 깨달은 탓이었다.
‘좋게 생각하세요. 어차피 전 형을 넘어서야 하잖아요. 이것도 못 해서 그게 가능하겠어? 어불성설이지.’
-몰라 새꺄.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정 못 미더우면 내기 하나 할까요?’
-내기?
‘만약 제가 죽으면 앞으로 게임 끝날 때까지 형 시키는 대로 움직일게요. 천마 아바타 탄생하는 거지.’
-어, 진짜로?
생각지 못한 제안에 천마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잠깐만…….이렇게 되면 오히려 죽는 게 더 이득인 거 같은데.
마도왕 퀘스트는 날아가겠지만, 애초에 마도왕이라는 클래스 자체가 천마의 성장 루틴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다른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는 루트도 많았다.
퀘스트를 대가로 이 미친 망아지 고삐를 쥘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인데? 좋아, 만약 네가 이기면?
‘으음. 생각해 보니까 딱히 걸 게 없네?’
-돈으로 줘? 한 10억이면 돼?
‘……그건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거 같으니까, 그냥 소원 하나 킵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소원? 킵? 야, 도대체 무슨 이상한 걸 부탁하려고…….
‘천하의 천마가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쫄?’
-캬아악! 이눔 시키! 뭐, 쫄? 쪼오올? 오냐, 하자. 쫄이 아니고 콜이다!
‘오케이 콜. 무조건 잡는다.’
이제 카르페의 눈에 마이나데스는, 잡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보물 고블린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눈, 마음에 안 드네요.”
카르페의 불온한 시각을 느낀 것인지 마이나데스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카르페를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르페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똑같은 짓을?”
마이나데스가 코웃음을 쳤다.
이미 한 번의 공방으로 이교도의 수준을 파악한 후였다.
잠재력이 놀랍기는 하나, 자신보다는 한참 약한 존재. 더러운 이교도.
그녀가 판단한 카르페는 그랬다.
그런데 똑같은 패턴, 똑같은 속도로 덤벼든다고? 아까 전과 달리 무기도 없으면서?
“흥!”
막을 필요도 없었다. 그저 달려드는 타이밍에 맞춰서 카운터를 날리면 끝나…….
“어?”
그런데 이상했다.
‘어째서 이교도의 주먹이 눈 바로 앞에 있는 거지?’
마이나데스의 판단은 틀렸다.
전혀 똑같지 않았다. 아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였다.
설마 힘을 숨기고 있었나? 아니, 그 필사의 움직임은 도저히 연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 마이나데스는 혼란에 빠졌지만, 실상은 아주 단순했다.
띠링.
[보너스 스테이터스를 사용합니다. 민첩이 30 상승합니다.]묵혀 왔던 보너스를 다시 한번 터뜨렸을 뿐!
퍼어어억!!!
카르페의 주먹이 마이나데스의 얼굴에 정확하게 꽂혔고, 순간 천마가 소리쳤다.
-그걸 처맞냐! 이 병신아! 방심하지 마!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