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21)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321화(321/581)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메시지였기에 정훈은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천검과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생각해 보니 마도탑 40층 클리어 후, 영상에 대해서 몇 마디 주고받은 게 다였다. 그 이후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을 취한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됐네. 마도탑 몇 층까지 뚫었으려나.’
오히려 천검이 소속되어 있는 에덴 길드의 마스터와는 가끔 메시지를 주고받곤 했다. 대부분이 안부 인사나 시시콜콜한 잡담이었고, 아주 가끔 돌려서 에덴 길드에 올 생각이 없냐는 말을 했었다.
“흐음.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아무튼 답장을 보내니, 칼같이 재답장이 도착했다.
[카르페 : 네. 시간 괜찮습니다. 자기 전 빈둥거리는 타이밍이었어요.] [천검 류세아 : 다행이네요. 늦은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잠깐 만나서 대화 나눌 수 있을까요?] [카르페 : 네? 만나서요? 설마 현실에서요?] [천검 류세아 : 아, 아뇨. 게임에서인데…….] [카르페 : 아, 넵.]깜짝 놀랐네.
하긴, 생각해 보면 세계적인 대스타인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천검 류세아 : 현실 쪽이 편하시다면 그것도 괜찮아요.]“…….”
이쯤 되니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녀쯤 되는 인간이 현실 만남도 주저하지 않는단 말인가.
[카르페 : 아뇨. 라세 내에서 만나는 쪽이 훨씬 편하긴 하니까요.] [천검 류세아 : 네 ㅎㅎ. 사실 시렌도 함께하고 싶어 했거든요. 현실에서 만나면 아무래도 시렌은 참가할 수가 없으니…….] [카르페 : 아하.]에덴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시렌은 러시아 국적의 인물이다. 당연히 현실에서의 만남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카르페 :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메시지로는 할 수 없는 말이에요?] [천검 류세아 : 할 수도 있지만 만나서 직접 말씀드리는 게 예의일 거 같아서요.]“아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길래 예의씩이나…….”
카르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알겠다고 답장하고 내일 간단하게 약속을 잡았다.
[천검 류세아 : 늦은 시간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내일 뵐게요. 좋은 밤 되세요.]그 말을 마지막으로 천검과의 라톡이 종료되었다.
정훈은 생각보다 더 칼같은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그날 잠자리에 들었다.
* * *
그리고 라톡이 종료된 그 시점.
천검, 아니 류세아는 자신의 집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후우. 좋아. 세아야. 잘했어. 훌륭해.”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판단하기에는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대화였다.
“아, 시렌에게도 알려 줘야지.”
류세아는 다시 한번 라세 메신저 어플에 접속한 후, 시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천검 류세아 : 시렌.] [길마 시렌 : 헐. 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천검 류세아 : 응. 대화가 조금 길어 졌어.] [길마 시렌 : 대박! 대화가 길어졌대! 이 언니는 지금 몹시 설레는 중이야! 후욱 후욱!] [천검 류세아 : ???]사실 라톡 보내기 전에 적당한 시작 멘트를 고민하느라 길어진 것이었지만…… 류세아는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길마 시렌 : 그래서 뭐래? 내일 만나겠대?] [천검 류세아: 응. 내일 접속하면 귓 주겠다고 했어.] [길마 시렌 : 다행이네. 잘 돼야 할 텐데…….] [천검 류세아 : 아, 권마 님과 대화 내용 보내 줄게.]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카르페와 나눈 메시지를 전부 복사해서 시렌과의 대화창에 올렸다.
자신이 이 만큼 완벽한 대화를 해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길마 시렌 : ……] [길마 시렌 : 저기요?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천검 류세아 : 이상해? 어디가? 정상적으로 대화해서 약속을 잡아냈잖아.] [길마 시렌 : 아니,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긴 한데…….] [천검 류세아 : 그럼 된 거 아니야?] [길마 시렌 : 딱딱하잖아!!! 이게 어딜 봐서 20대 남녀의 톡이야!]시렌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연락해도 되는 거였잖아!’
자신이 해도 되는 연락을 굳이 천검에게 맡긴 것은 천검이 권마를 의식하고 있다는 티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친밀도 좀 쌓으라고 대신 맡긴 것인데 대화가 이게 뭐란 말인가.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문제점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텄다. 얘는 안 된다. 잠시 잊고 있었다.
저 연예인 후려치는 얼굴로 24살까지 모쏠인 이유가 저 끔찍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여성과 대화할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남성과 대화하면 얼굴이 굳고 말투도 딱딱해진다.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음에도 자동으로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장애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대화가 어색하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천검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꺼려했다.
시렌 역시 굳이 묻지 않았다.
[길마 시렌 : 아니, CF 같은 거 찍을 때는 방실방실 잘만 웃더니?] [천검 류세아 : 그건 연기고 공적인 일이잖아. 이거랑은 완전히 달라. 아무튼 잘했지?] [길마 시렌 : 그래. 으이구 잘했다!]그나마 이것도 대단히 많이 발전한 것이다. 적어도 톡에서는 대화가 성립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아직까지 같은 에덴 길드원 간에서도 대화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길마 시렌 : 하아. 얘를 어쩜 좋담. 너, 그 얼굴 그렇게 쓸 거면 제발 나 줘.] [천검 류세아 : 시렌도 이쁘잖아.] [길마 시렌 : 됐네요. 너한테 그런 소리 들어 봤자 마음만 아프지. 아, 다음번에는 권마 님께 톡 보내기 전에 나한테 먼저 보내 봐. 검수해 줄게.] [천검 류세아 : 굳이 그렇게까지?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는데?] [길마 시렌 : 보내라면 보내시오. 길드 마스터의 명령이야.] [천검 류세아 : ???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 * *
그리고 다음 날.
카르페는 게임에 접속했고, 전날 밤 약속했던 것처럼 천검과 만남을 가졌다.
천검이 속한 에덴 길드는 마도탑 공략을 주 콘텐츠로 삼고 있는 길드였고, 때문에 길드 거점이 마도왕국 제노니아에 있었다.
카르페 역시 제노니아에서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카르페와 천검 그리고 에덴의 길드 마스터 시렌은 제노니아 수도 근처의 카페테리아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카르페 님! 오랜만에 뵙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시렌은 조금 호들갑이라고 느껴질 만큼 하이텐션으로 카르페에게 인사를 건넸다. 옆에 있는 천검은 그냥 목례만 하면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정반대의 두 사람을 보니, 어쩐지 살짝 웃음이 났다.
“음. 한창 이벤트로 바쁠 시기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시렌은 그렇게 말한 후, 잠시 호흡을 가다듬더니 긴장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카르페 님. 혹시 천마신교는 길드 내부 규율이 엄격한 편이에요? 아, 길드 가입과 탈퇴, 재가입 같은 부분에서요.”
“……네?”
-얘는 갑자기 뭔 소리야?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카르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시렌이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실은 권마 님이 저희 길드의 용병으로 활약해 주셨으면 해서요.”
“아하.”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병’이라는 단어 한마디에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벤트 길드 순위를 확인해 봤는데 천마 신교는 순위에 없더라구요. 아마 천마 신교 내부에서는 이번 이벤트 길드 순위에 크게 관심이 없는 거 같은데…….”
시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카르페의 눈치를 봤다.
사실 천마신교 길드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카르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줬다.
“뭐, 그런 느낌이죠?”
“역시 그렇죠?! 그럼, 혹시 이벤트 동안만이라도 저희 길드를 좀 도와주실 수 없으실까요?”
에덴 길드는 마도탑 등반을 주력 콘텐츠로 밀고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대형 이벤트를 후순위로 둘 순 없었다.
지금 에덴 길드는 다른 거대 길드와 마찬가지로 악마 침공 이벤트에 총력을 퍼붓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에덴 길드는 다른 대형 길드와 달리 소수 정예를 표방하고 있었으니까.
구성원들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원수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보니 길드 랭킹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대대적으로 길드원을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에덴 길드는 이미 소수 정예 길드라는 이미지가 너무 굳어져서 그런 식으로 인원을 받았다간 오히려 길드 이미지만 박살 나는 꼴이 될 테니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용병’이다.
‘인원수 차이를 씹어 먹을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잠시 길드에 영입하자!’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터무니없는 발상이라 할 수 있었지만, 놀랍게도 그런 터무니없는 발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이 그녀의 인맥에 존재했다.
권마 카르페.
그녀가 직접 경험해 본바, 그는 충분히 혼자서 수십 명 이상의 활약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였다.
“어떠세요? 아! 혹시 괜찮으시면 용병이 아니라 그냥 쭈욱 가입하셔도 괜찮……”
“…….”
“……으신데 아무래도 불편하시겠죠?! 그냥 용병으로 잠시 활약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앗!”
카르페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제 발 저려서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흐음. 용병이라…….’
-뭐,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 이 기회에 길드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고.
‘그래요? 좀 의외네요. 약한 것들이나 무리를 짓는 법이라 하실 때는 언제고.’
-그건 맞지. 다만, 길드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한번 체험해 보면, 나중에 10대 길드와 붙을 때도 좀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거지. 뭐, 굳이 꼭 할 필요는 없다만…… 아무래도 잠시 용병 뛰는 게 더 돈이 되지 않겠어?
‘돈이요? 길드 랭킹 순위 보상에 돈이 있었나?’
-랭킹 순위 보상에는 없지. 하지만 쟤가 줄 거잖아.
천마는 그렇게 말하며 시렌을 가리켰다.
-설마 이렇게까지 부탁해 오는데 맨입으로 하겠냐?
그리고 마치 천마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시렌이 말했다.
“당연히 무상으로 도와달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카르페 님께서 활약하신 만큼의 보상을 따로 드릴 거구요. 계약금도…… 아, 계약서도 필요하시다면 써도 괜찮아요. 아이템도 드릴 거고. 아!”
시렌은 지금 생각났다는 듯 손벽을 짝 쳤다.
“저희가 길드 랭킹에 입상하면 천검 무료 이용권도 드릴게요.”
“……네?”
-오우야. 퍄퍄퍄.
카르페는 지금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시렌을 쳐다보자, 그녀는 뭔가를 깨닫고 황급히 소리쳤다.
“아, 세아가 인기가 많잖아요! 천마신교도 채널을 운영 중이니까 저희랑 콜라보 같은 걸 하면 훨씬 구독자가 증가할 수도 있고 뭐 그런…… 상부상조? 세아가 몸값이 비싼데 공짜로…… 아얏! 왜 때려!”
“……죄송합니다. 권마 님. 시렌의 마지막 말은 잊어 주세요. 모쪼록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옆에 잠자코 있던 천검이 고개를 숙여왔다.
“으음…….”
카르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입을 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